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애인분도 굉장히 귀엽게 생기셨어요."
"히, 감사해요."
수줍게 웃은 백현에 방금 화면에 잡히고 있었던 준면은 물론 주변에 있던 백현의 많은 남자들 모두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백현을 보고 있었다. 여자 MC가 백현에게 뭐라고 말할 제스쳐를 취하자 마이크를 두 손에 꽉 쥐고있던 백현이 눈을 크게 뜨고 여자 MC를 쳐다봤다.
"아, 귀엽게 생긴분이 저렇게 쳐다보니까 아무 말도 못하겠어……."
"저기요."
"…네? 저요?"
"네, 죄송한데 그런말 하지 말아주세요. 좀 불쾌하네요."
"……."
"저기 남자들 표정이 안보여요?"
"…꼭 저를 죽일 것 같네요."
"조심하세요."
당황한듯 입을 벌리고 아무말도 못하고 있던 여자 MC를 보며 웃던 방청객들이 준면의 말에 백현의 주위에 앉은 남자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백현의 옆뿐만 아니라 뒷자리까지 둘러싸고 앉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매력까지 넘쳐보였다.
백현의 오른쪽에 앉은 남자는 백현보다 앉은키가 한참 컸고, 밝은 갈색의 파마머리에 얼굴은 아주 잘생겼고, 아까부터 입가에 띄운 미소는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인상을 호감형으로 바꾸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백현과 체구가 비슷해보이는 남자였다. 눈은 곧 튀어나올 듯이 컸고, 백현에게서 눈을 뗄 줄을 모르는 듯 계속 백현을 보며 입을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웃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위에는 마치 백인의 것과 같이 피부가 새하얀 남자와 그와 다르게 구릿빛 피부가 매력적인 남자가 건장한 체격으로 같은 교복을 입고 서로 티격태격 싸우고 있었다. 또 그 왼쪽에는 아주 미남형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장난기가 넘쳐보이고, 중국에서 쫓아왔다는 4명 중 한명일 것 같았지만 옆에 앉은 볼실이 통통하게 오른 남자와 능숙하게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아 둘다 한국인이 분명했다.
"찬열아, 지금 나 혼나러 나온거야?"
"아니! 백현이가 왜 혼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치? 나 잘못한거 없는데."
그럼, 그럼. 우리 이쁜 강아지.
찬열이라고 불린 남자가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백현의 왼쪽에 앉은 남자가 그의 손을 잡아 허공에 던지듯 뿌리치며 중국어로 욕을 했다. 백현의 왼쪽에 앉은 남자 역시 백현과 앉은키가 확연히 차이가 났고, 찬열보다 더 밝은 금발에 귀에는 여러개의 피어싱을 꽂고 있었다. 흰 셔츠를 입고 윗 단추 몇개만 풀어놓은 그의 모습은 어느 여자라도 반할 것 같았다.
"크리스, 방금 뭐라고 했어?"
"응? 아무 말도, 안했어."
눈썹을 세운채 절대 웃지 않을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있던 남자가 백현이 말을 걸어오자 다정하게 웃으며 어눌한 한국말로 대답했다. 흐응, 분명히 형 목소리였는데……. 이어지는 백현의 말에도 웃음으로 답하던 크리스가 손을 뻗어 백현의 손을 잡으려다 아! 하는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강이 즈음을.
"백현한테 손대지마."
"백현, 내꺼야."
"또 까이고 싶어?"
"……."
"손 대지마."
크리스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예쁘장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발을 움직여 크리스의 다리를 차는 시늉을 했다. 다리를 잡고있던 손을 내리고 예쁘장한 남자를 노려보던 크리스가 조용히 앞을 봤다. 크리스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찬 남자의 왼쪽 위에는 처음부터 계속 미소를 짓고있어 푹 들어간 보조개가 매력적인 남자가 앉아있었고, 또 그의 오른쪽에는 얼핏 보면 사나워 보이는 눈매를 가지고, 새까만 흑발에 크리스와 마찬가지로 귀에 여러개의 피어싱을 꽂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매력이 넘치는 남자들 사이에 둘러싸인 백현을 부러움의 눈초리로 보던 여자 방청객들과, 신기하게 보던 남자 방청객들이 MC들의 목소리에 이번엔 또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백현씨, 라고 하셨나?"
"네!"
"왜 그렇게 많은 애인분들을 만나시는 거에요?"
"…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정상이 아니잖아요. 아니, 대체 어떤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11명을 만날 수 있겠어요."
"……."
"사랑을 하는건 좋죠, 당연히. 근데 왜 11명이나 만나냐 이 말이에요, 저는."
"그거는……."
다 좋으니까아…, MC들이 집요하게 추궁해오자 웅얼거리듯 작게 대답한 백현이 갑자기 손에 마이크를 꼭 쥔채 양 손으로 주먹을 쥐고 눈을 가렸다.
"힉……."
갑자기 확 울음을 터뜨린 백현이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변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어쩔줄 몰라하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옆에 앉아있던 찬열이 백현의 어깨를 감싸안고 백현의 얼굴을 보기위해 고개를 숙이며 울지마, 백현아! 왜 울어, 하며 달랬다. 열명의 남자들이 백현을 달래고 있었고 앞에 있던 준면도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석으로 뛰어올 기세였다. 그러던 중 백현의 뒷쪽에 앉아있던 구릿빛 피부의 교복을 입은 남자가 백현의 손에 쥐어져있던 마이크를 뺏어들었다.
"왜 그런걸 물어봐서 사람을 울려요? 우리도 아무말 안하는데?!"
"……."
"진짜 어이가 없네. 이래도 되는거에요?"
"종인아,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
분에 이기지 못해 악을 쓰듯 소리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종인을 타이른 준면이 MC들을 향해 백현이한테 질문하지 마시고, 저한테 하세요. 하고 또박또박 말했다. 전보다 훨씬 당황한 MC들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대본을 정리했다.
"그럼 준면씨, 백현씨가 제일 처음 사귀신 분은 어느 분이세요?"
"…박찬열이라고, 그 거슬리던 과 동기가 고등학교 때부터 백현이 쫓아다녀서 몇년간 사귀던 사이더라구요."
"아, 정말요? 그럼 준면씨는 몇번째세요?"
"저는…, 한 두번째 되지 않을…, 까요?"
"아니거든요? 제가 두번째에요."
갑자기 기가죽은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준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현이 어느정도 울음을 그치자 방청객석에 앉아 준면이 하는 말을 듣고있던 종대가 발끈해서 종인의 손에 쥐어져있던 마이크를 뺏어들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럼 두번째 애인분은 백현씨를 언제 만나셨어요?"
"작년에, 고등학교 졸업식날에요. 같은 곳에서 밥먹다가 처음 봤어요."
"그럼 누가 먼저, 그, 뭐지. 대쉬? 하신 거에요?"
"당연히 저 놈 이죠! 우리 백현이는 저런 놈 안좋아해요."
"형, 왜 말을 그렇게 해요? 제가 뭐 어때서요?!"
"너 고등학교 다닐때 맨날 애들 패고다녀서 퇴학 먹을뻔 한거 부모님 돈으로 막아서 졸업장도 간신히 땄잖아!"
"그래서요?!"
"준면씨, 진정 좀 하시……."
"대학도 안다니는게!"
"그래서 지금 형네 대학교 가려고 존나 공부하고 있거든요?!"
"우리 학교? 니가 왜?!"
"당연히 백현이 때문이죠."
"……."
"…미친거에요? 설마 지금 제가 형 때문에 그 학교 가려는 걸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
"존나 열받는다."
돌았네, 최대한 언어를 순화해서 말하던 종대가 대학교 이야기가 나오자 참고있던 욕을 내뱉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종대의 앞에 앉아 욕하는 소리를 다 들은 백현이 고개를 돌려 종대를 보며 크리스가 잡고있지 않은 오른쪽 손을 들어 검지 손가락만 핀 채로 자신의 입술에 갖다대며 종대야, 욕하면 안돼! 하고 말했다.
"아! 맞다. 백현아, 미안해. 진짜 앞으로 다시는 안할게."
"…진짜지?"
"당연하지!"
방금까지 화를 내고 있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종대를 보며 준면이 헛웃음을 쳤다. 저 무식한 새끼가……. 혼자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하는 준면을 눈치채지 못한 MC가 다시 말을 이어왔다.
"그럼 세번째는 누구에요?!"
준면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은 이미 뒷전으로 미뤄진 채 오직 백현의 연애사에만 관심을 보이는 MC였지만 그 누구도 그런 진행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다들 궁금했던 것이다. MC의 말에 세번째는 나겠지, 하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리던 준면이 이번에도 또다시 방청객석에서 번쩍 들리는 손에 허무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렸다.
"와, 무슨 배우같이 생기셨어. 진짜 잘생겼다."
"감사해요."
"그럼 세번째 애인분은 백현씨랑 어떻게 만나셨어요?"
백현이 종대에게서 마이크를 받아 경수에게 넘기자 마이크를 잡는척 하며 백현의 손을 스치듯 만진 경수가 약간은 음흉해 보일 수 있는 미소를 지었다. 경수가 MC의 질문에 큰 눈을 이쪽 저쪽으로 굴리며 잠시간 생각하자 뒤에 앉아있던 세훈이 호들갑을 떨며 형, 백현이 형이랑 첫만남을 기억 못하는 거에요?! 하며 몰아갔다. 그 말에 혹한 백현이 안그래도 쳐진 눈꼬리를 더 내리며 경수를 봤다.
"아냐, 아냐! 백현아, 내가 왜 기억을 못하겠어!"
"그럼 말해봐!"
"그…, 다, 다, 당구장!"
"……."
"야, 백현이 당구 못쳐. 포켓볼도 못치고."
"……."
"경수야, 당구장에서 누구를 만난거야?"
"아니야! 백현아, 오해야! 진짜 아닌데!"
"…흥."
찬열과 종대가 비야냥 거리는 소리에도 계속해서 아니라고 부인하던 경수가 백현의 토라진 소리에 돌이라도 된듯 순식간에 굳어져 백현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현이 크리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 조용히 손을 들어 백현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한 찬열이 경수에게서 마이크를 뺏었다.
"경수가 우리 백현이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나봐요."
"그런것 같네요. 그럼 네번째 애인분은 누구세요?"
경수가 마이크도 없이 아니라고 좋은 목청으로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 소리를 질러댔지만 오히려 그런 반응이 더 재미있는지 MC들이 한바탕 웃고난 후에 다음 애인을 물어봤다. 이번에도 역시 준면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지만 MC들은 아예 준면일거라 생각도 안했는지 방청객석만을 바라봤다.
"저요."
"아, 형. 양심껏 살으세요. 제가 네번째죠."
"웃기지마. 내가 먼저 태어났으니까 내가 네번째야."
"그런게 어딨어요! 백현이형 제가 먼저 봤고 제가 먼저 말걸었는데!"
"닥쳐!"
서로가 네번째라며 싸우는 종인과 세훈을 보며 찬열이 자신의 어깨에 기댄 백현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혀를 끌끌 찼고, 백현은 자신의 어깨를 감싼 찬열의 반대쪽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손과 맞대며 입을 크게 벌리고는 찬열이 손 엄청 크다아…, 하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크리스가 백현의 손을 잡아채 자신의 손바닥과 대보며 말했다. 백현, 내 손도 커.
"아아, 두 학생이 같이 만난 거에요?"
"아니요, 제가 네번째 라니까요?"
"진짜 이러는거 아니죠, 형. 제가 말 안했으면 형은 백현이형 보지도 못했을 거면서."
"두 분은 백현씨 어디서 만나셨는데요?"
"학교에서요. 백현이가 저희학교 나왔거든요."
"형, 백현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꼬우면 너도 백현이라고 불러, 새끼야."
"…안돼요. 그랬다간 정말 일 치를것 같아요."
세훈이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백현을 내려다보자 그런 세훈과 찬열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백현을 번갈아 본 종인이 세훈의 뒷통수를 세게 때렸다. 세훈이 뒷통수를 문지르며 종인에게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또 둘이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계속 백현만을 바라보고 있던 경수가 틈새를 노려 종인에게서 마이크를 빼와 크게 말했다.
"저랑 백현이! 볼링장에서 만났어요!"
"……."
"백현아, 내가 까먹은게 아니라니까? 너무 황홀한 순간이어서 남들한테 함부로 말하기 싫었던 거야."
"……."
"볼링장에서는 누구 만났어?"
"…어?"
"야, 이 모자란 놈아. 너 짐싸서 나가라. 넌 여기 앉아있을 자격도 없다, 임마."
또다시 경수는 공황상태에 빠졌고, 마이크는 또다시 다른 남자에게 넘어갔다.
재미 없으셨져..?
기대 많이 하셨을텐데 죄송함다..
좌석 배치도,,인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가락으로 그려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넣으려다가 이해를 돕기 위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맘껏 웃어주세요,,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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