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대사 전달력이 없다고 잔뜩 혼쭐이 난 찬열의 어깨가 잔뜩 처져 있었다. 저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한 거였는데 작가의 성에 안찼던 모양이었다. 계속 "다시, 다시." 하고 찬열을 몰아세우는 작가에 주변 배우들이 찬열에게 눈치를 줬다. 어느 한 여배우는 언제 끝나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럴수록 찬열의 어깨는 더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준면의 표정도 어두워져만 갔다. 그 중에서 찬열이 제일 키가 큰데도 찬열은 잔뜩 움츠러들어서는 어깨도 제대로 못 펴고 있었다. 커다란 눈을 도록, 도록, 굴리면서 작가, 감독, 배우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한 것 같았다. 그러니 연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급기야 작가는 "찬열 씨, 기대에 못 미치네." 하는 말 까지 했다. 작가의 말에 세미나실의 분위기는 더 얼어붙었다. 준면은 그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다. 당장 작가에게 따박따박 따지고 싶었지만 준면은 찬열을 보며 참기로 했다. 여기서 자신이 나서면 찬열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걸 준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찬열은 "죄송합니다." 하고 짧게 사과했다. 처음이라 그렇다고, 이해해 달라고,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아 찬열은 그저 묵묵히 사과만 했다. 짧은 대사를 다시 읽고, 또 읽었다. "분량도 없는 게 되게 시간 잡아먹네." 찬열의 옆에 앉은 남자 배우가 궁시렁댔다. 찬열이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손톱에 살이 눌렸지만 찬열에게 그 고통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손톱에 살이 눌리는 아픔보다 저를 마구 몰아세우는 사람들이 주는 아픔이 더 컸다. 그 남자 배우는 찬열이 들으라고 말한 것이 틀림없었다. 찬열은 다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사를 뱉었다. 서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백현이 떠올랐다. 진짜 디자이너님 없으니까, 겨울 같다. 혹독한 겨울.
지옥 같던 대본 리딩은 9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연기 초보 찬열은 한없이 작아져만 갔다. 바로 제 옆에 앉은 남자 배우에겐 계속 칭찬만 하던 작가는 유독 찬열에게는 엄격하고 차가웠다. 찬열에게는 작가의 홀대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의 텃세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들은 세미나실에 처음 나타난 찬열에게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연될 때 마다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저를 노려보던 배우들의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낯선 환경에서의 홀대는 찬열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 "힘들다." 찬열이 세미나실에서 나오며 중얼거렸다. 준면이 옆에서 찬열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처음이잖아."
찬열이 이번 드라마에 대해서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했는지 모를리 없는 준면이었다. 찬열은 자신과 함께 있을 때 언제나 손에 대본을 들고 있었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얼마나 읽어댔는지 준면이 대사를 다 외워버릴 지경이었다. 심지어 잘 때도 대본을 끌어안고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연기 연습을 하던 찬열이었다. 찬열의 노력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이 작가의 반응에 서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준면은 점점 움츠러들던 찬열의 모습에 눈물이 날 뻔 했다. 같이 일했던 1년이 넘는 동안 그렇게 움츠러들던 모습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까칠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백현의 앞에서도 당당했던 찬열이었다. 찬열은 모델로 데뷔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언제나 당당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당당한 찬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 대사보다 죄송하단 말을 더 많이 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세서 처음이라 봐달라고 애교같은 건 못 부리지. 준면은 찬열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다른 신인 여배우처럼 애교라도 부리면 작가가 조금은 누그러졌을지도 모른다. 그걸 찬열이 모를 리 없겠지만 찬열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해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벤에 올라타서도 대본을 읽는 찬열을 보며 준면은 한숨을 쉬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조금이라도 쉬었으면 좋겠는데. 준면은 괜히 소속사에서 찬열에게 연기를 시켰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찬열의 소속사에서는 찬열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요즘 자칭타칭 대세라는 찬열은 그렇게 불리는 만큼 일을 많이 했다. 런웨이면 런웨이, 광고면 광고, 예능이면 예능, 이제 드라마까지. 런웨이에만 서고 싶다는 찬열의 의견은 조용히 무시당한지 오래였다. "난 모델이지 방송인이 아니야, 형." 얼마전 찬열이 준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찬열은 데뷔 초 최고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 준면에게 버릇처럼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찬열은? 유명하지만 최고의 모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찬열의 행보가 최고의 모델로 가는 것도 아니었다. 요즘 대세, 반짝 스타, 유행. 지금 유행처럼 도는 찬열의 인기가 계속 유지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찬열은 울며 겨자먹기로 드라마를 하기로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이 인기가 찬열에게는 부담스럽기도, 불안하기도 할 터였다. 방송인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방송인이 되어야하는 찬열의 심정은 지금 어떨까. 준면이 백미러로 찬열을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찬열은 준면에게서 받은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이름이 화면에 스쳐 지나가고, 화면에 백현의 웃는 모습이 가득 찼다. 그리고 제일 먼저 찬열의 핸드폰 화면에 뜬 백현의 메세지. '보고 싶어.' 그 메세지에 왜 울컥했는지는 모르겠다. 찬열은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목이 뻑뻑하게 메어왔다.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은 흉통이 사라졌다. 그래도 눈에는 몽글몽글 눈물이 맺혀있었다. 갑자기 솟아오르는 백현에 대한 그리움에 찬열은 결국 눈물을 떨구었다. 하루 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힘들었던 찬열의 하루를 보듬어주는 백현의 메세지였다. 보고 싶다는 단 네글자가 하루 종일 상처난 찬열의 마음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형. 나 디자이너님 집에 갈래."
"이 시간에?"
"응. 갈래."
눈에 눈물방울을 그렁그렁 달고 말하는 찬열에 준면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사람이 보고 싶을 터였다. 준면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 광고, 예능, 모델 일까지 이 모든 걸 견디기에는 찬열은 아직 너무 어렸다. 준면은 백현이 찬열의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간 찬열이 혼자 얼마나 힘들어할지 눈에 선했다. "그래, 가자." 준면이 백현의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벤에서 내린 찬열이 준면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도 수고 많았어. 집에 가서 쉬어!" 준면이 아무 말 없이 손만 흔드는 걸 보고 찬열이 빠른 걸음으로 백현의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걸음이 자꾸만 빨라졌다. 며칠 동안 쌓인 그리움이 자꾸만 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백현의 현관문 앞에 선 찬열이 숨을 몰아쉬며 초인종을 눌렀다. 뜀박질을 해서인지 백현을 볼 생각에 설레서인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 처럼 마구 뛰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백현이 얼굴을 내밀었다. 찬열은 문이 열리자마자 백현을 와락, 품 안에 안았다. 따뜻한 백현의 몸이 바깥 바람에 얼어버린 제 몸을 데워주고 있었다. 백현이 찬열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찬열아, 찬열아!" 백현은 찬열을 꼭 끌어안으며 찬열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응, 나 여기 있어요."
"찬열아, 찬열아."
"네."
찬열의 커다란 손이 백현의 등을 토닥였다. "보고 싶었어." 백현이 울음을 터뜨렸다. 자꾸만 찬열이 보고 싶어서 울기만 하는 자신이 낯설고 이럴 때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굉장히 불안했다. 일 때문에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가 이렇게 혼자 멍하니 있는 틈이 주어지면 그새를 못 참고 찬열에 대한 생각이 끼어들곤 했다. 그럼 보고 싶어지고, 못 보면 그립고, 그리우면 눈물이 났다.
"누가 보면 몇 년 헤어져 있던 사람인 줄 알겠어요."
"정말 며칠이 몇 년 같았어."
특히 오늘은 더 그랬다. 오늘 백현의 하루는 온전히 찬열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백현이 말했다. 그냥 한없이 미안했다. 갑자기 찬열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휘몰아치자 백현은 나약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에는 며칠 동안 만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잘 지냈으면서, 갑작스런 감정에 백현은 파도에 모래성이 망가지듯 무너졌다. 그만큼 내가 찬열이를 더 사랑하게 된 걸까? 찬열이에 대한 내 마음이 더 깊어진 걸까? 백현이 스스로에게 물음을 했다.
보고 싶었던 건 찬열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과 작가가 저를 할퀴고 할퀼 때마다 백현이 생각이 났다. 백현이 없는 오늘 하루는 너무나도 추웠다. 남극의 겨울처럼 너무나도 밤이 길었다. 핸드폰 전원을 켰을 때 백현의 메세지가 없었다면, 리딩을 마친 후 그대로 아무도 없는 제 집으로 갔다면 침대에 눕자마자 펑펑 울었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며칠 내내 겨울 밤이었겠지. 백현을 안은 지금에서야 찬열의 사계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백현이 제 옆에만 있어도, 백현의 손을 잡고만 있어도 찬열은 힘이 났다. 찬열은 백현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정말로 둘이 딱 붙어 한 몸이 될 것 처럼 세게 끌어안았다. '충전 중.' 찬열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둘은 한참을 현관에서 안고 있다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온 집 안에 다 켜두었던 전등을 다 끄고, 거실에만 작은 등을 켠 백현이 소파에 앉은 찬열의 옆에 앉았다. 찬열이 재잘재잘 하루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다만 찬열은 백현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곧이곧대로 털어놓으면 백현이 걱정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건 싫었다. 세상에 모든 고난은 자신이 겪어도, 백현은 언제나 행복했으면 했다. 그 거면 찬열은 만족했다.
"작가님이 나 칭찬해주셨어요, 처음인데 잘한다고."
"그래?"
"선배님들도 칭찬해주시고, 오늘 되게 좋았어요."
찬열이 작게 웃었다. 백현은 그런 찬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밝은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잔뜩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찬열의 말 처럼 '좋은 하루'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찬열의 눈에는 얇은 핏줄까지 서있었다. 힘들었구나, 오늘 하루. 백현은 아무 말 없이 찬열을 품 안에 끌어 안았다. 아까 전 저를 안고 위로해줬던 찬열을, 이제는 백현이 끌어안고 위로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저를 끌어안아 등을 토닥이는 백현에 찬열이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수고했다, 수고했다. 백현의 손짓이 자신을 달래주는 것 같아 찬열은 백현의 어깨에 제 얼굴을 얹고 백현 몰래 눈물을 떨구었다. 눈물 몇 방울이 소파 위로 떨어졌지만 고작 몇 방울은 티도 안 날 터였다.
"피곤하다. 칭찬은 들었어도 몸은 많이 힘든가봐요."
찬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만큼 피곤했다. 백현의 품 안에서 빠져나온 찬열이 백현의 허벅지에 머리를 뉘었다. 백현은 조용히 찬열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내렸다. "우리 잠시만 이렇게 있어요. 잠시만." 찬열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평화롭고 나른했다. 차갑고 매섭던 겨울이 백현과 함께 있으니 순식간에 녹아내려 따스한 봄이 되었다. 계속해서 백현의 손가락이 제 머리카락을 빗어내리고,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와 저를 덮쳤다. 잔뜩 긴장했던 온 몸이 노곤하게 풀리고, 힘이 풀려 몸이 축 늘어졌다. 찬열은 눈을 깜빡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얼마 안가 찬열이 곤히 잠들었다. 백현은 제 허벅지 대신 베개로 찬열의 머리를 받쳐주었다. 이불을 가지고 와 찬열의 몸을 덮어준 백현이 소파 밑 바닥에 앉아 곤히 자는 찬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잔뜩 찌푸린 찬열의 미간을 손가락 끝으로 살살 문질러주었다. 자는 얼굴에도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많이 피곤할텐데 바로 제 집으로 가지 않고 자신을 찾아와줘서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지 모른다. 그래도 찬열에게 제가 조금의 힘이 된 것 같아서 기쁘고, 또 기뻤다. 백현이 헝클어진 찬열의 앞머리를 조심스레 정리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찬열의 머리카락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자라 있었다. 머리카락이 이만큼 자랄 동안 우리가 함께 했구나. 곤히 잠든 찬열의 뺨에 살짝 입 맞춘 백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현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거실에도 불이 꺼졌다.
-
"찬열아, 찬열아." 꿈 속인가? 찬열은 어렴풋이 저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제 몸을 흔드는 손길에 부시시 눈을 떴다. 뿌연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활짝 웃는 백현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찬열이 눈만 껌뻑였다. 디자이너님이 왜 날 깨우지? 찬열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 어제 그대로 잠이 들었나보다. 상황 파악을 끝낸 찬열이 기지개를 폈다. 소파에서 잤더니 몸이 찌뿌둥했다. 커다란 몸이 좁은 소파에 구겨졌으니 몸 이 곳, 저 곳이 쑤신 건 당연한 거였다. 백현이 조물조물 찬열의 어깨에 안마를 했다. 잔뜩 안개가 낀 찬열의 머릿속에도 아침해가 뜨고 있었다.
"아침 먹자."
백현이 찬열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사실 아침이라고 해봤자 반찬은 달걀 스크램블이랑 김치, 나물 반찬이 전부였다. 백현은 찬열을 의자에 앉히고 밥그릇에 밥을 떴다. 괜히 마음이 설렜다. 아침에 찬열이를 깨워서 밥을 먹이는 게 꼭 신혼부부 같달까? 백현은 제 마음만큼 찬열의 밥그릇에 밥을 떴다. 의도치 않게 찬열의 밥은 고봉밥이 되었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고봉밥을 식탁위에 올려놓는 백현을 보며 찬열이 애써 웃어보였다. "이, 이걸 다 먹어요?" 찬열의 물음에 백현이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음이니까, 다 먹어!
"그럼 디자이너님껀 내가 떠야지."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백현의 몫을 떠왔다. 제 것에 지지 않을 만큼 밥을 가득 담은 찬열이 웃으며 식탁 위에 밥그릇을 올려놓았다. "제 마음이에요." 찬열의 말에 백현이 억지로 웃었다. 이거 뭐 전쟁도 아니고. 백현이 수저를 들었다. 가득 담긴 하얀 쌀밥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아침에 달걀 두개를 스크램블을 해서 먹거나, 토마토 한 두개만 아침으로 먹고 출근하는 백현으로서는 고봉밥이 부담스러웠지만 기꺼이 밥을 먹기로 했다. 그래도 찬열이가 떠준건데! 숟가락으로 크게 밥을 뜬 백현에게 찬열이 김치 한 조각을 올려주었다.
"많이 먹어요."
찬열의 말에 백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에서 깨 제일 처음 본 사람이 찬열이라서 백현은 마냥 기뻤다. 같이 아침 식사를 같이 하고, 같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백현이 밥 한 숟가락을 한 입에 넣었다. 늘 먹던 밥이지만 오늘 따라 더 맛있는 거 같기도 했다. 둘은 우물우물 음식을 씹으면서 마주보고 웃었다. 마냥 좋았다. 몇 가지 안되는 반찬으로 식사를 해도, 평소 먹던 양보다 많이 먹어야해도, 둘이라는 이유로 좋았다. 탈이 나더라도 이 밥은 다 먹을 거야. 다시 한 숟가락 크게 뜬 백현이 생각했다.
엄청난 양의 밥을 둘은 후딱 해치웠다. 더부룩한 배를 쓰다듬으며 찬열은 곧장 스케줄을 하러 집을 나섰고, 백현은 집에 남아 찬열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작은 작업실에서 백현은 찬열을 떠올리며 천을 고르고, 재단했다. 저를 안았던 찬열의 품을, 제 어깨를 감싸던 찬열의 팔을, 저에게 한달음에 뛰어오던 찬열의 다리를 떠올리며 가위질을 했다. 사실 자료를 뒤지면 Passion B의 소속 모델인 찬열의 정확한 치수 정도는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백현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온전히 제 기억 속의 찬열이로만 옷을 만들기로 했다. 제 자신이 찬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백현은 싱글벙글 웃으며 거침없이 재단을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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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입니다!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저는 그냥 먹다가 연휴 다 보낸 거 같아요...ㅎㅎ...살 찌겠다...
댓글 달아주신 아봄님, 립밤님, 아몬드봉봉님, 패릿님, 니은님, 날다람쥐님, 초딩입맛님, 맹구님, 행쇼님, 겨론해님, 백구배켠님!
그리고 이름모를 독자님들도!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오늘은 찬열이가 힘드네요...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찬열이는 모든 것이 힘듭니다...;ㅅ;...
하긴 뭐든지 안 힘든 일이 어디있고, 쉬운 일이 어디있겠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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