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의 끝에서
" 연애 할래? "
전정국의 고백에 난 심장이 쿵 떨어졌다. 쿵 떨어져서 그대로 멈춘 줄 알았건만 더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이었다.
고요한 기차 안 정적에 울려퍼진 전정국의 목소린 너무나 뚜렷이 들렸다. 그렇게 모든 마음은 부산에 버리겠다는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뛰는 심장은 멈출 줄을 몰랐다.
고개를 들어 옆에 전정국을 바라보니 오롯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 연애요? "
" 응. 연애 "
너무나 당연하게 내 질문에 답을 하는 전정국에 아득해지는 쪽을 내 쪽이었다. 전정국은 고개를 왼쪽으로 갸웃하며 말했다.
" 싫어? "
" ... "
"싫으면 싫다고 해도 돼. 강요할 생각 없어. "
싫으면 싫다고 해도 된다는 말을 뱉고 그렇게 안 괜찮은 표정을 지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 너무 갑작스러운거 알아. 놀랄거란것도 예상했고 "
모든걸 짐작했다는 말을 하며 표정은 그 모든 걸 짐작했어도 정작 그 상황에 직면하니 힘들다는 표정은 왜 짓는지
" 그냥. 갑자기 말 하고 싶어서. 오늘 너무 예뻐서. "
그런 오그라드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곤 아무런 미동도 없는 전정국이었다.
이런식으로 말이 끝나면 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이 얘기에 대해 말을 꺼내지 못할게 분명했다.
피곤하면 자 이따 깨워줄게. 라는 말을 하고 담요를 무릎위에 덮어주는 전정국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전정국을 쳐다봤다. 상체를 숙여 무릎에 담요를 덮어주고 상체를 일으킨 전정국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 선배는 왜 자기 할 말만 해요? "
" ... "
" 혼자 고백하고 셀프 차이기가 어딨나? "
" ... "
" 난 싫으면 싫다고 말 하는거 알죠? "
거짓말이었다.
처음엔 모든 가식없이 전정국을 대했던게 맞다. 하지만 지금 난 어떻게 하면 그가 웃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알량한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었다.
발에 맞지도 않는 신발을 신고 하루종일 돌아다니기도 했다. 집에 가면 잡혀있을 물집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냥 같은 신발을 신고 걷는다는 점만 생각했다. 애써 부정하고 싶었지만 아침에도 분명 전정국이 신경쓰여 옷도 두 번이나 갈아입었다.
" 그리고 선배가 나 제일 잘 알잖아요. "
" 알지. "
" 나 또 이렇게 기분 좋다가도 또 심통부릴수도 있어요. "
" ... "
" 내가 만약에 다시 예전처럼 변해도, 처음처럼 내 옆에 있을 수 있어요? "
나는 불안한 마음에 내 변호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모습을 제일 잘 아는 전정국이었다.
난 전정국에게 제일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또 전정국은 그런 날 바꿔냈다.
모든 걸 다 아는 전정국에게 나 좀 잘 봐달라고 쓸데 없는 말을 내뱉었다.
" 일어나지도 않은 일 걱정하지마. 지금도 이렇게 옆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
전정국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맞잡은 손을 눈 앞에서 흔들며 계속 이렇게 손 잡아줄게. 믿어. 라는 말을 했다.
영원히,계속 이란 말은 믿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런 단어는 믿지 않는다.
꿈을 꾸는 듯 두둥실 뜨는 마음에 생각회로가 멈춘 듯 했다.
모든 걸 덮어놓고 믿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에게 오게된다. 그런데도 믿고 싶게 만드는 전정국은 벌써 나에게 얼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감히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영원을 약속한 네게 난 속기로 했다.
.
.
.
.
.
주말여행을 끝내고 많은게 변했다. 그저 평소와 같이 등교를 하면 되는 월요일이다. 바쁘게 준비를 해 학교로 가면 된다.
왜 난 거울 앞에서 서성이고 있고 거울 속 내 모습에 심통을 부리는지.
징-
[ 집 앞. 나와 - 전정국선배]
앞으로 학교를 같이 가자는 전정국의 말에 몸서리를 쳤다. 학교 가면 계속 같이있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하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그저 더 보면 좋잖아. 였다. 알겠다고 말은 했지만 직접 이 문자를 받고 나니 실감이 났다.
나는 스프링 튕기듯이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도 풀고 머리를 다시 만졌다.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가니 보이는 전정국의 입꼬리를 한껏 들어 웃었다.
자연스럽게 맞잡은 손을 흔들며 걸어 나갔다. 이 손은 언제부터 잡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잡고있었다.
매일 걷던 나무가 늘어선 보도블럭이었다. 인도바로 옆에 쌩쌩 달르는 차도 그대로 였다.
시끄러운 경적소리를 내며 달리는 차도 있었고 뭐가 그리 바쁜지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는 오토바이도 그대로 였다.
달라진 건 그냥 내 옆에 그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냥 그것 하나가 내가 걷는 이 보도블럭이 엄청 부드러운 구름이라도 되는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여름이 와 더운 이 날씨에도 손은 놓지 않았다.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학교에 도착 해 우리 과 건물로 갔다. 여전히 당기시오 표시는 무시를 하고 문을 밀어내려 손을 뻗었다.
전정국은 아무 말 없이 문을 당겨 들어가라는 고개짓을 했다. 난 감사해요라는 말을 건냈다.
많은 계단을 보니 탄식이 나왔다. 아무리 전정국과 함께여도 이 계단은 즐겁지 않을것 같았다.
짧은 한숨을 내뱉고 계단에 발을 올렸다. 한 걸음씩 올라갔다. 전정국은 내 속도에 맞춰 계단을 올라갔고 순식간에 이층에 도착했다.
또 앞에 보이는 외로운 밤톨머리가 눈에 띄었다. 그 좋은 머릿결을 자랑하고픈지 온 몸을 흔들며 계단을 오르는 박지민이었다.
고작 주말에 못 봤다고 반가운 마음에 박지민을 불렀다.
" 박지민! "
" 헥.. 말.. 걸지.. 마.. "
박지민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말걸지말라는 말을 했다.
" 야 누가 보면 등산하는 줄 알겠다. "
" 난 헥.. 지금 등산.. 하는 느낌..이거든? "
" 힘들면 쉬었다 가. "
갑작스레 들린 전정국의 목소리에 박지민은 뒤를 돌아봤다. 형도 있었어요? 라는 물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박지민이었다.
" 와 박지민 내가 부를 땐 말 걸지 말라더니? "
" 너랑 같냐? 근데 어떻게 둘이 같이 오네? "
박지민은 아직도 헥헥거리며 눈을 감고 말을 했다. 저러다 넘어질텐데.
한참을 숨을 고르던 박지민은 그제서야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릴 쳐다봤다.
" 뭐야?! "
박지민은 뭔가 신기한 걸 봤다는듯이 소리를 쳤다. 박지민은 계단을 오르던 다른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고 지나가게 만들었다.
박지민은 본인이 본 게 맞는지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하려들었다. 전정국과 눈을 마주쳐 지민이가 많이 아픈가?라는 말을 했다.
박지민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말고 어서 해명을 하라고 했다.
" 해명해! 빨리. 이거 뭐야? "
박지민은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와 우리의 손을 가리켰다. 이거 뭐냐니까? 뭐에요 형? 뭐야 김탄소 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 손 잡고 있던걸 잊었다. 박지민은 계속 뭐냐는 말만 반복하며 나와 전정국을 번갈아가며 쳐다 봤다.
" 우리 연애하는데? "
" 그쵸. 연애 하니까 손을 이렇ㄱ.. 네?! 연애?! "
" 연애 한다고. "
" 와 뭐 이런 일이. 김탄소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내가 일빠 아니냐? "
" 니가 일빠 맞는데? 나랑 선배 빼고 박지민 니가 처음이야. "
나의 말에 박지민은 그새 베시시 웃으며 역시 그런줄 알았다며 풀렸다. 박지민은 대박사건이라며 그 힘들다던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우리도 다시 발을 떼서 계단을 올랐다. 박지민은 강의실에서 여러분 대박사건입니다. 씨씨가 탄생했어요 라는 말을 반복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박지민의 말에 다들 누군데? 라는 반응을 보였고 때마침 전정국과 내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박지민은 제 친구 김탄소요. 라며 두 팔을 벌려 우릴 향해 펼쳤다.
우리가 잡고 있는 손이 민망하게도 강의실안에 모든 사람들은 우릴 쳐다봤다. 그 중 민윤기도 있었고, 민윤기는 언제나 처럼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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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전정국 옆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다 문득 해와야 될 프린트를 안 해 온게 생각이났다. 강의 시작까진 시간이 남으니 복사를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 어디 가게? "
" 저 프린트 좀 하게요. "
" 같이 갈까? "
" 에이 무슨 애도 아니고. 지민이랑 놀고 있어요. "
복도를 따라 프린트를 하러 발을 옮겼다. 지나가다 만난 사람들은 전정국과 진짜 사귀는거냐며 물어왔고 난 그저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그렇게 프린트를 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엔 민윤기가 있었다. 민윤기는 날 바라봤고 난 그저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건냈다.
아까 복도에서 나와 마주친 모두가 나에게 물었던 것 처럼 민윤기도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 결국 전정국이랑 사귄다? "
아까까지 질문을 해 온 사람들과 같은 의미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민윤기의 질문은 느낌이 사뭇 달랐다.
" 아, 네. "
" 분명히 말 했는데. 내 말은 신경도 안 쓰이나봐 김후배는? "
민윤기와 전정국의 말 둘 중 어느 쪽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당연히 전정국이라 대답할 문제였다.
민윤기의 말은 내 기억속에 남지 못했고 그저 흘러가는 말일 뿐이었다.
" 선배 좋은 사람이잖아요. 혹시 두 분 싸우셨어요? "
나의 말에 민윤기는 실소를 지으며 날 봤다.
" 싸워.. 싸웠다? 전정국이랑 내가. "
" ... "
" 엿같네 진짜. "
민윤기 저 사람은 우리 둘이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건지.
그냥 옛날 나 처럼 모든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니면 저럴 이유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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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름학기 종강이 코 앞에 다가왔다. 개강 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 같았던 학교생활엔 많은 변화가 일었고 그 중심엔 전정국이 있었다.
무미건조했던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은것도 전정국이었다. 전정국과 다시 카페에 왔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아이스티를 시켰다.
진동벨을 받고 창가자리에 앉았다. 전정국은 또 어딜 가자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노트까지 꺼내 볼펜으로 뭔갈 적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연애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또 나보고 길 다 찾게 만들려고요? "
" 그 때는 너무 낯선 지리여서 그랬지. 나만 믿어 "
" 나 사실 그런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
" 어떤거? "
" 누구 혼자 다 준비하는거. 저번에도 그냥 나오래서 그냥 갔긴 했는데 역시 영 불편하던데. "
누군가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건 그만큼 불안요소가 많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온전히 의지하던 사람이 없어지면 난 그냥 그대로 끝인것이다.
불편하다는 말로 대충 설명하긴 했지만 불안함이 큰게 사실이다.
우리가 주문한 아이스티가 다 나왔다는 진동벨이 울렸고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쪽으로 갔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쟁반을 건내받고 돌아가려는 찰나 눈에 띄는게 있었다.
" 이거 적립카드 만들고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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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김탄소라고 적힌 적립카드를 내려다 보며 자리로 돌아갔다. 전정국의 노트는 어느 새 반절이 차있었다.
" 짠. "
전정국에게 우리 이름이 나란히 적힌 적립카드를 내밀었고 전정국은 적립카드를 한참을 바라보다 받아 들었다.
" 김탄소,전정국. "
적립카드 위에 적힌 우리의 이름을 중얼거리던 그는 적립카드를 다시 나에게 건냈다.
" 이거 모아서 고구마라떼 먹어. "
" 당연하죠. 선배 먹는 것도 다 여기 찍을건데? "
그 적립카드는 내 지갑속에 자리 잡았다. 계속해서 계획을 짜는 전정국의 옆에서 나도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그의 노트에 적었다.
그의 노트는 어느 새 나와 그의 글씨로 가득찼고 우린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난 하이파이브를 한 손 그대로 깍지를 껴 손을 잡았다.
" 남잔데도 손 되게 예쁜거 알아요? "
" 너 지금 나한테 끼 부리지."
" 네? "
" 안 되겠다. 진짜. "
" ... "
" 지금도 이렇게 옆에 앉아 있으면 내가 집중이 안 되잖아. "
" 그럼 떨어질까? "
" 니가 먼저 시작했다. "
전정국은 모든 책임을 나에게 넘겼다. 전정국은 내 볼을 잡고 그의 얼굴과 가깝게 당겼다.
이번엔 나도 전정국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전정국의 분홍빛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이런 행동을 해 올지 몰랐던 난 눈만 멀뚱히 뜨고 전정국을 바라보고있었다.
" 이건 맛보기. "
" ... "
" 다음엔 눈 감아. "
" ... "
" 분명히 말했다. 니가 먼저 시작했다고. "
그렇게 모든 책임을 나에게 넘긴 전정국이었다.
모든 책임을 지게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콤했다. 그냥 그렇게 전정국은 내 모든게 되어갔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여름방학 내내 전정국과 만났다. 전정국은 여행지를 멀리 있는데서 찾지말고 주변부터 구경해야겠다며 서울 곳곳을 날 데리고 돌아 다녔다.
물론 길을 잃었을 땐 다시 주도권은 나에게 돌아왔다.
인터넷을 하다 맛집을 보면 전정국에게 가자고 말을 했고 전정국은 흔쾌히 나와 갔다.
인터넷을 하다 좋은 곳이 보이면 그를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와 그곳을 갔다.
전정국뿐만 아니라 나도 전정국과의 데이트를 꿈꾸며 행복했고 실제로 행복했다.
그렇게 더운여름에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다녔다. 정신차려보니 그 사람의 하루일과는 내 하루일과가 되어 있었다.
하루를 전정국으로 시작해 전정국으로 끝냈다. 그도 분명 그랬을거라 믿는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에도 붙어 다닌 시간만큼 전정국이 더 좋아졌다.
모든게 너무 행복하기만 해 긴 꿈을 꾸는가 싶기도 했다. 이게 꿈이라면 난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때보다 행복한 여름이 갔고 다시 새학기를 맞았고 가을을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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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봄을 지나 여름 건너 가을이 왔습니다!! 이제 곧 겨울도 오겠죠? 독자님들 모두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봄이 오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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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분들 제가 말로 다 못 할 만큼 감사하고 애정합니다.♥ 한소님♡ 벚꽃님♡ 지호님♡ 두둠칫님♡ 정닺뿌님♡ 맨맨님♡ 국쓰님♡ 사계절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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