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에 또 왔어 ㅎㅎ
요즘에 지훈이가 자꾸 반말을 하려하는데 난 높임말 듣는거 너무 좋고 연하랑 사귀는 기분도 나고 해서 높임말이 좋은데 자꾸 반말하겠다고 땡깡부리고 애교부리는거 보면 귀엽기도 하다..ㅠㅠ 하여튼 오늘은 그냥 지훈이랑 사귀고 좀 되서 있었던 사건(?) 썰을 하나 풀어볼게.
때는 고3 수능때. 그러니까 3년전에 수능 당일이였어. 물론 수시로 이미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긴 했지만 난 그날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왔고, 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최저점수를 맞추기 위해서)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시험장에 가는 길이였어. 그런데 뭔가 좀...이상한 느낌...?이 드는거야...뭔가 찝찝하고 기분나쁜 느낌 있잖아...
아...그날이였어...
평소에도 생리주기가 굉장히 일정한 편은 아니였지만 6주째 안하고있던 찰나에 불안불안하긴 했거든...진짜 너무 당황해서 아무데나 보이는 마트 들어가서 생리대하나 받아서 급하게 하고 나왔다...허헣... 그러고 데스크 가서 생리대 하나만 더 달라고 해서 챙기고 내가 시험 볼 고등학교까지 뛰어서 갔어. 그 앞까지 가보니까 문 앞에서 지훈이가 기다리고 있더라고. 왜 이리 늦었냐고하면서 그냥 따뜻하게 웃어주더라. 그러고 그냥 그렇게 꼬옥 안아주는데 너무 울컥했어...ㅋㅋㅋ원래 내가 그날엔 감정기복이 좀 심한 편인데 안아주는 순간 감성적으로 변하더라고 ㅋㅋㅋㅋㅋ
수능 전에 울면 안된다던 담임쌤의 말을 상기시키고는 울음 꼭 참고 지훈이한테 잘 다녀오겠노라고 이야기하고 마음을 다잡고 고사장까지 들어갔어. 막상 내 이름이 붙어있는 그 자리에 앉으니까 너무 떨리고 긴장되고 평소에 약하던 생리통도 그날은 진짜 심하게 느껴지고...여러가지 일이 겹쳤지만 지금보면 내가 진짜 대단했던 듯...ㅋㅋ
수시로 합격하긴 했지만 최저점수는 맞춰야 되니까 수능은 쳐야되는데 그날따라 너무 긴장했던 것 같다 ㅋㅋ
1교시 국어는 뭐 그럭저럭 괜찮게 봤던 것 같아. 평소에도 국어는 좋아하는 과목이기도 했고 잘하는 과목이기도 했으니까. 아 근데 수학에서....폭to the망... 한 3~4등급 나왔던가...? 영어, 사회, 과학은 나름 쏘쏘하게 본 듯.
나는 제2외국어를 안쳐서 4시 반쯤에 시험을 끝내고 나왔는데 아 진짜 그때만큼 공허한 기분도 없더라. 10년이상 공부해온 이유가 겨우 이날 하루였구나 싶고 이날의 결과 하나로 앞으로의 내 인생 전부가 결정된다는 사실때문에 너무 씁쓸하고 공허하고 이유없이 눈물나더라. 고사장에서 나오자마자 교문 앞에서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아무생각 안하고 펑펑 울었어. 학교 후문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던 지훈이는 5시가 되도 안나오는 나를 걱정하면서 정문까지 달려왔더라. 나중에 들은건데 혹시나 혼자 울고 있을까봐 와봤는데 정말 울고있어서 놀랐다고 그러더라고 ㅋㅋㅋ 울고있는데 생리통까지 겹쳐서 진짜 꺼이꺼이도 아니고 꺼억꺼억 울었다 ㅋㅋㅋㅋㅋㅋ
지훈이한테 보여줬던 모습중에 못난 모습을 꼽으라면 다섯손가락 안에 들 사건임 ㅋㅋㅋㅋ아 근데 생리할땐 내가 진짜 성격 더러워지거든ㅋㅋㅋㅋㅋ
지훈이가 놀라서 달려오는데 왜 이제 왔냐며 울고불고 난리치고 집에 데려다준다는데 싫다고 뿌리치고 기어이 집까지 혼자갔다 ㅋㅋㅋㅋ
지훈이 진짜 놀란눈으로 나 돌아서는거 쳐다보더라. 지금 생각하면 나란 쓰레기년 왜 우리 지훈이한테 상처줬었는지 1도 모르겠다...지훈이는 그때 나 그날인지도 몰랐을거아니야...ㅋㅋ 나 그렇게 짜증내는거 처음봤던지 나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뒤에서 잡지도 않더라. 난 또 나 안잡는다고 속으로 투덜대고 혼자 삐지고...
그렇게 집까지 가서 어땠냐고 괜찮았냐고 물어보는 엄마아빠 뿌리치고 혼자 방에 들어가서 엉엉 울었어. 와 지독한 이지훈 카톡하나 전화한통 안온다 원망이란 원망은 다하고 내 짜증이란 짜증은 절정에 치달았는데 진짜 이지훈 연락하나 없더라. 혼자 감수성 폭발해서 슬픈 노래 들으면서 눈물 쏟아내고...그러다 지쳐서 자고...또 울고...자고...그랬더니 열나고 장난 아니더라. 엄마가 놀라셔서 울면서 나 간호해주는데 너무너무 슬프드라...그냥 평생 울거 그날에 다 울고 열병나서 다음날 학교도 못감 ㅋㅋㅋㅋ
지훈이는 내 걱정하고 있을까 하면서 걱정하다가도 이지훈 생각만 하는 내가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화도 나고 해서 이지훈 생각 안하려고 노력해도 이지훈 생각만 나더라ㅠㅠㅠㅠ
이런 내가 미웠지만 딱 한번만...하고 생각하고 지훈이한테 카톡 보냈어.
[내가 어제는 미안했어]
[많이 화났어?]
하고 보냈는데 세상에나
읽씹하더라고.
속으로 있는 욕 없는 욕 다하면서 짜증냈어.
그러고는 진짜 그 감정에 휩쓸려서 누가봐도 짜증내는 말투로 쏘아붙이기 시작했어.
[야]
[너 이제 내가 보내는 문자도 씹고 그래?]
[진짜 변했다 이지훈]
[너 진짜 나한테 그러는거 남들은 알아?]
되도않는 짜증을 냈는데도 문자앞에 1만 사라지고 답장은 안오더라고. 그냥 그대로 헤어지자고 보냈어. 그제야 답장오더라.
[응]
진짜 어이도 없고 짜증나서 그 문자 보고는 핸드폰 내던지고 계속 울었어. 토일요일까지 계속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울다가 지쳐서 자다가 밥도 안먹고 탈진할때까지 그렇게 반복했어. 물도 안마시고 밥도 안먹고 3일동안 울기만 하니까 내 몸도 마음도 지쳤었나봐. 진짜 탈진해서 쓰러졌는데 너무 방에서 울기만 하니까 걱정되서 들어와봤던 아빠가 놀라서 119 연락하시고 병원까지 실려갔어. 엄마가 너무 슬프게 우시더라...그 모습 보고 또 울고싶은데 눈에선 더 이상 눈물도 안나오고... 내가 이지훈을 그 정도로 좋아하긴 했나봐.
최근들어 엄마랑 지훈이네 어머니랑 친해지셨는데 (엄마는 나랑 지훈이랑 사귀는거 지훈이 어머님 통해서 아셨음ㅇㅅㅇ) 엄마가 몇 일간 기운도 없이 다니시니까 지훈이 어머님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나봐. 엄마가 지훈이 어머님께 자초지종 말씀드리니까 자기 일처럼 너무 놀라시면서 엄마한테 이야기 하셨다는거야. 무슨이야기? 하고 물어보니까 지훈이가 유학을 갔다는거야.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버렸어.
디자인공부하려고 피렌체였나 어디 갔다는데 디자인은 무슨말이고 유학은 또 무슨 말이냐고 엄마한테 막 울면서 이야기했더니 지훈이가 좀 오래전부터 부모님한테 디자인쪽으로 가고싶다고 그 쪽 공부를 해보고 싶다면서 이야기를 했다는거야. 지훈이 부모님도 귀한 막내아들이 그렇게 진지하게 하고싶은 일을 이야기하는데 당연히 고민되셨을거야. 지훈이 어머님은 지훈이가 하도 나부터 챙기고 좋아하는 티도 많이 내고 하니까 나한테는 이야기 하고 떠난 줄 아셨대.
나중에 지훈이 한테 들은건데 지훈이는 나 수능끝나고 나오면 자기 공부 끝내고 와서 그때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 하려 그랬는데 내가 그렇게 짜증내는거 보고 차마 말 못했데. 우리 지훈이도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ㅠㅠㅠ
하여튼 난 거의 반강제로 (내가 헤어지자고 하긴 했지만) 지훈이랑 헤어졌어. 역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게 맞는 말인가봐. 그땐 지훈이가 너무 밉고 혼자 견딜 수가 없어서 다 잊고 대학 들어가서 새로운 남자친구 사겨서 학교에선 나름 유명한 cc도 되봤었으니까. 그때 사겼던 남친은 무용전공하던 애였는데 이름은 승철이였고 나름 잘생긴 애였거든. 먼저 고백해서 나름 오래 사귀긴 했지만 딱히 그 애한테 마음이 가진 않더라.
그날은 여름이였는데 승철이랑 영화관에서 둘이 데이트를 하고 나오는 길이였어. 영화관에서 나와서 카페로 걸어가는데 건너편에서 익숙한 사람이 걸어오더라. 이지훈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어. 오랫동안 만나지도 않으니까 새까맣게 잊고 있었거든. 근데 이지훈이랑 우리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안떨어지더라.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해도 그게 안되더라. 결국 승철이 얼굴 보면서 최대한 행복한척 하려고 노력하면서 걸었어. 지훈이는 날 보자마자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안움직이더라.
난 떨리는 마음 부여잡고 지훈이 눈 안마주치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승철이랑 카페로 들어갔어. 승철이가 주문하러 간 사이에 그 짧은 찰나에 이지훈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창 밖을 보는데 지훈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안움직이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더라. 그 모습 보고 정말 눈물나올 것 같더라. 승철이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커피 마시고 나서 노래방 갈까? 하면서 싱글벙글하고있더라. 승철이는 날 이렇게 좋아해주는데도 머릿속엔 지훈이 생각만 나니까 내가 정말 나쁜년 된 것 같더라. 진짜 무례하고 나쁜짓인건 아는데 승철이한테는 정말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는 카페 뛰쳐나왔어.
아까 지훈이가 서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더라. 지나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사이에 휩쓸려서 여기저기 찾아봐도 지훈이는 안보이더라. 놀라서 날 쫓아온 승철이는 정신 나간것 처럼 누굴 찾고 있는 내 모습 보고는 괜찮냐고 걱정하면서 꼭 껴안아주는데 그 품속에서도 솔직히 지훈이 생각밖에 안났어. 품에 꼭 안긴채로 헤어지자고 하는 날 보면서 승철이 많이 당황한 것 같더라. 결국 눈물터져서
"미안해 헤어지자 정말 미안해"
이말만 반복했어.
그랬더니 승철이는 날 더 꼭 안으면서
"왜그래. 내가 미안해."
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 달래고있고. 너무너무 죄책감들더라...
그래도 승철이 얼굴 보면서 지훈이 떠올릴 수는 없을 것 같았어. 그건 승철이한테도 지훈이한테도 못할짓이니까. 날 더 꼭 껴안는 승철이 팔을 풀어내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급하게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어. 승철이는 더이상 안따라오더라. 북적북적한 버스정류장 의자에 조그마한 남자애가 한명 앉아있었어. 누가봐도 이지훈이였어. 옆자리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그 자리에 가서 앉았어. 고개숙인 지훈이 옆자리에 앉아서 그냥 계속 있었어. 아무말 없이 그냥. 그렇게 한시간 두시간 시간가는줄 모르고 앉아있으니까 그제서야 지훈이가 입을 떼더라.
"잘지내는것 같더라, 누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맘 속에서는 아니라고 너 없어서 잘 못지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겉으로는 내색도 못하겠더라. 그때 그렇게 짜쯩이란 짜증은 다 내고 봤던 마지막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너무 미안했고 또 미안했어. 맘이랑은 다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시돋친말이였어.
"어. 말도없이 가준 덕에 남자친구도 사귀고 잘 지냈어."
너무도 담담하게. 아닌척하면서.
"넌 잘 지냈어?"
지난 2년동안 너무도 묻고싶었던 말을.
너무도 담담하고 아프게 입 밖에 내놓았어.
그제야 고개를 들고 웃으면서 말하더라.
"나는 누나 생각하면서 잘 못지냈는데."
아니 웃는 모습이 아니라 웃으려고 노력하는 너무도 일그러진 얼굴이였어. 헛웃음만 나오더라.
"누나는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얼굴봐서 좋았어요. 저 갈게요."
그리고 일어서는 지훈이 손 꼭 잡았어. 가지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망할 자존심 때문에 그 말이 입밖으로 안나오더라. 그 손 잡고 나오려는 눈물 꼭 참으면서 그냥 그렇게 있었어. 그리곤 물어보더라.
"누나. 나 가지말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보더라. 아무 대답 못하고 있으니까 다시 한번 물어보더라.
"누나. 나 가지마?"
그제서야 입이 떼지더라.
"응"
"가지마. 여기 있자."
그렇게 말하자마자 지훈이는 뒤돌아서 날 꼭 껴안았어. 그제서야 다 돌아온것 같았어. 너무 행복했어.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나기 시작했어. 다른때보다도 더 애틋하게.
여기까지가 그 사건(?) 썰이야. 좀 길었지? 아직도 생각하면 진짜 애틋한 기억인데 벌써 1년이나 지난 일이다?ㅋㅋㅋ
승철이는 그 이후로 아직까지도 속 마음 털어놓고 수다도 떠는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어. 나한테는 너무 고마운 친구야 승철이는...ㅎㅎ
으어...지훈이한테 전화가 와서 이쯤 쓸게 ㅎㅎ 나 다시 올때까지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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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예요...ㅎㅎ 그간 여기저기 행사가 많아서 오랜만에 글 썼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편을 언제 쓰게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ㅠㅠㅠ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할게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