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채셔
회사에 도착해서 무의식적으로 사람들 시선 탓에 손을 뗐는데, 지민이 다시 잡아왔다. 우리 애기, 오빠 손 놓치면 안 돼요. 갑작스러운 설렘 가득한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지민을 바라보자, 지민은 그야말로 광대 승천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달다, 웃음이. 지민을 따라 웃자 지민은 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탑승했다. 마침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없어서, 지민은 재빠르게 내 볼에 뽀뽀를 하고 떨어졌다. 히익, 하고 숨을 들이키자 지민이 아이처럼 청량감 있는 웃음 소리를 냈다. 띵동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지민은 맞잡은 손을 흔들며 내 자리까지 데려다주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건지, 자리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아 지민이 다시 내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기. 지민의 당부에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랄하네."
부스럭하고 인기척이 들려 바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회사에서 밤샘 작업을 했는지 피곤에 쩔어 보이는 윤기 선배였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게…. 나는 혀를 쯔쯔 차며 윤기 선배에게 내 자리에 있던 비타민 하나를 건넸다.
"선배, 왜 집에서 안 자고…."
"아, 몰라. 꼬맹이 때문에 미치겠어."
"헐, 그 꼬맹이? 내가 아는 꼬맹이?"
윤기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타민을 주욱 찢어 제 입에다 다 털어넣곤 시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 셔. 셔! 쓰읍…. 저 선배는 왜 저런 표정을 짓는디야. 누가 보면 내가 이상한 짓 한 줄 알겠네!
그나저나 지민이 한 마디도 없기에 지민을 바라보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비타민을 바라보고 있다. 그게 귀여워서 고개를 까딱 내리며 지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구오구.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서 비타민을 주지 않고 윤기 선배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옆 시야로 지민의 입술이 툭 튀어 오르는 게 다 보인다. 선배, 힘내요. 윤기 선배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자 윤기 선배는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요즘 꼬맹이가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나와 동갑, 혹은 아래 쯤으로 보이던 여자가 윤기 선배를 졸졸 따라 다녔었는데. 이상한 건 누구에게나 냉랭하고 매정한 윤기 선배에게 유일한 예외가 그 꼬맹이였다. 윤기 선배에게서 꼬맹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저렇게 멍하게 영혼이 가출한 표정을 짓고 있고는 했다. 아, 좀 자야겠다. 푸우, 하고 한숨을 내뱉은 윤기 선배는 잠이 필요하다 중얼거리며 이내 제 작업실로 다시 들어갔다. 다시 둘이 되자 나는 슬쩍 일어나서, 발꿈치를 조금 들고, 지민의 볼록 튀어나온 입술에 입을 맞췄다. 조금씩 지민의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
"우리 지민 씨 비타민은 여기."
헤헤, 하고 지민 씨가 눈을 꼭 감으며 웃는다. 천사 같아. 나는 지민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어쩜 저렇게 예쁘게 웃지.
지민 씨가 '으유, 이 끼쟁이!'하고 내 코를 튕겼다. 스멀스멀 하나씩 사원들이 들어오자 지민 씨는 '나 갈게요.'하고 작게 속삭이며 제 작업실로 총총 뛰어갔다. 발걸음이 가벼운 걸 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이메일로 보내져 있던, 수정해야 할 자료들을 화면에다 켰다. 며칠을 일하니 마니 했으니, 오늘부터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막상 일을 해야 하니까 우울해지려는데, 핸드폰에 작게 진동이 울렸다. 확인하니 지민이었다.
망개♥:
[너무 행복해요] 08:56 AM
[오늘도 내 생각만 하기 ㅎㅎ] 08:56 AM
[랩몬인가 렘수면인가 그 남자 생각하면] 08:57 AM
[호온나요] 08:57 AM
나는 사원들 몰래 무음으로 뽀뽀 사진 하나를 찍어 열심히 보정한 뒤에 전송을 눌렀다. 답장이 없는 걸 보니 아마 지민은 심장을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있을지도. 헤헤, 하고 웃자 한참 뒤에야 답이 왔다. 예상과 같이 [으으 ㅠㅠ] [심쿵] [이런건바로저장해야지] 와 같은 메세지들이 줄지어 도착했다. 하루를 이렇게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니. 이런 시작이라면 언제든 하루를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참을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한 번 더 다짐한다. 지민에게도, 나에게도 하루를 시작하는 해가 되어 서로를 따뜻하게 비춰줘야지. 참, 연애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 덕분에 힘이 난다는 말이 헛말이 아닌가 보다. 지민을 생각하며 나는 기분 좋게 노트북 위에 손가락들을 올렸다.
12. 어쩌면 하나보다 둘이 편한 아침 下
원래의 퇴근 시간보다 훨씬 늦게 퇴근했다. 지민과 같이 집까지 도착하고보니 벌써 9시였다. 잉. 혹시 몰라 저녁에 먹을 죽까지 도시락으로 준비해뒀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 했다. 난 아마 배고파 죽었을 거야. 지민과 함께 내 집 앞에 도착했는데, 웬일인지 지민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머뭇거리다 지민은 이내 결심한듯 내 집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다.
"으응? 지민 씨, 집에 안 가요?"
"으이, 진짜 못 가게써요."
울먹이는 표정으로 신발을 벗던 지민은 행여 내가 태형의 집에 보내기라도 할까 얼른 집으로 들어갔다. 어어, 지민 씨! 하고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결국은 나도 체념한 채 신발을 벗었다. 태형 씨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엉엉. 어쨌든 저렇게까지 집에 안 가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애원하는 표정만 봐도 녹아 내릴 테니까. 집으로 들어가자 지민은 소파에 가지런히 앉아 있었다. 꿀꺽하고 침을 삼킨 지민은 내가 소파에 앉자마자 나를 확 눕혀 제꼈다.
"으응…?"
"아, 아니. 나, 나도 이런 거 할 수 있다구요."
놀란 눈으로 지민을 바라보자 내 위에서 지민은, 내가 무거워 하지 않게 힘을 주어 제 몸을 지탱했다. 이런 각도에서 본 적은 처음이라 나는 저절로 긴장해야 했다. 바짝 힘을 주고 있는 내 볼을 쓸어주며 지민은 예쁘게 웃었다. 내가 오늘 회사에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지민이 작게 속삭이는데, 왠지 귀도 그렇고 배도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지민의 목 부근 쯤을 바라보자 지민은 이번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나 막 고자라고 생각할까 봐. 쩝, 하고 입김을 다시며 입 꼬리를 한참 끌어올린 지민은 살짝 몸을 일으켜 다시 단정하게 앉았다. 나도 민망해져 천천히 일어나 지민의 옆에 다시 앉았다.
"아껴줄 거예요."
"……."
"뭐가 됐든 제일 예쁜 모습으로."
지민의 볼이 서서히 발그레해졌다. 그게 예뻐서 나는 지민을 그대로 끌어안았다. 지민이 낮게 웃는다. 그거 알아요? 그게 더 섹시한 거. 엉엉. 나를 이내 제대로 안아오는 지민에게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지민의 체취가 코를 찌른다. 나는 마음속으로 애국가를 제창해야 했다. 엄마, 난 쓰레기야….
텍본에는 들어가지 않아요
Bonus, 지민 번외
지민은 옆에 누운 술떡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까도 뭐가 그리 멜랑꼴리했는지. 제 위에 앉은 술떡이 순간 너무 아찔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변화를 알아챌까 얼른 술떡을 제 몸에서 떼어내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야 했다. 너무 남자답지 못했다. 지금도. 정말, 정말 용기 내서 자고 있는 술떡을 끌어안았는데. 이렇게 제 허리를 꽉 감아올 줄이야. 입술에서 침이 마른다. 이내 심장이 쿵쿵, 미친듯이 뛰어온다. 다시 변화가 찾아올 것 같은 기분에 지민은 헐레벌떡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방금은 정말 그 입술을 먹어버릴 뻔 했다. 하아, 하아, 짧은 텀으로 숨을 뱉어낸 지민은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어떡하지. 집에 보내기는 싫고, 같이 자지는 못하겠는데. 이미 변화가 찾아온 제 몸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지민은 변기 위에 털썩 앉았다. 아직은…. 아직은 안 된다. 그런 소중하고 예쁠 경험을 이렇게 헛되이 흘려보내서야…. 지민은 마음속으로 애국가를 제창해야 했다. 엄마, 난 쓰레기야….
#이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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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뭔가 달달한 것! 짤을 많이 쓴 것 같아 뿌듯해요! 많이는 아니지만...☆ 윤기 스포도 해써요 넘나 뿌듯한 것! 아참, 기차는 사실 작은 선물은 한 번만 보내드려야지! 했는데 뒤늦게 글을 찾아주신 분들이 있어서요 그래서 혹시나 소외감이 들지는 않을까 하고 조바심이 들어서 준비했습니다T-T 이제까지 선물로 올렸던 글과 함께 예전에 썼던 글들도 같이 기차할 테니 놓치지 말아요T-T 알게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