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 (傾國之色)
: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 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
춘향전, 경국지색 (傾國之色)
"자?"
꿈을 꾸었다. 어디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을 뜨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서 나온 눈물도, 실망스러운 감정에 터진 눈물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게 혼란스러워서.
"이제 정신 좀 들어?"
정말 거짓말처럼 너는 내 옆에 있었다. 몇 번을 씻어 내어도 지워지지 않을 진한 여운에 눈물을 쏟아 낸 뒤 너에게 안겼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계속 있어달라고, 너여서 고맙다고 끝없이 되풀이하며
나의 젊음을 앗아간 꿈이었다.
내 젊음을 앗아가면 어떠한가,
네가 내 곁에 있는데.
춘향전, 경국지색 (傾國之色) 01
춘향은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용모가 아름답고 우아한 기색을 띄는 소녀였다.
양반 성 참판과 기생 월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지만 어미의 신분을 따라야 하는 조선시대의 제도에 따라 그녀는 기생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강한 자존심은 자신을 스스로 기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강한 자존심 덕택에 그녀 곁에는 친한 벗도 없었다.
양반의 자제가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걸면 그녀는 자신을 하대할까 근심하며 대답을 피했고,
천한 집안의 자식이 찾아오면 자신도 천해질까 염려하며 자리를 피했다.
"춘향아."
그런 그녀의 마음을 보다듬어 주고 어루만져 준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달빛이 가득 그녀를 비출 때 태형은 춘향을 더욱 따뜻한 눈길로 바라봤다.
월광을 받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춘향의 얼굴은 태형의 마음을 뛰게 만드는데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그리곤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 춘향아, 나와 혼인하자.
춘향에게 달콤한 말을 내뱉고, 얼굴을 발그레 붉히던 태형이 다시 한 번 더 말한다. '내일 유시(酉 時) 에 봐.'
***
공부하려고 내 방에 딱 누웠는데 너무 춥다.
엄마한테 춥다고 찡찡거려도 추우면 더 공부 잘 된다고 하고
아, 국어나 해야지 하면서 평가 문제집 폈는데
내가 제일 취약한 문학이다.
그것도 고전소설. 편집자적 논평, 소설의 극적 반전, 작가의 의도적 장치, .....아 졸았다.
솔직히 춘향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아무리 관심 없는 나도 내용 안다라고 안심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나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침대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아 잠 온다'
***
너무 더워 혼자 짜증을 내며 눈을 떴다. 아, 누가 전기장판 올려놓으래 4 가 딱 적당하다니ㄲ,
응?
내 방이라기엔 물건들이 너무 잘 정리 되어 있고, 무엇보다 ..항상 껴안고 자는 막둥이 인형이 없다.
울기 3초전 표정으로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막둥이를 찾는데 밖에서 누가 부른다 '춘향아, 춘향아' 하면서
이건 또 무슨 꿈인데 꿈에서까지 춘향이가 나오지 하며 볼을 꼬집었다.
안 아프다. 분명 꿈이 맞다.
안심을 하고선 자꾸 춘향이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에 사극에서나 봤던 창호지로 된 문을 열었다.
"잤어? 얼굴 부었다."
춘향이를 찾던 것 같은 남자가 갑자기 내 앞으로 와선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말한다.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와서 내 얼굴 만지는데 남사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 딱 봐도 커 보이는 눈으로 눈이 없어지도록 웃으며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얼굴이 안 빨개질 수가 있나.
저기, 누군진 모르겠는데 나 춘향이 아닌데..
"왜 말이 없어, 피곤해?"
"... 어, 응... 아니?"
당황스러워 더듬으며 아니라는 말을 하자마자 그 남자가 내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 마룻바닥에 있는 흙을 쓸어내린다. 그리곤 그 자리에 나를 앉힌다.
딱 봐도 얼굴도 잘생기고 옷도 그렇고 귀티가 잘잘 흐르는데 막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입을 오물오물거리곤 말한다.
"오늘 유시(酉 時) 에 만나기로 한 거 기억나지? 앞으로 데리러 올게."
유시가 뭐지, You see? 시간이라도 되나, 아 한자 공부라도 해놓을 걸 그래야 이 훈남이랑 한 번 더 만나는 거 아니냐
시간을 몰라 만나지 못하겠구나 하며 한숨을 쉬는데 남자가 재촉해서 말을 걸어온다.
...아 성격 더럽게 급하네...
"일어난지 얼마 안 돼서 정신없나 보다, 갈게. 더 자."
하고는 돌아간다. 그리곤 문 앞에서 뒤돌아 웃으며 '조금 있다가 봐' 라며 나에게 손을 흔든다.
아 귀여워 미친, 덕통사고..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 남자가 가고 방에서 혼자 골똘히 생각을 했다. 도대체 유시가 몇 시일까 하고,
그리고 번뜩 좋은 생각이나 무릎을 탁 치며 일어났다.
핸드폰!!!!!!!!!!!!!!!
내 갤레기면 유시고 자시고 알 수 있겠다 하며 스마트폰을 찾는데 없다, 있을 리가 있나. 이거 꿈인데. 게다가 옛날 꿈.
잔뜩 실망을 하고선 자꾸만 스르륵 감기는 눈 때문에 누워있는 그대로 또 잠이 들었다.
"아가씨, 일어나세요. 벌써 오시(午 時) 가 다 되어갑니다."
웬 여자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내 또래로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잠에서 깨어나도 또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고 있다는 게 신기해 멍하니 앉아있자 여자아이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오늘이 단오인데 광한루에 가서 그네를 타자는 둥 청포에 머리를 감아야 한다는 둥..
고지식한 옛날 얘기만 늘어놓는 여자아이를 한숨을 쉬며 바라보니 내가 입고 있는 옷과는 다른 재질인 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다.
그때 느꼈다. 여기는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과거이고, 이 아이는 몸종이구나.
"춘향 아씨, 말씀 좀 해보세요. 저랑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 춘향 아씨?"
"네, 아가씨 빨리 가요. 늦으면 마님께 혼납니다!"
늦으면 혼난다며 내 손목을 잡고 방문 앞에 데려와 앉히곤 맨발로 나가 무릎을 꿇고 예쁘게 장식된 꽃신을 내 발에 신겨준다.
"어, 어... "
맨발로 나가서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내가 한다며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려고 하는 순간 벌써 됐다며 생긋생긋 웃으며 나를 일으켜 준다.
"이름이 뭐야?"
"저요? 아가씨 오늘 이상하시네, 맨날 부르시는 제 이름을 다 물어보시고"
"... 아니 그냥, 네가 네 이름 말하는 거 오랜만에 듣고 싶어서"
"향단이요. 향단이."
-
향단이를 따라가면서 저잣거리에 한눈이 팔려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했다.
걷는 내내 아무리 살펴봐도 사극에서 봤던 풍경들 밖엔 없다. 사람들의 옷차림, 먹거리, 말투 모두. 조선시대인 게 틀림없이 맞다.
저번에 춘향전 공부할 때 선생님이 조선시대 후기라고 한 것 같았는데..
그 남자며 향단이며 다 날 보고 춘향이라 칭하는데 이 꿈속에선 내가 춘향이라도 되는 걸까?
한참을 걸어 다리가 아파오고 짜증이 밀려올 때쯤 찡그린 눈으로 앞을 보았다.
그네다!!!!!!!!
너무 신난 나머지 긴 치마를 입은 것도 잊은 채 달려가다가 치마 밑단을 밟아 넘어지고 말았다.
"..... 아씨, 아파."
그네 타기도 전에 넘어졌으니 향단이가 뛰어와 난리 난리를 치며 꾸중 아닌 꾸중을 했다.
이런 거 좋아하면서 뛰어가다가 넘어질 나이 지났다, 조심을 얼마나 강조했냐, 마음이 아프다 하며 울먹거리면서 얘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냥 넘어진 것뿐인데, 정작 자신은 손이며 발이며 다 트고 물집 투성인데.
내 인생 18년 동안 이렇게 착한 애는 또 처음이다.
조선시대 말고 대한민국, 그니까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어도 나한테 야 야 거리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살아보니 괜히 사람한테 미안한 감정만 들고 신세 지는 것 같고, 신분제라는 게 진짜 필요 없는 거구나.
춘향이도 결국 어머니의 신분을 따라야 하는 기생일 텐데 괜히 하대받고 상처받는 일들만 가득 한 건 아닌지.
"으악! 야호! 아, 악!"
"아가씨, 위험해요. 조금 낮게 타시지 않고요."
"괜찮아, 언니가 왕년에 그네 좀 타봤다!"
그렇게 이 꿈을 꾸고 처음으로 신나서 활짝 웃으며 그네를 타고 있는데 한 남자가 와서 향단이에게 말을 건다.
"향단아, 누구야?"
"춘향 아가씨 되십니까?"
"....."
"저희 도련님이 아가씨 그네 타시는 것을 보고 만나 뵙고 싶어 하시는데..."
"....."
"가능하시면 저 좀 따라가 주셔야 되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계속해서 사람들이 춘향하며 말 걸어오는 것도 어색하고 이게 맞나 싶은데 나보고 뭔 도련님을 만나러 따라가줘야겠다니,
'나 이래 봬도 현대인이다. 여자 꼬시려면 남자가 직접 와야지!'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말도 내뱉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고있다.
그리고 나서 겨우 뱉은 말이,
"그 쪽 도련님이 누군 신진 모르겠는데, 저 뵙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전해주세요."
안녕하세여!
처음 인사드리는 손녀 입니다.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손녀 절 받으세요!!!
제가 평소 고전물을 많이 좋아해서 쓰게 된 글이고
차차 누가 춘향이와 럽라인지 알아 갈 수 있어요
나오는 멤버 4명이 다 럽라이니 안심하고 봐주세여
현재-과거(꿈) 왔다 갔다 하며 요새 인기인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미래 남편 찾기도 하실 수 있어요!
저만 알고 있는 춘향이 미래 남편 다들 촉으로 맞춰 주세여ㅎㅎㅎㅎ..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 진짜 감사하고 2편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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