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원 분들은 답글이 대부분 자고 일어나거나,
새벽 늦게 열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도 항상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확인하고 읽고 있습니다.
비회원 분들도, 회원분들도 언제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
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언제는 남준이가 윤기에게 물었으면 좋겠다.
형은 사람 모습인 게 더 편해요? 토끼 모습은 저녁에만 보는 것 같아.
남준이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윤기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천천히 답을 해줬으면 좋겠다.
여기에 있으면 토끼의 모습보다 사람의 모습이 더 있기 편하니까 사람으로 있는 거야.
이 말이 남준이의 책임감을 또 한 번 건드렸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공간안에는 토끼 용품이 별로 없는 것을 깨달았으면.
바로 핸드폰을 쥐고 인터넷 뱅킹으로 남은 월급을 계산하다가
요즘 윤기와 저녁을 먹느라 집에서 차려먹는 횟수가 많이 늘어서
외식으로 빠졌던 돈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알아챘으면.
생각보다 넉넉한 자금을 챙겨 주말이 되기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말 아침이 찾아와 아점을 챙겨먹은 뒤
윤기를 데리고 바로 애완동물 샵으로 찾아갔으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지 않느냐는 윤기의 물음에 그저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사실은 윤기가 쓸 물건이니 직접 보고,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런거라는 말은 조용히 감춘 채
지하철역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토끼 용품을 파는 곳은 생각보다 없는 편이라 조금 큰 샵으로 직접 가야했으면.
윤기는 버스는 종종 타봤어도 처음 타보는 지하철에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면서도 남준이의 소매 끝을 꾹 잡았으면 좋겠다.
일회용 교통 카드를 뽑아 윤기에게 건네주고,
남준이가 먼저 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그걸 한 번,
주위에서 또 찍고 들어가는 것을 한 번 본 윤기가 똑같이 들어갔으면.
옳지.
그런 윤기를 본 남준이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으면
애 취급하지 말라면서 툴툴거리는 윤기가 보고 싶다.
계단을 내려가고 어디 가는지 몰라 몇 번이고 물어보는 윤기가 보고 싶다.
그러면 남준이는 기둥에 붙어있는 역들을 보여주면서
우리는 지금 여기있고,
여기까지 갈거라고.
하나하나 알려줬으면 좋겠다.
새로운 것을 알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집중하는 얼굴이,
낯선 곳에 와서 그런지 긴장을 해서 제 소매를 꾹 쥐는 손길이,
은근히 제게 딱 붙어있는 마른 몸이 좋아서.
지하철이 도착하면 윤기가 그 소음에 작게 인상을 찡그렸으면.
시끄럽냐고 하는 남준이에 고개를 끄덕이면 남준이가 윤기를 제 앞에 세웠으면 좋겠다.
스크린에 비치는 남준이를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던 윤기가
제 귀를 감싸는 큰 손에 놀랐으면 좋겠다.
지하철이 멈춰서야 윤기의 귀를 막아주던 남준이가 손을 풀고 윤기의 어깨를 잡아 앞으로 밀었으면.
그대로 지하철에 올라탔으면 좋겠다.
빈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윤기를 앉히고 그 앞에 남준이가 섰으면.
윤기가 멍하니 남준이를 올려보자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씩 웃어주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윤기 너는 그 웃음이 어째서인지 쑥스러워서 시선을 내려 네 무릎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몇 개의 역을 지나서 남준이가 윤기를 데리고 지하철에서 내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다시 카드를 찍고 나오고,
맞는 출구를 찾아 올라갔으면 좋겠다.
출구를 나오자 윤기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땅굴에 다녀온 기분이라고 투덜거렸으면.
그 소리를 들은 남준이는 고개를 돌려 작게 키득였으면 좋겠다.
조금 걷다가 애완용품 샵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안으로 들어가 생각보다 큰 크기에 남준이와 윤기가 놀랐으면.
남준이는 윤기를 내세워 토끼 용품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직접 물건 하나하나 골랐으면 좋겠다.
어... 나 이런 것까지는 필요없는데.
왜요.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아, 진짜. 화장실 갈 줄 알거든? 용변 패드 그거 내려놔라.
...
기저귀 내려놔라. 내가 그정도도 못 가리는 것 같아?
토끼의 모습으로 기저귀를 차면 귀엽지 않을까 생각했던 남준이가
날이 선 윤기의 목소리에 슬그머니 용변 패드와 토끼 기저귀를 내려놨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많은 용품을 고르지 않는 윤기에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하나 더 사주고 싶던 남준이의 눈에 들어온 건
토끼 옷들이었으면.
... 저기, 제 집에 토끼가 크기가 한... 이정도 되거든요?
아, 그러면 M사이즈 사시면 맞을거예요. 아직 크는 중이면 넉넉하게 L 사셔도 좋아요.
... 다 큰 것 같아요.
조금 작은 아이인가봐요. 그러면 여기가, 다 M 사이즈거든요.
네. 감사합니다.
윤기가 잠시 강아지 용품을 구경하는 사이 몰래 직원을 부른 남준이가 소근소근 그렇게 사이즈를 묻고
토끼 옷,
모자,
신발까지 같이 사들였으면 좋겠다.
불투명한 비닐 백에 모두 받아내고 몸을 돌렸으면 좋겠다.
다 샀어?
네. 이만 가요.
직원의 인사에 꾸벅 인사를 한 두 남자가 샵을 나와서는 집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토끼로 변한 윤기에게 토끼옷을 입히려다가
손가락을 깨물리고,
허벅지를 뒷발에 얻어맞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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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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