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는 육아소년단은 안 쓰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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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업체의 배달원이 참 잘생겼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젊고 잘생긴 남자만 엄선해 뽑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더하자면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좋고 아주 친절하다는, 그런 소문.
그리고 내 눈앞의 남자는 그 무성한 소문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아, 안녕하세요... 하하...”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택배 박스를 내미는 그는,
“답장이 없으시길래 그냥 왔어요... 헤헤. 실례한 건 아니죠?”
대답이 없는 나의 눈치를 보며 박스를 내 품에 안겨주는 그의 푸른색 유니폼 가슴께에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박지민] 이란 이름이 적힌 명찰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
X팡맨 박지민 :: 01
감또개 씀.
*****
X팡맨이 떠난 후에도, 나는 현관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얼마나 멍했는지 문도 안 닫고 있다가, 앞집 문 열리는 소리에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문을 닫았다. 이런 꼴을 보이는 건 아까 그 사람만으로도 족하지.
시발, 난 왜 하필 오늘.
난 왜 하필 오늘 머리를 감을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나는 왜 오늘따라 애국자가 되고 싶어서 태극기 컨셉으로 옷을 입고 싶었을까. 이 빨간 티는 언제 빨았던 옷이지? 목 언저리를 조금 집어 냄새를 맡다가 나는 좌절했다. 이게 과연 사람한테서 날 수 있는 냄새가 맞을까? 나는 왜, 평소엔 문 앞에 놓고 가라고 잘만 소리를 질렀으면서, 오늘은 왜 문을 벌컥 열었을까?
지잉 징. 핸드폰이 울었다.
확인해보니 방금 그 X팡맨에게서 온 문자였다.
[안녕하세요, 전탄소 고객님! X팡맨 박지민입니다.
배송해드린 물건은 잘 받으셨나요? 깨지거나 그럴 물건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
(중략)
로켓배송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생긴데다 목소리도 좋고 친절하다는 소문의 X팡맨은 끝까지 친철했다. 물건 깨지는 걸 걱정해 주는 택배기사는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본 택배기사, 아니 최근에 본 남자들 중 가장 잘생겼기도 했고.
근데 나는, 나는 도대체 오늘 왜.
한숨을 내쉬었다. 바뀌는 건 없었다. 아무리 이렇게 현관문 앞에서 현실을 부정하며 보이지 않는 이불을 킥킥하고 있다고 한들, 좌닌한 현실은, 내가 5일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은 폐인의 모습으로 잘생긴 X팡맨의 택배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기름져 가닥가닥 흩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신기하다고 웃어댔던 지난날의 나를 죽이고 싶었다. 너 이 시발, 뭐가 즐겁다고 웃고 있니, 내일의 너가 이 꼴이 될 줄도 모르고. 너만 아니었어도. 나는 시발시발 욕을 뱉으며 현관문을 쾅쾅 쳤다. 너만 아니었어도, 너만. 아니, 나만 아니었어도, 시발!
(엘레베이터 기다리던 앞집 사람 : 움찔)
방으로 향하던 도중 전신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목 늘어난 빨간 티셔츠에, 파란 몸빼바지에, 잠깐, 저 빨간 땡땡이 뭐지? 이 바지에 무늬가 있었던가? 재빨리 고개를 숙여 바지를 바라봤다. 말라붙은 빨간 얼룩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조금 진득하니 두께가 있는 게, 어제 물건을 시킨답시고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아무렇게나 처먹었던 죠스떡볶이 국물이 분명했다.
아....
나는 현기증을 느꼈다.
괜찮아, 아냐, 이거 원래 있던 무늬인 줄 알았을 거야. 나도 자세히 보기 전까진 몰랐잖아. 진정하자 전탄소. 중요한 건 옷보다 얼굴이야. 얼굴만 멀쩡해도 여자인 줄, 아니 최소한 사람인 줄은 알았을 거야. 그래, 내 얼굴을 보자!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머리는 좀 떡진 티가 나긴 하지만 바짝 올려 묶었기에 괜찮았을 거다. 남자니까 이런 거 잘 못 알아보겠지? 기름져 반짝이는 피부..는, 하..., 아냐, 우리 집 현관 어두워서 못 봤을 거야. 뭐, 요새 유행하는 물광 피부인 줄 알았을지도 모르지. 하하. 눈은, 아, 눈, 꼽....... 괜찮아, 진정하자. 안경써서 안 보였을 거야.
아 잠깐,
안경......?
최근 몇 년간 내 가족한테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인데......
난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비틀대며 방으로 들어갔다.
**
상자를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내 몸도 던졌다. 이불에 푹 파묻혀 들숨날숨을 반복했다. 들숨, 내가 널 배신한 게 잘못이었지, 그치 이불아... 이 방을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난 행복했는데... 날숨, 아, 다시는 X팡을 이용하지 않으리라. 들숨, 아무리 오늘 시켜서 내일 와도! 총알보다 빠른 로켓배송이라 할지라도! 날숨, 이 쪽을 당하고도 다시 X팡을 쓴다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
들숨, 날숨.
들숨, 그리고 또 날숨.
그나저나 내가 뭘 시켰더라.
문득 드는 생각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고보니 내 소중한 택배를. 그깟 쪽팔림이 뭐라고. 어차피 오늘 보고 안 볼 사람인데. 택배상자를 소중히 들어 무릎 위에 올렸다. 테이프를 뜯으려고 보니 테이프 위에 뭔가 썼다가 지운 듯한 검은 글자가 보였다. 한글자 한글자 짚어가며 읽으려고 노력해보았다.
“깨지지 않게... 조심할게요...? 이건 웃는 건가? ^^...?”
아까 그 X팡맨이 쓴 건가? 썼으면 썼지 왜 지웠대? 고개를 갸웃거리며 택배를 뜯었다. 과대포장으로 유명하다더니, 상자 안에는 초록색 에어빵빵이가 가득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치우려면 한참 걸리겠다. 쓰레기봉지 앞에서 빵빵이를 터트리고 있을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빵빵이를 치워냈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바닥에는, 덩그라니 외롭게 놓여있는,
나의 소중한.... 뽕브라가 있었다.
아, 뽕브라 시켰지 참. 죠스떡볶이 먹으면서.
어, 근데.
아, 설마.
번뜩 드는 생각에 상자 뚜껑을 홱 젖혀 운송장을 확인했다.
아, 설마, 설마, 제발, 신이시여...
평소엔 믿지도 않던 신까지 찾으며 나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기도했으나, 운송장을 찾은 순간 다 부질없는 짓이었음이 증명되었다. 나는 상품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간신히 회복했던 나의 멘탈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내 이름 밑에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저, 상품명은....
[미쿸언니 따라잡기! 마법의 뽕브라]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한 문구가 있었다. 미친 사람처럼 허겁지겁 핸드폰을 꺼내 아까 확인했던 그 문자를 다시 열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전탄소 고객님! X팡맨 박지민입니다.
배송해드린 물건은 잘 받으셨나요? 깨지거나 그럴 물건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
(후략) ]
[깨지거나 그럴 물건...]
[깨지거나...]
봤구나, X팡맨....
X발....
그제서야 썼다 지웠던 테이프 위의 쪽지가 이해되었다. 아마 뒤늦게야 상품명을 확인하고 허겁지겁 지웠겠지.
나는 미친 두께를 자랑하는 뽕브라를 품에 안고 몸부림쳤다. 아... 내가 정말 다시 X팡을 쓴다면 인간이 아니다.
**
나 인간 안 하련다. 이렇게 싼데 안 사는 게 말이 돼?
3일 전의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노트북을 켜고, 또다시 X팡에 로그인을 하고, 장바구니에 [당일 담근 국내산 양념게장 3.2KG]을 담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과 CVC번호를 넣고, 막 [확인] 버튼을 누르려는 참이었다. 며칠동안 반찬 걱정은 없겠구나. 마냥 기쁜 마음과는 다르게, 마우스를 쥔 손에는 진득하게 땀이 배어났다.
괜찮아, 탄소야. 이번엔 멀쩡하게 받으면 되지... 이번 건 이상한 물건도 아니고... (이상한 물건은 현재 착용중이다.) 저번에 그 사람은 동생이었다고 하자. 집에 나 혼자 내버려두고 냉정하게 떠난 엄마아빠와 함께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있을 지방학교 기숙사생 동생의 애잔한 얼굴이 떠올랐다. 미안하다, 동생아... 엄마아빠도 미안해... 밥 시켜먹으라고 남겨놓고 간 카드로 뽕브라나 사고 있어서..
결제를 마치고, 핸드폰으로 X팡 로켓배송을 검색했다. 어제 시킨 물건이 오늘 왔다는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좋아, 내일 온다 이거지. 나는 안 감은지 8일차가 되어가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그럼 머리는 내일 감고, 지금은 밥이나 먹어야겠다. 맛있는 푸라면!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나갔다.
**
초인종 울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니 하얗게 발광중인 형광등이 보였다. 아 눈부셔... 다시 자야지. 뒤집어 누웠다.
다시 잠에 들려는 찰나, 초인종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딩동, 딩동딩동-.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다.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맞다. 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어줘야 되는 거구나. 초인종을 누르던 누군가는 이제 남자의 목소리로 애절하게 ‘전탄소씨~’라던가, ‘집에 안 계세요?’ 등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현관문에 바짝 붙어 있는지 발음이 잔뜩 뭉개져 들렸다.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잠이 덜 깨 아직 침침한 눈에 앉은뱅이 밥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는 텅 빈 냄비와 냄비뚜껑, 젓가락 등등이 보였다. 처먹고 바로 잔건가... 살 엄청 찌겠다... 난 쓰레기야... 아냐 쓰레기야 미안해... 난 폐기물이야... 아냐 폐기물아 미안해...
숙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롱대던 나를 현실로 돌려놓은 건, 초인종을 마구 눌러대던 현관문 밖 남자의 목소리였다.
“으... 춥다.”
중얼거리는 목소리였지만 똑똑히 들었다. ‘으... 춥다.’라고. 그제서야 문을 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진짜 쓰레기야... 이 추운 겨울에 사람을 밖에 세워놓고 뭐 하는 거야? 벌떡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했다. 막 자다 일어나서인지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발걸음에 마구 힘이 실렸다. 남자는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들었는지, 현관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전탄소씨?’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네네, 나가요."
나는 대답했다, 문을 열면서.
문을 반쯤 열자 문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훅 끼쳐들어왔다. 잠이 확 깨면서, 나는 드디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현대인이 되었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고를 했다.
'근데 이 남자 누구지?'
문이 활짝 열렸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X팡맨 박지민입니다.”
시발...
당일배송이었냐...
얼떨결에 남자를 따라서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눈 앞에 예전보다 좀 더 다양한 무늬를 뽐내고있는 파란 바지가 보였다. (feat. 라면국물)
난 왜 살까?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
- 과도한 PPL로 잡혀가는 건 아니겠죠.. ? ㅎ
살려주새오... 그래서 마스킹도 했는데... 저 X팡맨 실제로 본 적도 ㅇ벗서요...
그저 인터넷에 올라온 X팡맨의 후기가 너무나 귀여웠을 뿐...
- 저는 글을 끝까지 못 쓰는 병이 있나 봅니다
X보같은 자까때문에 독자님들이 고생이 많습니다..
- 줄 간격을 늘려봤는데 어떠세요? 더 보기 편하신가요?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합니다 (_ 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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