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남준이가 윤기의 물품을 사러 외출할 일이 있어서 윤기를 깨우려고 침대에 다가갔으면 좋겠다.
아까 분명 사람의 모습으로 자고 있는걸 본 남준이가 윤기가 침대 위에 없는 걸 보고 의아해했으면.
또 토끼로 변해서 자는건가 싶어 이불을 들추는데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
순간 놀란 남준이가 아예 이불을 모두 끌어 안고 옆으로 치우는데 침대에 아무것도 없는 걸 또 한 번 확인했으면.
뭐야, 토끼 어디갔어.
혹시 다른 곳에 토끼로 변해 숨어있나 싶어 원룸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찾았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이불이 조금 묵직한 걸 뒤늦게 깨닫고 아래를 내려봤으면.
그리고 이불 한 켠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하얀 토끼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성질이 잔뜩 났는지 입과 코를 오물오물 거리면서 귀를 바짝 세운 윤기가
천천히 미끄러지다가
바닥에
콩
앉았으면 좋겠다.
그 모습에 남준이가 안심한 듯 숨을 내쉬면서도 어이가 없기도 해서 이불을 들어 윤기의 머리 위로 덮어버렸으면.
잠시 뒤에 윤기가 사람으로 변해 버둥거리며 이불을 내리고 얼굴을 빼꼼 내밀었으면 좋겠다.
아씨, 야. 숨막히잖아.
아니, 뭘 그렇게 쥐고 자더니 어떻게 이불을 들춰도 거기에 매달려 있을 수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고 무식하게 이불을 다 들추냐?
없어진 줄 알고 놀랐잖아요.
내가 왜 없어지냐, 말도 없이. 아, 나 없어질까봐 걱정해서 그렇게 이불을 번쩍 드셨어?
당연히 걱정하죠. 내 토끼인데.
응?
... 하여튼에 머리 정리하고 옷 입어요. 우리 나갈거야.
아, 나도?
네. 싫어요?
아니. 나갈게. 아, 까칠하긴.
툴툴거리는 윤기를 씻고 나오라며 욕실에 밀어둔 남준이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면서
제 입을 손으로 툭툭 쳤으면 좋겠다.
미친. 거기서 내 토끼는 왜 나와. 왜.
욕실로 들어간 윤기가 따듯한 물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발그레한 얼굴로 다 씻었다고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미리 윤기 옷을 준비해놨던 남준이가 수건을 윤기의 머리 위로 덮어 털어주면서
오늘 일정을 간단히 설명했으면 좋겠다.
신발을 사러 갈 거라고.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머리를 다 말리고 남준이가 준비해준 대로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발에는 조금 큰 남준이의 신발을 신은 채로
거리를 나섰으면 좋겠다.
신발만 파는 큰 매장에 들어서서 정작 신발의 주인보다 남준이가 더 눈을 빛내면서 이것저것 살펴봤으면.
반면에 이런 매장은 몇 번을 와도 역시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살풋 인상을 찡그린 윤기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남준이를 묵묵히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남준이가 괜찮냐고 물어오는 신발은 힐끔 보고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린 뒤에 그냥 끄덕거렸으면.
남준이가 제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냥 발 끝이 간지러워 신발 코로 바닥만 톡톡 두드렸으면 좋겠다.
잠시 뒤에 신발을 두어개 고른 남준이가 윤기를 앉히고 그 앞에 신발을 내려놨으면.
신어 봐요.
윤기가 그 말에 신발을 신으면 직원보다 더 먼저 다가와서 새 신발의 앞 부분을 엄지로 누르면서 사이즈를 가늠하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직원에게 몇 사이즈를 가져다 달라고 하면서 윤기의 발목을 잡고 신발을 벗겨 한 켤레를 아예 건네줬으면 좋겠다.
윤기는 남준이가 순간 잡은 발목이 욱씬거리는 것 같은 기분에 괜히 허리를 숙여 제 발목을 만지작 거렸으면.
직원이 신발을 찾으러 들어가버리면 잠시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이에 남준이가 윤기의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
신발 마음에 들어요?
응? 어... 괜찮아.
저 신발 형이랑 잘 어울려요. 예뻐.
예쁘다는 말이 신발을 칭하는 걸 알면서도 윤기는 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그냥 아래로 내렸으면 좋겠다.
결국 사이즈까지 맞는 걸로 찾아 바로 갈아신었으면.
끈을 매서 주겠다는 직원을 남준이가 괜찮다고 하고 직접 윤기의 앞에 쭈그려 앉았으면.
뭐해?
있어봐요. 내가 묶어줄게요.
이 신발은 정석으로 묶는 것보다 이렇게 묶는게 더 예쁘다면서 직접 윤기의 신발끝을 처음부터 매주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왼쪽이 끝나면 오른쪽까지.
자신의 신발끈을 묶느라 집중하는 남준이를 위에서 내려본 윤기가 저도 모르게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뭐야, 나 칭찬하는거예요?
어... 아마도?
그래요? 나쁘지는 않네요.
웃음기있는 남준이의 말이 윤기에게 닿으면 그대로 윤기도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둘은 계산을 마친 뒤로 매장을 나왔으면 좋겠다.
신발이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라 놀란 윤기가 남준이의 옆에서 힐끔힐끔 눈치를 보면서 어물어물거렸으면.
그걸 눈치챈 남준이가 이번에는 자신이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형도 꽤나 서툰 것 같아.
뭐가?
그냥 이럴 때는 고맙다고 하면 돼요. 사준 사람 기가 잔뜩 살도록.
그게 뭐야.
윤기가 툴툴거리면서도 한참 뒤에야 겨우 남준이만 들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다.
고마워.
그 목소리에 남준이는 씩 웃으며 또 한 번 윤기의 머리를 헝클이듯 쓰다듬었으면.
손을 들어 제 머리를 정리하던 윤기가 자신보다 더 기분이 좋아보이는 남준이를 문득 발견했으면 좋겠다.
제 발을 힐끔힐끔 보면서 웃는게 보기 좋아서,
결국 윤기도 웃으며 들뜬 마음으로 남준이와 같이 비슷한 마음을 맞대었으면 좋겠다.
그 비슷한 마음처럼 걸음도 맞춰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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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 감사합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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