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편 있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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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소년단 01
: 조금 소란스러운 신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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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후드를 쓴 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애기야.”
태형이 아이에게로 걸음을 옮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흠칫 놀란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불빛에 비친 아이는 겁먹은 얼굴이었고, 몸집과 얼굴로 봐서는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일그러지는 아이의 얼굴에, 태형이 황급히 가까이 다가가 아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괜찮아, 애기야. 우리 나쁜 사람 아니야.”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엉덩이를 단단히 받쳐 든 태형이 ‘많이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괜찮아.’ 하고 아이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아이는 뭐라고 칭얼대며 약간의 반항을 하려는 듯 했지만, 얼어버린 다리가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했다. 내여놔요.. 시러요.. 하얗게 튼 작은 입술이 끊임없이 울먹임을 토했다.
태형은 아이의 등을 토닥이고, 귀에 ‘괜찮다’는 말을 속삭이며 아이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정한 토닥임에, 아이의 울먹임이 잦아들었고 곧 태형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아이의 작은 팔과 다리가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본 지민의 눈이 댕그랗게 커졌다.
지민이 주춤거리며 가까이 다가와서는 망설이다, 아이의 손을 살짝 쥐어 보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야, 태형아. 일단 들어가자. 얘 기절한 것 같아.”
심각성을 느낀 지민이 태형의 팔 부근을 잡아당기며 빌라 안으로 이끌었다. 애기 좀 덮어 봐, 하는 지민의 말에 태형이 야상 안으로 아이를 꼭 감싸 안았다.
빌라 안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걸음이 점점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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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 띡, 띡, 띡. 띠리링-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도어락 해제 소리에 남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떤 새끼야. 남준은 몸을 뒤척이며 생각했다.
그 ‘어떤 새끼’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요란하게 쿵쿵거리며 어딘지 모를 방문을 벌컥벌컥 열었다. ‘없어!!’ 하고 소리치는 목소리로 보아 박지민이 분명했다. 그 옆에서 ‘잘 좀 찾아봐. 거기 놨단 말이야.’ 하는 목소리는 김태형. 그러게 내가 물건 좀 제때제때 치우라고 했지, 아니 거기다 놨다고 나는, 하고 투닥거리는 목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온다.
미친 새끼들이 잠도 없나. 이제는 화장실에서 뭘 하는지 샤워기 소리까지 시끄럽게 들려온다. 아무래도 못참겠다 싶어 벌떡 일어난 남준이 방문을 벌컥 열었다. 문 손잡이가 부서졌다. 신경적으로 손잡이를 방 아무데나 던져 버린 뒤, 거실로 나가 스위치를 탁 쳐서 불을 밝혔다. 스위치가 부서졌다.
(((((손잡이, 스위치)))))
에이 썅.. 남준은 잠시동안 부서진 스위치를 망연자실하게 내려다보다가 본분을 자각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리를 지르려고, 목끝까지 올라온 욕설을 뱉으려고, 했는데,
“아...”
남준의 눈에 보인 건 조그만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있는 태형이었다. 남준을 보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남준의 눈 또한 평소의 배로 커졌다.
그리고 한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멍하니 굳어있을 뿐.
그 뒤로 김이 펄펄 나는 물수건을 짜지도 않고 들고 오면서 온 거실을 물바다로 만드는 박지민이 있었다. 질척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 본 태형이 물수건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뿌연 김을 보고 경악을 했다.
“야, 미쳤냐!”
“왜, 손이나 줘. 빨리. 핫팩 없으니까 이걸로라도 녹여야지.”
“아니 미친놈아, 그게 아니라 너무 뜨겁다고 그거. 애 죽일 일 있냐.”
“안 뜨거워, 빨리 손이나 줘. 애 얼어 죽일 일 있냐.”
여전히 물수건에서는 엄청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남준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김태형의 품속에 애가 있다. 상황 상 둘이 같이 나가서 주워온 것 같다. 하는 말을 들어봐서는 애가 추워하고 있고, 그리고, 저 미친 놈들이 추워하는 애를 눈앞에 두고 싸우고 있다. 상황 정리 끝.
남준이 터벅터벅 걸어가서 물수건을 뺏어들었다. 투닥투닥 싸우던 구오즈가 싸움을 뚝 멈추고 남준의 손에 들린 물수건에 시선을 고정했다.
“김태형, 소파에 애 눕혀. 박지민 너는 옷방에 가서 그, 털 달린 담요좀 가져와.”
멍...
“얼른!”
남준의 호통에 화들짝 놀란 태형과 지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형은 조심스럽게 소파에 아이를 눕혔고, 지민은 허둥지둥 옷방으로 달려갔다. 퍽, 하는 소리와 ‘헉, 쩡구가, 미아내! ㅠㅅㅠ’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밝은 불 아래서 본 아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차가운 날씨에 오래 방치된 탓에 벌겋게 달아올라 피부는 잔뜩 터 있었고, 조그만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 중 태형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아이의 부은 눈과 통통한 양 볼에 가득한 눈물자국이었다. 그래도 숨은 잘 쉬고 있구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이의 작은 가슴을 바라보던 태형은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는 야상 대신에, 제 잠옷을 벗어 아이에게 덮어 주었다.
남준은 물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들어가는 도중에 살짝 휘청해서 수건걸이를 잡았다. 수건걸이가 부서졌다.
(((((수건걸이)))))
남준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바로 세면대로 향했다. 엄청 추운 밖에서 지금 막 들어왔으니까 너무 따뜻한 것도 안 좋을 것 같은데. 고민하던 남준은 일단 무식하게 왼쪽으로 돌아가있는 수도꼭지(박지민의 작품이다.)를 신중하게 가운데에 맞춘 뒤 물을 틀었다. 그런 뒤 오른쪽으로 살살 밀어 미지근한 물을 만들어서는 수건을 적셨다.
쏟아지는 물소리 사이로 김태형과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내용은 ‘찾았다, 어, 김태형! 그 냄새나는 옷 빨리 치워 인마!’ ‘따뜻한거야, 인마! 그 먼지 가득한 담요보단 낫겠다.’ ‘야, 내 팬이 준거거든! 애 죽어, 빨리 치워!’ 등등.
저러다 다 깨우지, 라고, 물수건을 꼭꼭 짜서 들고 나가던 남준이 생각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여 숙소의 모든 구성원(정국 제외)이 깨어났다. 닫혀있던 방문들이 열리고, 아직 잠들지 못했던 호석, 마찬가지로 잠들지 못하고 이어폰을 내팽개친 윤기와 그냥 방금 일어난 석진이 눈을 비비며 밝은 불 아래로 나왔다.
그리고 모두 하나같이 거실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는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실에 펼쳐진 풍경이라 함은,
화장실에서부터 쭉 펼쳐진 물길. 데코레이션처럼 나뒹구는 거실 스위치. 런닝차림으로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는 김태형. 그런 김태형과 싸우고 있는 파카차림의 박지민. 그런 박지민의 등을 물수건으로 후려치는 김남준. (((((박지민)))))) 이하 생략.
그리고,
거실 소파에서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처음 보는 아기.
바야흐로, 육아소년단의 시작이 될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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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부터 암호닉을 8ㅅ8 넘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동상이몽 / 미니미니 / 화양연화 / 침침참참 / boice1004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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