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말고.. 마지막으로 할 말 없어?"
"사랑해"
망설이지 않고 불쑥 나온 말. 사랑한다는 그 말. 우린 왜 사랑하는데 헤어지는걸까.. 사랑한다면 계속 사랑하면 될텐데.
이제 우리 다시는 못 보겠구나.. 그의 얼굴을 이리저리 꼼꼼히 뜯어본다. 눈이 이렇게- 코는 이렇게- 입은 이렇게- 여기도 잘생기고 저기도 잘생기고-
"나도 사랑해"
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는 대문을 쾅- 닫고 들어왔다. 우리.. 이제 정말 끝인가봐..
"너는 진짜 어떻게 그 사람이랑 똑같냐-"
책상 위에 놓인 화분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책상에 엎드려 화분을 보자니 그가 보고 싶어 미칠것 같다.
무슨 꽃인지 궁금해서 빨리 꽃이 폈으면 하는데 밍기적거리면서 영- 필 생각 조차도 않는게 그를 닮은것 같다.
엻은 하늘색인 화분은 볼 때 마다 그를 생각하게 한다. 어떤 마음으로 이 화분을 골랐을까, 정말 어떤 꽃인지 모르는 걸까, 무슨 꽃일까..
밥 때 되면 밥을 잘 먹었을까, 훈련 시간 되면 훈련은 잘 나갔을까, 밤이 되면 잠은 잘 자고 있겠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그의 생각.
MP3에 저장된 음악들을 죄다 그랑 같이 듣던 음악들이고 길거리를 다녀도 죄다 그와 함께 다녔던 곳들이다.
우린 정말 서로가 미워서 헤어진게 아닌데.. 우린 왜 헤어졌을까. 그 놈의 권태기가 뭐라고.. 이렇게 헤어지면 보고싶을 거면서.
애꿎은 휴대폰만 계속 보게 된다. 그에게 절대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계속 보게 된다.
새벽 운동 다녀오던 그가 시간에 맞춰 모닝콜을 해주면 일어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늘은 뭘할지 달콤한 얘기를 나누던게 불과 몇 일 전인데..
습관이 된건지 그가 깨워주던 시간이 되자 눈이 절로 떠진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면 전화도, 문자도 와있지 않다.
그는 이제 막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아침을 먹고 조금 있다가 또 훈련 나가겠지..
도대체 무슨 꽃인지도 모르고 피지도 않는 저 놈의 화분은 왜 준건지 그가 원망스럽다. 자꾸 그 생각만 나고 미쳐버릴것 같다.
화분을 외면하면 그 옆에 놓인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우리..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알고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맑은 새벽 공기가 내 폐에 가득 찬다. 가볍게 숨이 차는 이 느낌이 좋다고 매일 모닝콜을 해서는 OO이에게 그렇게 말했는데..
그 화분에 꽃은 폈을까, 무슨 꽃일까, 아마 예쁠거야.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음악이 들리지 않은지는 오래다. 자꾸만 생각나는 그녀 때문에 미치겠다.
힘 없이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온통 OO이의 흔적 뿐이다. 하나 부터 열까지 어쩜 그렇게 손이 안닿은 곳이 없는지.
요리 할 때 마다 옷 버리지 말고 꼭 둘르고 요리하라고 했던 앞치마, 니가 생일 선물로 줬던 체크무늬 셔츠, 테라스에서 함께 물놀이도 했었는데..
욕조에서는 같이 이불 빨래도 하고, 너희 부모님이 들어오시지 않는 날 밤엔 같이 DVD도 빌려 보고.. 그러다가 깜빡 잠이든 니 이마에 몰래 뽀뽀도 하고..
휑하니 비어버린것 같은 집. 모든게 다 그대로고 OO이 하나 없을 뿐인데 이렇게 허전하다. 훈련을 해도 집중이 되질 않는다.
거의 매일 밤을 새다 싶이 하며 OO이와의 추억을 곰곰히 되짚어 본다. 어차피 다시 보지도 못할 텐데.
OO이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함께 할 때도 부끄럽다고 잘 해주지 않았던 말, 사랑해.
그 말이 그렇게나 쉽게 나오니 조금 씁쓸하기도 했고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과거형이 아님에 감사하기도 했다.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냥 정이였을까. 우린 정말 권태기가 맞았을까.. 혹시 너무 사랑해서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림이 아니였을까.
그랬다면,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림이였다면 난 고민없이 바로 널 다시 잡을거다. 비록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랑한다는 말.. 더 많이 해줄걸.. 후회 없도록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말해줄걸.
끝까지 부드러운 말 한번 못해주고 퉁명스레 키워- 라고 했던 날 생각하면서 수 없이 머리를 쥐어 뜯었다.
그래봤자 바뀌는건 없겠지만. 날 평생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남자가 생겨도.
첫 만남 처럼 예고 없이 찾아왔다, 재회는.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우리는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를 거의 잊은듯이 지냈다.
사실 아니지만. 겉으로는 친구들에게 그 사람 잊었다고, 이제 다 괜찮다고 어깨를 으쓱이며 웃고 떠들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너무 보고싶어 썩어 문드러졌다.
그리고 그를 보는 순간 백열등의 필라멘트라도 툭- 하고 끊기듯이 내 머리는 한 순간 멍해졌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그도 날 보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기에는 내 가슴은 너무 약하다는걸 알기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친구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내 모든 신경을 그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게로 뚜벅 뚜벅 걸어오는걸 느끼는데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어찌나 그의 걸음이 빠른지 내게 다가오는 그를 느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내 앞에 서서 어색하게 웃는 그를 볼 수 있었다.
내 친구들은 놀란 얼굴로 나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서로 호들갑을 떨었지만 내 눈에는 그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밤 마다 그리워서 눈물로 그려봤던 얼굴, 어떻게 하면 더 잘 떠오를까 해서 눈 감고 수 없이 생각해봤던 얼굴, 그냥.. 보고 싶어 미치겠던 그 얼굴.
나오지 말라고 꾹꾹 눌러담아 울음을 참는 날 이겨내고 기어코 눈물은 내 눈을 비집고 나와버렸다.
헤어지는 그 날도 흘렸던 그 눈물을..
바빠서 일단 글만 올리고 갑니다ㅠㅠㅠㅠ
내일은 마지막은 下편으로 올게요!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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