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가는 길까지 진짜 미친듯이 펑펑 울었다.
너무 울어서 숨이 막힐 정도로.
백현이가 내 등을 다독여주며 뭐라 말을 했던거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경수야, 다왔어.”
“........”
한국 땅을 7년만에 밟아봤을 때는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내가 한국을 떠난 이유도 김종인.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유도 김종인.
종인아, 너야.
“...괜찮을거야. 가자, 경수야.”
“.......”
택시를 타고 김종인의 장례식장까지 가는 길에 나는 백현이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창밖만 멍 때리고 바라봤을까.
택시기사가 어느 한 곳에 차를 세운다.
.....도착했나보다.
내가 내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자 백현이가 내 손을 이끌어 내리게 한다.
“...경수야..”
“......”
“...제발...무슨 말이라도 해봐..응?”
김종인이 미국을 떠나기 전날 밤에도 나한테 이렇게 물었었다.
제발 자신한테 아무말이나 해보라고.
나는 그런 김종인에게 백현이 얘기를 하며 못을 박았었다.
....어떡하지..
나 때문에 죽은거야.
김종인은 도경수 때문에 죽었어.
이 불편한 진실 때문에 또 눈물이 나올려한다.
아니, 벌써 흘렀다.
옆에서 백현이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장례식장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과연, 내가 들어갈 자격이나 있을까.
내가 그렇게 상처를 줬는데...
“어? 너네 안들어오고 뭐해?”
잠깐 바람을 쐬러 나왔는지 초췌해진 찬열이의 모습이 보인다.
찬열이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을 것이다.
백현이가 내 손을 잡아끌며 찬열이에게 대답한다.
“아, 이제 들어가게.”
김종인의 빈소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김종인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사진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김종인의 모습이 슬프다.
그렇지만 울지 않았다.
울 수가 없었다.
나는 울 자격도 없다.
종인아....
많이 아팠었어?
난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한참을 자리에 앉아 김종인의 영정사진을 보며 사죄했다.
미안하다고, 또 미안하다고.
---
“경수야.”
찬열이의 낮은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찬열이가 나를 일으켜세우더니 빈소 밖 복도로 나간다.
“이거.”
찬열이가 내게 작은 검은색 다이어리 하나를 준다.
“.....이게 뭐야?”
“아무래도 너 줘야 될 거 같아서.”
“...나를?”
“김종인꺼야.”
찬열이가 꽤 씁쓸하게 웃으며 빈소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나는 복도의자에 앉아 조용히 검은색 다이어리를 내 무릎위에 놓고 쳐다봤다.
펼쳐보기가 무서워 그냥 한참동안 겉표지만 바라보았다.
“뭐해?”
백현이가 내 옆으로 오며 묻는다. 난 내 등뒤로 살짝 김종인의 다이어리를 감췄다.
“...그냥...”
“어? 이제 말하네?”
백현이가 살짝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꽉 잡는다.
“.....이제는 좀 괜찮아?”
“...응..”
“....미안해, 경수야.”
“....뭐가..”
“그냥 다.”
“왜 그렇게 생각해..너 잘못 하나도 없어. 내가 잘못한거지..”
---
신기했다.
김종인의 장례식장에 온 이후로 한번도 울지 않았다.
밥도 안먹고 하루넘게 지새우는일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김종인이 내게 남겨준 검은색 다이어리도 아직 읽지 않았다.
단지, 김종인이 짧게 남긴 유서만을 봤다.
-엄마, 아빠 죄송해요. 누나, 미안해.
나 죽으면 꼭 바다에 뿌려줘요.
아마 경수라는 친구한테 물어보면 어딘지 알거에요.
김종인의 바람대로 화장을 했다.
김종인이 작은 통 안에 담겨진 걸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이상했다.
기분이...
그냥..다 꿈같았다.
김종인이 담긴 작은 통을 꼭 감싸안고 차로 꽤 많은 거리를 달렸을까.
바다에 도착했다.
나와 김종인이 사귀고 난 후 처음 둘이 같이 놀러왔었던 곳.
그때 처음 첫..키스도 했었지. 우리.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김종인의 가족들이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옆에 찬열이도 끝내 못참겠다는듯이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종인아....종인아.”
“김종인 나쁜새끼. 너 누나한테 이럴 수가있냐? 어?.....김종인! 내 말 들려? 응?”
“....넌 의리도 없냐...어떻게 혼자 갈수가 있어.....”
나는 김종인이 담긴 통을 열어 조금씩 바다 깊숙한 곳으로 흩뿌렸다.
종인아.
아마, 나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곳에 절대 오지 못할거야.
“아들!..................우리아들.....이 엄마 말 들려?...종인아.”
종인아.
그곳은 외롭지 않아?
여기 많은 사람들이 다 너 때문에 울고있어.
“...하아 종인아...우리 종인이 어떡해요..여보..”
“...여보..종인이도 괜찮을거에요...”
“엄마.. 울지마..”
종인아.
그곳에서는
행복해야해.
정말로.
---
오랜만에 우리집에 왔다.
나와 백현이의 집.
“경수야. 너 그동안 한숨도 못잤잖아. 이제 좀 쉬어.”
“...응...”
“그래. 나 잠시만 나갔다 올게.”
“...응...”
“금방올게. 자고있어.”
“..응...”
백현이가 내 코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를 살짝 쓸어넘겨주고는 방을 나간다.
한참이나 백현이가 나간 방 문만 바라보다가 용기를 내어 가방안에 든 김종인의 다이어리를 꺼냈다.
김종인의 다이어리를 내 무릎에 올려놓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네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남긴 이 다이어리...
솔직히 무섭고 두려웠다.
용기를 내어 다이어리 한 장을 펼쳤다.
제일 먼저보이는 사진 때문에 놀랐다.
김종인과 나는 얼굴을 맞대고 둘다 행복한 얼굴로 웃고있다.
맞아...이때는 정말로 우리 행복했었지.
조용히 사진을 빼서 내 가슴속에 품었다.
이상하게 김종인의 유골을 바다에 뿌릴때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이제야 나오려고 한다.
사진 뒤에를 보니 익숙한 글씨체가 보인다.
‘완전 귀여운 내 경수!^^’
조용히 한 장 한장을 더 넘겼다.
-2005년 4월 8일
오늘 경수가 야자끝나고 공원에서 나한테 고백을 했다.
얼굴은 완전 홍당무가 돼서는.
귀여웠다. 엄청.
남자가 고백할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지만
...뭐지? 싫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맞아. 김종인은 예전부터 짧게짧게라도 메모하는습관이 있었다.
난 그 모습이 김종인하고 안어울린다고 김종인을 놀렸던 적이있다.
사실, 의외의 모습에 한번더 반했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김종인과 함께했던 지난 행복했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너도 진심으로 나와 있었던 시간을 좋아했었구나.
-2005년 4월 9일
친구가아닌 연인의 마음으로 우리가 처음 손잡았던 날.
사실 엄청 떨렸었다.....
-2005년 5월5일
경수와 롯데월드로 데이트?ㅋㅋ
토끼머리띠를 한 경수는 정말정말 귀여웠다.
도경수 사랑한다.
-2005년 8월 1일
경수와 바닷가에 놀러갔다.
신나게 놀다가 분위기에 취해서 첫키스를 했다.
내 생에 첫키스...아, 아직도 떨린다. 두근두근^^
-2005년 11월 9일
수능이 끝났다...
경수랑은 다른 대학에 갈 거 같다.
뭐 그때도 계속 만나면 되는거니깐.
근데..계속 만나도 되는건가?
괜히 나 때문에...경수의 앞길을 망치는건 아닌지..
아 모르겠다.
-2005년 12월 24일
경수와 눈이오는 홍대거리를 돌아다녔다.
크리스마스 이브라며 환하게 웃는 경수의 얼굴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근데 문득 계속 이런 생각이든다.
나랑 경수가 사귀는게
나중에 경수의 미래의 피해가 가는건 아닌지..
종인아..
너는...혼자서 그렇게 힘들게 고민한거야?
응?
날 위해서?
내 눈물 때문에 종인이가 쓴 검은색 펜이 번져간다.
한 장한장 읽을수록 점점 더 마음이 아프다.
2006년 1월 13일이 보인다.
....우리가 헤어졌던 날.
너를 잔인하다고 생각했던 날...
-2006년 1월 13일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단지, 펜으로 찍찍 지운 흔적만..
그 뒤로는 꽤 남은 페이지가 공백이였다.
몇장을 건너뛰니 날짜없이 김종인의 휘갈겨쓴 글씨가보인다.
-경수야, 보고싶다. 보고싶어.
-경수야. 미안해.
-경수야. 내 경수야. 잘 지내?
-.....경수야. 사랑한다.
-경수야 오늘도 미치도록 네가 생각나.
-경수야. 비온다.
미친듯이 눈물이 흘렀다.
난 몰랐었어 정말.
네가 나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할고라고는.
네가 힘든것보단 내가 힘든것만 생각했어.
......2012년 8월 7일?
우리가 다시 처음 만났던 날이다.
-2012년 8월 7일
경수야. 7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넌 예쁘더라.
네가 나 피하는거 알아.
근데 난 더이상 널 놓치기 싫다.
-2012년 8월 10일
오랜만에 먹어본 너의 스파게티.
여전히 맛있어서 눈물이 나올 뻔 했어.
-2012년 8월 11일
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웃고있더라.
...괜찮아.
네가 행복해보여서 다행이야.
김종인..
종인아..
-2012년 8월 30일
네가 날 그토록 싫어한다면...
내가..놓아주는게 맞겠지?
종인아..
종인아..미안해.
-2012년 9월 5일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네.
앞으로는 더 이상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종인아. 응?
-2012년 9월 6일
공항에서 너 처음으로 ‘종인아’라고 불러준거 알아?
그게 비록 작별인사였지만..
나 정말 좋았어.
종인아.
내 종인아.
김종인.
종인아.
이제야 불러본들 너는 들리지 않겠지?
또 꽤 많은 페이지가 공백이다.
마지막 장을 보기가 두렵다.
-2012년 9월 11일
경수야.
생각해봤는데 난 너없이 살 수가 없더라.
널 보기전까지는 희망이라도 있었어.
언젠가는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거라는.
그 작은 희망만 믿고 지금까지 살아왔었어.
이제 그 희망마저 사라져버리니깐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미안해..경수야.
괜히 나같은 놈 때문에...
너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미안하다 정말.
그리고 사랑해.
정말 사랑한다.
죽어서도 사랑할게.
넌 꼭 행복해.
울지도 말고 웃어!
항상 웃어. 난 너 웃는 모습이 좋더라^^
종인아..내가 어떻게 너없이 행복할 수가 있겠어?
응?
너 혼자 이렇게 떠났는데 어떻게 나만 웃으면서 살 수 있어?
종인아
대답해.
...제발...
“..종인아...종인아..종인아....김종인....”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벅찬 슬픔을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종인아.
늦었지만 나도 네 곁에 갈까?....
내가 너있는 곳으로 갈게.
거기서 우리 이제 행복하자.
내가 더이상 널 아프게 하지 않을게.
...
......사랑해.....
사랑한다.
---
<한국 일보>
2012. 09. 17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두구의 시체가 발견됨.
아마, 이 둘의 사망원인은 각자 자살로 판명됨.
----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할 수있는 악몽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글과 함께해주신 분들 정말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처음 악몽 연재시작했을 때도 태풍이왔었는데
마지막 악몽 끝날때도 태풍이왔네요..
솔직히 갈수록 줄어드는 댓글 수에 제 글이 많이 재미가 없나?
때문에 연재중단도 생각해봤었어요ㅠ,ㅠ
그렇지만 늘 재밌다고 댓글달아주시는 분들 때문에라도
꼭! 완결을 내야지 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마무리 짓네요.
네....
결말은 결국 셋다 죽었네요...ㅠㅠ
이 못난이 작가 때문에..ㅠㅠ
저번편에 댓글달아주신
딘듀님,퉁퉁님,땅콩샌드님,썬크림님,독자4님,간장치킨님,응어님,스폰지밥님,요플레님,뽀리님,몽쉘님
모두 사랑해요!
'하트'
앞으로는 새연재할
'당신은 나의 상사'도 많은 사랑 부탁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엑소 신인상!!!!!!!!!!!>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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