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것이 다 비치는 사방 유리가 제 세상이었다. 손바닥을 아무리 네가 웅크려 눈을 감은 곳으로 뻗어도 짓눌려 소리조차 비춰지지 않는 한 평 남짓, 그곳이 바로 제 세상이었다. 벌겋게 부은 볼로 숨을 헐떡이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분명한데도 목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너머의 너. 바닥에 쓰러져 진득하게 늘어진 뿌연 것을 뒤집어써 울음을 삼키는 네가 이쪽을 보지 않는다. 나는 그런 네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나는 그런 너를 부를 수조차 없음에, 그저 작았던 두 주먹을 꼭 쥐고 제 울음마저 네가 다 가져가 터뜨릴 수 있도록 눈물을 참았을 뿐이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흘러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나는 그렇게 자란다. 귀 뒤에 강제로 칩을 삽입당하고 온 날, 처음으로 총을 쥐었다. 아이의 공허한 눈이 세상을 뒤쫓고, 나는 파란 하늘을 처음 보았다. 분명 처음 본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그렇게 미치도록 지겹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는, 그냥... 하늘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어쩌면, 하늘을 떠맡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점점 멀어지는 네가 두려워, 맨손을 꾹 쥐었다. 총을 잡아 부르튼 손은 그 작던 흰 손을 잃은지 오래였고, 그대로 세상을 내리친다. 터져 붉게 물드는 게 유리 조각인지, 제 살점인지 모를 일이다. 두 입을 작은 손으로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눈물 소리를 들은 것은, 이성을 잃게도 하였다. 한없이 예뻐서. 숨결을 잃기 전 새벽 네 시. 따라다니는 차분한 발걸음 소리와는 다르게 우리는 급했다. 낭창한 몸이 흔들리는 탓에 안아들고 뛰었다. 한계점, 아이가 벗어난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온통 하얀 아이를 품에서 내려, 등을 밀었다. 까만 머리칼이 흩어지며, 제 발악에 놀란 발이 정신없이 헬기를 향해 내달린다. 서너 발의 총성. 정확하게 제 몸을 훑는 것이 느껴진다. 고꾸라진 몸에 덜렁이며 달린 머릴 간신히 들었다. 하늘에 뜬 흰 네가 울음을 토하며 팔을 뻗는다. 눈을 감았다. 멀어짐에도 가까워지는 기분이 어색하고 아득하여, 숨을 그쳤다. 말했어야 하는데. 나 널 사랑한다고, 지훈아. 사랑했다고. 남은 숨 모두 내어 말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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