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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상한 애가 있다니?"
"그냥 엮이기 싫은 애."
"오늘 하루 잠깐 본거 아냐?"
"잠깐만 봐도 안다니까? 이상한 애야, 촉이 안좋아."
"그럴리가~"



 너도 보면 알거야, 자 이 약이랑 이것도 먹으면 되겠다, 아까 만난 종대의 이야기를 하며 민석은 침대 위에 앉아 벽에 기대 있는 준면에게 알약을 쥐어주었다. 준면은 먹기 싫은 듯 표정을 지었다. 너무 많아-, 준면의 표정을 보던 민석이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짓자 준면은 알겠다며 한번에 다 먹지 못할 만큼의 양을 나눠서 먹었다. 준면이 한번씩 약을 입에 넣을 때마다 민석은 물을 먹여 주었다. 



 약을 다 먹은 준면을 부축해서 침대에 조심히 눞혀준 민석이 이불을 정리하며 준면의 턱까지 올려 덮어준다. 그런 민석을 가만히 보던 준면이 그를 불렀다.



"형."
"응?"
"사람을 한번만 보고 생각하면 안돼. 그애도 정말 좋은 애일지도 몰라."



 사실 그 애가 나한테 큰 잘못한 건 없지, 민석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릴 때 검도를 배웠기 때문에 예의를 굉장히 중시하던 민석이 죽어도 싫어하는 게 초면에, 자신의 얼굴만 보고 반말을 쓰는 거였다. 종대는 저를 보고 묻지도 않고 고등학생으로 보고 반말을 했다. 그게 어쩌면 민석에게는 가장 큰 잘못이였다.



"얼른 자. 불끈다."
"응, 형 잘자."
"준면이 너도."



 민석은 준면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는 불을 끄고 방을 나왔다. 그건 그렇고 대체 나한테 왜 자꾸 '희야''희야' 거리는거야. 희야가 뭔데. 민석은 종대가 입에 달고 있다시피한 그 말을 곱씹으며 자신도 방으로 들어 갔다.






-





"헬로우 변백"
"야, 김종대 니 좀 빨리온나!"
"아 왜."
"야 니 수학숙제 했음 내 좀 보여도"
"무슨 숙제?"
"오늘까지 해오라는 숙제말이다"
"아 그 프린트물 말하나?"
"어,어"



 기달리봐라, 종대는 가방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고는 책상서랍을 뒤져 수학책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끼워져 있던 프린트물 한장을 꺼내 백현에게 건넸다. 이런건 미리미리 해야제, 종대의 말에 백현이 종대에게 엄지손가락을 보였다. 역시 김종대, 니는 수학천재다.라는 말을 덫붙이며.



"아 그건 그렇고, 니 어제 너네 옆집에 이사온다 안캤나?"
"응, 왔다."
"서울 대학생 맞나?"
"그럼 맞지, 서울 대학생 맞던데."
"서울에서 와 여기 시골로 왔노?"
"그야 모르제."



 얘기도 제대로 못했다. 종대는 턱을 괴고는 잠시 어젯밤의 만난 민석을 생각했다. 까칠하기만 했던 그. 자신이 초면에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렇게 냉정하고 까칠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첫눈에 어딘가 모르게 묘한 매력을 느꼈다. 어떻던데?, 종대의 숙제를 뺏기면서 백현이 물었다.



"이쁘던데."
"여자가?"
"아니, 남자."
"니 미쳤제?"



 뺏기던 손이 멈추며 백현이 고개를 들어 종대를 바라봤다. 원래 올라가있는 입꼬리지만 오늘은 더 올라가 있는 것 같다. 이 자식 설마 남자를, 백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종대의 눈 앞으로 손을 휘저었다.



"정신 차리래이"
"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이다."



 종대는 백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백현이 양쪽 눈꼬리에 손가락을 대더니 눈꼬리를 잡아 올리며 말했다.



"니가 멍뭉이면, 그 분은 고양이다, 고양이."



 날카로운 고양이, 푸흡!, 웃음이 터지는 종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백현이 그의 팔을 쳐냈다. 야 와이카노, 언제 왔는지 찬열이 자리에 앉으며 묻자 백현은 어제 고양이한테 물려서 정신 놓은 듯.이라고 대꾸해줬다. 



  동네에 길고양이들이 많긴 했지만, 민석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앙칼지고 묘한 매력의 고양이인 것 같다고 종대는 생각했다. 어제도 마치 길고양이들처럼 갑자기 제 옆에 다가오더니 자신을 경계했다. 그래, 딱 앙칼진 고양이였다. 종대는 어젯밤부터 잊혀지지 않는 민석의 얼굴을 떠올렸다.






-





[ 12:30 Airplane from vancouver ]



 
 전광판의 글자가 깜박거리며 키가 큰 한 남자가 게이트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편한 복장의 남자였지만, 잘생긴 외모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은 쳐다본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 듯 남자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며칠전 받았던 문자를 확인했다. 그 문자에는 주소 하나가 적혀져 있었다. 



 Rrrrrr-



 때마침 그의 폰이 울렸고, 화면에 뜨는 이름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선배. 한국 도착했어요."







-








 토요일 오전 수업이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가방을 싸고 있는데 백현과 찬열이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며 종대를 잡았다. 안그래도 토요일은 급식도 없는 날,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했기 때문에 종대도 그러자며 둘을 따라 나섰다. 학교를 빠져나와 일명 읍내라고 칭해지는 거리를 걸어서 셋이서 자주 가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변백, 네가 가자고 했으니 네가 사야제!"
"야! 니는 그지가? 왜 맨날 내보고 사라카노!"
"그래, 그지다 , 그지!"



 언제나처럼 투닥거리는 백현과 찬열을 뒤로 한채 종대는 폰에 집중하며 앞서 걸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뚝 서 버린다. 방금 누가 지나간 것 같았는데... 종대는 폰에서 시선을 떼고 뒤를 돌아 방금 지나간 사람을 쳐다보았다. 뒷모습이 어쩐지 익숙하다. 



"김종대, 어디가노?"
"니네 가고 있어라, 내 금방 갈게"



 종대는 자신의 친구들을 뒤로 한채 익숙한 뒷모습의 남자에게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종대가 다가오는 줄 모르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던 남자는 '희야!'하고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 섰다. 이 곳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도, 자신이 아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깜짝아!!"
"희야, 여서 뭐해여?"



 민석은 자신을 부른 인물을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얘는 왜 여기 있어?



"너는...."
"종대요, 종대~"
"그래, 아는데, 네가 왜 여기 있어?"



 저기가 우리 학굔데-, 종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봐도 큰 학교 하나가 읍내 근처에 있었다. 아-, 조금은 바보같은 소리를 내는 민석이였다. 여기까지 나와서 학교를 다니는구나, 민석은 자신이 읍내로 나올 때 시간을 생각하며 조금은 감탄했다. 고등학생이면 등교시간이 굉장히 빠를 텐데, 언제 일어나서 나오는 거야, 그럼. 그건 그렇고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지.



"너 학교 땡땡이치고 어디가?"
"...예?"
"이 대낮에 학교에 안 있고 어디가냐구. 봐, 가방까지 메고 나왔네?"
"아.. 희야.."



 종대는 민석의 말을 듣다가 그만 풉-하고 웃음이 터졌다. 오늘 토요일인데여-, 종대의 말에 민석은 10초간 생각에 빠지더니 아-, 하고 또다시 바보같은 소리를 내고 만다. 결국 종대는 민석의 앞에 크게 웃어 버렸다. 그런 종대를 째려봐준 민석이 웃고 있는 종대를 두고 가던 길을 마저 걸어 간다. 겨우 웃음을 멈추고 민석을 따라가서 그의 옆에 선 종대를 민석은 쳐다도 보지 않고 그저 걸었다. 



"근디 희야는 여기 어쩐일로 나왔어여?"






-





"솔직히 이렇게까지 호전이 늦는다는건 몸이 거절한다긴 보다는 심장이 거절하는게 아닐까싶어, 나는"
"분명 검사를 해서 가장 몸과 잘 맞는 심장으로 이식했어요, 근데 왜 그렇죠?"
"그러니까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검은색 고급 차량 한대가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 안에는 한 남자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한 남자는 진료 차트를 비롯하여 X-ray 사진까지 들여다 보고 있었다. 원래 가지고 나오면 안되는 자료지만, 이 차트의 주인인 환자의 원래 담당 의사는 지금 진료 차트를 유심히 읽어 내리고 있는 남자였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심장이 무리를 해서는 안돼. 그리고 발작을 일으키지 않도록 그에 맞는 약을 처방했어"
"잘했어요, 선배."
"크리스 넌 뭐 알아낸 거 없어?"



 입국이 늦어진 것도 자료를 더 찾아낸다고 늦어진거잖아, 선배의 말에 크리스는 조용히 자료들을 서류봉투에 넣었다.



"어쩌면 새로운 심장을 이식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전에 큰 발작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크리스는 조금 피곤해진 듯 고개를 뒤로 기대며 눈을 감았다. 분명 그의 몸과 가장 잘 맞는 심장을 이식시켰던 크리스였다. 하지만 곧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술 후에도 몇번이나 발작을 일으켰다. 몸이 심장을 거부하는 거라면 계속적인 약 투여로 천천히 호전될 수 있었지만, 검사에 따르면 몸에서의 이상반응은 없었다. 오로지 심장에서 피가 역류하여 심장이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심장이 그의 몸을, 그의 피를 거부하고 있었다.



 약을 투여하여 역류현상을 억지로 막아 심장을 정상적으로 뛰게는 하고 있지만, 약에 의한 혈류에 의해 혼자 
걷는 것도 어려운 그였다. 




"평생 약을 의지하며 살 수 없어."




 크리스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를 만나고 싶었다.







--------------------------------------------------------------------

이번 연휴에는 많은 글을 쓴 것같아서 나름 뿌듯합니다 ㅎ
원래 쓰고 있던 '달콤한 인생' 10편도 올렸고, 단편도 2개나 써서 올렸고,
쌍둥이별 2화까지 올릴지 몰랐네요 ~!! 뭐 어쨌든 ... 부족한 글이지만 스스로는 뿌듯합니다!!
이렇게 쓰고 또 언제 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 하핫!! 
그럼 저는 .......또 도망갑니다 ㅋㅋ

지난번 1화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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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쌍둥이별 처음보는건데 와 사투리구사하며 종대 매력있네욬ㅋㅋㅋㅋ희야라고 부르는건 왜일까요 1화를 어서 보고와야겠네요 희야? 희여서 희야인가.. 잘읽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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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픈
와...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쓴지 한참만에 첫댓글이라니..ㄷㄷ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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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뭔가 슬퍼요 ㅠㅠㅠㅠㅠ 심장이 아픈 아이는 준면이겠죠,??ㅠㅠㅠ 무사히 나으면 좋으련만 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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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픈
네, ㅠㅠㅠ 준면이예요 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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