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라는 팀으로 데뷔하게 되었다고 알게 된 그날, 팀의 리더로서 앞으로 이 팀을 책임지게 된 그날. 나는 연예계의 이면에 대해 확실히 자각하게 되었다. 꽤나 큰 언론사의 사장이 게이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사실임이 받아들여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사장을 찾아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돌 만드신다면서요, 언플. 필요하지 않으세요? 사장은 날 찾아와 이야기를 전했다. 스폰, 받을래?
데뷔만 하면 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스폰서와 연예인의 관계는 남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땐 단칼에 거절할 수 있었다. 아뇨, 그런 거. 없어도 뜰 수 있어요. 사장 역시 우리가 그런 더러운 길을 통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했다. 될 놈은 되고, 그 될 놈들은 우리니까. 그땐 그런 행복한 착각 속에 데뷔 날짜를 기다렸다.
앨범 하나, 둘. 우리 이름의 노래가 늘어나며 우리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데뷔 동기, 그러나 대형 기획사의 친구들은 이미 이 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아이돌 중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항상 말했다. 우리, 뭐가 부족한 걸까. 어떻게 해야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아, 부럽다….
그러나 중소기획사라는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다. 게다가 회사의 재정 역시 조금씩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돌을 키운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실패한 아이돌로 남을 것만 같았다. 회사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 채로. 그렇게 사라질 순 없었다. 정글 속에서 나는 우리를 지켜야 했다. 이 팀의 리더였기 때문에.
처음엔 그저 높은 분들의 회식 자리에서 술을 따랐을 뿐이었다. 그 대가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종류였다. 당장 언론사에선 우리에 대한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였고,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그것으로 이 행동을 스스로 정당화할 수 있었다. 애들이 기뻐하는 일이야. 잘못된 일이… 아냐.
예능 한 자리, 홍빈이가 하고 싶어 하는 연기를 시켜주기 위하여 나는 처음으로 남자 앞에서 옷을 벗었다. 그렇게 몸을 팔았다. 화류계의 장남이 된 것 같았다. 연예계와 화류계는 한 끗 차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그날, 나는 숙소 앞에서 펑펑 울었다. 내가 더러워졌구나, 라는 것을 몸으로 확실히 느꼈다. 몸을 씻으며, 속에 남은 남자와의 관계의 잔여물을 정리하며 나는 웃었다. 이렇게 해야 우리가 '될' 수 있는 거였구나.
내가 아닌 애들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애들이 더러워진 나를 만지고 건드리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 애들의 스킨십을 피했다. 애들은 이런 어두움에 대해 알아서는 안 됐다. 더러운 것은 나 하나로 충분했고, 이미 더러워진 나는 어떻게 굴려지든 상관없었다. 그렇기에 회사에 말해뒀다. 술자리든 잠자리든 다 제게만 달라고, 애들이 모르게만 해달라고. 그렇게 낮에는 스케줄을, 밤에는 높은 분들 수발을 들었다. 우리가 점점 높아지고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애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 도덕성이 남아있던 자리에 애들의 얼굴을 채워 넣었다. 나는 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다. 절대로 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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