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드는 한적한 오후 여느 떄보다 조금 일찍 와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괜히 전정국은 언제 오나 뒤를 돌아 보기도 했고 내가 뭐 하는 건가 싶어 혼자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철컹- 문 여는 소리가 났고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 봤다.
강의실로 들어오는 사람은 전정국은 아니었다. 그래도 난 최대한 밝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전정국이 그랬듯이.
내 인사를 받은 선배도 웃으며 인사를 했고 나에게 다가 와 말을 이어 가려 했다.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선배의 말에 나도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예전같았으면 가식을 떠는 말이라고 치부해 버리곤 했을것이다.
이젠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보단 그냥 보여지는 것에 속기로 했다.
" 그래요? 요즘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봐요. "
" 보기좋다 꽃다운나이라 그런가? 요즘 토익이다 토플이다 영 정신이없네. 언니가 충고하는데 아직까진 좀 놀아도 된다~"
"언니도 꽃다운나이죠 뭘, 지나가던 교수님 들으시면 뛰어 들어오세요."
" 그래 웃으니까 좋다. 전부터 너랑 말 한번 길게 해 보고싶었는데. "
하루하루 뒷통수에 대고 징을 치듯 뭔가 크게 맞은 느낌이었다. 평소에 항상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던 선배의 의도는 그저 나와 긴 대화를 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 그쵸 누나 애 얼굴이 폈죠 완전? "
어느 샌가 선배와 나 사이에 껴든 박지민은 선배의 말에 격하게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내 어깨를 감싸 머리를 기대며 ' 제가 다 기분이 좋아요 ' 라는 실 없는 말을 했다.
" 깜짝이야! 언제 왔어? "
" 방금 왔지- "
" 넌 애가 인기척도 없냐. "
" 니가 못 들은거겠지. "
선배는 박지민에게 니가 무슨 탄소엄마냐며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 진짜 형이 대단하다. "
" 무슨 형? "
" 누구겠냐 정국이형이지. "
" 또 뭔소리를 하려고 "
" 내가 이년동안 못해낸걸 불과 몇개월만에.."
입을 삐쭉거리며 심통난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박지민을 달래듯이 말했다.
" 우리 지민이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시나 "
" 진짜 보기 좋다고 얼마나 좋냐 웃고 떠들고 "
"....."
"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맨날 기계처럼 대답만 하고 그게 무슨 사는거야. 이제 좀 사는맛이 나지 않냐? "
박지민의 아저씨냄새 물씬 풍기는 멘트에 웃음이 났다.
"어? 이제 별게 다 웃기냐? 야 웃지마 "
"웃지 말라니까? "
" 웃긴걸 어떡해. "
내 계절이 변하길 바라던 티없는 내 친구는 정말 내가 변해도 떠나지 않았고 옆에서 바라봐주었다.
내가 하나 하나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본인일보다 기쁘게 박수를 쳐주었고 좀 더 빨리 이런 세상을 못보여준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아무리 고맙다 수백번 얘기해도 표현할수 없을만큼 고마운 박지민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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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
박지민만큼 고마운 내게 봄을 안겨준 사람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한다.
내 사랑이 온전한 사랑인지 삐뚤어진 사랑인지는 아직 모른다. 너를 향한 잘못된 사랑이 너와나 모두를 망쳐버려도 어쩔수 없다.
사실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난 그저 처음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조심스레 첫걸음을 뗏고 한 걸음씩 걸어 나갈것이다.
앞으로 넘어지고 울고불고 많은 일이 생길거란건 누가 봐도 뻔한 이야기지만 걷기를 포기하는 아이가 없듯 나도 너를 향해 발걸음을 뗏다.
" 오늘 점심은 뭐 먹을거에요? "
" 오랜만에 학식 먹을래? "
" 오늘 뭐 나오는지 알아요? "
" 후배님 나도 가봐야 알지 않을까요? "
질문의 답은 당연히 전정국은 알리없는것이었다. 자꾸 이런 터무니 없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전정국은 그럴때마다 웃으며 그의 손을 내 머리에 얹고 매번 하는 말이 있었다.
"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키워야 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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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둘은 창가자리를 참 좋아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창가 자리로 향했다.
오늘의 학식은 제육볶음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복작대는 구내식당은 이젠 내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전정국은 햇살드는 창가에 앉아 숟가락젓가락을 놓고 물을 따랐다.
" 이거 습관이에요? "
전정국은 뭘 말하냐는듯 날 쳐다 보다 이내 아 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전정국은 물병을 들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 습관인줄 몰랐는데.. 이제 보니까 습관이네 이것도. "
전정국은 여전히 제육볶음이 나오는 날은 아직 손도 대지 않아 수북히 쌓인 내 고기위로 더욱 높게 쌓아줬다.
" 제육볶음 안 좋아해요? "
" 아니? "
" 근데 왜 맨날 이렇게 내 식판에 쌓아 줘요? "
" 맛있는거 많이 먹으라고. "
전정국은 당연하다는듯이 대답을 했다. 그리곤 내게 다시 질문을 했다.
" 넌 제육볶음 안 좋아해? "
" 좋아하긴하는데 남에꺼 뺏어 먹을 정돈 아니고 "
" 좋아하면 많이 먹어. 내가 주는 것도 먹으면 되지. "
" 말했잖아요. 남에꺼 뺏어 먹을 정돈 아니라고. "
전정국이 옮겨낸 제육볶음을 다시 원래대로 옮기곤 말했다.
" 이건 선 긋는거 아니고 내꺼 내어주는 거에요. "
어린애가 궁금한것에 대해 하나씩 질문을 하며 하나씩 배워가듯 전정국에 대해 난 하나씩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전정국은 유독 제육볶음이 나오는 날에만 본인의 것을 나에게 양보를 하면서 까지 내가 제육볶음을 많이 먹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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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과 학식을 먹고 구내식당앞에 있는 자판기 앞에 서 있었다. 전정국은 구내식당 안 정수기에서 물을 먹겠다고 먼저 나가 있으라 했다.
자판기 앞에는 밥을 먹고 커피를 뽑아 먹으려는 사람으로 바글바글 했다.
그 때 , 같은 과 선배들이 단체로 학식을 먹고 나오는지 단체로 구내식당에서 나왔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으려는지 자판기 앞에 왔고 나는 꾸벅 인사를 했다.
나는 밥은 맛있게 드셨냐고 물었고 그들도 너도 맛있게 먹었냐로 답문을 했다.
" 김후배 요즘 지민이랑은 밥 같이 안 먹어? "
" 박지민이 강의를 풀로 짜서요. 한 방에 수업 다 듣고 집 가겠대요. "
" 그게 현명한거지. 강의 뜨는거지? "
" 네. "
" 전정국은? "
내가 있는 곳에 전정국이 있는게 당연하다는듯 물어보는 민윤기였다.
사실 입학후에 민윤기는 내게 악감정이 있다면 악감정이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요즘들어 자꾸 말을 걸어 오기 시작했다.
아마 이 사람도 말을 걸면 대답만 겨우 해 주는 나와 대화 하기 싫었을 수도.
여전히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 아, 곧 나올거에요. 안에서 물 마셔요. "
" 정국이랑은 무슨 사이야? "
조금은 직접적이지만 모두가 궁금했을 질문이었다.
그 질문을 민윤기 본인은 담담하게 물었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더 난리였다.
나는 그 질문의 답을 간단히 선배후배 사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럼 무슨 사인데? 라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한참 뭐라고 대답을 할 지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 처음보는 얼굴의 선배가 다가왔다.
그리곤 신기한 물건 보듯 내 얼굴을 쳐다 봤다. 뭐야
" 와 신기하다. 진짜 "
" 네? "
" 아니, 너 진ㅉ.. "
무슨 말을 하려던 그 선배의 입은 주위 선배들의 입 막음으로 말을 끝 내지 못 했고 민윤기를 제외한 모든 선배들은 자판기 앞을 떴다.
" 같은 과 아니죠? "
" 쟤 성격이 원래 좀 이상하다. 내가 사과할게 "
민윤기는 내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말을 했다.
" 아니에요. 사과 하실 정도로 기분 나쁘진 않아요. "
사과를 받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궁금했다.
" 근데 뭐가 신기하다는거에요? "
민윤기는 곤란하다는듯 눈을 이리저리 굴렸고 물 마신다던 전정국이 나왔다.
" 민윤기? "
전정국은 민윤기를 보고는 웃던 얼굴이 싹 굳었다.
민윤기도 땅을 쳐다보던 시선을 거둬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 전정국 쓸 데 없는 짓 그만하고 다녀라. "
" ..... "
" 김후배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
둘 사이의 오묘한 기류가 흘렀다. 나는 그 분위기에서 전정국에게 빨리 가자며 손을 끌었고 전정국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내가 이끄는 대로 끌려왔다.
우리 둘이 도착한 곳은 카페였고 우린 다시 창가자리를 찾아 앉았다.
" 선배 괜찮아요? 얼굴 되게 안 좋아 보이는데 "
" .... "
선배는 답이 없었다.
"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안 물어 볼게요. 난 민윤기 선배보다 선배 더 믿으니까. "
전정국은 나의 말에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고 그 상태로 한참을 내 얼굴만 뚫어지게 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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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 씻고 머리를 말렸다. 위잉- 돌아가는 드라이기 소리에 맞춰 내 머릿속엔 답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 다녔다.
민윤기에 말엔 어떤 뜻이 담겨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낼 수 있었다.
낮에 카페에서 전정국에게 했던 말은 진심이었으니까.
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질문은 전정국과 나는 어떤 사이일까 였다.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일단 나에게 달렸다.
나는 선배를 좋아하나? 선배가 싫지 않기에 난 선배가 좋다.
그 좋음이 그저 나에게 따스함을 준 전정국에 대한 고마움인지 이성적인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징-
[ 나올래? - 전정국선배 ]
다소 뜬금 없는 시간에 문자를 보내 온 전정국이었다.
난 다 말리지 못한 머리도 까먹은 채 답장을 보냈다.
[ 어디로요? ]
[ 맨날 가던 카페로 와 - 전정국선배]
난 서둘러 전정국이 말하는 카페를 향해 갔다. 그렇게 다 말리지 못한 머리는 물기를 머금고 있다 땅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 물기는 전정국을 향해가는 길에 선명하게 남았고 전정국을 만나고 돌아올 때 그 물기를 보며 내가 머리를 다 말리지 않았나라는걸 깨달을것이다.
전정국에 한 마디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달려 나갔구나를 그제서야 알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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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도착해 전정국이 앉은 테이블 위를 바라보니 고구마라떼 두 잔이 올라와있었다.
전정국은 역시나 해가 다 져 햇살이 들지 않는 창가자리였으나 창가자리에 앉아있었다.
우리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누가 먼저 입을 열 지에 대한 생각은 둘 다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둘 사이에적막에도 이제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됐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와 사뭇 다른 창밖을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건 전정국이었다.
" 탄소야 주말에 시간 돼? "
나는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대답했다.
" 아마 별 일 없으면? "
" 그럼 나랑 부산가자. "
뜬금없는 부산이었다. 서울에 많고 많은 놀 곳을 놔두고 부산?
빨리 대답을 바라듯 쳐다 보는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은 꼭 같이 가자는 티가 팍팍 나는 눈을 굴렸다.
오늘 기분 안 좋은거 아니었어?
" 부산이요? "
" 응 부산 "
" 갑자기 부산이요? 여기도 놀데 많지않아요? "
" 갑자기 아닌데? 주말에 시간 되는거지? "
" 되긴 될거같은ㄷ.. "
" 가는걸로 알게. "
" 못 갈수도 있어요 알겠죠? 사람일 몇시간 뒤도 모르는데 며칠 뒤는 더더욱 그렇고 "
" 너 일부러 그러지. "
전정국은 눈을 찌그러트리며 나를 밉지 않게 흘겨 봤다. 그런 전정국의 모습에 웃음이났다
" 뭘요? 그 표정 짓지마요 못났어. "
"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달라고 그러는거 아니야? "
" 그럼 이럴땐 뭐라고 대답할까요? "
" 그냥 알겠다고 한 마디만 해. "
" 싫을때는? "
" 나말고 다른 사람한테가서나 싫다그래 지금은 그 말 할 때가 아니야. "
전정국은 단호하게 말을했다.
" 우리가 무슨 사이라ㄱ.. "
오늘 낮에 민윤기가 했던 무슨 사이냐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뱅뱅 맴돌다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끝 마치지 못 한 그 질문은 다시 내 머릿속에서 뱅뱅 맴돌았다.
" 내가 다 알아서 할 게 "
낮까지만 해도 세상 다 잃은 듯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전정국이 맞는지
내 말도 잘라먹고 재밌겠다며 핸드폰을 꺼내 부산 명소와 같이 사소한 것을 찾는 전정국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갑자기가 아니긴 무슨. 갑자기 그리고 뜬금없는 부산행이었다.
이 부산행이 뭘 뜻하는지 전정국은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안중에 없었다.
그냥 놀러간다는거에 들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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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주가 뭔가 변한 느낌이 팍팍 드네욤.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죠헤헤헤헿헤헹 항상 좋은 말로 댓글 달아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독자님들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는 봄이 오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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