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보고 걸었다. 앞서 가는 뒷모습이 너무도 밝아서, 눈이 시려서. 네 그림자를 보고 걸었다. 한참 걷다 네가 너무 멀어져버리면, 덜컥 겁이 나 잠잠한 척 다급히 부르고는 했다. 예쁜아, 하고. 그럼, 중학생에 머무른 네가 뒤를 돈다. 해사하게 웃는다. 예쁘다. 네가 예뻤다, 순영아. 이름을 입에 담기에도 너무 버거워서, 너무 벅차서. 짧은 가방끈 할 수 있는 한 제일 네게 어울리는 말을 고른다는 것이 예쁘단 말이었다. 예쁜아, 나는 여기에 있는데. 너만 없다. 숨을 참고, 한참을 달려 도달한 네 손은 이미 누군가의 큰 손을 잡고 있다. 그 온기가 내 빈 마음에까지 닿아, 바다를 만든다. 나는 그 바다에 너를 띄우고, 띄운다. 또 띄워 네가 가득하도록. 예쁜아. 너는 여전히 예쁘게만 웃는데, 내 첫사랑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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