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여경 누나! 오늘은 나 사고 안 치고 그냥 온거다? "
또 김민규다, 내가 이 서로 발령받은 날 우리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저녁 8시 경 잠잠하던 서가 시끄러워졌다.
남고딩들의 패싸움이 순찰을 돌던 중 발각 돼 지금 서에 있는 고딩들의 수는 총 20명.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아이가 아까부터 날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잘생긴 얼굴 한 편에 자리한 상처가 꽤 아파보였다.
한 명 한 명 조사를 끝낸 뒤 귀가를 시킨 후 드디어 그 아이의 차례가 왔다.
" 이름. "
" 김민규요. "
" 주소. "
"누나 마음 속 17번지요. "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모니터에 고정했던 시선을 그 아이에게 옮겼다.
그러자 그 아이는 웃으며 꽃받침을 한다.
" 이제야 내 얼굴 똑바로 봐주네? "
" 장난 치지말고 빨리 말하고 집 좀 가자. "
" 아 아쉽네, 누나 표정이 너무 피곤해 보이니까 빨리 말하고 가야겠네. "
한 번 씩 웃어보인 그 아이에게서 보인 송곳니가 어쩐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왠지 그 아이의 모습 같았으니까.
그래서였을까, 하루하루 그 아이가 오는 시간만을 기다렸다.
" 누나, 저 내일 졸업식인데. "
"벌써? 언제 시작이야? "
" 누나 점심시간 쯤인데 누나 안 오면 저는 아무도 축하 해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담담하게 자신의 아픈 구석을 말하는 민규가 안쓰러우면서도 괜찮은 척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것이 기특했다.
" ... 인마,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 "
그렇다, 민규는 철저히 세상으로부터 내쳐진 혼자였다.
나약해 보이지 않으려 송곳니처럼 자신을 뾰족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송곳니가 닳는 것 처럼 민규는 그렇게 서서히 스스로를 채찍질 하지 않게 됐다.
나를 만난 후로 부터.
"이상으로 세봉고등학교 제 13기 졸업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 김민규, 민규야! 여기! "
저멀리 얼싸안은 가족들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졸업장만 달랑 들고 있는 민규에게 손짓을 하자 밝게 웃으며 내게 왔다.
졸업장만 들고 있는 민규가 눈에 들어왔을 때 순간 울컥한 나머지 그대로 민규를 안아주었다.
당황한 민규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그 아이의 귓가에 말해주었다.
" 그냥, 그동안 수고했다 우리 민규. "
진한 포옹이 있고 난 후 난 곧 주책 바가지인 날 탓하기 바빴다.
" 누나, 내가 졸업하기 만을 기다린 거야? 크... 안 그래도 되는데..."
"... 조용히 하라 그랬다. "
그래도 오늘따라 더 예쁘게 웃는 민규를 보자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하루는 오직 김민규를 위한 날이라고 약속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모든 것을 다 했다.
아 저녁에 받은 호출만 아니면 정말 퍼펙트한 하루였을텐데.
어느새 환복을 한 후 서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나를 자각했다.
민규는 교복차림 그대로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오늘따라 음주 후 진상을 부리는 시민들이 넘쳐나는 바람에 한 바탕 진땀을 빼고 겨우 쉬나했더니
아까부터 나를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아저씨가 내게 추파를 던져왔다.
" 여~ 아가씨 애인있어? 히끅, 없으면 나랑 좀 나가서 놀지? "
도를 지나친 발언이 계속 되자 참고있던 민규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주먹을 뻗으려 할 때
가까스로 말린 내가 최대한 공손하게 그에게 말했다.
" 아저씨, 집에서 사모님 기다리시겠는데요. 토끼같은 자식들도 있으실텐데.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테니까 정숙 부탁드립니다. "
" 아하~ 저 옆에 피딱서니가 니 애인이야? 이거 경찰이 막 이래도 되는건가, 어린 남자도 꼬시고 능력 좋네 아가씨. "
한 껏 비아냥대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규는 그를 때렸다.
" 이딴 교복 나 이제 안 입어도 되는데 어떡해 아저씨, 나도 이제 성인이라서.
아저씨 혹시 돈 필요해? 이딴 식으로 싸움 붙어서 피해자인 척하고 합의금 뜯으려는 거 아니냐고. "
" 이, 이 버르장 머리 없는 새/끼! 너 부모 데려와. 어떻게 가정교육을 이따구로 시켜?! "
정곡을 찔린건지 무척이나 당황한 그는 삿대질+고함을 질러대며 가정교육을 운운했고
예민한 부분이 건들여진 민규는 무표정을 하고 혀로 입술을 한 번 훑더니 내 손을 붙잡고 그에게 대답했다.
" 부모는 없는데 여기 내 신부는 있네. 내 신부 경찰이야 아저씨 예쁜 건 알아가지고.
눈이라고 달린 건 일을 잘하는데 대/가리가 안 따라주나봐 아저씨? "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서를 떠났다.
그리고 민규는 새삼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 00아 나도 경찰이나 해야겠다, 아무도 너 못 잡아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