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code17.당신만이 아는 것(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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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린 끝에 승관이 온 곳은 아까왔던 냇가였다.거기서 울음을 토해낸다.어린아이가 울음을 흘리는게 아닌,토해낸다.눈물방울방울 떨어질 때마다 서러움이 눈물로 비워진 자리를 채운다.눈물 한 방울에 엄마 생각과 서러움,또 눈물 한 방울에 아빠에 대한 무서움과 서러움,다시 눈물 한 방울에 외로움과 서러움.그렇게 승관은 한참을 눈물을 서러움과 맞바꿨다.
"엄마"
승관이 울면서 내뱉은 단어는 어린아이의 서러움을 극대화시킨다.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승관에게는 없는 그 존재.엄마다.사실 승관도 엄마가 있었다.괴물로 변해버리기 전의 아빠도 있었다.
"엄마"
피투성이의 승관이 엄마를 불러보지만 쓰러지신 엄마는 일어날줄 모른다.옆에 운전대를 잡고계셨던 아빠도 마찬가지다.빌어쳐먹게도 이 세상은 피해자에 대한 인권보장은 없었다.피해자는 그냥 피해자일뿐이다.제주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다 그렇게 피해만 입고 남는게 없었다.승관의 가족에게는
"아빠"
아까처럼 승관의 아빠는 제정신이 아니다.어린 승관은 그게 정신적 이상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냥 아빠가 괴물로 돼버렸다 이정도로만 인식한다.
"으"
저 아빠의 탈을 쓴 괴물이 온다.저 괴물에게 잡히면 또 옷 벗기고 두드려 맞을꺼다.승관은 다시 달린다.어린 아이가 달리는 산속의 공기는 맑았다.그 맑은 공기속에서 아이는 오로지 도망만 친다.다른 지역사람들에게 관광지로 혹은 휴양지로 이용되는 제주도속에서 어느 아니는 폭력에 시달렸다.제주도의 여름 내내
"아빠.."
2006년 아직은 사계절이 뚜렷하던 그 시기에 여름의 끝이라는 8월에 승관의 아빠는 죽었다.정확하게 말하자면 고등학생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아빠"
어린아이다.누누히 말하지만 아직 정신적 연령이 다 완성되지는 않은 미성숙한 사람을 일컫는 아이다.그런 승관에게 있어서 아빠는 아무리 자신을 때리는 존재라 할지라도 아빠였다.그저 괴물이 되어버렸지만 곧 돌아올꺼라는 믿음으로 늦은 밤까지 안 돌아오면 기다리게 하던 존재였다.그 기다림이 2006년의 오늘에도 이어졌다.그래서 늦은 밤까지 집은 아니지만 보금자리인 비닐하우스에 안 돌아오는 아빠를 찾으러 나선 승관이였다.그렇게 찾으러 다니던 그 순간 도와달라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아"
자신의 아빠가 승관보다는 크지만 아빠보다는 어려보이는 남자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그리고 결국 그 끝에 아빠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빠.."
그렇게 흔들어도 미동없다.아스팔트 바닥에 뿌려진 피만이 더 번질뿐이다.2006년의 제주도에서 마지막 여름이였다.
"가서 말씀 잘 들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승관이 아직 그 속담을 모른다는게 함정이지만 세상이 아직 승관을 완전히 내치지는 못했나보다.
"서울에서 맛난 밥 많이 먹고,여름엔 시원하고,겨울에는 따듯한 곳에서 재워준대"
".."
"녀석,아무튼 가서 잘 지내라"
배에 오르기 전 마을 이장님이 승관에게 마지막 당부를 해주신다.아빠가 죽은 이후로 마을사람들이 승관을 어떻게 할까하다가 한 기관에서 그런 승관의 사연을 알아채고 승관을 보호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연락의 발신저는 서울이였다.아빠가 죽은지 10일만에 제주도를 처음 떠나게 된 승관이다.
"이제 타라"
배에 혼자 태워보낸다.7살 혼자 배에 탄다.큰 배에 다른 어른들도 누군가 같이 타는데 승관만 혼자 탄다.
"도착하면 내려.그러면 너 데리로 온 사람들이 있을꺼다"
".."
"그리고"
배에 내딛는 승관이 뒤를 돌아본다.무섭다.이 배안으로 혼자 들어간다는게
"다시는 이 땅에 발 디딛지 말아라"
어린아이에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승관은 그 말을 이해하는데 나중에서야 깨달았다.그 것은 승관이 중학교 교복을 입고나서 깨달았다.
"안녕"
배에서 어떻게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그저 자기만 했다.멀미가 나면 아무 방이나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그래서 승관은 잤다.차라리 자는게 승관에게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7살 어린아이가 움직이는 배 안에서 혼자 덩그러니 있는데 어른들은 신경안쓴다.다들 그저 저 꼬마아이가 설마 혼자 왔겠냐 하며 무관심하다.그 무관심이 승관을 재웠다.
".."
"너가 승관이니?"
".."
정말 내리자마자 어른들 3명이 다가온다.낯선 땅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 승관에게 가족이 되었다.
"승관아"
"네?"
7살에서 14살로 넘어간다.사실 7살의 큰 사건은 제 아비가 죽은건말고는 별다른게 없었다.살아갈 환경이 바꼈지만 그를 보호해주는 환경이였다.떠나기 전 마을 이장님이 하던 말이 그대로 맞았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듯하게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그랬다.딱 살기 좋았다.
"원장님이랑 잠깐 애기 좀 할까?"
"네"
학습지를 풀던 승관이 원장님을 따라 들어간다.따라 들어가보니 2명의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사실..너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시던 분들이 계셔"
14살의 교복을 입으면 무언가 달라진다.가장 큰게 눈치다.벌써부터 교실에서든 학원에서든 눈치가 있어야 살아남는다.승관의 눈치도 빨라졌다.저 사람들이 자신을 데려가고 싶어한다는 것 즈음은 눈치챘다.
"일단 앉아볼래"
원장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쇼파에 앉는다.맞은편에 잘생긴 남자들이 자신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다.
"우선 인사해"
"안녕하세요"
"어 안녕"
진한 이목구비의 남자가 웃으면서 인사하는데 승관은 이상하게 별로였다.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긴 것 같고 서글서글한데 왜이리 확 오는게 없는지 모르겠다.
"안녕 나는 최승철이야"
"네"
"그리고 옆에 애는"
"윤정한이야"
정한의 말에 승관이 다시 제주도로 왔다.괴물에게 먹힐뻔했던 그 이쁜 형아가 서울에서 살았다.
'윤정한!!"
정한에게 헐레벌떡 승철이 다가오더니 괴물을 발로차고 욕도 해본다.
'아악!!'
괴물이 죽는다.승철이 죽였다.
"..."
"승관아?"
표정이 이상해진 승관이 의아해진 원장님이 승관을 부르신다.제주도에서 다시 서울로 왔다.
"..아 죄송해요"
"아니야"
"..."
"아무튼 이 분들이 널 데리러 가고싶어하시는데"
".."
"아무리 그래도 네 의견이 제일 처음이지 않겠니?"
".."
"그래서 그러는데 너는 어떠니?"
교복을 입으면 눈치가 빨라진다고 그랬다.승관이 승철의 눈을 보고 읽어버렸다.자신을 데려가고싶어한다는 것을.
"..."
"생각할 시간을 줄까?"
"..좋아요"
6개의 눈동자가 놀란표시를 보여준다.망설임이 없는 승관의 대답에 환해지는 승철을 본 승관이 웃는다.
"좋아요"
괴물죽인 대가를 보여주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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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정주행하시거나 예전편도 자주 보시는 분들은 맞춤법이나 오타 지적 좀 부탁한다,
항상 감사드리고 암호닉 꾸준히 적어두고 있다.
그리고
한솔의 비밀
1.???
2.???
3.???
지난번 이벤트로 한솔이 제일 많이 나왔다.
원하는 번호 하나 적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