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 아니라고 존나 심드렁하게 말하는 민윤기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고? 누가 누굴 뺏어가? 갑작스럽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두근대는 심장이 합쳐져 에너지 드링크 3캔은 연달아 마신 것만 같은 효과를 내었다. 옆에선 박지민이 민윤기를 치며 '애 미쳤잖아.'만 반복했다. 방금 봤는데, 또 보고 싶다…. 갑자기 축 쳐져 벽에 기대 벽을 벅벅 긁었다. 옆에선 계속 한심하다며 혀만 차대고 있었다.
나 너 좋아해 너 나 좋아해? 번외 03 전정국 번외
김남준이 뜬금없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으악, 시, 시발. 갑자기 가까워지는 얼굴에 존나 기겁하며 그의 어깨를 경기라도 일으키듯이 밀어냈다. 옆에서 김남준이 '이 새끼 미쳤어.'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 상태로 겁나 밟혔다. 미친듯이 밟혔다. 옆에선 '정신차려, 이 친구야!'만 반복하며 발로 밟아대고 있었다. 김탄소의 얼굴로 가득 차 있던 마음에 아주 조금, 정말 조금 0.00001% 정도 김남준의 얼굴이 자리했다. 심각하게 불쾌했다.
"아, 왜!!"
"정! 신! 차! 려!"
"쫌!!"
정신 나가있는 나보다 눈이 뒤집어 진 채로 나를 밟는 그들이 더 미친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무서웠다. 건장한 남학생 6명이 미친듯이 나를 밟고 있다. 그것도 눈이 헤까닥 한 채로. 안 무서우면 그건 이미 죽어있는 상태일 것이다. 맞아서 죽든, 무서워서 심장마비로 죽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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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밤을 김탄소 생각으로 침대 위에서 뒹굴거렸다. 이건 뭐,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었다. 김탄소, 김탄소, 탄소야. 부르고 싶었다. 아침부터 자식들과 토론아닌 토론 중이었다. 주제는 김탄소와 전정국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첫 번째 주제는 '김탄소가 전정국을 좋아하냐, 안 좋아하냐'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탄소를 좋아하더라도 탄소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망테크라며 지들끼리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는 양 행동했다. 시발, 탄소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게 하면 되지, 왜!!
"김탄소가 전정국을 좋아할 확률을 각자 이야기 해주세요."
"어, 저는 50% 예상합니다."
"왜죠?"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거나."
"개새끼야."
별 근거 없는 소리를 나불대는 정호석의 뒷통수를 (자칭) 사회자인 김석진이 시원하게 후려쳤다. 그래, 네가 안 때렸으면 내가 여기 다 뒤집어 엎었을거야. 아프다며 뒷통수를 부여잡는 정호석을 김석진이 개 비열한 표정으로 비웃더니 '네, 정호석은 지금부터 발언권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옆에서 김태형이 정호석의 옆구리를 검지로 쿡쿡 찔러대며 비웃었다. 이번엔 김석진이 박지민을 가리켰다.
"박지민씨, 어느 정도 확률 예상하시죠?"
"네, 저는 90% 예상합니다."
"이유는요?"
"네, 명탐정과 같은 저의 직감으로 보자면 김탄소도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느끼신 거죠?"
"전정국에게 사탕을 주었다에서 40%, 수업시간 종종 둘이 이야기 하는 모습!! 10%, 마지막으로 얼마 전 점심 맛있게 먹어 40%!! 제 레이더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맙다, 새끼야.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침까지 튀겨가며 흥분상태로 말을 하던 박지민이 말을 끝 마치자마자 나를 힐끔대더니 씩 웃었다. 눈이 마주치자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하이파이브에서 포옹으로 이어졌다. 감격스러워 서로 끌어안고 방방 뛰며 제자리를 돌았다. 다른 놈들이 뭐라고 해도 사실 박지민 말이 옳다. 여자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 놈들이 상담할 때마다 존나 단호박이라도 먹은 듯 단호하게 '안 돼.' 혹은 '그린라이트.'라고 정의해 주었다. 물론, 전부 맞는 말이었다. 박지민이 단호하게 도리질 쳤음에도 불구하고 행한 결과는 처참했다. 나는 그걸 옆에서 모두 지켜보았다. 이 새끼는 신이다. 신. 탄소야, 기다려라!!
"자, 그럼 여기서 끝 마치겠습니다."
"뭐?"
정호석과 박지민의 말만 들어보고 (사실, 박지민의 의견만 들었다는게 가장 옳은 말이다.) 토론(?)은 끝맺음 당했다. 가만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말을 준비하던 놈들이 욕을 뱉어내며 김석진을 발로 걷어찼다. 의자에서 굴러떨어진 김석진 역시 무지막지하게 밟혔다. 임마, 그래도 넌 3명이지, 난 6명이었어. 멀리서 보이는 광경은 정말 잔혹했다. 만약, 눈치없이 '얘들아!' 하고 평소 등교시간보다 일찍 등교한 학생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더 오기 전에 다시 후진으로 어색하게 '하하하….'하고 웃으며 문을 다시 곱게 닫고 나갈 광경이었다.
"야, 근데 그럼 어떡해?"
"뭘."
미친듯이 사람을 밟고 있던 그들이 정신을 붙잡은 듯 움직이던 다리를 멈추고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보이는 김석진은 정신이 혼미해 보였다. 말짱할 리 없지. 그럼. '뭘.' 입모양으로 계속 묻던 그들의 시선을 요리조리 피했다. 이걸 말해, 말아.
"김탄소한테 어떻게 해야하는 건데…?"
"아!! 신이시여!!"
"연애고자 전정국이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아요."
"시발…."
아직도 바닥에서 헤롱거리는 김석진까지 끌고와 주변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어느새 두 번째 토론이 시작된 것 같았다. 이번 주제는 '김탄소를 어떻게 꼬시는 게 좋을까.'였다. 어느새 헤롱거리는 전 사회자 김석진을 대신해 민윤기가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민윤기가 책상을 쾅 소리나게 내리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너무 세게 내리치는 바람에 손이 아파 얼굴을 찡그리며 오른손을 왼손으로 붙잡고 끙끙 거렸다. 그런 민윤기를 한심스럽게 쳐다보다가 정호석이 입을 열었다.
"역시 여자면 남자 애교에 넘어가지-."
"상대가 김탄소."
"응."
다시 분위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상대가 김탄소라는 말에 조용해 지는 것을 보니 시발, 내가 뭘 어떻게 하나.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 철벽이라 다른 남자들이 엉겨붙어도 알아서 잘 쳐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지, 나도 그 벽을 넘지 못해 불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지 모르겠다. 갑자기 김태형이 분위기를 잡고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를 더 깔았다.
"남자는 상남자."
"어떡할건데, 뭐."
"어, 어, 싸움에서 이기는 멋진 모습?"
"퍽이나 좋아하겠네."
정말 상남자까지만 생각해두고 말을 꺼낸 것인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말을 더듬었다. 쟤가 그럼 그렇지, 뭐. 쏟아지는 야유에 김태형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라니까?'라고 반복하면서. 아무리 생각하도 김태형이 말하는 상남자 스타일은 죽어도 안 될 것 같았다. 심지어 싸우는 남자라니, 탄소라면 기겁한 표정으로 나에게 철벽을 남들보다 두 배로 쌓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차가운 태도로 얼음공주라는 말도 안 되는 별명을 얻었지만, 그녀가 누군가와 다투거나 머리채를 휘어잡는 등의 행동은 본 적이 없다. 더 차가운 탄소라니, 죽어도 안 된다. 차라리 아무 것도 안 하는게 낫지.
"잘 들어봐. 우리랑 전정국이 싸우는 거야."
"어우, 씨ㅂ…."
"우리는 전정국한테 개쳐발리는거지!!"
"미친놈."
"거기서 전정국은 돌려차기를 뽝!!"
"닥쳐."
도움을 요청하는 표정으로 맞은 편의 박지민을 바라보자 수상한 미소만 띄우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박자를 타며 리드미컬하게 끄덕, 끄덕. 무슨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박지민을 믿는다!! 지민교를 믿습니까? 믿습니다!! 를 속으로 외치면서. 어느새 반에 누군가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 되었다. 한 마디로, 이 어설픈 토론을 끝마칠 시간이 왔다는 소리였다. 박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끌어다 놓은 의자를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저 중에 아무 것도 하지마."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어."
고수 박지민과 마음이 통하는 날이 오다니, 기적이었다. 저 중에서 하나라도 실천으로 옮긴다면 나는 분명 탄소에게 처참히 내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교실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탄소는 언제쯤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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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고 보니 옆자리에 앉은 탄소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좆 됐다. 불편한 듯 탄소는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다. 미친놈, 전정국. 내가 감히 탄소를 불편하게 하다니. 민망한 마음에 큼, 하고 헛기침을 하고선 시선을 돌렸다. 오늘도 예쁘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혀 끝까지 나온 말을 꾹 삼키고 조용히 책을 탄소의 책상으로 넘겼다.
"이 문제 좀 알려주라."
"어? 이건 전에걸 생각하면서 보면 쉬워. 그러니까…."
말을 하면서 탄소가 흘러내리는 머리가 거슬린지 연신 걷어내려 했다. 나도 모르게 탄소의 어깨에 오른손을 올린 채로 탄소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 고정했다. 손이 어깨에 닿자마자 탄소가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실수한 건가? 저리 치우라고 하면 어떡하지?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괜히 심장이 쪼그라들어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탄소는 잠깐 멈칫했을 뿐 이어서 샤프로 한 글자, 한 글자 콕콕 짚어가며 설명 중이었다. 넋을 놓고 탄소를 바라보았다. '이건 이렇게 해서…, 알겠어?'라고 묻는 말에 사실은 하나도 집중이 되질 않아서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가 없어 간간이 응, 응. 이라는 리액션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다 알아들은 학생마냥.
오물거리면서 말하는 입이 너무 귀엽다. 으아, 진짜, 너무 귀엽다. 약간 붉은 볼도 귀여워 손으로 감싸고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지금의 관계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 침만 연신 삼켰다. 우리 빼고 주위가 모두 조용한 것 같았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진 것만 같았다. 하마터면 거기에다 대고 탄소야 좋아해. 라고 말할 뻔한 정도였으니까. 실수할 뻔 했다. 오늘도 내 옆에 앉아 집중도 못 하는 나에게 문제를 알려주는 너에게 속으로 수 백번이고 고백한다. 김탄소, 좋아해. 좋아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가장 먼저 올라간다더니 하루에도 수 백번 속으로라도 탄소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소한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며 김탄소를 붙잡는다. 오늘은 죽어도 말해야겠다. 뭐라도 같이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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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민 끝에 내뱉은 말은 도서관에 같이 가자는 말이었다. 사실 도서관에 가서도 공부에 하나도 집중하지 못할 것은 안다. 그래도 선택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도서관 하나였다. 사실 얼떨결에 공부하는 탄소를 보며 같은 학교에 가고 싶다는 간접적인 고백을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나 이불을 뻥뻥 차 대었지만 직접적으로 고백할 상황도 아니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면 큰일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간접적인 고백에 간접적으로 응하는 표현인 것 같은 '그래, 꼭 같이 학교 가자.'라는 말에 잘못 들은 것은 아닌 지 얼떨떨해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고 쏜살같이 내뱉었던 것 같다.
탄소가 자리를 뜨자마자 박지민에게 뛰어가 상황을 설명했다. 구구절절, 그때 탄소의 표정은 이러했는데 예뻤으며, 말투는 저러했고, 귀여웠다. 이러쿵 저러쿵. 내 말에 귀를 기울이며 듣던 박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 전정국이!!'라고 외치며 날 끌어 안고 등을 두드렸다. '좋아, 좋아.'라고 덧붙이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내게 일요일 아침은 꿀잠시간이라 볼 수 없었던 아침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얼마나 일찍 일어난 것인지 해가 채 뜨지 않아 살짝 컴컴했다. 내가 옷을 고르느라 고민했던 적이 언제지?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은 1시간밖에 남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오, 젠장. 옷을 얼마동안이나 고민한거야. 급하게 가방을 들고선 뛰쳐나갔다. 저번에 데려다주느라 알게 된 잡 앞으로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여자 혼자는….
약속 장소였던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서 탄소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이제 곧 있으면 탄소를 볼 수 있는 거란 말이지. 시린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마음 속으로 외쳤다. 탄소야, 좋아해. 하고. 탄소가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약속시간 전에 나온 탄소를 보자마자 억, 소리를 낼 뻔 했다. 붉은 색 니트가 굉장히 잘 어울렸는데 그 니트를 입은 탄소는 예쁨, 귀여움,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과분했다. 약속 장소가 버스 정류장이 아니었냐고 묻는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랐다. 기분 나쁜거야? 나 여기서 마이너스 되는 거 아니지? 속으로 존나 소심하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추울까 걱정된다는 말을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붉어진 코와 볼이 보여 얼굴을 감싸고 싶었는데 오래 밖에 있느라 차가워진 손을 알기에 그러지 못했다.
"탄소야, 많이 졸려?"
"아, 아니야!"
예상했던 대로 도서관에서는 공부에 집중 하지 못하고 맞은 편의 탄소만 신경 쓰는 것에 시간을 보내었는데, 시발, 귀여워. 한 손에 붙잡고 있던 샤프를 놓치고선 꾸벅거리며 조는 탄소를 바라보며 입모양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좋아해, 많이.'
-암호닉-
ㅈㅈㄱ 미리내 0418 복동 1116 요괴 치즈 정구가 따슙
〈사담>
암호닉 신청해 주신 분들 감사해요ㅠㅠㅠ
언제나 저는 끝맺음이 부족하죠, 엉엉 ㅠㅠ
사실 쓰고 싶은 다른 글이 있어서, 졸려서 후다닥 써야지 하고 넘긴 부분이 많네요
저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네요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전정국은 어느새 성인.. 성인.. 내 글에선 모두 고등학생인데 성인..
이런 식의 달달달하려고 노력한 글은 처음 써보는 거라서 많이 부족했을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글들도 다시 읽어보면 전부 으엑 이게 뭐야 싶었던..
오후 쯤에는 단편 하나 생각 중이에요, 이런 식의 발랄발랄 유쾌와는 거리가 멀 지도 몰라요, 원래 평소에 쓰던 것과 반대되는 것에 도전을 해봤으니 그 도전하는 용기에 만족을 해야겠어요
글을 쓰면서 한 번도 장편을 써 본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다음 글은 꼭 장편으로 가고 싶네요
미리 생각해 둔 것도 있고 해서요, 다음 글부터는 휙휙 넘기는 습관 좀 버려야겠어요ㅠㅠ
궁금해서 여쭤보는건데 어떤 식의 글 좋아하시나요?
학원물? 느와르? 물론, 저도 써보고 싶은 글은 도전할 생각입니다!!
제가 조금 더 끈기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올 한 해도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모두 외쳐요, 건강! 건강!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