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적, 로맨스 조각
1.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느새 빨갛게 충렬된 눈으로 여주가 총구를 석민에게 겨눴다.
"당신이 아니길 바랬어. 내 손으로 죽여야할 사람이, 당신이 아니길 빌고 또 빌었다고!"
"여주야."
"그런데 지금, 이게 뭐야? 결국은 내가, 내 손으로! 당신을 겨누고 있잖아.."
"그냥 빨리 쏴, 김여주. 망설이지 말고."
"차라리 이러지말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해.. 같이 도망이라도 가자고하면 난 갈텐데, 당신은.."
"내가 죽지않으면 니가 죽어. 빨리 쏴."
"아니,난 못하겠어.. 난 못해. 못한다고!"
결국 잡고있던 총을 떨어뜨리고서 주저앉은 여주 앞으로 다가온 석민이, 큰 손으로 여주의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닦아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입맞춤이 끝나고, 석민이 다시 여주의 손에 총을 쥐어줬다. 이미 총은 장전되어 있었고, 총구 역시 석민을 향해있었다. 여주와 석민 사이의 거리는, 곧바로 다시 입을 맞출 것 같은 가까운, 쏘는 순간 피를 흘리며 쓰러질 거리였다.
"나는 너를 만난걸, 너를 사랑한걸 후회하지 않아. 네 손에 죽게되는 것 마저도."
다시 짧게 여주에게 살짝 입을 맞춘 석민이, 자신의 손으로 여주의 손을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성과 함께 석민이 여주에게 기대어 쓰러졌다.
2.
"죽었습니다."
지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여주가 죽었다 얘기했다. 같잖은 머글에게 힘도,시간도 너무 허비했어.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치게하는 '그'의 목소리가 그 말을 끝으로 점점 멀어졌다. '그'의 공격으로 거의 의식을 잃다싶이한 여주였지만 딱 하나만은, 아직 곁에 남아있는 지수의 숨결만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완전히 멀어지자, 급하게 여주앞으로 무릎을 꿇고 앉은 지수가, 여주에게 아직 숨이 붙어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여주가 아직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지수가 다급하게 지팡이를 꺼내들고 볼메라 사멘투르를 외쳤다. 고통 속에서 의식을 잃어가던 여주에게서 의식이 돌아오는게 느껴지자 그제서야 지수가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가. 그분이 돌아오기전에 가."
"내가,어딜,가."
한 자, 한 자 힘겹게 얘기하는 여주를 지수가 제지했다. 그리고 무언가 다시 말 하려던 여주의 입술을 지수가 입을 맞추는 것으로 막아버렸다.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 지수가 여주의 뒷머리를 감싸 품에 안았다.
"가, 제발 도망가. 암흑기가 끝난 후에, 꼭 그 후에 다시 만나."
여주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춘 지수가 모빌리코푸스를 외치자, 주위의 소름끼칠만큼 음울하던 숲이 어느새 여주의 방으로 변하고 지수 대신 침대가 여주를 포근히 안아주고 있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암흑기, 그 후에 만나기로 기약하고서.
*볼메라 사멘투르 : 치료마법
*모빌리코푸스 : 사람이나 물체를 이동시키는 마법
3.
순영에게 겨누어진 검이 달빛에 빛나 반짝였다. 자신에게 들이밀어진 검에도 순영의 낯빛에는 두려움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검을 겨누고 선 여주의 얼굴에 두려움이 비췄다.
"두려워보이는군."
순영의 말에 여주가 검을 더 꽉 쥐었다. 그러고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미소지으며, 가소롭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참 쉬운 사람이더군요."
"너에게만 쉬웠을 뿐이었다."
솔직한 순영의 말에 여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겨우 굳게 먹은 마음이 순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에게 화 많이 났을거란거 알아요. 실컷 원망해요, 나를."
"너를 원망하지는 않아."
"연모한다는 말로 속이고, 진심 짓밟고, 이렇게 죽이려고까지 하는데 왜 원망을 안해요! 왜!"
저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어쩌면 미련한 것 같은, 순영의 말에 잔뜩 물기어린 눈을 하고서 여주가 소리쳤다.
"속인거 아니잖아, 진심이었던거 알아."
여주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말하는 순영에, 결국 눈물이 여주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순영의 말을 인정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리도하듯 순영을 향해있던 칼날을 거두어들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건 이것뿐이에요. 가요, 가서 제발 끝까지 살아줘요."
거두었던 검의 칼 끝이 여주를 향하고, 순영이 막을 새도 없이 날카로운 칼날이 여주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붉게 물드는 복부를 움켜쥐고, 여주가 차가운 흙바닥에 기대어 쓰러졌다.
4.
너 미쳤어? 제정신이야? 화를 내며 몰아붙이는 승철을 여주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늑대인간이라니, 정말 미쳤구나 너.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얘기하는 승철에, 여주 역시 억울하다는 듯 얘기했다.
"하지만 난 정말로 원우를 사랑해."
사랑? 뱀파이어가 늑대인간이랑?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승철을 뒤로하고 여주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숲까지 뛰어온 여주가 풀숲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어디선가 늑대 한마리가 나타나 여주를 감싸안았다. 원우야, 여주가 이름을 부르자 어느새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원우가 곧 울 것 같은 여주를 품에 안았다.
"쿱스가 뭐라고 했구나."
"응."
"이런 상황, 예상 못했던거 아니잖아."
여주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원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한참을 얼굴을 묻고서 원우 품에 안겨있던 여주가 우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난 너한테 각인되지도 못하잖아."
"각인같은거 굳이 하지않아도, 난 너만 사랑하고 너만 지킬거야. 맹새해."
여주와 눈을 맞추고서 진지하게 얘기한 원우가 맹새한다는 말을 끝으로 여주의 뒷머리를 감싸안고 입을 맞췄다.
*
안녕하세요, 아름드리에요. 공지 후에도 2달만에 찾아뵙네요. 미안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깐 글을 쓰는걸 멈췄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글을 쓰기가 힘들어 지더라구요. 소재도 떠오르지 않고, 글을 어떻게 이어야할 지도 모르겠고. 그러다보니 자꾸 미루고,미루다가 이제야 이렇게 오게되었어요. 저를 기다려주신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꾸준히 글을 올리도록 노력해볼게요. 잘쓰지도 못하는,그냥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이지만,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겐 항상 감사할 따름이에요. 감사힙니다. 사랑해요. 오늘 저녁에는 하이스쿨세븐틴을 들고올게요. 정말 완성도 낮은 글이지만, 좋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날이 좀 풀리는 것 같더니 다시 막 추워지네요. 독자님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암호닉♡ |
닭키우는순영님. 일공공사님. 지유님. 즿징님. 악마우님. 봄봄님. 가마님. 도루토님. 시월사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