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현은 깨끗히 씻고 나왔다.
그리고 현우는 깨워서 씻으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둬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였다.
"으응…."
현우는 뒤척거리더니 푹신한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소리를 지를뻔 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상체를 일으키려다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것 같은 느낌에 잠시 멈췄다.
"어, 일어났네?"
"아아, 욱-"
현우는 입을 막았다. 고기냄새와 술냄새가 엄청난다.
수현은 화장실 방향을 가리키다 현우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갔다.
현우를 도와주려고 했으나 현우는 완강히 수현을 거부해서
수현은 내쫓기듯 거실로 나왔다.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혹시나 민망해 할까봐 일부러 TV를 켜 볼륨을 꽤나 크게 올려놨다.
그래도 결국 신경쓰이는건 화장실쪽이어서 수현은 자신의 양쪽 볼을 살짝 때렸다.
"후우…."
수현은 자신이 잘한 행동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본 뒤에 물을 마셨다.
현우가 비틀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오자 수현이 달려가 현우를 부축했다.
"저어… 좀 씻어도 될까요…?"
공적인 관계에 갑자기 사적인 공간에 정신이 거의 나간채로 들어와서
화장실까지 쓰겠다고 한 현우는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계속 여장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답답해서요."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은채 현우는 안절부절 못했다.
자신은 신인이고, 드라마 때문이라도 자신의 성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촬영장을 오갈때도 여장을 한채였다.
수현과 함께하는 신인여배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기자들도 촬영장에 자주 온다.
그래서 여장은 더욱이 뗄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 맞아. 씻어도돼. 내 옷 빌려줄테니까."
수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웃으며 얘기했다.
현우는 물끄럼히 수현을 바라보다 고맙습니다, 라고 작게 말한뒤 화장실로 달려갔다.
-
수현은 웃음이 날것만 같았다.
현우가 입고 있는 자신의 옷은 정말로 어린아이가 입은것 같은 느낌이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수현은 현우를 안아보고 싶어졌다.
수현은 그런 마음을 꾹 누른채 말했다. 아니, 말하려고 했다.
"저어, 수, 수현이 형…."
또 다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거의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 현우를 보는 수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너무나 귀여워서 여동생인줄만 알았는데, 형이라는 말에 또 정신이 들었다.
결국 참지못하고 화사하게 웃는 수현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우는 말했다.
"그, 음, 전, 소파에서 잘게요."
수현은 현우가 너무 귀여워서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두 손을 꼼지락 거리며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현우의 표정은 왠지 상상만으로도 좋았다.
"아니야, 손님이 소파에서 자는게 뭐야. 방 안에 침대 있으니까 거기서 자."
"음, 그래도 되요?"
현우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수현을 바라보았다.
전혀 표정관리가 되지 않은채 부끄러워 죽겠다는 채로 있는 현우의 모습에
수현은 쓰러질것만 같았다.
"그럼그럼, 얼른가서 자."
수현은 더 이상 현우를 마주보고 있으면 자신이 무슨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현우를 방 안으로 떠밀고 문을 닫아줬다.
하지만 그새 문을 여는 현우를 보고 수현은 왜? 라고 물었다.
"저어… 같이 자면 안되요?"
"어?"
"저, 계속… 매니저 형이랑 같이 자서…."
"무서운거 싫어하니?"
수현은 그게 또 귀여워 웃었다.
"네? 네… 거기다 갑자기 비도 많이 오고."
아까 천둥번개도…. 현우는 말끝을 흐리며 문을 조금 열어두고 들어갔다.
들어오려면 들어오고, 라는 새침한 말뜻같아 수현은 풋, 하고 웃어버렸다.
수현은 거실 불을 끄고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있는 현우의 모습이 귀여웠다.
수현은 조심스레 현우의 옆에 누웠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서, 정말로 잠이 들 수 있을지는….
| 더보기 |
안녕하세요. 모르입니다! 저번주에 오지 않아서ㅠㅠ 오늘 올리려고 부리나케 달려왔답니다! 세모네모님, 김수현님 재밌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모두들!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