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듣는것을 추천드립니다~.
휘날리는 벚꽃. 그리고 너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반달로 휘어지는 눈과 호선을 그리는 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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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었다. 푸릇푸릇한 기운이 피부로 스며드는 봄. 봄이되면 곧 여름이 올거라며 좋아했던 너인데. 가을이 되면 여름이 간다고 붙잡고 싶어했고 겨울이 되면 겨울이 이렇게 길면 여름이 안올것만 같다했고 봄이되면 그때서야 활짝 웃었다. 이제 드디어 여름이 올것이라고. 그래 넌 여름을 빼곤 모든 계절을 아쉬워했으니까, 아니다. 어찌보면 너는 여름보다 봄을 더 기다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너에게 봄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계속 기다리고 언제 올까 생각하는 봄. 나는 그런 봄이고 싶었다.
"쑨. 이것좀봐. 벚꽃이야, 진짜 봄이야. 이제 여름이 오겠지?"
"응. 이제 여름이 올것같아."
"그럼 우리 또 수영시합을 할 수 있겠지?"
아이처럼 뛰어다니다가 흩날리는 벚꽃을 손에 쥐고 와서 내게 내밀며 너는 진심으로 행복한듯 웃었다. 수영시합을 생각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너를 보니 여름이라는 계절이 부러워졌다. 그런 내가 어이없어 자조적인 감정을 삼키며 너에게 웃어주었다. 태환은 계속해서 흩날리는 벚꽃잎사이를 아이처럼 뛰어다녔고 나는 계속해서 눈으로 급하게 너를 좇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니가 잔뜩 술이 취해 나를 찾아왔던 것이.
"흐윽...쑨..."
"왜그래! 태환! 무슨일이야?"
그때 태환이 우는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태환은 좀처럼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고 나는 멈쳐진 시간 속 너의 눈물만 멈추지 않은 듯 너를 지켜보았다. 서럽게 끄억끄억 울다 문득 너는 고개를 올려 나를 보았다. 하얀 얼굴, 붉게 물든 눈가와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는 표정. 순간적으로 손을 내밀어 입 맞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억지로 손을 주머니 속으로 우겨넣으며 나를 보는 태환에게 괜찮다며 웃어주었다.
"쑨. 난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
니가 이 늦은밤.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찾아와 이렇게 서럽게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을 품자마자 머리속 한편 마녀같은 여자의 형상이 떠올랐다. 울던 이유는 여자였다. 니가 애닳아 마지않던 여자. 이름이 무어인지도 모른다. 니가 입이 닳도록 말했지만 내 뇌는 바로 이름을 지워내렸으니까. 지독한 여자, 그 여자는 니가 너를 좋아하던 것을 알았나보다. 우월감에 빠져 너의 사랑을 시험하고 시험했다. 그리고 시험을 통과했는지 사귀기 시작한게 얼마되지 않았던것 같은데. 나는 평소 너의 그러한 감정들에는 관대했다. 너를 무척이나 사랑했으니까, 너의 그런 감정까지도. 니가 여자를 사랑한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 가슴 한켠이 싸하고 아팠지만 나도 행복했으니까. 나는 그런 웃음을 짓게 해줄 수 없으니까. 내 감정을 전하려 몇번이나 다짐해도 너와의 이런 관계가 끊어질까 나는 미련하게 계속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가슴 한켠으로 밀어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고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는 니가 왜이리 밉지. 내가 사는 이유가 너인데 니가 못된 말을 골라해서인가. 나도 모르게 조잘거리는 너를 일으켰다.
"쑨. 왜그래, 혹시 걔 해코지하려는거야?"
"......"
"진짜 그럴려나보구나. 그러지마. 생각해보니까 내가 잘못한것 같아. 너무 귀ㅊ...."
내 표정이 삭막했나보다. 여지껏 서럽게 울다 눈물을 멈추고 아직도 그여자 걱정하는 니꼴이 짜증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너에게 손을 뻗어 그대로 입맞추었다. 아....아프다.퍽! 퍽! 계속해서 한손으로 내 가슴팍을 치는 너 그리고 너의 목덜미를 휘어잡은 내 손. 분명 너에게 그런 여자 잊으라고 얘기해줄 요량으로 다른 여자 많다고 그런 이유로 일으킨건데. 나도 모르게 입술이 나갔다. 고개를 돌릴때마다 다시 터진 울음이 입가 사이을 비집고 나오는 너. 한참 동안 입을 맞추다가 너를 놓아주니 너는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붕어처럼 몇번 입을 벙긋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몇번 짓이기더니 그대로 비틀거리며 가버렸다. 그때 언뜻 벚꽃이 너의 머리위로 흩날렸던 것 같다. 니가 벚꽃사이로 걸어가는 모습이 지나치게 아름다워 차마 잡지도 못했다. 너에게 맞은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세게 때린것도 아닌데. 가슴팍을 열어보면 왠지 커다란 멍이 가슴에 이곳저곳 물들어 있을것 같다.
그래. 이게 너와의 마지막이었나. 나는 단지 너를 위로하고 싶었을뿐인데. 너는 바로 훈련을 한다는 목적으로 나를 떠났다. 떠나는 순간마저 내게는 흔한 '이별'인사는 하지 않고 떠난 너라서 나는 계속해서 니가 오길 기다린다. 니가 떠나고 몇번의 봄이 지났을까. 눈앞의 흩날리는 벚꽃. 그 사이로 니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환상. 눈 앞에 널 잡으려 손을 몇번이나 뻗어보아도 너는 그때 그모습처럼 뒤를 돌아 벚꽃잎 사이로 간다. 그때마다 울컥 울컥 쏟아지는 눈물.
나는 너에게 봄이고 싶었는데, 욕심없이 사랑했었는데 지금은 여기 앉아 너를 기다리는데.
봄이다. 박태환. 니가 나한테 봄이었다. 넌 내게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 겨울이고 그리고 영원함이었다.
이번편 슬픈거 목적으로 썻는데 안슬픈건 함정. 아련돋게 쓰고싶었는데....ㅁ7ㅁ8 나도 달달한거 쓰고 싶다.ㅠㅠㅠ 과거 회상과 현재가 오가기때문에 색깔변화주었는데 막상 모바일에선 적용이 안될듯.ㅠㅠㅠ 분명히 새드엔딩싫어하는데ㅠ 저번화에서 예상치못한 관심들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첫작이었는데 불구하고 암호닉신청해주신 빛님과 마린페어리님 정말 감사드려요. 쑨환 영원하여라!! 많은 댓글과 관심부탁드려요☞☜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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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 덕질 개유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