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게 있다면
달려야 옳은 법.
[방탄소년단/랩슈] 남준이가 대형견인 썰 110과 내용이 이어집니다.
Livin Out Loud-I Can't Stop
팔이 다쳤다는 이유로 오른팔은 멀쩡하지만 그래도 남준이를 꿋꿋하게 부려먹는 윤기가 보고 싶다.
물.
하면 물 잔이 제 앞에 바로 놓여지고,
불.
하면 잠 자기 전 방의 불이 툭 꺼지고,
옷.
하면 남준이가 서툴게라도 윤기의 말에 따라서 옷을 입는 것을 도와줬으면.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어느새 나름 왼팔에 깁스를 매단 채 생활하는 게 익숙해진 윤기가 보고 싶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이 마트에 다녀오던 날에,
낯선 흰봉투를 윤기가 발견했으면.
양 손에 가득 봉투를 든 남준이가 흰 봉투를 살피는 윤기의 어깨에 슬쩍 턱을 기대서 같이 그 봉투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청첩장?
이게 뭔지 알아?
응. 이거, 그거... 결혼하면 와주세요, 하고 보내는 거. 그러니까... 파티 초대장?
남준이의 말에 입꼬리를 올린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남준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은 뒤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름을 확인해봤으면.
아, 회사 쪽 사람이구나.
안 갈 수는 없겠네.
호석이와 미팅을 하고 종종 거래를 하면서 봤었던 얼굴 하나를 떠올린 윤기가 날짜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봉투를 바로 내려놓자마자
남준이를 다시 데리고
그 길로 남준이의 몸에 딱 맞는 맞춤정장을 한 벌 맞췄으면 좋겠다.
날이 다가오고 아침부터 남준이와 윤기는 분주했으면.
식사를 끝내고 운전을 할 수 없으니 택시를 미리 예약해두고,
남준이가 서툴게나마 단추를 채워 와이셔츠를 입으면 윤기가 오른손으로 마저 옷 매무새를 봐줬으면 좋겠다.
넥타이는, 포기해야겠네.
한 손으로는 영 매어지지 않는 넥타이에 결국 윤기가 짧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 남준이에게 자켓을 걸치게 한 뒤
그 위로 외투를 입혀줬으면.
그리고 외투까지 입은 남준이가 이번에는 윤기에게 옷을 입혀줬으면 좋겠다.
얇은 티 위로 와이셔츠를 걸쳐주고
느릿하지만 꼼꼼하게, 옷이 너무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단추를 매워주고,
윤기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옷 매무새를 만져줬으면.
그 손길이 간지러워 윤기는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와중에도 제 옷을 입혀주는 것에 집중하는 남준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그 얼굴이 꽤나 섹시하다고 생각했으면.
옷 때문에 분위기가 달라보여 그런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가
남준이가 다 했다며 웃으며 고개를 들면
짧게 칭찬을 하듯 남준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이만 가자.
짤막한 칭찬까지 끝난 뒤에 구두까지 챙겨신은 남준이와 윤기가 집을 나섰으면 좋겠다.
웨딩홀에 도착하고,
신기하다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면서도 윤기의 뒤는 착실히 따르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깁스때문에 입지는 못하고 어깨에 걸친 자켓이 혹여 떨어질까 간간히 윤기의 어깨를 꾹 쥐어주기도 하면서.
윤기는 결혼식의 주인공 중 하나인 제 회사 동료를 짧게 만나고 와 남준이를 데리고 홀의 한 켠으로 데려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식권을 건네주고
뷔페로 들어갔으면.
저 멀리서 자신을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호석이에게 고개를 까닥이며 같이 인사를 하고
생전 처음 보는 뷔페의 화려함에 넋을 놓은 남준이를 보고 소리 죽여 웃었으면 좋겠다.
준아.
응, 주인아. 아, 근데 여기 뭐야? 음식이 엄청 많아.
저거 다 먹어도 되는거다?
진짜?
저기에 케이크랑 쿠키랑 음료수도 많아.
진짜?
그거 여기 그릇에 담아서 먹으면 돼. 먹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 여기 마트보다 더 좋은 곳 같아, 주인아.
겉모습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훤칠한 남성이면서, 눈을 여전히 제 강아지임을 나타내듯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설명하던 윤기는 결국 남준이의 어깨에 이마를 댄 채 작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귀여워.
금방이라도 꼬리가 튀어나와 살랑일 것 같은 들뜬 남준이의 뒷모습을 보고 윤기가 속으로 중얼거렸으면.
그리고 그 둘은 뷔페에서 내내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
윤기 혼자 그릇을 들고 집게로 음식을 집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남준이가 계속 걱정어린 시선으로 옆에 따라붙었다가
신이 나서 그릇에 잔뜩 음식을 담아오는 게 반복이 되었으면.
같이 앉아서 먹고,
같이 일어나서 음식을 담아왔으면.
뷔페에서의 거한 식사가 끝난 이후에야 둘은 이번에 결혼식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향했으면.
부른 배를 토닥이며 배부르다고 끙끙대던 남준이가 이번에는 또 다른 화려함에,
술렁이는 무언가 기대에 찬 분위기에 어리둥절 했으면.
둥근 테이블 중 빈 자리를 찾아 앉은 윤기가 그런 남준이를 보고 오른손으로 남준이의 허벅지를 토닥였으면 좋겠다.
결혼식, 알지.
응.
조금 있으면 남자가 들어올거야. 그 사람이 결혼하는 신랑, 그 뒤에 여자가 들어와. 그 사람이 결혼하는 신부.
신랑, 신부...
평소에 듣던 단어는 아닌지라 입술로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준이를 윤기는 또 가만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주인아.
응, 왜. 준아.
주인은 언제 내 신부가 될거야?
... 풉. 아, 미안해요. 나는 아무것도 안 들었어. 아니, 못 들었어.
어느새 같은 테이블에 자리했던 호석이가 그 말을 듣고 마시고 있던 물을 얕게 뿜어대었다가
윤기를 한 번,
남준이를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티슈를 가져와 묵묵히 물자욱들을 지웠으면 좋겠다.
윤기는 마침 어두워지는 조명에,
이제 시작하겠다는 사회자에 말에,
슬쩍 고개를 돌리며
애써 붉어진 귀를 감췄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제 강아지의 저 순수하고 솔직한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다시 한 번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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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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