"경수야, 우리 그만 헤어지자."
"........."
"..미안해.."
"........"
"너만 괜찮다면 가끔 연락도 하고, 밥도 먹고, 친구처럼 지내자. 응?"
김종인의 입에서 나온 지독하게도 잔인한 말.
친구?
우리가 어떻게 친구처럼 지낼 수가 있겠어.
넌 어쩜 그렇게 혼자 쉽게 다 정리하고 끝낼 수 있는거니.
".....이유가 뭐야."
"너도 알잖아, 남자끼리 사귄다는게 보편적인 일은 아닌거..차라리 지금 각자 갈 길 가는게 맞는거 같아. 너도 좋은 여자 만나고...
어차피 이제 우리 곧 있으면 성인이잖아. 대학교 때는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서로 편하게 지내자."
"...우리가 언제 그런거 신경썼어....남들 시선같은거 생각하지 말자고 한게 누구였는지 기억안나?"
"기억나지, 그 땐 우리 어렸잖아. 한치 앞만 내다보고 미래는 생각 안했었지."
"그니까 네 말은...네 말은.."
눈물을 참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한번 터져버린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눈물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김종인의 얼굴이 보이 질 않는다.
다만 한숨섞인 말로 '경수야, 진짜 미안.' 하는 목소리만 계속 들려왔다.
항상 내가 울면 따뜻하게 안아주며 날 다독여주던 너였는데..
"...다음에 보자. 울지말고. 나 같은애 그냥 잊어버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김종인과 헤어졌다.
다음에 보자고?
종인아. 다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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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거 너야?"
"..아, 응."
"언제적이야? 교복입은 거 보니깐 고등학교 때?"
나는 백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짜 똑같다. 키도 똑같고."
"뭐?"
백현이가 웃으면서 내게 말을 한다.
"아니. 내 말은 그래서 더 좋다고. 내 품에 딱 들어오잖아."
"...자기도 별로 안크면서."
"방금 뭐라고 했어?"
"너도 별로 안크다고."
"아니, 그 전에 한 말."
"무슨 말?"
"너 나한테 '자기'라 했잖아."
"........"
"도경수, 내가 그렇게 좋아? 어?"
"...헐.."
"너 빨리 대답안해? 내가 그렇게 좋냐니깐?"
내가 계속 아무 대답도 안하니깐 갑자기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마구마구 찌르는 백현이다.
"야! 간지러워."
"그럼 대답을 하라구요, 도도한경수씨."
"아, 간지러! 알겠어, 항복이다! 변백현 너무 좋아."
"진작 그래야지. 아, 근데 옆애 얜 누구야?"
옆에?
아,
......김종인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지독하게도 아픈 그 이름.
"경수야."
"........"
"도경수."
"......."
"뭐해, 갑자기 혼자 멍때리고. 누군데?"
"아..그냥 같은 반이였던 애."
"그렇구나. 친했어? 사진으로 보면 꽤 친해보이는데?"
"...별로 안친했어."
"그래도 너 고등학교 졸업하고 7년동안이나 한국 한번 안가고 여기 있으면 친구들 안보고 싶어?"
한국엔 절대 안갈거야.
절대로.
"내 옆에 변백현이 있는데 누가 보고싶겠어."
환하게 웃으며 백현이에게 대답했다.
백현아, 난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정말로 고마워.
"그건 그렇지! 이 변백현님이 최고긴 하지. 얼굴도 잘생겼는데 성격까지 좋으니, 세상에 이런 완벽한 사람이 어딨겠어?"
"우웩, 그 말 취소할래."
"..야!!"
장난인걸 알면서도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지르는 백현이가 귀엽다.
.............
........
김종인과 더이상 마주 볼 자신이 없어서 난 바로 한국을 떠났었다.
미국에 온 지 3년동안은 매일같이 김종인만 떠올렸다.
밥을 먹으면 토하고, 자기전에 혼자 미친듯이 울고
그 때마다 아픈건 나 혼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귀엽게 생긴 동앙인 남자가 나한테 길을 물었었다.
지도를 보니깐 내 바로 옆집이였다.
나도 모르게 신기해서 '어?'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매우 반가워 하는 얼굴로
'한국사람이야? 우와, 진짜 신기하다.' 하며 동양인 남자가 내 손을 마주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그게 바로 백현이다.
그 때부터 우리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서로한테 의지하며 지냈다.
그렇게 나도 점점 김종인을 내 머릿 속에서 지워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본 사진 속 김종인을 보자마자
미친듯이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프다.
정말이지 싫다...
김종인.
종인아.
넌 나 없이 잘 지내니?
----------
"괜찮아?"
눈을 뜨니 따뜻한 손으로 내 이마를 만져주는 백현이의 다정한 얼굴이 보인다.
그런 백현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백현아.."
"...왜그래? 뭐 악몽이라도 꾼거야?"
"..백현아...넌..."
"응, 말해봐. 꿈에서 누가 널 괴롭혀?"
응, 괴롭혀.
정말 날 아프게 괴롭혀..
김종인이..
정말 악몽을 꿨다.
김종인이 담담한 표정으로 나한테 헤어지자 말했던 그 장면....
내가 펑펑 울고있는데도 눈물 하나 닦아주지 않는 김종인..
"넌 내옆에 계속 있을거지?.....응?"
"....당연하지."
"...무서워..네가 갑자기 떠날까봐..."
"뭐가 무서워. 난 늘 네 옆에 있잖아. 걱정마."
따뜻하게 안아주며 내 등을 다독여주는 백현이 때문에 더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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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감성터지네요ㅠㅠ
읽으셨으면 댓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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