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의 끝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직 더위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부쩍 높아진 하늘이 가을이란걸 알려줬다.
가을은 그냥 아무 의미없는 계절 같았다. 봄처럼 예쁜 꽃을 피워내지도 않았고 여름처럼 강렬한 햇볕을 보여 내지도 않았다.
그냥 여름과 겨울 사이에 끼어 맞춰져 있는 계절 같다. 가을은 겨울 전 겨울에 대비해 준비를 하게 한다.
서서히 푸른 잎은 걷히고 조금 남아있던 더위마저 사라지면 겨울이 온다. 그냥 그렇게 가을을 따라 준비를 하면 된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사실 휴학 전엔 방학이 왜 필요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방학없이 빠르게 졸업을 하면 더 좋을 일을 왜 미루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이번 방학을 보내며 깨달았다. 전정국과 함께 하는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갔다.
방학은 짧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길었다. 이유 없이 빠르게 가는 시간을 잡고 싶었다.
앞으로 계속 함께 있을 시간이었다. 왜 지나가는 순간 순간에 미련이 남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전정국과 서울의 온갖 명소란 명소는 다 돌아 다녔다. 이젠 어딜 가도 그와의 흔적이 날 반겼다.
어떤 순간에도 행복한 기억으로 다닐 수 있었다. 어느 곳이든 좋은 추억이 깃든 곳이었으니.
전정국과 새학기 수강신청을 위해 pc방에 왔다. 금연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언제나 수강신청 운이 따르지 않는 나는 더욱 신경을 곤두 세웠다. 이번 학기도 저번 학기 같이 시간을 붕 뜨게 만들 수는 없었다.
전정국은 나에게 1순위로 이걸 신청하라고 적힌 종이를 주었다. 물끄러미 종이를 읽어 보니 종이에 적힌 과목들은 죄다 인기 과목이었다.
" 선배 이거 다 신청하긴 힘들거 같지 않아요? 교양필수는 김교수님꺼 말고는 박교수님이 그나마 나으니까 박교수님꺼 신청하면 안 돼요? "
" 일단 해 보고 안 되면 박교수님 강의 신청해. 박교수님이 괜찮아도 김교수님만 못 한거 알잖아. "
암요. 알고 말고요. 언제나 수강신청 싸움에서 피를 보는 쪽인 나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손을 푸는 게임까지 하며 수강신청 시간을 기다렸다.
분명 수강신청 한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시간을 보니 수강신청 5분 전이었다. 어떡해라는 말만 반복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나는 서버시계까지 켜 놓고 기다렸다. 반면에 전정국은 아주 느긋한 태도로 시계를 지켜 보고 있었다.
저러다 전필이라도 제대로 신청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서버시계는 수강신청 시간 정각을 가르켰고 난 빠르게 클릭을 했다.
제발.. 제발
빠르고 경쾌한 소리로 클릭을 마친 전정국은 나에게 잘 했어?라는 말을 하며 내 모니터를 봤다.
내가 클릭을 하는 소리는 정말 느리고 둔탁하기만 했고 내 모니터에 뜬 수강신청 결과도 참담했다.
일단 전필까지는 무난하게 선배와 입을 맞춘대로 신청을 했다. 거기까진 떨리는 맘을 붙잡고 클릭을 하면서도 안도감이 들었다.
" 교필 왜 이래? "
전정국의 말대도 내 교양필수 신청결과는 참담했다. 분명 처음엔 김교수님 강의를 들으려고 생각했다. 차선책으론 박교수님 강의를 생각했고.
근데 내 모니터에 뜬 수강신청 결과는 왜 황교수님 강의에 신청이 됐다고 뜨는지. 내 손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 박교수님꺼 듣겠다고 한 것도 욕심인가봐요. "
" 어떻게 누르면 박교수님 수업까지 밀릴 수가 있지? "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 보던 전정국은 그래도 전공은 잘 했네. 라는 시덥지 않은 말로 위로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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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을 하고도 전정국과 전공수업은 같이 들었다. 그리고 박지민도 전공수업은 같이 들었다. 박지민은 박교수님 교양과목을 신청 했다고 전화로 투덜거렸다.
난 황교수님이라는 말 한 마디에 박지민은 배 부른 소리 그만하겠다는 말을 바로 했다.
주변에서 계속 이런 반응을 보이니 난 이번 학기 수강신청도 망했단걸 다시금 깨달았다.
전공수업을 1교시로 밀어 넣는 미친짓을 했다. 아침 잠이 부족 해 매일 허덕였다.
대학에 오면 아침시간이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난 왜 1교시에 신청을 했는가에 대해 매번 후회하지만 같은 짓을 반복했다.
전공수업엔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도 다들 서로에게 안면이 있는 듯 했고 강의실은 언제나 북적거렸다.
매번 아침에 같이 등교를 하던 전정국은 오늘 늦잠을 잤다고 했다. 나도 오늘 아침에 유독 눈을 뜨기가 힘들었는데 전정국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강의실에 도착을 해 딱딱한 의자에 앉아 가방을 내려 놓았다. 그대로 가방을 베개 삼아 엎드렸다.
분명히 아침에 일어 났을 땐 그대로 눈만 감으면 몇시간이고 더 잘 수 있을것만 같았다.
막상 학교에 도착해 엎드려 있으니 잠이 오긴 커녕 더욱 말똥말똥 해졌다.
그대로 얼굴을 묻고 삼삼오오 떠드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 중 귀에 거슬리게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앙칼짐만이 날 거슬리게 만든 건 아니었다.
" 전정국이랑 김탄소는 아직도 사귀나봐? 전정국 재미가 아직 안 떨어 졌나봐? "
" 조용히 좀 말 해. 저기 김탄소 있잖아. "
" 자는 거 같은데 무슨. 그리고 사실이잖아. 내가 틀린 말 했어? "
나와 전정국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선배들은 전정국이 나에 대한 재미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단 말을 했다.
아마 저 선배는 내가 자지 않는 걸 알고 나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분명 날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고 내가 듣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나와 전정국에 대해 떠드는 목소리가 듣기 거북했다. 난 그대로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쳐다 봤고 역시나 그 선배는 날 쳐다 보고있었다.
난 그대로 선배가 앉아 있는 책상 앞으로 걸어 갔다. 그리고 그 선배는 날 올려다 봤다.
" 왜? "
" 진짜 몰라서 물어 보시는거에요? "
"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
" 선배가 한 말 사과하세요. "
" 내가 무슨 사과를 해야 되는데? 뭐 전정국 재미가 아직 안 떨어졌냐는 말? 근데 어쩌냐 그 말이 사실인데. "
내 뒤에서 하던 말을 내 앞에서 내 눈을 보고 또박또박 읊어냈다. 난 어이가 없는 실소가 흘러 나왔다.
선배 옆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그만 하라며 그 선배를 말렸지만 그 선배는 그만할 마음이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 선배가 뭔데요? "
" ... "
" 설사 전정국이 그렇다고 해도 선배가 뭔데 그런 말을 하시냐고요. "
" ... "
" 정국선배랑 친하세요? "
" ㅇ..야 "
" 난 또 선배랑 베프라도 되는 줄 알았어요. "
전정국과 나의 관계에 대해 단순히 재미라고 정의 내려버린 그 선배가 너무나 미웠다. 미웠다는 말로 설명이 안 될만큼 그 선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듣기가 거북했다.
입에서 나오는 곧이 곧대로 말을 내뱉었다. 그 선배도 나처럼 기분이 나쁘길 바랬다. 난 최선을 다 해 선배에게 비아냥거렸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 마다 선배의 얼굴은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래도 내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 선배는 나의 말에 화가 났다. 애초에 시작은 본인이란걸 잊었는지 분에 못이기는듯 해 보였다.
이 때까지 누군가와 언쟁을 벌일 일은 없었다. 모든 진심은 숨기고 사람을 대했다. 어쩌면 제일 앙큼한 사람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듣기 싫은 말을 들어도 나도 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도 나와 같았구나 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런데 전정국과 관련된 말 한 마디에 앞뒤 재지 않고 말을 뱉었다. 어느새 주위의 이목은 우리에게 집중이 되었다.
그런건 상관 없었다. 난 이 선배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착각했다. 내가 잘못 본 거 같다는 말 한 마디였다.
선배는 끝까지 본인은 잘못이 없다고 우겼고 점점 싸움은 격해져갔다.
말이 안 통할 거란걸 실컷 싸운 뒤에나 깨달은 난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발을 옮겼다.
" 너네 둘이 얼마나 가는지 보자. 니 말이 맞나 내 말이 맞나 보자고! "
악을 쓰듯 내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선배는 이제 전정국의 재미 운운하는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저 내 말에 화가 났다. 그리고 나를 화나게 할 말을 내뱉었다.모든걸 알면서 난 또 그 말에 반응해 뒤를 돌았다.
선배에게 다가가 머리채라도 잡을 심산으로 다시 발을 옮겼다. 나도 눈에 보이는게 없다는 듯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 때 내 팔목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이거 놓으라며 손을 내쳤다. 그 손은 끈질기게 내 손목을 잡았고 날 돌려 세웠다.
" 참아. "
" 참아 김탄소. "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을 보자 그렇게 꾹 참았던 눈물이 눈에 맺혔다. 전정국의 한 마디에 내 발걸음은 멈췄다.
" 아니 선배 저 선배가.. "
" 여기서 이래서 좋을 거 하나 없어. 참아 "
전정국에게 내 편을 들어달라고 말을 했다. 전정국은 너무도 단호하게 나에게 참으라는 말을했다. 너무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한 순간에 밀려왔다.
분명 전정국에게 화를 내야되는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난 멍청하게 전정국의 한 마디에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천장을 쳐다 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정국은 그대로 내 손목을 잡고 강의실을 나왔고 복도 끝까지 걸어왔다. 걸어가는 와중에도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러 내 시야를 가렸다.
복도 끝에서 마주보고 선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김탄소. "
" ... "
" 대답"
매번 전정국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가 실망할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내가 잘못한 행동이 있으면 바로 고치려고 했다.
난 전정국에게 토라지더라도 전정국 말 한 마디면 모든게 풀렸다. 전정국은 내게 그랬다.
내 온전한 믿음의 대상이었고 내 안식처였다. 전정국은 내 세상이었다.
계속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전정국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창 밖을 봤다.
난 전정국의 뒷모습에 대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내 편 들어 줄 수 있었잖아요. "
" 그냥 그 언니한테 아니라고 한 마디 할 수 있었잖아요. "
이 두 문장을 내 뱉으면서도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은 떨어져 복도 바닥위에 맺혔다. 전정국과 마주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물자국은 늘어났다.
" 내가.. 내가 널 어떻게 해야 되냐.. "
전정국은 그대로 내 머리를 감싸며 날 끌어 안았다. 그리곤 내 등을 쓸어 줬다.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난 분명 전정국에게 화를 낼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난 전정국의 말 한 마디에 무너져내렸고 그의 말 한 마디에 화조차 내지 못했다.
" 울지마 제발. "
" 앞으로 안 울게 해 줄게. "
난
사실 전정국으로 인해 운 기억은 없다. 전정국으로 인해 웃고 즐거웠던 기억만 가득했다.
그런 전정국은 또 다시 내게 앞으로 울지 않게 해준다는 말을 했다. 전정국과의 좋은 기억으로 가득 찬 나는 그의 달콤한 말에 매료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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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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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과 지난 여름 만든 적립카드는 이미 다 채운지 오래였다. 그리도 두번째 카드도 채웠다.
한 판 두 판 채워 갈 때 마다 전정국과의 추억은 쌓여갔다. 카드를 채우면 새로 발급 받을 때 위엔 전정국과 내 이름을 적어 넣는 일은 다른 사람이 그냥 본인 이름만 적는 것과 같이 보통일이 되었다.
교양필수는 박지민도 전정국도 없는 과목이었다. 명백히 내 잘못이다. 누가 이 강의를 신청하라고 등 떠민게 아니었다.
교양 강의를 듣기 위해 전정국과는 밥을 먹고 헤어졌다. 전정국은 한 눈 팔지 말고 열심히 하고 와 라는 말을 했고 난 실 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 황교수님 수업은 듣기가 고역이다. 철저히 책 바탕으로 나가는 수업이었고 언제나 어려운 말로 강의를 했다.
이 모든걸 종합하면 황교수님 수업은 일종의 자장가였다.
강의실에 도착했을 땐 역시나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와 같은 처지구나 라는 생각과 저 사람들은 어쩌다 수강신청을 이렇게 했을까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가만히 앉아 앞으로 이 강의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해 심각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오는 사람은 더이상 없는 듯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 사람들도 모두 모르는 사람인것 같았다. 그래. 차라리 그게 낫지.
교수님이 들어 와 본인 수업에 대한 설명을 했다. 소문으로 들은 그대로를 말 하는 교수님의 입이 원망스러웠다.
소문은 원래 근거 없는 소문이라도 있듯이 난 소문중 일부는 거짓일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내 희망은 처참히 부셔졌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버티자라고 다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 죄송합니다. "
" 자넨 이름이 뭔가? "
" 민윤기라고 합니다. "
민윤기라는 말에 뒤를 돌았고 정말 민윤기였다. 민윤기와 눈이 마주친 난 황급히 눈을 돌렸고 다시 교수님을 바라봤다.
강의실은 빈 자리가 넘쳐났다. 민윤기는 수많은 빈 자리중 내 옆자리를 골라 앉았다.
그런 민윤기의 행동에 난 민윤기를 의아하게 쳐다 봤고 민윤기는 내 쪽을 쳐다 보지 않았다.
민윤기가 옆에 앉은 상태로 강의를 들었고 강의가 끝났다. 반은 졸고 반은 강의를 들었다.
내 책에 글씨는 휘갈겨져 있었고 졸다 낙서를 한 것 처럼 쓰여진 선도 있었다. 그에 반해 민윤기의 책은 정갈한 글씨로 모든게 적혀 있었다.
괜히 민망해진 마음에 책을 빠르게 덮고 가방을 챙겼다.
민윤기는 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 어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밀려오는 궁금증이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많은 빈자리를 두고 좋은감정이 있지도 않은 내 옆에 굳이 앉은 이유는 뭘까라는 생각이 가득 찼다.
" 저 선배님 "
" 저 싫어 하지 않으세요? "
민윤기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민윤기는 무표정한 얼굴과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그냥 다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럴 이유가 없네. "
" 네? "
" 생각 해 보니까 나도 똑같은 놈이더라고 "
도무지알 수없는 말만 늘어 놓는 민윤기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민윤기를 바라봤다.
민윤기는 무슨 말 더 필요해? 라는 물음을 던졌고 이내 난 아닙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가방을 매고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민윤기가 이제 날 싫어하지 않는다 해도 불편하다. 아니 애초에 날 왜 싫어했는지부터가 이상하다.
" 왜? 원래 여자가 따뜻하게 입어야지. "
" 그래야 내가 추울 때 벗어 줄 수 있을거 아니에요. "
" 지금도 벗어 줄 수 있는데? "
" 누가 봐도 내가 벗어 줘야 될 거 같지 않아요? "
" 겨울에 옷 많이 입고 다녀야겠네. 잘 못하면 겨울에 티 한 장 입고 돌아 다니겠다. 여자친구가 추위에 떠는 건 또 못보지. "
뭐에요 그럼 나도 내 애인 추위에 떨게 할 수는 없지. 장난스레 말을 하는 전정국에게 나도 장난스레 맞받아 쳤고 전정국은 그럼 뭐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을 했다.
난 전정국에게 가까이 와보라고 했고 우린 식탁을 사이에 두고 귓속말을 했다. 우리 애인 안 얼게 꽉 안아 줘야지.
" 하, 당했다. 내가 널 어쩌지 진짜. "
" 뭘 어쩌긴 고구마라떼나 사주면 되지. 근데 오늘은 내가 살게요. "
이 말을 끝으로 난 주문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다시금 쌀쌀해진 날씨에 다시 고구마라떼를 먹기 시작했다.
이미 저번에 발급받은 적립카드는 다 채운지 오래였다. 벌써 3장째 적립카드였다. 3장째 적립카드에 또 다시 도장을 찍었다.
이것도 6개밖에 안 남았네. 진동벨을 들고 다시 자리에 가 앉았다.
" 선배 근데 나 황교수님 강의 누구랑 듣는지 알아요? "
" 누구랑 듣는데? "
" 민윤기 선배요. "
" ... "
" 아니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하고 갔었잖아요. 근데 갑자기 내 옆자리에 앉는거에요. "
" ... "
" 그래서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너무 이상해서 나 싫어한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
" ... "
" 아니래요. 진짜 이상하지 않아요? 그리고 막 이상한 소리를 하는ㄷ.. "
" 걔가 널 왜 싫어해. "
민윤기가 나에게 했던 말을 전정국에게 알려 주기 위해 입을 뗏을 때, 전정국은 민윤기가 날 왜 싫어하냐는 말을 했다.
그야 물론 민윤기와 마주칠 때 마다 한 번도 좋은 표정인적이 없었고 나에게 했던 말들조차 날 싫어하는 티가 많이 났었다.
" 혹시 둘이 싸웠어요? "
" 아니. 우리 사이 안 좋은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마. "
사이가 좋다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 그리고 민윤기랑 친하게 지내지 마. "
사이가 좋다면서 왜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말을 하는지
" 민윤기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나한테 들어. 알겠지? "
또 뭐가 그렇게 불안한 표정을 짓는지.
" 대답. "
" 알겠어요. "
뭉게뭉게 피어 오는 질문들을 뒤로 한 채 그저 난 또 모든 걸 덮었다.
훗날 눈덩이처럼 불어 난 질문들이 날 집어 삼킬 줄은 모른채로.
| 더보기 |
다시 까만배경이 됐습니다. 뭐 저 재수없는 선배 덕분에 까만 배경 컴백.. 뭔가 까만배경이 더 마음에 드네요. 할 말도 없으면서 괜히 한 마디 쓰고 싶어서 창 추가했습니다. 모두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봄이 오길 바랍니다.
|
| 암호닉 |
암호닉 여러분들 다 애정하고 감사합니다. 몹쓸 기억력으로 꼭 기억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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