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솔의 치댐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01.
W . VvV
" 야 최한솔 일어나, 학교 안 가냐? "
" .. 어우.. 몰라.... 너 혼자 가.. "
" 아, 이모!!!! 최한솔 안 일어나요!!! "
" 너봉아 그냥 내버려 둬! 이모가 한 대 치든가 할테니까! 너봉이 먼저 학교 가! "
" 네 이모! 다녀오겠습니다! "
등 뒤로 차지게 등과 손이 맞닿는 소리가 들린다.
... 그 뒤의 최한솔의 비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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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년, 가란다고 진짜 가냐. "
" 안 가면 또 안 간다고 뭐라고 할 거였으면서. "
" .. 그래도 엄마 부르는 건 더 아니지 않냐 "
" 그러면 뭐, 어쩌라고. 고3이 무단지각 걸려서 좋을 게 뭐 있냐? "
" 피곤하다~ 1절만 하세요~ "
" 뒤질래? "
나쁜 새끼.
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시끌시끌 하다.
물론 최한솔 얘기로.
신입생들은 물론 기존에 최한솔을 사모하는 여자애들은 최한솔과 대화 한 번이라도 섞고 싶어 일부러
'좋은 아침이야.' , '아침 먹었어? 안 먹었으면 이거 먹어!' 라는 둥의 말을 걸어본다. 이건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
아, 저 말들의 대답을 내가 해주는 거 빼고는.
'최한솔 아침부터 혼나고 왔어.' , '얘 땅콩 들어간 거 못먹어'
그럼 반응들은 둘 중 하나다.
마지못해 돌아가는 ' 아 그래? ' 형
불만 가득한 소리로 ' 근데 그걸 왜 네가 말해? ' 대부분 불만형은 나와의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싸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졌으면 내가 최한솔이랑 친구 하고 있겠냐.
" 넌 맨날, 무슨 내가 매니저도 아니고. "
" 왜 김 매니저. "
" 지랄, 병신년 기념 병신짓이야? 진짜 이 짓도 그만 하고싶다. 매번 너는 쏙 빠져버리고, 난 이거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
" 왜 그래서 심심할 날 없고 재미있잖아. "
" 재미는 퍽이나, 너 오늘 끝나고 같이 백화점가자고 했던 거 안 잊었지? 또 이석민이랑 피씨방 가면 둘 다 죽여버린다? "
" 알고 있어, 내가 그것도 잊냐. 그럼 쓰레기지. "
" 너 그런식으로 너 자신을 쓰레기로 만든 게 몇번 인지 아니? "
" 시끄러워, 아주 입만 열면 잔소리야. 니가 아이유야? "
아휴, 말을 말자.
이석민에게도 당부 했다. 절대 끝나고 얘 어디 데리고 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왜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 오늘 최한솔 어머니 생신이시거든.
중학생 때 엄마 아빠 떠나 보내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없어 살게 된 게 불알친구 최한솔 집인데
최한솔 부모님도 두 분다 너무 바빠서 가끔씩 오시는데, 오늘 어머님 생신이라 같이 선물 사려고 가는 거다.
매번 감사하며 살고 있다. 거두어 줄 사람 없어 방황하던 나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데리고 살겠다고 하시는 거에 대해서.
진짜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최한솔 부모님이 계시니까. 또 최한솔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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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만 시끄러운 건 아니었다.
' 한솔아 할 거 없으면 나랑 노래방 갈래? '
' 한솔아 내가 밥 사줄게! 같이 밥먹으러 가자! '
등의 별 시덥잖은 소리다. 이런 거에는 내가 반응하기 귀찮아서 - 또 당연히 최한솔이 해야하는 말이기도 하고 - 최한솔이 대답한다.
" 너흰 고3인데 공부는 안 하니? "
" 오늘 엄마 생신이라, 그리고 밖에서 밥 잘 안 먹어. "
최한솔의 냉정함에 당황 + 빡침 의 상태가 된 여학생들은 떠나가는 나와 최한솔의 뒷모습을 보고는 100% 엿을 날리거나, 욕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애들 때문에 무병장수 한다.
백화점에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나랑 최한솔만 빼고.
손 잡는 거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눈만 마주쳐도 ' 뭘 봐 ' 라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서로에게 이성이라는 감정은 하나도 남아있지가 않다.
백화점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 그래서, 뭐 사갈건데? "
" 봄이니까, 이모 간단하게 하고 다니시라고 스카프 사드리자. 스카프 하고다니시는 거 좋아하시잖아. "
" 괜찮네, 너 얼마 가져왔냐? "
" 나? 잠깐만, 어. 7만원 정도 있다. "
" 7만원.. 나 카드야 "
" 그럼 네가 먼저 계산하고 내가 현금으로 주면 되지? "
" 맘대로 해, 그거 아니면 어떻게 계산하는데. "
" 어휴, 너도 똑같아. 1절만 하세요~ "
티격태격, 우여곡절 끝에 마음에 드는 스카프를 샀다.
" 예쁘네, 엄마 좋아하겠네 "
" 맞아. 이모 이런 디자인 완전 좋아하시잖아 "
" 배고파, 얼른 집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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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모오~~! "
" 아이고 너봉이 왔어? 한솔이는 "
" 최한솔 같이 왔어요! 가방 내려놓으려고 방 간 것 같아요. "
" 어이구, 그래? 너봉이도 가방 놓고 옷 갈아입어! 삼촌이 밥 사기로 했어. "
" 헉, 진짜요? 삼촌 짱!! "
삼촌에게 엄지를 치켜들자 삼촌이 윙크를 하신다. 하여튼, 최한솔 부모님 아니랄까봐 능글맞으신 건 똑같다.
" 야 최한솔! 삼촌이 밥 사신대 옷 편한거로 갈아입어! "
" 야 씨, 또 노크 안 하고 들어오지. "
" 아 눈갱!!!!! 진심 싫다!! "
" 뒤질래? 너 말 똑바로 해라 "
" 됐어, 나도 옷 갈아 입어야 돼. 빨리 나와! "
씩씩거리면서 방에서 나온 최한솔은 너봉이 그랬던 것처럼 갈구기 시작해.
" 아 빨리 나와! 거북이야? 나무늘보야? "
" 뭐? 말만 하면 다야? 너 학교에서 있던, 푸흡 "
" 야, 닥쳐. 어 내가 잘못했어. "
찔리는 게 있는 거지, 쯧쯧. 걸리질 말든가.
아, 걸린거.
최한솔 고백받았다. 무려 일주일 사이에 다섯 번이나.
근데 왜 얘기하면 안 되냐고?
삼촌이 겁나 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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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모! 생신 축하드려요! 이거 저랑 최한솔이 산 거예요. 헤헤 "
" 아이구 이게 뭐야? 이모 선물 안 줘도 되는데! 고마워 너봉이, 한솔이! "
" 헤헤 이모 잘 하고 다니세요! 매번 보지는 못하지만 가끔 사진도 찍어서 보내주시구요. "
" 그럼 그럼~ 이모 이거 한여름에도 하고 다닐게~ "
최한솔은 생색내는 게 부끄럽다며 - 이상하게 생색내는 걸 싫어한다 - 그냥 빨리 집이나 들어가자고 한다.
이모는 그런 최한솔이 서운하기도 할 텐데, 뭐 하루이틀 그러냐고 웃고 넘기신다.
" 힝, 이모 그러면 지금 바로 가시는 거예요? "
" 응. 너희 보러 내려오는 것도 힘들게 온 거야. "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들고 밥을 먹으니 최한솔이 옆에서 툭툭 친다.
" 찡그리지 마, 더 못생겼어. "
" 한솔아, 너봉이 처럼 예쁜 애들이 몇 명이나 있다고 그러니? "
" 아 엄마, 그런 얘기 하지 마. 얘 진짠줄 알아. "
" 진짜야~ 엄마가 너보다 오래 살아봐서 다 알아. 너봉이 기죽지 마! 이럴 땐 한 대 쳐줘야 되는 거야. "
" 전 진짜 이모밖에 없나봐요, 헤헤 "
" 너봉이 그런 반응이면 삼촌은 좀 서운하다? "
" 아 삼촌도요! 주어가 생략됐네요. 제 마음 아시죠? "
훈훈한 드라마 마냥 하하, 호호. 하고 밥을 다 먹고 나왔다.
이모랑 삼촌은 바로 차를 타고 올라가신다. 나와 최한솔은 보내드리고 집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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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최한솔 "
" 왜 불러 매니저. "
" 아 진짜 매니저라고 하지 말라고! 뒤진다. "
" 알겠어, 왜. "
" 너, 전원우랑 친해? "
" 어. 맨날 같이 다니는 거 몰라? "
" 알지, 요즘 애들이 얼마나 철판 깔고다니는지 몰라? 또 겉으로만 친한 줄 알았지. "
" 무슨-. 근데 왜? "
" 아, 나 친구가 전원우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
" 웬, 전원우 어디가 좋아서? "
" 몰라. 잘생겼다는데? "
" 취향 독특하네, 나면 몰라도. "
" 참나, 나도 너 좋다는 애들 보면 취향 독특하다고 생각하거든? "
" 왜? 내가 왜? "
" 성격 더럽지, 철벽치지. 그리고 생색을 안 내잖아! 좀 티도 내고 그래야지 좋아하지 너는 무슨, 벽돌인줄- "
" 무슨. 빨리 걷기나 해. 오늘 안에 집 못 들어가겠네 "
칫- 오랜만에 오작교가 될 수 있었는데.
-
" 야 다 씻었으면 빨리 누워, 불 꺼야지 잘 거 아냐 "
" 아 잠깐만, 너 먼저 자. "
" 너 또 내일 아침에 안 일어날거잖아! 빨리 와 "
" 야, 내일 학교 쉬거든? "
" 아 맞다. 그러면 나 먼저 잔다? "
" 응, 굿나잇. "
불을 끄고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여유롭게 사는 것 - 몸이 여유로운 것도 좋지만, 마음이. - 생각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려오는 때가 많다.
또 한 번 가슴에 비수가 되게 꽂히는 생각들이 생긴다.
아이처럼- 울어버린다.
소리를 듣고 들어온 최한솔은 말 없이 품 안에 가두어 토닥여주고 있는다. 늘 그랬듯
힘이 쭉쭉 빠진다.
최한솔의 옷깃을 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빠진다.
최한솔은 눈물을 닦아주고는 말 한다.
" 울지 마. 좀 늦게 자려고 했더니. 얼른 누워. "
같이 마주보고 누워 언제나와 같이 등을 토닥, 토닥여주며 잠을 자게 해준다.
따뜻하다.
최한솔은 따뜻한 사람.
*
안녕하세요 VvV 입니다.
신작을 가져왔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을 몽글몽글하고 뭉근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연재 하려고 해요.
언제나와 같이 연재는 들쭉날쭉입니다.
14P와는 또다른 느낌을.. 내보겠습니다...
부디 좋아하는 분이 많으면 좋겠네요ㅠㅠ
2016년도 저와 함께 달려요!!
암호닉
봄봄/당근/작가님의 개/초코/계란초밥/뿌/우리지훈이/빨간의자/윤정한/최한솔/이지훈/부다수/양요/형광하이힐
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제가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저 완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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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