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가 권순영과 적으로 만났더라면?.ver
벌써 6년째 권순영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
6년이나 되는 시간을 본 만큼 서로를 잘 아는 듯했지만 우린 늘 서로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부쩍 바빠진 권순영을 의심스럽게 생각하다 고개짓을 하며 머릿속을 비웠다.
오늘도 역시나 나를 두고 먼저 하교를 한 권순영의 빈자리를 허탈하게 바라보다 학교를 벗어났다.
그렇게 그 아이의 빈자리를 실감하며 늘 같이 걷던 길을 혼자 걷고 있다 보면 갑자기 업무용 휴대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싶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 네, B입니다. "
" 지금 옆에 누구 있어. "
" 예? 저 혼자 있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
" 잔말 말고 당장 튀어와. "
" 예, 알겠습니다. "
불현듯 불안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큰일을 향해 나는 뛰어갔다.
도착하자마자 내 앞으로 서류봉투를 던지는 상사였다.
" 안에 적힌 장소로 내일 저녁 8시까지. "
" ... "
힘든 상대가 될 것이다, 애들 충분히 지원해줄 테니까 꼭 구역 잡아내. "
" ... 네. "
" 듣자 하니 그쪽 조직에도 너만 한 남자아이가 있다더구나. "
" ... 가보겠습니다. "
남들이 들으면 그저 단순히 흘려들을만한 문장이겠지.
" ... 이런 식으로 날 긴장 시키려고 하는 건가. "
이 판에서 똑같은 나이의 조직원이 있다는 건 굉장히 운이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숨 쉴 틈도 없이 옥죄어오는 그 상대방의 존재는 자신을 더 혹사시키게 만든다.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면 누구든지 밟고 올라가야 하니까.
그게 누구든지, 나는 밟고 올라서야 한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는 권순영과 나란히 등교를 했다.
넌지시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또 그리 바쁘게 갔냐며 질문을 던졌다.
" ... 나중에, 나중에 다 말해줄게. "
설마 했다, 설마 얘가. 설마 권순영이.
나는 좀 더 확실히 떠보고 싶었다.
" 야 순영아, 오늘 저녁에 뭐 해? 나 영화 표 생겼는데 보러 가자. "
그 아이는 당황한 듯 주춤거리며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 아이에게 화낼 일이 아닌데도 나는 화를 냈다.
" 넌 대체... 뭐 하는 애야, 뭐가 그렇게 바빠. "
나를 아무 말없이 바라보는 그 아이를 등지고 나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 비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봉아, 너는 왜 태어났니. 하늘은 네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힘든 일만 주시는 거니.
콸콸 쏟아져 내려오는 수돗물처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났다, 그 아이는 여전히 자리에 없었다.
역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미련 없이 떠나려 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책상에 붙은 포스트잇에 눈길이 갔다.
' 요새 집에 일이 좀 있어, 내일부턴 꼭 같이 가자. 봉아, 밖에 비 온다. 우산 두고 갈게. "
제발 집에 일이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길, 나는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자꾸 부정했다.
내가 오늘 만날 그 조직원이 권순영이 아닐 것이라고.
어느덧 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켰다.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나는 우리 조직원들과 그 장소로 향했다.
비는 멈출 생각이 없는지 매섭게 내리치고 있었다.
우산 너머로 보이는 보이는 실루엣의 정체를 보기 위해 실눈을 떴다.
그리고 이내 난 우산을 던지고 난 후 실루엣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나를 말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게 그런 것 따위 중요치 않았다.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실루엣에게 소리쳤다.
" 왜... 하필 너야...? "
그 역시 놀랐는지 쉽게 입을 열지 못 했다, 그도 나처럼 비를 다 맞으며 내 앞으로 와 섰다.
" 칠봉... 네가 왜 여기 있어... "
" 그건 내가 할 소리 아니야? 집에 일 있다며, 여기가 네 집이냐고! "
" ... "
그는 복잡한지 머리를 쓸어올리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금방이라도 총알과 고성이 난무할 것 같은 곳에서 권순영과 나, 우리 둘 사이에 자꾸만 세찬 비가 내렸다.
우리의 끝은 이렇게... 이렇게 되는 거지? 우리 둘 중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거지?
내가 먼저 그를 두고 뒤돌아왔다.
더 지켜보단 내가 약해질 것 같았다.
돌아오는 날 걱정스레 쳐다보는 부하 조직원에게 결국 말을 꺼냈다.
" ... 이 구역 못 따면 우리가 죽어, 시작해. "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무섭게 치고 나갔다, 우리 쪽의 행세를 살피던 권순영네 조직원 역시 물밀듯이 뛰어나왔다.
나 역시 곧장 그 사이로 , 저 멀리서 이미 우리 조직원을 제압하고 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이를 악물고 내 앞에 있는 상대 조직원을 상대했다.
차가운 비와 대조적이게 뜨거운 피가 모순적으로 공존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끝이 나지 않았다, 이미 그쪽이나 우리 쪽이나 많이 지쳐있었다.
하얀 와이셔츠에 붉은 피로 물들인 권순영이 보였다.
내 앞을 막는 비 때문인지 아니면 흐르는 피 때문인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권순영은 나를 발견하고 놀란 눈을 한 채 내게 뛰어왔다.
그가 이곳으로 완전히 넘어온다면 분명 죽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움직이기 힘든 몸을 이끌고 힘겹게 그에게 다가갔다.
마주 보고 서자마자 순영이는 내 얼굴을 붙잡고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미칠 듯이 웃겨서 그냥 확 죽어버리고 싶었다.
4년을 서로 짝사랑하다 이제 겨우 행복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그와 나는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 ... 야... 나 지금 너 만난 거 후회해. "
" ... 봉아 거짓말하는 거 너무 티 난다. "
" ... 넌 날 너무 잘 알아서 탈이야, 재수 없어. "
서로를 보며 어딘가 가슴을 콕콕 찔러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 봉아, 우리 연애 시작할 때 한 말 기억나? '
" 뭐... "
" 우리 둘 다 죽어서도 절대 안 헤어지기로 했잖아. "
" ... 응 "
" 그래서 나는 지금 죽어도 괜찮아, 나 정말 괜찮아. "
" 미친 소리 하지 마, 네가 죽긴 왜 죽어. "
" 난 너 죽는 거 못 봐. "
" 누군 볼 수 있대? 차라리 날 죽여 바보야. "
" ... 같이 죽을까. "
총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말을 툭 던진 권순영을 바라보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 하나둘 셋 하면 쏘는 거야, 알았지. "
서로에게 총구를 겨눴다.
우린 셋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영영 헤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권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셋을 다 셌을 때 나는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슬며시 눈을 떠보면 나와 같이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웃음이 났다, 우린 왜 마지막까지 서로를 너무 아끼고 또 아끼는 것인지.
그도 나를 따라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그런데 갑자기 총격이 울리고 권순영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우리 조직원이 명령을 내린 적도 없는데 권순영을 쐈다.
권순영이 나를 보며 쓰게 웃었다.
그 아이를 안고 오열했다, 그리고 우리 둘을 뒤로한 채 남은 조직원들끼리 다시 피 튀기는 사움을 시작했다.
그 아이를 끌어안고 자리를 피했다.
" 왜... 안 피했어, 너 병신이야? 너 이런 거 피할 수 있었잖아. 왜 가만히 있었어! "
" ... 그래야... 네가 사니까... "
힘겨운지 띄엄띄엄 말하는 권순영이 미웠다.
내가 지니고 있던 총을 잡고 권순영의 손에 겹쳐들었다.
내 손가락은 방아쇠에 닿아있었고 내 손등은 권순영의 손과 맞닿았다.
놀란 듯 권순영은 손을 빼내려 했다.
" ... 나 혼자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해. "
" ... "
" 같이 가, 지금. "
권순영은 내게 다가와 짧게 입맞춤을 했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때묻지 않은 교복을 입고 손을 마주 잡은 두 학생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 야, 너 한 번만 더 나 두고 가봐라. 진짜 죽어. "
" 이제 절대 안 그럴게, 그럴 일 없어. "
" 우리 이제 진짜 평범한 학생들처럼 지내자... 평범하게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
" ... 응, 그러자. 우리 너무 힘들었다. 그치. "
" 말이라고 하냐, 나 진짜 너무 힘들었어. "
" 나도 힘들었어, 그런데... "
" 그런데 뭐? "
" 네가 있어서 괜찮았어 나름. "
" ... "
" 내 힘든 시간 속에 존재해줘서 고마워, 봉아. 우리... 다음 생엔 꼭 평범하게... 만나자,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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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권순영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제 완전히 끝났네요!
개인적으로 제가 굉장히 아끼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보내려니 아쉬워요 헤헤
그래도 아직 한 명 정도 더 올테니 너무 아쉬워 마세요!!
저는 오늘부터 개학해서 학교 다녀왔어요ㅠㅠ 아 너무 피곤한데 우리 봉봉들 너무 보고 싶어서 왔지롱!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은 내가 ~를 좋아하는 이유, 끝까지 함께 갑서예♥
암호닉 신청, 신알신 모두 다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 봉봉이들 명단♥
♥[뿌존뿌존/순제로/비둘기/원우야/유현/흰둥이/슈오/세하/고양이의 보은/무기/명호엔젤/수녕하트/들국화
뒷구름봉/코코팜/지유/뿌씅꽌/규애/이과민규/천상소/뿌라스/세봉아 사랑해/ 토마토/한라봉/봄나무/별/윤/경상도/지하/원우야밥먹자/아이닌/너구리
쎄봉/0526/봄지훈/가방님/바나나에몽/붐바스틱/또렝/챠밍/돌하르방/나붕/로운/담요/♡세봉부인♡]♥
혹시라도 빠진 봉봉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