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The blue bird) 02
어두운 밤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펜을 쥐고 있었을 손이.
차갑고 날이선 나이프를 쥐고 있었다. 나도 나의 잔인함에 놀랐고,
충격받을 지 모를 경서와 어머니께에는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나의 아버지에게는 어떠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빨리 내 눈 앞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띠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아버지. 아니 내 집안을 파탄낸
더러운 놈이 들어왔다. 오늘도 술을 잔뜩 마셨는지. 역겨울 정도로 구역질이 났다.
슬금 슬금 그에게로 다가갔다.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엔 전과 같은 따뜻함, 따스함은 없었다.
술에 찌든 눈과 입가에 남은 흉터만이 나를 반겼다. 오늘로 이 얼굴도 끝이다.
이 지긋지긋한 생활도 끝이다.
곧장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허리께에 칼을 꽂았다.
푸욱- 하는 소름돋는 소리와 함께 뼈속에 닿는 나이프의 느낌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그렇게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