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감사합니다 항상받아요
드디어 이주만에 붕대를 푸는 날이야.
어제 병원에서 깁스를 풀었는데 희안하게 붕대는 내일 풀라고 하셨어.
너는 조심스레 네 발냄새를 맡을 용기가 나지 않으셔서라고 궁예하지. ((((((((((((((((의사쎈세)))))))))))))))
나머지 멤버들은 전부 연습실에 가있고 부승관이랑 최한솔은 널 데리고 오라는 임무를 받아서 붕대를 풀고 있는 네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소파에 앉아 그 작은 손으로 쪼물락쪼물락대고 있으니까 최한솔은 답답했는지 보다 못해 본인이 풀어준다고 나서지.
부승관은 얘가 미쳤나..라는 얼굴로 최한솔을 바라봤어.
" 야. 애가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
" 깜짝아. 엄마랑 전화하는 줄 "
말투가 딱 네 엄마가 잔소리할 때와 똑닮았지. 이국적인 얼굴을 하고서 말투는 너무 구수해서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
최한솔은 소파에 앉아있는 네 앞에 무릎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붕대를 풀기 시작했어.
붕대를 다 풀어갈 때쯤 최한솔이 네게 말을 걸었어.
" 야. "
" 응? "
그 표정이 너무나 심각해서 괜히 너까지 진지해진 말투로 대답했지.
" 내가 한번도 일본어를 배운적이 없거든? "
이게 웬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최한솔을 바라봤어.
" 각성이란게 뭔지 알아? "
" 아까부터 뭔소리야. "
" 니 냄새때문에 각성해서 일본어가 트일뻔했다고. "
" .... "
" 삼개국어 할뻔 했네. "
마지막 말을 남기고 냄새를 참지 못하겠는지 뒤돌아 가버리는 최한솔의 뒤통수가 어찌나 탐스럽던지 그대로 내려쳐버리고 싶은 너였어.
네게 수치심을 안겨준 최한솔을 속으로 저주하고 있는데 이번엔 옆에서 부승관이 부르지.
" 야. "
" 넌 또 왜!! "
" 내가 한번도 아랍어를 배운적이 없거.. "
" 디져. 걍 디져. 왜 사냐. 어? 왜 살아. "
너는 네 발을 부승관의 얼굴에 부비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줬지.
**
이주만에 도착한 연습실. 그 며칠 안왔다고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어.
부승관은 네 옆에서 아직도 네 발냄새가 얼굴에 나는 것 같다고 찡찡대고 있었지. 너는 입을 다물라는 의미로 부승관의 뒤통수를 내리쳤고
마법처럼 부승관의 입은 다물어졌징!
" 내가 왔!!!..... "
쩌렁쩌렁 소리치며 들어간 연습실은
" 이게 왠열... "
분위기가 미친듯이 싸했어.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최한솔과 부승관도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똑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네게 이게 무슨일이냐고 물었어.
너는 알턱이 없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문 옆에 기가 잔뜩 죽어 앉아있는 찬이에게 조용히 물었어.
..나름대로 조용히 묻는다고 물었는데 연습실에 미친듯한 적막이 흐르는 탓에 속삭이는 소리도 거의 부석순 떠드는 소리 급이었어.
덕에 모든 시선이 네게로 향했고 덩달아 난감해진 찬이는 주위 눈치를 보며 모르겠다고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지.
너는 오랜만에 연습하러 와서 도대체 이게 무슨 분위기인가 싶어서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는데 갑자기 권순영이 네 옆으로 와서 묻지.
" 너 오늘 연습할거야. 말거야. "
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권순영의 말투에 너는 이 분위기의 주범은 권순영임을 확신했지.
하지만 분명 혼자 이 분위기를 만들어냈으릴는 없고 공범이 누군가 잘 살펴보니 최승철이 저 구석에서 혼자 화를 삭히고 있는게 보여.
권순영이랑 최승철? 전에 없던 조합이라 너는 이게 무슨일인지 짐작이 안 돼.
더군다나 연습을 할거냐니. 이게 무슨 황당한 질문인지.
당연히 연습하러온 연습실인데 너는 할거라고 고개를 끄덕였어. 네 대답을 함께 기다리고 있던 최승철은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망연자실한 듯이
큰 한숨소리와 함께 마른세수를 하며 벽 속으로 더 파고들었어.
권순영은 너에게도 보일듯 말듯한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네 고갯짓 한번과 함께 즉시 연습이 시작됐고 너는 이주간 굳은 몸을 푸느라 고생 좀 했지.
나름대로 나머지 멤버들이 굳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리더와 메인댄서가 싸워버린 연습시간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어.
둘 다 원래 연습할땐 예민한 성격이긴 하지만 이렇게 자잘한걸로 서로 의견차이를 보이거나 짜증난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어.
둘이 이전에 대판 싸웠구나 짐작이 갔지. 근데 대체 왜?
연습을 하는 내내 궁금해서 죽을 뻔 한 네게 실장님의 최승철과 권순영의 부름은 절호의 찬스였지.
둘이 나가자마자 너는 김민규를 붙잡고 물었어. 둘이 왜저러냐고.
" 너 오기 한 삼십분 전부터 진짜 대판 싸웠어. "
" 그니까 왜! 둘이 싸우는게 흔한 일이야?! "
" 너 다리 때문에. "
네 다리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괜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이주간 연습 못한것도 미안해죽겠는데 싸운 원인도 너 때문이라니.
" ㅇ..왜? "
" 승철이형을 너 다리 덜 나았을까봐 걱정돼서 연습시키지 말자 그러고
권순영은 이주간의 격차 좁히기도 빠듯하다고 무조건 연습시켜야 된다고 그랬지. 아무래도 안무담당이니까 그럴 수 밖에. "
" 아뭐야... 나 연습해도 상관없는데...승철이오빠가 걱정해주는건 알겠는데....
..심각하게 싸웠어? "
살짝 일그러지는 김민규의 표정이 아까의 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았지.
엄청 심각했음을 알고 너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냥 입을 다물었어.
이미 다 나아서 움직여도 상관없었는데 리더로서 최승철은 네 안전이 우선이었고 안무담당 권순영은 네 걱정도 걱정이지만 곧 있을 연말시상식들 안무가 걱정되기도 했지.
그러다 둘이 언성이 높아지고 조금 험한 말들이 오간거지.
최승철과 권순영의 부재가 생각보다 길어서 너희는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지.
둘이 빠지고 나니까 분위기가 그래도 좀 풀리기 시작해.
너희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둘 때문에 기가 빨려서 축 늘어져 버리지. 전원우는 화장실에 가는건지 밖으로 나갔어.
" 진짜 숨막혀 죽을 뻔 했다. "
" 순영이 저러케 화내는고 초음봐. "
윤정한, 문준휘 순으로 이야기했어. 둘이 싸우는 장면은 하도 희귀해서 궁금해진 너는 어떻게 싸웠냐고 물었어.
" 처음엔 권순영이 좋게 이야기하다가 최승철이 리더 운운 하면서 본인 말 들으라고 할 때부터 좀 화났나봐.
' 형이 리더라도 연습실에서는, 춤출때는 내 말 들으세요.'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했어. "
" 진짜 살벌해서 소름돋았잖아. "
그렇게 둘의 싸움장면이 생생하게 재방송되고 있을 때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
권순영이나 최승철 둘 중에 하난가 싶어 너희는 모두 촉을 곤두세웠고 바짝 긴장했지.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건 전원우.
모두 죄없는 전원우에게 욕을 했고 억울한 전원우는 울상을 지으며 네 앞에 섰지.
바닥에 드러누워있던 너는 전원우가 네 옆에 나타나자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올려다봤고 전원우는 네게 뭔가를 건넸어.
" 멤버들 안 볼 때 너만 먹어. "
" 이게 뭐야. "
멤버들이 시끄럽게 떠들 동안 네게 전원우가 주머니에서 딸기우유와 초콜릿을 꺼내 건넸어.
너는 자리에 앉아 이걸 왜 나한테 주냐는 눈빛으로 전원우를 바라봤고 전원우는 큼큼 몇번 목을 가다듬더니
" 앞으로 다치지말라고. "
뒷목을 긁적이며 자리를 피했어.
그리고 잠시뒤 권순영과 최승철이 다시 돌아왔고 분위기는 급속냉각됐어. 둘이 화해를 해서 돌아오길 바랬건만 둘 사이는 오히려 더 나빠진거 같은건 기분탓이겠지.
그런 분위기속에서 다시 안무연습이 시작됐고 너희는 속으로 숨 좀 쉬게 해달라고 발악했어.
그래도 몇몇 눈치없는 멤버들의 아재개그 ((((((((((((전원우)))))))))))))))로 인해 분위기가 좀 풀어지나 싶었는데
갑자기 둘이 또 충돌하기 시작했어.
" 이 땐 세봉이를 센터에 세워. "
" 세봉이는 그 다음이요. 이 땐 남자 멤버가 서서 중심을 잡는게 나... "
" 내 말 들어. "
최승철의 강압적인 말투로 또 다시 흐르는 적막. 눈치없이 이석민이랑 장난치고 있던 너도 그자리에서 우뚝 굳어버렸지.
또 너 때문에 갈등이 생겨버렸어. 네 센터 문제를 가지고 말이야.
최승철의 말투가 너무 쎄서 권순영의 미간이 순간 꿈틀거렸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시였어.
둘이서 몇번 이야기를 주고받긴 했지만 진전은 없었고 권순영은 무슨 말을 꺼내려 했으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는지 목끝까지 차오른 말을 그냥 삼켜버리고
화풀이랍시고 거칠게 애꿎은 옷매무새를 정리했지.
" ㄱ..ㄱ ㄴ만... "
순간 뒤에서 전원우가 뭐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려서 넌 휙 고개를 돌렸어.
전원우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가 전원우가 뒤돌아 가버리는 바람에 전원우가 뭐라고 했는지 물어볼 타이밍을 놓쳐버렸어.
너는 별생각없이 다시 케이크를 먹으면서 김민규와 장난을 쳤고
전원우는 어깨 한번 으쓱하고 떫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렸어.
" 너만 마시라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