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갑작스러운 우리의 재회에 내 친구들도, 그의 친구들도 다 가버린...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내 한 복판.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도 내 귀에는 그의 목소리 하나만 들린다. 가게에서 크게 틀어 놓은 음악소리도, 저 마다 웃고 떠드는 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내 귀가 먼저 반응하는 그의 목소리.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 보면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선 내 양 어깨를 잡는다.
그리고 그가 날 세게 안아버리면 헤어진 순간과는 정 반대로 시간이 아예 멈춰버린듯.. 모든게 멈춰버린듯 그와 나의 숨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만 들린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이 심장이.. 그의 심장인지 내 심장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거칠게 내쉬어지는 이 숨소리가 그의 숨소리인지 나의 숨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세게 안았던 그의 팔에 힘이 조금씩 풀리고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는 내 눈을 그와 마주하면 그는 엄지 손가락으로 꾹꾹 눈물을 닦아준다.
"그거.. 권태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더라. 그냥 서로에 대한 익숙함이야, 익숙함. 이제 니가 없으면 이상하리만치 익숙해져 버려서.. 그래서 그런거야.
있잖아 그런거, 숨쉬는건 너무나 당연한거고 익숙해서 내가 매 시간 마다 숨쉬는지 안쉬는지 체크하지 않아도 되는거.. 그런거야, 너는 나한테.
그리까 권태기다 뭐다 이런 말 하지마"
긴장해서는 계속 버벅거리는 그. 평소 그 답지 않은 모습에 나는 또 웃게 된다. 그만 보면 이렇게 웃게된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웃는다.. 그 말대로 너무나 당연하게.
태어나서 이렇게 기쁘게 웃어본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입꼬리를 당겨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 그도 따라 웃는다. 같이.
"우린... 정말 권태기 였을까?"
"익숙함이라니까 그러네 익숙함-"
"익숙함?"
"권태기도 이 익숙함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그러는거래. 우린 절대 그러지 말자. 우리는 사랑하잖아"
"으응.. 사랑"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해가 저무는 모습을 본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내려놓고 그의 허리를 껴안으면 그는 내 어깨를 감싸온다.
'익숙함' 이라는 단어에 힘 주어 말하는 그가 내심 귀엽다. 권태기..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린 너무 성급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그냥 느껴지는 느낌, 마음만으로 모든걸 치부하려 했다. 그리고 나서 우린 큰 후회를 했고..
헤어질 때 마저도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냐는 이상한 말을 하면서도, 우리가 왜 헤어지는지 모르면서도 우린 이별을 선택했다.
왜? 나도, 그도 모른다. 권태기. 그게 오면 헤어져야 하는건 줄 알았다. 이겨낼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나태함이라고 생각했다.
큰 양동이를 가득 채울 만큼 눈물을 내쏟으며 시린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이건 내가 이겨내야할 과제고 숙제라며 앞 뒤 맞지 않는 말로 나 자신에게 상처를 줬다.
누가 헤어지라고 한것도 아니다. 누가 우리 사이를 갈라 놓은것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우리 의지로 헤어졌다. 바보 같이.
"또 또 이상한 생각 한다-"
"아냐-"
"아니긴 뭘 아냐. 여기 써 있는데?"
아프지 않게 내 이마를 튕겨내며 말하는 그에게 입을 삐죽이며 얼굴로 향하는 햇빛을 가리려 손을 들었다.
그리고 말랑이는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다. 오빠 여기 공공장소야-, 아 그렇네.. 머쓱은듯 웃는 그. 그리웠다. 1달이라고 해도, 아니 하루래도 그리웠을 거야.
"이제 우리 헤어지지 말자"
"사랑해"
"얼만큼?"
"하늘 만큼 땅 만큼 지구 만큼 우주 만큼"
늦은 저녁 까지 그와 함께 있다가 들어온 집. 쌀쌀해진 날씨 탓에 조금 추워하는 내 어깨에 그가 둘러준 그의 진회색 가디건을 매만져 봤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첫사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설레이고 간질거리는 이 느낌.
가디건을 침대 위에 걸쳐놓고 책상 앞에 있는 거울을 보자니 책상 위에 놓인 화분. 어.. 어.. 꽃 폈다.. 보라색꽃 두개가 나란히 피어있다.
무슨 꽃인지는 몰라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 같다. 필듯 말듯 한 달 동안 날 애태우더니 마침 그와 재회한 날, 딱 꽃이 피다니.
이 정도면 우리 사랑 축복 받을만 한거겠지? 권태기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익숙함이라는 그의 말.
익숙함. 이게 바로 권태기를 극복하는 우리 커플의 자세.
-번외-
"어서오세요"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날 반긴다. 꽃 사보는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서성이는데 아주머니가 다가온다.
"뭐 찾은 꽃 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헤어지는 여자친구한테 어떤 꽃을 줘야하나요.."
헤어진다는 말이 조금 슬프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힘주어 말하자 아주머니는 놀란 눈을 하고 날 바라본다.
슬픈 티가 나지 않게 살짝 웃으며 말했지만 통하지 않나보다. 안됐다는 표정으로 날 보더니 이내 한 화분을 건낸다.
꽃 다발도 아니고 화분..? 의아해하는 내 표정을 읽은건지 아주머니는 입을 열었다.
"무슨 꽃인지, 꽃이 언제 피는지 알려고 하지도 말고, 알려주지도 말아요"
이상한 아주머니 말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꽃이 피면 예쁘겠다는 생각에 돈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왔다.
때 마침 뒤돌아 오는 OO이. 씁쓸하고 슬프고 짓물이 나는 내 마음을 숨기려 환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 때는 몰랐다. 꽃 이름은 바이올렛, 꽃 말은..... 변하지 않는 사랑.
3편에 걸쳐진 글이 끝이 났네요~ 시험 기간인데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제 경험을 고대로 옮겨놓은 실화랍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지금은 남자친구랑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어떤 글을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네요~ 부끄럽지만... 살포시 완결!
텍파 공유는 원하시는 분들이 많으면 이따가 10시 이전에 텍파 공유 글 올릴게요!
읽어주신 독자님들 스릉해요!!
Thanks to.
기성용하투뿅님, 깡통님, 파절이님, 투게더님, 드마님
시계님, 목캔디님, 똥코렛님빼빼로님, 갸루상님, 찡찡이님, 마뷰님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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