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 Out Loud-I Can't Stop
걷고 있던 윤기가 제 소매를 살짝 잡는 손길에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윤기의 시선이랑 딱 마주하자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으면.
그 손 끝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붕어빵이 있었으면 좋겠다.
준아.
하나만...
너 아까 씨앗호떡 먹었잖아.
단호한 윤기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남준이가 포기하지 않고 윤기의 어깨를 제 팔로 감싸 살짝 흔들면서 보챘으면.
윤기는 군것질에 요즘 맛을 들린 남준이의 입맛 때문에 작게 인상을 찡그리며 단호하게 안 된다고 다시 말했으면.
결국 붕어빵은 남준이에게 닿지 못하고 그대로 멀어졌으면 좋겠다.
다시 터덜터덜 걷다가 귓가에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린 남준이가
이번에는 인형뽑기를 보고 눈을 빛냈으면.
또 한 번 윤기의 소매를 잡고 인형뽑기를 손으로 가리켰으면.
아까 붕어빵 사건 이후로 시무룩해있던 남준이가 신경쓰였던 윤기가 결국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현금 몇 푼을 남준이 손에 쥐어주고 둘은 같이 인형뽑기 앞에 섰으면 좋겠다.
주인아, 주인은 어느 게 제일 예뻐?
... 저게 좀 귀엽지 않아?
저거 뽑을까? 근데 쟤 뽑기는 힘들 것 같은데.
그럼 이것도 괜찮은데.
다가가서 안을 살펴보니 윤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도 있고,
크기가 큰 푹신한 인형들도 보여 어느새 윤기까지 진지하게 인형을 골라내었으면 좋겠다.
동전을 넣자 요란한 소리를 내는 인형뽑기에 남준이가 신중히 스틱을 움직였으면.
윤기는 그걸 옆에서 보면서 한 마디씩 했으면 좋겠다.
준아. 조금만 오른쪽. 오른쪽. 아니, 아, 너무 갔어. 응. 왼쪽, 조금만. 어. 어. 어. 눌러. 눌러.
눌러?
오, 집었다. 집었다.
집게가 벌려지며 내려가고 인형의 팔 한 쪽을 잡아 그대로 들어올렸으면.
잡았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둘의 기대와 함께 인형도 툭 떨군 집게가 결국 텅텅 빈 채로 돌아왔으면.
그렇게 아까운 허탕을 몇 번이나 반복했으면 좋겠다.
... 한 번 더?
있어봐.
결국 처음 남준이에게 줬던 동전을 다 쓰고 나서 윤기가 근처 가게로 들어가 다시 한 번 동전을 가득 가져온 뒤
나중에 둘의 손에 각각 작은 인형 하나씩 들리고 나서야 둘은 인형뽑기 기계 앞을 떠났으면 좋겠다.
이거 주인이 닮았어.
이게?
귀에 리본을 달고 있는 토끼인형을 보고 자신을 닮았다고 하는 남준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윤기가 이내 어깨를 으쓱이고는
남준이와 같이 인형들의 코를 툭툭 부딫치게 만들기도 하고,
서로 이랬으면 더 빨리 뽑았다며 투닥거리기도 하면서
집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문득 코 끝을 자극하는 향에 윤기가 고개를 돌리고
남준이도 따라서 고개를 돌렸으면.
그리고 둘의 시선이 닿은 곳은 편의점 호빵 기계 였으면 좋겠다.
... 주인아.
어.
저것도 안 돼?
아까 붕어빵은 먹으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당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호빵은 어떠냐고 묻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윤기 너는 이번에는 안 된다고 말하려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야채호빵의 향이 다시 물씬 풍기면
그 순간 진짜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남준이를 힐끗 본 윤기가 결국 몸을 돌리고,
얼마 안가 둘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호빵을 골랐으면 좋겠다.
다 큰 성인남자 둘이서 허리까지 숙여 머리를 맞댄 채로 진지하게 호빵을 골랐으면.
인형은 마트 봉투 안에 넣고, 한 손에는 호빵을 든 채로 다시 길거리로 나왔으면 좋겠다.
윤기는 야채호빵을, 남준이는 단팥호빵을.
종이를 뜯지도 않고 대뜸 한 입 베어무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가 손을 뻗어 조심조심 종이를 빼내어 줬으면.
생각보다 더 뜨거운 호빵 속에 남준이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쩔 줄 몰라했으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던 윤기가 결국 웃으며
손을 뻗어 남준이의 입가에 묻은 단팥을 닦아줬으면 좋겠다.
집으로 가는 와중에,
윤기가 남준이에게 제 호빵을 한 입,
남준이도 윤기에게 제 호빵을 한 입
먹여주면서 아예 집에 호빵을 사둘까, 요즘에 우유 호빵도 있던데 그건 무슨 맛일까.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나란히 걸음을 맞춰 걸어가는 남준이와 윤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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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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