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으리으리하구만."
종대는 제 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커다란 캐리어와 어깨에 맨 가방끈은 꼭 잡고 있었다. '서울역 앞에는 도둑이 많아. 너같이 시골에서 온 사람을 알아보고 가방을 훔쳐간다니까.'. 언젠가 서울에 대해서 말해준 그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어찌저찌 서울역은 빠져 나왔는데 이제 어째야 하나.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꺼내 펼치자 '신입생 안내문'이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종이에는 학교까지 찾아오는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일단 학교를 찾아가면 기숙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근데 대체 지하철은 어디서 탄단 말인가. 내가 살던 곳에는 지하철이 없단 말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봉착한 위기에 종대는 옆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아 물어봐야 겠다.
'서울에서 사투리 쓰면 안돼! 이상하게 알려준다니까.'
또다른 그의 충고를 되뇌이며 주위를 살피다가 가장 인상이 푸근한 아주머니를 잡았다. 후- 사투리는 쓰지 말고, 서울말로.
"저기요, 여 지하철 타려면 어디로 가야되-요?"
맙소사. 억양이 이상하게 나와 버렸다. 하아.. 종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머니는 그런 그를 황당한 듯 쳐다보다가, 곧 웃으시더니 친절하게 지하철 입구를 가리켜 주셨다.
쌍둥이별
written by.테픈
"여기구나. 난 괜찮은데 형은 어때?"
하얀 피부를 가진 한 소년이 자신의 앞에 보이는 집을 보고 뒤에 서 있는 다른 소년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다른 소년은 자신을 쳐다보는 그에게 살풋이 웃어주고는 그렇게 대답했다. 형 미안해, 여기까지 같이 오게 만들어서.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그가 앉아 있는 휠체어를 조심히 밀어서 대문 안으로 들어 서자 작지도 크지도 않은 마당과 꽤 깔끔한 주택이 보였다. 휠체어를 끌던 소년이 가만히 집을 바라보다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년을 불렀다.
"준면아, 여기서 꼭 나아서 같이 서울가자. 알았지?"
"형."
"나한테 미안한건 여기에 온게 아니야. 자꾸만 아파서 형을 걱정시키는거야."
".........."
준면이라고 불린 하얀 피부의 소년은 형의 말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였다. 민석아, 준면이 데리고 얼른 들어와!, 현관에서 두 소년에게 손짓을 하는 한 여인의 부름에 민석이 들어가자!며 준면의 휠체어를 밀어 움직였다. 두 사람은 뜨거운 햇살 아래서 다른 듯 혹은 닮은 듯 그렇게 미소짓고 있었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시간, 오랜 시간 차 안에 있었던 지라 지쳤는지 방금 넣은 약의 기운인건지 준면은 피곤하다며 잠을 청했다. 민석은 그런 준면을 침대에 옮겨 주고 잠드는 것을 확인한 뒤 마당으로 나왔다. 사실 그는 이곳에 온게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놀 곳도 없고, 친구도 없고. 준면이 아니였다면 평생 와보지 않을 그런 곳이였다. 몸이 약한 동생 준면의 요양차 엄마가 시골행을 선택했을 때, 연약한 엄마 혼자만 동생 간호를 위해 보내는 것이 걱정되어 자신도 휴학을 하고 따라오기로 결정했다. 나 휴학했어, 같이가. 그 말을 꺼내던 날, 준면은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을 하며 미안해했다.
'준면이 너 1년 안에 건강해질거잖아, 안그래?'
'........'
'어차피 금방 돌아올건데 왜 미안해해.'
애써 그를 위로하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민석이지만, 그래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긴 좋아?
-공기는 좋은데 심심하네
-내가 없어서 그래.
-어. 그런듯
루한에게서 온 메세지였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가장 친해진 동갑내기 친구 루한. 준면의 일도 마치 제 일처럼 걱정해주는 친구 루한은, 민석이 휴학을 결정했을 때도 아쉬움과 함께 응원의 한마디를 해주던 녀석이였다.
-헐. 왠일이야?
-진짜 심심하니까 네 생각밖에 안나네.
-우리 민석이가 이렇게 날 보고 싶어할 줄이야. 이 형이 한번 찾아가야 겠네.
이래서 받아주면 안되는 거였는데. 민석은 쿨하게 루한의 메세지를 씹고는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왕 온 거 동네 구경이나 할 겸 민석은 산책을 하기로 결정했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저녁시간이라서 그런지 동네는 많이 조용했다. 큰길로만 해서 한참을 걷던 민석이 더이상 걸어가도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거기 누구예요?"
민석이 입을 뗀건 자신의 집앞에 다왔을 때쯤이였다. 동네에는 어느새 노을이 내려 앉고 있었는데, 자신의 집 대문 앞에 한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점점 가까이 갈수록 더 또렷해 보이는 남자는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있었다. 고등학생?
"어? 혹시 이집에 새로 이사온 분이라여?"
"네?"
"맞죠, 맞죠?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
"......."
"와~ 완전 반가버여~ 난 요 옆집에 살고 있는 김종대라고 해여~"
민석은 자신을 김종대라고 말하는 남자에 아무 말없이 그저 쳐다만 봤다. 그런 민석의 앞까지 다가온 종대는 그를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어어? 우리 어무이가 옆집에 서울 대학생이 이사온다고 했는디-"
".....?"
"혹시 희야가 서울 대학생인가보제?"
"..네?"
"니 고등학생 맞제? 내도 고등학생이다. 고삼!"
어디서 초면에 반말이야, 민석은 호기좋게 웃으며 저를 대하는 종대라는 아이에 헛웃음이 나왔다. 예전부터 자신의 외모만 보고 바로 반말을 해 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지라 이렇게 진짜 나이도 묻지 않고 반말을 쓰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딱 종대가 그랬다. 민석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팔짱을 끼고 섰다.
"이름이...김종대?"
"응응~ 닌 이름이 뭐고?"
"...김민석"
"와아~ 니도 김씨가? 어디 김씬데? 김해김? 경주김?"
탁-
"아얏-"
"야 너 내가 몇살인줄 알고 초면에 반말이냐?"
민석은 귀찮게 이것저것 묻는, 그것도 반말로 묻는 종대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갑작스런 민석의 행동에 종대가 아픈 머리를 잡고는 그를 쳐다봤다. 몇살인줄 아냐고, 당연히 고등학생 아닌가. 종대는 민석의 말에 의아함을 품으며 민석에게 쥐어 박힌 머리를 비비며 그를 쳐다봤다.
"너 고삼이라고 했지? 야, 나 대학교 2학년이거든."
"...헐, 대박"
민석의 말에 종대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많아도 자신과 동갑일 줄 알았던 그가 자신보다 형이였다는 사실때문이였다.
"..희야가 그럼 서울 대학생?"
"희야? ... 하여튼. 그래, 내가 서울 대학생이다. 그러니까 반말 쓰지마. 알았니?"
"우와, 완전 희야 동안이네여?"
"뭐라는거야. 아, 됐고. 저리 비켜."
놀란 표정의 종대를 지나치며 민석이 대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한가지 더 생각이 난 듯 아직도 놀라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종대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 김해김씨도 경주김씨도 아니야."
이 세상에 김씨가 그거 둘 뿐인 줄 아나. 뒷말은 혼자 중얼거리며 민석은 대문을 쾅-닫고 안으로 들어 갔다. 마당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자 언제 일어났는지 거실에는 휠체어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준면이 있었다
.
그리고 민석이 사라진 대문 밖에는 종대가 여전히 뻥찐 표정을 한 채로 서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 종대가 민석이 들어간 대문 옆에 있는 빨간 대문을 열고는 들어 갔다.
"어무이, 학교 다녀왔어여~"
"오야, 종대 왔나?"
종대는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안방에 찾아 들어갔다. 안방에는 종대 아버지가 오늘자 뉴스를 보고 있었다. 종대는 그런 아버지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부지, 아부지"
"와?"
"김해김씨랑 경주김씨 말고 또 무슨 김씨가 있어요?"
종대 아버지는 가방도 벗지 않고 교복도 갈아 입지 않은 채 제 옆에 앉아서 뜬금없이 무슨 김씨가 있냐고 묻는 종대의 머리를 탁-소리가 나게 때렸다.
"아부지!"
"야야, 옷부터 갈아입고 온나."
벌써 두번째 꿀밤을 맞은 종대는 또다시 자신의 머리를 부여 잡아야만 했다.
-
딩동-
"이 시간에 누구지?"
"제가 나갔다 올게요."
이른 저녁 시간, 준면의 약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집보다 일찍 저녁을 먹기 시작한 민석의 집은 벌써 저녁 식사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다. 그 때 민석의 집 벨이 울렸고, 오늘 처음 이사온 민석의 집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민석도 준면도 둘의 어머니도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민석은 자신이 나가보겠다며 물 한모금으로 입을 헹군뒤 인터폰을 들었다.
"누구세요?"
-저 옆집에서 왔는데여~
옆집? 옆집이라면 아까 그 학생?, 어둡긴 했지만 인터폰에 비치는 얼굴은 확실히 아까 그 남자 고등학생이였다
.
-어? 아까 그 희야죠?
"무슨 일로 왔어요?"
-저희 어무이가 뭐좀 갖다주라 그래서 왔어여~
"..기다려요. 내가 나갈테니까."
-아니 내가 드...
종대가 더 말하기도 전에 인터폰을 끈 민석이 현관문으로 향했다. 어느새 부엌에서 나와 누구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옆집 학생이라고 대답해주며 현관을 나섰다. 이 시간에 뭘 가져다 주러 온건지 민석은 뻐근해지는 목을 두드리며 천천히 대문을 열었다. 대문 앞에는 분홍색 보자기로 쌓인 무언가를 들고 종대가 서 있었다.
"희야~ 우리 어무이가 이거 저녁 먹을 때 먹으라고 싸줬어여~"
밝게 웃으며 자신이 들고 있던 분홍색 보자기를 내밀었다.
"갖다주라고 한게 이거야?"
"네, 이거 디따 맛있으니까 한번 드셔보세여~"
"..그래, 고마워"
"..어..어? 희야 잠깐만여~"
"왜"
"여 와서 모르는게 많을낀데, 무슨 일 있으면 내 찾아오면 되여~"
"...."
"이래뵈도 내 여기 이장 아들이니까는 다 알 수 있어여"
"너..이장님 아들이니?"
"네, 그니까 내 번호 알려줄테니까는 그리로 연락하믄 되여, 내 번호가."
"번호는 필요없구 무슨 일 생기면 너희집 찾아갈게. 그리고 이건 잘 먹겠다고 전해드려."
종대의 말을 자른 민석이 그대로 대문을 닫고 안으로 사라졌다. 서울남자는 굉장히 까칠하구나, 라고 생각하며 종대도 다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민석은 종대가 준 분홍색 보자기를 들고 집으로 들어와 부엌으로 향했다. 이미 정리된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그 옆에 올려진 쟁반을 들고 준면이 있을 방으로 향했다. 이게 뭐냐고 묻는 어머니에게는 옆집에서 줬다는 말만 남긴채.
--------------------------------------------------------------------------
일단 하나 또 저질러 보고 가려고 왔습니다 ;; 하핫...
쓰고 있던 것도 아직 완결이 안 내고는 이것부터 들고 와서 죄송해요;;
이것도 일단 1화만 올리고 언제 올라올지 몰라요;; 아마 쓰고 있던 것부터 완결내고 올 것 같네요 ㅠㅠ
나름........저도 경상도인인데, 왜 쓰려고 하니까 안써지는지..;;
어색한 사투리가 많네요... (제가 경상도인인데..왜 못 쓸까요??..ㄷㄷㄷ)
하여튼 부족하지만 예뻐해주시면 전 힘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AAA 지금까지 뜬 여배우들 기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