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또 연락해도 되요?"
" 어?"
" 다음엔 제가 살게요! 그러니까 연락해도 되죠??"
" 스물 둘이면 가난한 대학생일텐데 무슨, 연봉은 그렇게 안 높아도 밥 한 끼 사줄 능력은 되는데 이 누님을 너무 무시하네?"
" 그,그런게 아니라요!! ...나지금 누나 계속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거잖아요."
그 말에 귀여운 동생이 생긴 것 같아 흔쾌히 응했고, 그대로 헤어져 집으로 왔다.
그러고는 집에 들어와 생각난건데, 꽤나 당돌한 말이였네.
계속 만나고 싶다라...
" 아! 왜 이래!!"
나쁜 예감은 빗나가질 않더라니, 어째 오늘 좋은 일만 생겨 좋게 넘어가나 싶었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나는 일인데 컴퓨터가 다운되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한다. 중간중간에 저장 누르는 걸 되게 귀찮게 느꼈는데 이젠 1분에 한 번씩 저장하게 생겼네.
젠장.
오후 열 시를 향해가는 시계바늘을 노려봐도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날아간 자료도 마찬가지며, 망할 놈의 컴퓨터도 고쳐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다시 한다 해도 최소 4시간, 잘못하면 또 밤샘이다. 몸 걱정도 좀 해야지. 스물여섯 넘어가면서 내 몸이 내 몸이 아닌건 같아.
냉장고에서 캔맥주 두 개를 꺼내 근처 공원으로 갔다.
역시 스트레스 해소엔 술이 최고지?
이제 슬슬 가을이 오는건지 쌀랑하게 부는 바람에 몸이 떨린다. 너무 얇게 입고 왔나?
그래도 그 덥던 여름이 가니까 좋긴 좋다. 더운게 제일 싫더라.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 주위에 사람도 거의 없다. 꽤 큰 공원이라 불이 밝혀져있어 위험한 건 없다지만 으스스하네.
" 읏차! 이런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뭐하는거예요, 누나?"
" 어? 대훈이?"
" 게다가 혼자서 두 캔이나 마실려구요?"
운동이라도 하러온건지 운동복차림으로 내 옆에 털석 앉더니 캔맥주를 따고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내 맥주!!
" 에이, 밥 한 끼 사줄 능력되는 누나가 캔맥주 하나에 아쉬워하는 거예요??"
" 나 놀리냐? 으, 오늘은 하나로 만족해야겠네."
두 캔은 먹어줘야 그나마 풀리는데 적당히 어떻게 버티지? 일찍 자기도 글렀는데.
" 진짜 너무 아쉬워하네. 그래도 무슨 여자가 이 시간에 술이예요, 술이!"
" 내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좀 마시겠다는데 왜! 잠 잘 시간도 놓쳤겠다. 술도 없겠다. 너가 나 좀 놀아줘라."
" 잠 잘 시간 놓쳐도 누우면 잠 오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요."
나 지금 집에 들어갔다간 컴퓨터를 던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보관해 둔 남은 캔맥주를 다 마시겠지.
그럼 난 내일 숙취로 속이 쓰릴테고, 하루종일 끙끙 될테고, 일은 당연히 못 끝낼테고, 내 계획은 점점 바뀌게 되고.
음.... 절대 잘 수 없어.
" 좀 있다 가지뭐. 근데 운동하는거 좋아하나봐? 아침에도 운동중이였지?"
" ......."
" 왜 대답이 없어?"
" 누나, 나 진짜 몰라요??"
" 뭘?"
" 나 태권도 선수잖아요!"
" 에?"
" 국가대표!! 이번에 은메달도 땄는데! 사람들 다 알아보는데 왜 누나만 못 알아봐요??"
엑?
" 진짜??"
" 진짜!!"
세상에. 엄마, 나 국가대표 봤어요.
" 하하, 내가 티비랑 담 쌓은지가 좀 오래되서.."
" 요새 스마트폰이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들 다 알텐데."
" 누나 직장인이잖아, 시간이 없어서 그런거 잘 못 챙겨봐."
" 출,퇴근시간에 신문이랑 각종 광고들이랑 뉴스는 다 폼인가 봐요?"
윽, 사실 올림픽이랑 월드컵, 그 외 기타등등 세계에 돌아가는 일들에 관심이 없다. k리그인가?
우리나라에서 하는 축구도 잘 안보는 내가 세계가 주최하는 월드컵에 관심을 굳이 가져야하나?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메달땄다고 뉴스나 신문, 당연히 인터넷에도 많이 올라오지만 이럴때만 열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도 이해가 안간다.
잘 알지도 못했던 선수가 메달을 따면 기뻐하며 바로 팬이 되버리고,
어찌어찌해 져버리면 배려는 커녕, 경기를 왜 그따위로 하냐며 욕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게다가 그 양궁에서는 왜 무조건 금메달을 딴다고 호언장담하는지, 이번에 7연패라던데 멋지긴 하지만 금메달을 따오길 바라는 마음보단
무조건 딴다, 설마 못 따겠냐며 부담을 주는 마음이 더 커 괜히 국가대표 선수들만 죽어나간다.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이 되버리는 무서운 스포츠의 세계와 사람들의 눈초리.
그런거 하나하나 다따지고보면 괜히 욕만 나오고 기분만 나빠져 아예 티비를 없애버렸다.
그렇게 문명과 단절된 채 살아왔는데 오늘 친해진 동생 대훈이가 국가대표라니, 세상 참 좁네.
" 솔직히 이름까지 알려줬으니까 안다생각했는데..."
" 모를수도 있는거지.. 알았어, 누나가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 풀죽어있자, 응?"
" 누난 내가 무슨 어린앤 줄 알아요?!"
스물 둘이면 아직 어린거 아닌가?
" 어린애 취급 하지 말아요. 안 그래도 누나가 나 어리게 봐서 나 힘들다구요."
" 응? 힘이 왜 들어??"
" 누나가 나 남자로 안보고 계속 동생으로만 보는데 내가 그럼 힘이 나겠어요?"
/반응이 별로 없어서 다른 걸로 넘어가려하는데 계속 읽어주시면서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덕에 아직 이어갑니다 ㅠㅠ
쓰고 싶은 스토리를 다 적으면 10은 거뜬히 넘을 것 같은데 지루해 하실까봐 적당히 끊을게요
학교가 일찍마친다거나 잠이 안 올 시 밤 늦게라도 연재할게요
언제 돌아올지는 모른다는게 함정 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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