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레빗 - Falling in Love
지이잉.
지이이잉.
이 아침부터 누구지...
학교 수업도 알바도 없는 이런 꿀맛같은 일요일 아침을 방해하는 저 전화소리의 주인공은 누굴까.
나는 손을 더듬거려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똥강아지-
우리 똥강아지는 아침부터 기운도 좋아요. 일어나자마자 바로 주인님한테 전화도 하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뭐가 그리 좋은지 너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뜬 듯한 너의 목소리가.
[선배!]
"어... 왜..."
[아직도 자는 거에요? 설마... 그렇게 게으를까.]
"나 존나 게을러. 어제 새벽에 잤거든."
[선배.]
"왜."
[나 영화 공짜표 생겼어요. 보러 가요.]
연하랑 연애하는 법
02
w. 복숭아 향기
"선배! 여기요!"
너는 저 멀리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진한 회색 목폴라에 검은색 코트. 역시나 내 취향인 옷을 빼입은 채로.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날에 공짜표라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너를 올려보았다. 너는 오늘도 배실배실 웃으며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언제 사왔는지 따끈하게 데워진 핫팩을 내 손에 쥐어주며 다른 한 손으로 부스스한 내 머리를 살살 빗어주기도 했다.
"공짜표라는 거 구라지?"
"당연하죠. 제가 어떻게 공짜표를 구해요. 그것도 일요일에."
"그냥 예매했다고 말을 하지..."
"선배 그러면 나중에 영화표 값 준다고 그럴 거잖아요."
"이렇게 들키는 건 생각 안했고?"
"혹시 알아요. 선배가 진짜 모르고 공짜표라고 믿었을지."
말이나 못하면... 나는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면서도 너가 손에 쥐어준 핫팩을 두 손으로 그러쥐었다.
사람 많은 건 딱 질색인데... 가끔 이렇게 너가 예고없이 부르는 건 나쁘지 않았다.
선배도 이제는 바깥 공기를 좀 쐬어야 한다는 그런 말같지도 않은 너의 논리 때문이었지만 막상 나와보면 그렇게 피곤하지도 짜증이 나지도 않았으니까.
문제는 그걸 내가 실천으로 잘 안옮긴다는 거지.
너는 그런 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 부르곤 하는 거고.
넌 나를 여친으로 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해. 갑자기 전화했을 때 욕 안하면서 나오는 여자가 어디있다고.
사실 너는 내 쌩얼이며 술주정이며 다 봤던 사람인지라 이제 거리낄 것도 없었다.
"무슨 영화야?"
"비밀이에요."
"너가 비밀이라고 말했던 거 치고 좋았던 건 없는데."
"에이. 그건 아니다."
"맞거든."
지난번에도 비밀이라고 해놓고 나 몰래 요리 한답시고 내 자취방 부엌을 완전 뒤집었던 적이 있었지.
나름 죽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았다.왜 죽을 만드는데 설탕과 미원이 나와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나온 건 죽 비스무리한 것이었으니까.
죽은 그냥 전기밥솥으로 할 수도 있는데... 결국 요리를 하는 것보다 배의 시간이 걸려서 내가 다 치워놨었다.
그 결과 감기는 더 심해져서 결국 일주일 동안 학교고 뭐고 아무데도 못갔었지만. 너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늘 우리 집에 들락거렸었지.
덕분에 너도 감기에 걸려서 우리 둘이 끙끙거렸었고.
어쨌든 이렇듯 너가 비밀 또는 서프라이즈 라고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별로였다. 냉정하게 말해서 정말 진짜 레알로 별로.
너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다시는 서프라이즈 해주나 봐요. 절대 안할거야.'
100일 기념이랍시고 불꽃놀이 해주려다가 자기 코트를 다 태워먹은 다음 너가 했던 말도 난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제목은 뭔데?"
"그것도 비밀."
"상영표 본다."
"봐도 모를걸요? 오늘 주말이라 상영하는 영화 엄청 많아요."
"젠장..."
"밥 먹었어요?"
"씻고 바로 나왔어."
"여기 푸드 코트 옆에 쌀국수 집 맛있다는데 거기 가요. 날씨도 추운데 뜨끈하게."
"나 배 안고픈데..."
쓰읍. 너는 어울리지 않게 혀를 차며 내 손목을 그러쥐었다.
다른 것에서는 묘하게 유들유들하던 너가 거의 유일하게 엄격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먹는 것이었다.
먹기 귀찮다는 이유로 끼니를 자주 거르는 나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았다. 근데 나 진짜 배 안고픈데...
살짝 고개를 들어 네 눈치를 보다 너와 눈이 마추졌다. 아나... 그냥 이렇게 먹어야 하는 건가... 나 그냥 커피 먹고 싶은데...
"남준아."
"네."
"나 커.."
"커피는 밥 먹고 먹는 거에요."
뒤에 성이름 어린이. 라는 말을 해야할 것 같은 저 말투 보소.
누가 보면 지가 완전 나보다 오빠인 줄 알겠어. 나는 자유로운 한 손으로 네 손등을 세게 꼬집었다.
아파요!
그러게 누가 그러래?
나는 고개를 홱 돌리며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푸드 코트면 바로 아래층이겠지. 맛있다니까 뭐...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뒤에서 쫄래쫄래 따라오는 저 개새끼가 먹고 싶다니까 먹어줘야지. 주인이 되어가지고. 그렇다고 해서 너가 마냥 개라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이렇게 주인 배려 못할 때. 그럴 때만 개였다.
-
"사람 많아."
"점심때니까요."
"그냥 햄버거 먹자."
"지난번에도 선배 배달시켜서 햄버거 먹었잖아요."
"아닌데."
"그저께 선배 집에서 맥도날드 포장지 봤어요."
그건 또 언제 본거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귀찮고 그냥 커피나 마시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너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로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남자들은 머리가 짧아서 그런가. 너는 유독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걸 좋아했다.
그것도 끝에만 두 손가락으로 만지작만지작.
그래서 내가 너 만날때마다 머리를 푸르고 나오는 거지. 여름에는 진짜 더워 미쳐버려도 나름 괜찮았다.
덕분에 너도 헤어 에센스며 뭐며 잘 챙겨주니까 내 머릿결도 늘 좋은 편이었고.
남준아.
네?
사람 너무 많아.
나는 칭얼거리며 네 허리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사람이 많을 때면 이게 싫었다. 다리가 아프고 나는 피곤해서 죽겠는데 주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키가 작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니까 난 지금 쉬고 싶다고.
너는 푸스스 웃으며 내 머리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데이트를 할 때마다 내가 힘들다고 칭얼거리면 나오는 너의 버릇이었다. 안아주는 건 좋은데 은근슬쩍 나한테 몸 기대지마.
누누히 말하지만 너는 무거웠다. 덩치도 큰 게 자꾸 매달려... 나는 끙끙거리며 너를 밀어내려 몸을 바르작거렸다. 내가 먼저 안는게 아니었어.
역시나 너는 나를 놓아주지 않고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이쯤되면 이건 일부러 이러는 거야. 일부러.
내가 끙끙거리는 게 재미있어서.
이내 너는 내 허리를 만지작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일부러 그러는 거다. 너가 만날 말하는 뭐 살 만지는 느낌이 좋다 이런 말은 지금 통할 수가 없지.
지금 난 패딩입고 있는데 내 살이 어떻게 만져지겠어.
눈을 치켜뜨고 올려보자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 얄미워. 나는 발을 들어 네 정강이를 세게 차버렸다.
악!
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얼른 네 품에서 빠져나와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마침 자리도 비었네. 유리창 너머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네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러게 누가 장난치래?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
너가 추천했던 대로 쌀국수는 나쁘지 않았다.
국수보다는 숙주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내 그릇에는 국수만, 은근히 편식이 심한 네 그릇에는 숙주나물만 남아있었다.
국수는 다 먹었는지 너는 숟가락을 입에 물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힐끔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너는 또 배시시 웃어보였다.
나는 네 그릇과 내 그릇을 서로 바꿨다. 그러자 너는 기다렸다는 듯 젓가락으로 국수를 집어 호록호록 먹기 시작했다.
저렇게 잘먹어서 키가 큰건가. 나는 숙주나물을 우물거리며 살랑거리는 네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누구 남자친구인지 정수리도 참 잘생겼다.
평소에는 자기가 더 오빠인 것처럼 굴어대면서도 가끔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꽤나 귀여웠다.
진짜 자기 나이 다운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물론 이 생각을 직접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좋다고 어리광만 부릴테니까.
여기서 포인트는 가끔이었다. 가끔. 가끔 보여주니까 귀엽고 그런 거지. 만날 어리광만 부려봐. 연하고 뭐고 그냥 빠빠이였다.
"뭘 그렇게 생각해요?"
국수를 거의 마셨는지 너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얼른 그릇을 휘적거렸다.
배불러. 아직 건더기가 좀 남아있었지만 남기기로 했다. 환경을 위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하네 마네 이런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아... 찔려... 그래도 내 배가 지금 터질 거 같으니까... 나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가자. 상영 시간 언제야?
"그거 남길 거에요?"
"배불러."
"남기는 거 싫어하잖아요."
"근데 나 진짜 배불러."
네 말대로 나는 음식을 남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돈주고 사먹는 건데 왜 남겨... 이런 생각 때문에.
환경을 생각할 정도로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가만히 내 그릇을 바라보던 너는 그대로 내 그릇을 두 손으로 집어들었다. 응? 왜?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너는 그릇에 입을 대고 국물이며 그 안에 있는 숙주나물이며 모두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넘겼다.
나 지금 뭐 보는 거지...
방금 먹기 싫다고 남겼던 거 아니었나?
어느새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너는 입꼬리를 올려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직도 네 볼은 입 안에 있는 음식물 때문에 빵빵해져 있었다.
너는 한참동안 우물거리다가 이내 다 먹었는지 그릇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너에게 물잔을 밀어주며 입을 열었다.
"너 숙주 싫어하잖아."
"맛있네요. 앞으로는 그냥 먹어야지."
"..."
"선배 남기는 거 싫어하잖아요. 돈 아깝다고."
"그래도..."
"나 오늘 아무것도 안먹었거든요. 그래서 진짜 배고팠는데 이제야 양 딱 맞네. 앞으로 우리 이렇게 먹어요."
"됐거든."
그릇 갖다놓고 올게요.
너는 쟁반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갔다.
나는 그런 네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직은 온기가 조금 남아있는 핫팩을 만지작거렸다.
이따 저녁에는 너가 좋아하는 오코노미야키나 먹으러 가야겠다. 물론 돼지고기로 만든 걸로.
너는 해산물을 싫어하니까.
-
"영화 뭐냐니까?"
"비밀이에요. 비밀."
"최근에 내가 뭐 보고싶다고 말했던 것도 없는데..."
"선배 나 아니면 영화 잘 안보잖아요."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그러지.
내가 너를 따라가며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너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따 보면 알아요. 라는 얄미운 대답만 할 뿐.
상영시간이 다 되어서 영화관에 들어갈 때까지 너는 영화 제목을 말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티켓도 안보여줬지.
상영관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나는 볼 수 있었다. 뭐를? 그 옆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김남준,"
"네?"
"너... 너 설마 아니지?"
"뭐가요?"
"개새..."
상영관 옆에 붙어있는 포스터는 누가 봐도 무슨 장르인지 한 번에 딱 알 수 있는 그런...
공포영화 포스터였다.
한겨울에 공포영화가 뭐야. 공포영화가. 평소에 징그러운 것은 절대 못보는 나였다.
공포영화 속에 나오는 귀신들은 대부분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고 아무리 클리셰라지만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속에 나오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더더욱 싫고.
나는 너를 있는 힘껏 째려보았다. 너는 어깨를 으쓱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돈 아까운 짓 중 하나가 공포영화를 돈주고 사서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런... 이런 짓을 벌이다니.
너가 모를 리도 없었다. 내가 만날 때마다 수도 없이 말했는데? 나는 징그러운 게 싫고 공포영화가 싫고 어쩌고 저쩌고 등등등.
이건 일부러 한 짓이었다. 뭘 바라고 그러는 건지... 급기야 나는 울상을 지으며 너를 올려보았다. 진짜... 진짜 저건 아닌데...
"남준아. 응? 나 진짜 공포는 아닌데..."
"괜찮아요. 나 옆에 있는데 뭐 어때."
"뒤질래. 누가 지금 귀신 보는 거 무서워서 이러냐? 징그러운 거 싫으니까 이러지."
"영화표 남은 거 이거밖에 없었어요. 진짜. 농담 아니고."
이거 밖에 없었겠지.
누가 한겨울에 공포영화를 보냐고... 일요일에 영화 보고싶었으면 미리 예매를 하던가...
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아이고 두야... 그래도 이미 환불할 수 있는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다.
안보면 돈아까운데... 나는 결국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즐거운 관람되십시오.
매우 형식적인 영화관 직원의 목소리도 얄밉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진짜 미안해요. 네? 네? 선배... 옆에서 미안하다며 달라붙는 너도 얄미웠다. 나는 너를 힘껏 노려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라고 별 수 있었겠니... 상영관 안은 매우 어두컴컴했다. 되게 당연한 건데 왜 난 벌써부터 등 뒤로 땀이 흐르는 걸까.
허허허허. 젠장. 울고 싶었다.
-
"흠!"
"..."
"흐으..."
역시나 역시나 역시나 징그러웠다. 저게 CG던 뭐던 징그럽다고. 진짜...
나는 귀신이 나올 때마다 움찔거리며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너 말고도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대놓고 크게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영화표가 없었다는 네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이 겨울에도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흐엇.
귀신이 또 나왔다. 나는 두 손을 바들바들 떨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안보고 말지... 안보고 말아. 신은 왜 인간에게 상상력이라는 재능을 준걸까. 눈 감아도 소리로 다 들리니까 막 상상되고 그러잖아.
아. 진짜 미칠 것 같았다.
그냥 영화 말고 다른 거 하면서 놀자 그러지... 요즘 만화카페 이런 곳도 얼마나 잘 나왔는데...
나는 이제 자기 멋대로 나오는 비명소리를 막으려 두 손으로 입을 꼭 틀어막았다.
그에 비해 너는 꽤나 잘 보는 것 같았다. 팝콘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스크린을 바라보는 네 표정은 꽤나 진지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또 저 기술은 어떻게 만든 것이고 이건 어떤 스토리며... 이딴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네 눈치를 보았다. 나가고 싶다... 근데 나가기에는 돈이 아까웠다. 그래도 같이 보자고 너가 사놓은 티켓인데...
무심코 고개를 돌린 너와 눈이 마추졌다.
괜찮아요?
너가 입모양으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나 안괜찮아. 무서워 미칠 거 같아.
이리와.
너는 다시 입모양으로 중얼거리며 나를 그대로 끌어안아주었다. 갑자기 이게 뭐야...
커플석도 아닌지라 가운데 있는 팔걸이가 불편하지도 않은지 너는 나를 끌어안고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까 쌀국수 집에서 줄을 설 때 해줬던 것처럼.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너를 올려보았다. 너는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미안해요. 다음에는 이런 거 안살게."
너는 한번 더 입을 맞추고 떨어지고는 다시 제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내 손을 꼭 그러쥔 채로. 나는 힐끔 스크린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한 손으로는 귀를 틀어마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기 전에 너가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있던 걸 봤던 거 같기도 하고...
설마...
설마 했지만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설마 스킨십 하자고 공포영화 보자고 한 거는 아니겠지. 안그래도 만날 볼 때마다 물고빨고 하는데...
아닐거야. 아니겠지... 맞기만 해봐. 그 때 진짜 너 죽고 나 사는 거다.
"....!"
"흐읍!"
그 전에 빨리 영화 끝났으면 좋겠다. 무슨 한시간 사십분이 이렇게 길어...
설마 하는 마음이 드는 것과 별개로 나는 귀신이 나올 때마다 너의 손을 세게 그러쥐었다. 가끔 팔뚝에 얼굴을 묻기도 했다.
만약에 말이야. 정말 만약에 진짜 스킨십하자고 이런 영화 선택한거면 네 선택은 매우 탁월한 것이었다.
이 날은 너랑 사귄 이후로 너에게 가장 많이 안겼던 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네 손을 꼭 잡고 있던 그런 날이었으니까.
-
[암호닉]
93 ㅈㅈㄱ 이구역호석맘 호석아 짐잼쿠 슙기 정꾸기냥 마망 감귤쓰 침침참참 쭈꾸미 희망이♥ 첼리 태꾹망개 도메인 정전국 몬랩이 226 두둠칫
마늘 계피 복분자 베네 청춘 모찌 솨앙 씽씽 민슈프림 뜌 눈부심 프밍 태블리 태태태탯 따슙 에그타르트 쟈몽 샤프 침침 빠밤 민윤기다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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