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이라는 남자와 대화를 나눴던 정자부터 오늘 처음으로 눈을 떴던 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까 그네 타러 나설 때 보다 더 기운이 없다. 짧은 시간, 적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것들이 휘몰아친 뒤라 그런지 더더욱 고단하다.
그저 아무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집을 향해가는 향단이를 따라가는데 어떤 남자가 취한 듯 몸을 배배 꼬며 나에게 다가온다.
"네가 그 기생의 딸년이로구나."
"....."
취객 같아 보이는 남자의 거친 말투와 몸짓에 흠칫 한 나에게 향단이가 팔짱을 끼곤 남자를 노려보며 그곳을 벗어나려 한다.
"소문 대로구나, 기생의 딸년 주제에 온갖 고귀한 척은 다 한다는,"
"....."
"그리 행동하지 말고, 오늘 밤 내 수청을 들 거라."
조선시대에 기생의 자식들은 모두 이런 대접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상대방을 희롱하는 말투며 몸짓이며 상당히 불쾌하다.
그렇다고 저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래의 춘향이었다면, 똑 부러지게 대답을 했을 것인데 아는 것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
원래 이런 시비를 받는 게 일상이었다는 듯이, 향단이가 아무런 말도 없이 내 팔을 잡아당기며 계속해서 불쾌한 말들을 늘어놓는 남자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평소 성격 답지 않게 바보처럼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있다가 서러움에 눈물이 고일 때쯤,
아까 처음으로 본, 덕통사고 당할뻔한 그 남자가 내 손목을 잡고 아무 말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날 끌고 간다.
그리고 어느 한적한 곳에 다다를 때쯤 걸음의 속도를 낮추고 날 잡아 세운 뒤 두 손으로 어깨를 잡아 날 감싼다.
"놀랐지, 괜찮아."
자신의 품으로 날 넣고 아이 달래듯이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준다.
아까 그 남자에게 느꼈던 수치스러운 감정과, 날 품어주는 이 남자에 대한 고마움이 겹쳐져 막 눈물을 쏟아냈다.
엄마,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엉엉...
우리 엄마 기생 아닌데, 자꾸 엄마 들먹이면서 말하는 그 남자 매우 패고 싶다 엉엉..
눈물이 다 마르고 왠지 모를 창피함이 몰려올 때쯤, 이 남자가 품에서 나를 떼어놓고 큼지막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싼다.
아까부터 뜬금없는 짓 많이 하는데, 내심댱 남아나지 않습니다.....
아나!!!!!!!!!!!!!! 부끄러워 존나!!!!!!!!!!!!!!!!
"어, 그쳤다. 괜찮아?"
"...응"
"바보처럼 왜 그러고 있었어. 나 아니었으면 어쩌려고, 평소답지 않게."
"....."
"뭐라고 하는 게 아니고, 너 괜찮으면 됐어."
"응, ...고마워"
날 달래주려 시작한 대화가 점점 깊어지면서 어찌하다 보니 이 아이의 이름이 태형이라는 것도 알아내었다.
만나 대화를 나눈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태형이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말하면서 취하는 스킨십도 상당히 자연스럽다. 마치 연인에게 대하는 것처럼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하는 행동 모두.
"너 늦은 거 아니야? 엄청 어두운데"
"늦은 건 네가 늦었겠지, 네 어머니 걱정하시겠다. 가자."
"아, 아니야. 안 늦었어."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형이의 손을 잡아 그 자리에 앉혔다.
가기 싫다...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 집 재미없다고, 가봤자 내가 잠 밖에 더 잘까
"근데, 평소에 난 엄청 똑똑하고 당당한 애였나 봐."
"응, 그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데."
!!!!!!!!!!!!!!!!!!
세상 사람들!!!!!!!!!!!!! 얘가 나 좋대여!!!!!!!!!!!!!
ㅎㅎㅎㅎ 물론 내가 아니고 춘향이를 좋아하는 거겠지만 뭐, 기분은 좋네
근데 여기 오고 나서 밥 한 숟가락도 못 먹었는데, 진짜 배고프다.
아니나 다를까 태형이 앞에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시발... 얘 웃잖아..
"배 고파?"
"...어"
"저녁 안 먹고 뭐 했어, 일어나 밥 먹으러 가자."
내가 뭐 했냐면!!!!!!!
전정국이라는 남자한테 불림 받아서 가는데 어떤 미친놈이 내 손목 꽉 잡고 안 놔줘서 아직도 얼얼하다!!!!!!!
그건 됐고, 밥을 먹으러 가자는 말에 누구보다 환한 얼굴로 태형이를 따라갔다.
아직도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해 사람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다가 태형이한테 혼났다. 그렇게 사람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또 시비 난다고.
아니 아까 뭐 연인이고, 사람 편하게 대한다고 그거 다 취소다. 아까부터 잔소리만 해...
***
꿈에서 깨고 네가 옆에 있기를 일주일이 지난 뒤, 넌 나에게 바로 프러포즈를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또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과, 내가 너에게 느끼는 감정이 같은 것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기에 당연히 수락했다.
너와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꼭 침대에서 그동안 꿈꿨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비록 꿈이었을지라도, 우리가 만나는 계기가 되었고 또 현실보다 생생하였다고 느꼈기에.
그리고 오늘은 왜 너인지, 너여야만 하는지를 이야기해주다가 잠들었다.
-
"자기야, 일어나."
"조금만 더 자자."
"오늘 갈 데 있다며, 안 갈 거야?"
하여튼 자는 거 좋아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꿈속 너와 지금의 너는, 옷과 머리 길이 빼면 모두 같다.
많이 피곤한지 한 손으로 침대 위로 나를 다시 눕힌다. 네 손길에 누워 머리를 정리해주며 너를 관찰하듯 바라보는데,
새삼 너 진짜 잘생겼구나..
***
국밥집처럼 보이는 곳에 들어서니 한 아줌마가 태형이에게 허리가 접히도록 인사를 한다. 이런 누추한 곳엔 어인 일이 시냐며,
음식이 나오고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존나 맛있게 생겼다.. 일단, 고기 고기가 있다.. 내 고기..
진짜 무슨 국밥처럼 생겼는데 일단 국물을 들이키자니 숟가락이 없다.
별 수 있나 하며 국밥 그릇을 두 손으로 잡고 국물을 들이키니 오늘 하루 고단함이 싹 가시는 것만 같다.
시원하다며 '크으으' 소리를 내려던 찰나에 앞에서 태형이가 웬 동물 보듯이 보고있는 걸 느꼈고, 황급히 국밥 그릇을 내려놓았다 아, 내가 너무 남성스럽게 먹었나..
"...그렇게 배고팠어?"
ㅇㅇ^^...
그래 내가 오늘 처음 본 널 위해, 아니 원래 춘향이 이미지를 위해 조심스럽게 먹을게...
그러니까 그 표정 좀 빨리 어떻게 해봐 나 동물원 원숭이 된 것 같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습관적으로 트림을 하려 입을 벌렸는데 네가 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입을 앙하고 닫았다.
이래서 내가 남자를 못 만나는 거다!!!!!!! 의식하기 싫어!!!!!!! 이런 내가 싫다굿!!!!!!!!
입을 닫고 네 눈치를 보니 '가자' 하며 내 손을 잡는다. 아마 그 집으로 가는 것 같은데 진짜 가기 싫은데..
"밥 잘 먹었어.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집 가지, 왜 어디 가고 싶어?"
"네 집?"
"계집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우리 집에 가서 뭐 하게, 내 부인이라도 해주게?"
"...무슨 소리야!"
"그러게, 허튼소리 말고 빨리 들어가. 늦었어."
빨리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네가 야속해 입술을 삐쭉였다. 아까 걸어갈 때는 멀더니, 왜 오는 길은 이렇게 가까운 거야...
내 손을 놓으려고 하는 행동에 네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리고 널 보곤 작게 말했다. '들어가기 싫어'
한참을 날 바라보더니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나도 가기 싫어'
느껴지는 네 숨결이 간지러워 몸을 움츠리자, 목을 잡고 귀 밑에 입을 맞춘다.
-
다행히 집에 들어오니 엄마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아까 태형이가 입을 맞췄던 부분을 손으로 만지작.. 아 나 너무 변태 같나, 아니 여튼 그러면서 생각을 하고 있다.
춘향이와 태형이는 도대체 무슨 관계였을까, 내가 보기에 최소 썸인데
근데 이 보수적인 옛날 시대에 혼인도 하지 않은 사이 간에 입도 맞추고, 여튼 아무래도 둘이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다.
괜히 둘의 사이를 망치기 싫으니 그저 태형이가 하는 대로 따라주면 되는 것이지, 뭐. 별거 있나.
돌잔치 할 때 빼고 다 커서 난생처음 입어보는 한복을 어떻게 벗는지도 잘 몰라
일단 저고리에 묶여져 있는 리본 같은 걸 잡아 댕기니 옷이 바로 풀려 속살이 다 보인다.
집에서 원래 티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자는데 이건 뭐 이러고 자야 하니..
그리고 나머지 겉에 입은 치마를 벗으려 묶인 것을 풀고 속치마만 입은 상태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순간, 밖에서 또 '춘향아' 하며 부른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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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다시 돌아온 손녀입니다!
빨리 쓰려고 하니까 분량도 적고 뭘 쓴건지 잘 모르겠네요ㅠㅠ
3편은 기필코 내용도 탄탄하게 분량도 많이 써서 데려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 글 읽으실 때는 브금 꼭 같이 들으시는 게 더 좋아요!
브금 가사 없는 거니까 꼭 들으시고요!
조선시대 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쓰고있어서 몇몇 부분은 역사적으로 맞지만 거의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춘향전 원작과도 매우 달라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댓글에 제가 울고 웃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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