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Friday2
태환형을 떠올리며 소파에서 눕다시피 앉아서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을 찾는 것은 중요했지만 우선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주어진 시간은 아직 충분했고 난 현재 아주 피곤한 상태였다.
유럽이나 미국과 왕래하는 것처럼 긴 이동 시간은 아니었지만 피곤한 것은 피곤한 것이었다.
오히려 중간에 경유를 해야했기 때문에 피곤한 감이 더 있었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물품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거실 중앙에 방치해놓은 슈트케이스를 이끌고 침실로 들어갔다.
챙겨 온 옷가지들을 옷장에 하나씩 정리했다.
기본적인 물품들은 형이 준비했지만 옷 등은 사다놓지 않아서 한번은 쇼핑하러 백화점에 가야할 것 같았다.
당장은 가져온 옷과 신발로 입고 신는다지만 계속 그것만으로 버틸 수는 없었다.
거기다 평균 키를 한참 웃도는 장신인지라 옷이나 신발 등도 맞춰야 했으니 가져온 옷을 다 입기 전에 미리 맞추는 현명함이 필요했다.
"후아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쭉 피다가 천장에 닿아서 머쓱하게 팔을 내렸다.
천장이 좀 더 높으면 좋을텐데. 이 정도도 충분히 좋은 곳이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불평할 수 없었다.
장기간 한국에 머물 예정이지만 임시 거주지임에는 틀림없었고 그런 주제에 불평해봤자 형은 타박만 줄테니까.
누가 그렇게 키 크라고 했냐고 구박하겠지. 덧붙여 그 키 좀 떼어달라면서 쫑알쫑알 잔소리할 것이 분명했다.
머리카락은 덜말랐지만 몸에 누적된 피곤으로 귀찮아져서 그대로 침대 위에 올라가서 누웠다.
내 키에도 무리없이 들어갈 만큼 큰 킹사이즈의 침대가 마음에 들었다. 탄력있는 침대의 매트를 느끼며 이불을 끌어와 덮었다.
꿈에서 태환형을 만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운 형의 얼굴을 그리며 깊은 잠에 빠졌다.
《띠리리링-》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아직 더 자고 싶었던 나는 그 전화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벨소리는 끈질기게 울렸다.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려 휴대폰을 찾았다.
주변을 더듬더듬 만졌고 손끝에 걸리는 딱딱한 감촉을 가진 물건을 잡았다.
약한 진동과 벨소리가 동시에 징징되었다. 통화버튼을 눌러 끊어지지 않는 전화를 받았다.
"...Hello.(...여보세요.)"
[지금 일어난거냐?]
"...으응......"
전화를 한 상대방은 민성형이었다.
아직 잠기운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 형은 꽤나 어이없다는 듯한 어조로 대꾸한다.
더 자고 싶은 나는 웅얼거렸다.
[이놈 봐라. 벌떡 못일어나! 해가 중천에 걸린지가 언젠데!]
"...끄응......그만 소리쳐요. 머리 울려."
[얼른 씻고 나와라. 시간이 벌써 11시야!]
"아직 오전이구만...나 피곤해요. 형."
[조금이면 점심이다. 배도 안고프냐.]
"웅...잠이 더 고파요."
[......]
"?"
대답이 없어서 통화가 끊어졌나 싶었다. 휴대폰 액정을 보면 아직도 통화상태였다.
다시 귀에 휴대폰을 대고 형을 불렀다.
"...형?"
[쑨아. 씻고 어서 나와라. 형 배고프다.]
목소리가 무척 싸늘했다. 순간 한기가 들 정도라 벌떡 일어나 알겠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듣자마자 통화를 딱 끊어버린다. 머리를 긁적이며 이 형이 왜 이러나 싶었다.
그러다가 어제 배웅할 때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을 떠올렸다.
민성형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은 12시였다.
휴대폰 액정에 뜬 지금 시각은 11시 11분이었다.
침대에서 나와서 서둘러 씻고 어젯밤에 미리 옷장에 정리해두었던 옷들 중 하나를 꺼냈다.
서둘러 몸을 쑤셔넣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개인 자동차가 있었다면 이렇게 급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었지만 아직까지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때문에 좀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빨리 차부터 사야겠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머릿속에 자동차 카탈로그를 펼쳤다.
어떤 것으로 살까. 한국차가 좋을까. 아니면 외제차가 좋을까.
이차 저차 비교를 하며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탔다.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의 바디와 성능쪽만 생각을 했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내려서 아파트 단지에서 벗어났다.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펴서 택시 승강장 위치를 확인했다. 아, 저기 있네.
승강장으로 걸어가면서 앞으로 살 자동차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띠리리링-》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니 어머니였다. 벨이 한번 더 울리기 전에 곧바로 받았다.
"妈妈.(어머니.)" *{ }:중국어
[{양. 한국 잘 도착했니?}]
{네.}
[{Mr.김은 만났고? 잘 지내고 있더니?}]
{네. 아주 잘 지내고 있던데요.하하.}
[{그래. 아침은 먹었니?}]
{아, 지금 일어나서 아직...}
[{양. 일찍 일어나야지. 배는 안고프니?}]
{좀 피곤해서...배 고파요. 지금 민성형과 식사하러 가는 중이에요.}
[{그래. 꼭 챙겨먹으렴. 아, 아버지가 바꿔달라고 하신다. 잠시만 기다리렴.}]
{네.}
나라불문하고 어머니라는 존재는 자식을 걱정하는 법이었다.
잘 도착했냐는 질문부터 식사까지 섬세하게 챙긴다.
어느 나라든 똑같겠지만 중국 가구는 한가정 한자식 정책으로 대부분 자식을 1명 낳기 때문에 특히나 부모 자식 간의 유대가 깊었다.
그래서 이런 소소한 챙김은 잔소리로 듣기보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조금 후 휴대폰 스피커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 받은 터라 간단한 인사만 하셨다.
[{그래. 잘 들어갔다고?}]
{네.}
[{이번 한국에 간 김에 강박사님도 찾아뵙거라.}]
{아, 그러네요. 오늘이나 내일쯤 찾아뵈면 될 것 같아요.}
[{미리 연락하고. 그럼 잘 지내고 가끔씩 안부 전화나 하거라.}]
{네. 아버지 어머니도 평안히 계세요.}
부모님과 통화를 마치고 승강장 의자에 앉아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익숙하지만 한국은 유독 더 심한 것 같았다.
이렇게 키가 큰 사람은 드문가?
어서 택시가 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기지개를 쭉 폈다.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역시 키가 커서 말이 많은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큰 키가 불편하다.
"언제 오나? 늦으면 형한테 혼날텐데."
이윽고 택시가 왔고 택시 뒷자석에 앉아 목적지를 말했다.
역시 한국의 택시는 총알같다고 하더니 정말 빨랐다. 본래 스피드를 즐기는 편이라 이정도는 빠른 느낌도 아니었다.
그러나 멀미하는 체질이 아닌데 골목골목으로 다니는 통에 어지러워서 멀미날 것 같았다.
그게 좀 단점이었다.
"손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네. 여기요. 거스름돈은 됐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터라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택시에서 내렸다.
민성형에게 전화해서 도착했다고 알렸다.
다행히 시각은 11시 50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약속시간을 넘기지 않아서 형의 잔소리는 듣지 않을 수가 있었다.
형의 잔소리는 정말 듣기 싫었다. 정말 집요하게 파고드는데 사람의 기운을 모조리 빼앗아가는 것 같아서 싫었다.
회사 앞에 가니 정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형이 보였다.
손을 들어 흔들며 다가갔다.
"왔냐?"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방금 내려왔어. 가자."
"다른 사람들은요?"
"왜 보고 싶어? 연락할까? 아직 너 휴가기간이잖아. 벌써부터 회사 사람들 볼 필요 있어?"
"전 상관없는데요."
"정말? 귀찮게 할텐데..."
말끝을 흐리는 뉘앙스가 영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형의 배려에 감사한다며 휴대폰 통화버튼을 누르려고 액션을 취하는 형을 말렸다.
그리고 좀 전에 부모님과 통화했던 내용을 기억해냈다.
"아, 전화해야하는데..."
"어딜?"
"강박사님께요. 아버지께서 한국에 온 김에 만나보라고 하셔서요."
"아~ 그분. 바쁘실텐데...할려면 미리 연락해. 쉽게 시간이 안나실테니까."
"그렇죠? 지금 당장해야겠다."
휴대폰 연락처 목록을 뒤적여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음 뒤에 어느 여성이 받았다.
지금 바빠서 직접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해주었다. 나의 이름을 전달하여 쪽지를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바쁘셔서 전화를 못받으시네요. 대신 연락은 남겼으니까 안 바쁘실 때 연락주시겠죠."
"그래. 그럼 밥 먹으러 가자."
"네."
형이 미리 예약해둔 한식집으로 갔다.
각 룸이 있어서 조용하게 대화나누기 그만이었고 정갈하고 조용한 분위기도 참 좋았다. 다음에 또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음식 또한 담백하고 모양새도 예뻤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한참 음식을 음미하며 먹는데 형이 물을 따라 마시며 말을 꺼낸다.
"그런데, 너 찾는 사람...누구라고 했지?"
"어? 아...어릴 때 알았던 사람이에요."
"어릴 적? 아...어릴 때 잠깐 한국에서 살았다고 했지. 아마..."
"네. 그때 알게된 사람인데...무척 예뻐요."
"응? 여자냐? 많이 예쁜가보다. 어릴 때 알던 사람을 지금 찾게..."
"아, 아뇨. 남잔데..."
"뭐?"
이상하게 쳐다보는 형이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지?
형은 헛기침을 하면서 전혀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왜 찾어?"
"아. 그리워서? 보고 싶으니까..."
"너 게이냐?"
"아?"
"게이냐구. 여자도 아니고 어릴 때 알던 남자를 보고 싶어서 찾는다고?"
"무척 좋아했던 형이었으니까. 찾고 싶은거에요. 그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떠나서...마음에 걸렸어요."
"사랑하는 건 아니고?"
"글쎄요. 좋아하던 형이었는데....사랑이라면 사랑이겠죠?"
"내가 말한 건 그 사랑이 아닌데..."
"네?"
"됐다. 됐네. 이 사람아. 밥이나 먹어라."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형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나도 요리를 먹었다.
내 말이 이상한걸까. 아주 좋아했던 형이었다.
웃는 얼굴이 무척 예뻤던 사람이었다. 긴 속눈썹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만지다가 왜 그러냐고 묻는 태환형에게 난처한 웃음만 지었더랬다.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제대로 이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게 너무도 마음에 걸렸고 한동안 울었더랬다.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난처해하는 부모님 앞에서 몹시 서럽게 울어더랬다.
그렇게 쌓여가는 그리움이 이 곳 한국까지 오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찾아오지 못했냐고 되묻는다면 할말이 없었다.
그저 바쁘게 살다보니 벌써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는 그 말 밖에 할말이 없었다.
아버지가 부탁하셨던 일만 해결하면 곧바로 형을 찾아야겠다.
형도 나를 알아볼까? 그때랑 달리 키도 많이 컸는데, 알아보려나?
부모님은 어릴 때랑 똑같아서 알아볼 것이 틀림없다고 하셨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못 알아보더라도 내가 먼저 알아보면 그만이지.
좋게 좋게 생각했다.
태환형의 얼굴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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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챕터 두번째이야기입니다.
아...왠지 금요일챕터도 길어질 것 같은 예감...☞_☜ㆀ
언제 태환과 만날 것인가! 두둥!>_<
그리고 중국어는 아예 모르는터라...ㅋㅋ 그냥 한글로 표기..^^;;
오늘 편수를 세어보았는데 이번편까지 합해서 37편 썼더라구요. 와우...
이렇게까지 장편이 되다니...놀랄 노자네요...ㅇㅅㅇ!
처음 계획했던 것은 10편내외였는데...ㅋㅋㅋ
대체 몇편까지 가야 완결이 날까요?^^
즉석으로 올리다보니 글을 쓰다보면 분량이 늘어나요@_@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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