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1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마찬가지로 회상장면입니다. 이번에는 1인칭이에요.
- '***' ←장면의 전환(과거 회상이기도 합니다.)이고, '...'(세로) ←시간의 흐름 이에요.
장면의 전환, 시간의 흐름을 말로 풀어낸 것도 있어서 기호를 안쓴 장면들도 있어요.
그냥 기호가 나오면 기호의 뜻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돼요.
↑ 브금은 틀어주시는게 몰입에 좋을 것 같아요.
우연과 필연
by. 퉈메이러
1m 와 100cm의 거리는 명백히 다르다.
구태여 너와 내가 가깝고도 먼 100cm 사이에 서있을지라도
상자를 가져온 지 1년쯤 지났을까,
도통 아빠가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아빠는 방 문턱 너머의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익숙했지만 엄연히 달랐다.
나는 의문도 모른 채 아빠가 걱정될 뿐이었다.
가끔 방에서 나온 아빠를 힐끗 쳐다 볼 때면 얼굴은 수척해갔고 눈은 텅 비었다.
그 텅빈 눈을 보고있자면 그 속으로 빨려드는것같다. 너무 외롭고 고통스러워 보여.
점점 멀어지는 아빠에 소통을 시도해봤지만, 방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거나 할 일이 많다고 말하기만 여러 번, 그 외의 이야기는 잘 안했다.
이제는 밥도 안먹기 시작한 아빠에 우리 집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차린 밥과 반찬을 몇 가지 옮겨 담아서 아빠 방 앞에 섰다.
'유일하게 다같이 얼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 행동에는 걱정도 있었지만 작은 반항이기도 했다.
“아빠, 밥은 먹고 해.” 방문을 노크했다.
“미안, 먼저 먹어라.” 목소리가 문에 막혀 먹혔지만 짧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데!” 나는 답답한 마음에 언성을 높였고,
“어쩔 수 없어. 이미 열어버렸는걸.” 아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런 목소리에 더 화가나서 방문을 두들기려 팔을 올리는데 오빠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그만하라고 고개를 저었다.
보석함 그 이후로 변해가는 아빠의 모습에 오빠와 나는 적지않게 당황했지만
아빠는 워낙 일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고 시작한일은 꼭 끝내야만 하는 아빠 성격을 잘 알았기에 일만 해결된다면 우리에게 다시 마음을 열거라 생각했다.
아니, 믿었다.
무의미하게 또 몇 달이 지났을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오랜만에 밖으로 나갔다.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가야 했다.
아빠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 있기에 그만두기에는 이미 호기심에 겨웠다.
아빠가 준비하고 밖으로 나서자마자 내 방에서 숨죽여 있던 나는 기회를 틈을 타 숨도 쉬지 않고 아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아빠 방은 난장판이었다. 곳곳마다 두꺼운 서적과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들이 무질서하게 나뒹굴었고 그나마 몇 장의 문서들이 책상에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방금 전, 아빠가 봤던 게 분명하다.
나는 그 종이를 조심히 들었다.
종이에는 한자와 처음 본 문자가 존재했고 그 아래에는 한글이 적혀있다. 아마 해석본 아닐까.
아빠가 한 부분에 줄을 쳤다.
중요한 내용인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줄기의 달빛으로 의존하며 읽어보았다.
『처음으로 만난 자가 처음으로 회귀하다.
이건 우연이 아닌 필연.
찰나에 현혹돼 행복하지 아니하리.
필경, 왕일의 반복일 뿐이니라.
저주는 거를 수 없으나 개금은 있다. 』
‘필연? 저주?’ 무슨 말이지? 계속해서 곱씹어봤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
조급해진 나는 다음 페이지를 넘겨봤다.
조선시대 역사, 조선실록의 일부분이 적혀있다.
하나하나 읽어보고 있는데,
어두컴컴한 방에 겨울 달빛에 의해 무언가가 반짝였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보석함이 달빛에 반사돼 삭막한 곳에서 혼자 영롱히 빛이 났다.
한월(겨울의 달) 빛이라 그런지, 보다 더 차가워보였고 으스스 했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어!’ 나는 작은 탄식을 질렀다.
보석함은 보일 듯 말듯 열려있었다.
그 보석함에 뭐가 존재하는지 궁금했다. 그 얼마나 대단한거길래.
오직 보석함에 홀려 점점 다가갔고 보석함에 도달한 나는 손을 뻗어.
“김아미! 뭐하는 거야!!” 내 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돌아온 아빠가 있는지도 모르고 나는 보석함을 건드리려고 했다.
“아,아빠” 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내가 방에 한 발짝도 들여 놓지 말랬잖아!” 아빠는 화를 내며 나를 쏘아 붙였다.
“그게..” 떨리는 목소리에 말을 이어 붙이지 못했다.
“네가 뭔데 자꾸 내 일에 참견해! 나 좀 제발 내버려둬. 아미야.” 아빠는 목이 메는지 힘겹게 말했다.
“아빠.. 보석함 때문에 그런 거라면 이제 그만둬. 나도 지친다고.”
“지칠게 뭐가 있어? 넌 내가 번 돈으로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살잖니. 그런 말만 할 거면 당장 나가라.” 난생 처음 아빠가 나에게 모진 말을 하고 화를 냈다.
날 선 말에 여과없이 배였다.
아빠가 나를 밀치고 내쫓았다.
쾅하고 세게 닫힌 문을 빤히 쳐다봤다.
어벙벙하게 한참이나 바라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되돌아봤다.
그제야 내 회로가 돌아가고, 비로소 긴장이 풀렸는지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동시에 눈물이 차오르는걸 참기위해 입안이 쓰릴정도로 꾹 다물었다.
아, 아빠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구나.
분명 내 앞에 문이 있는데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수평선의 해 였다.
가까워 보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가까이 가도 결국 뜨거워 타버리는,
아빠는 더 이상 내가 아는 아빠가 아니었다.
그렇게 또다시 1년이 지나버린다. 세월은 흘러가지만 아빠는 항상 겨울이었다. 차가웠으며 따듯한 것들을 느끼지못했다.
그 이후 트라우마가 생긴 건지 아빠 방에 울타리가 쳐있는것 처럼 그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
미루어보면 오로지 도피였다. 아빠가 와주기만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하지않은 채 끊임없이 기다렸을 뿐.
기다림은 계속해서 길어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평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였다.
땅만 보고 걸어가다가 언뜻 살짝 위를 쳐다봤고 익숙한 인영에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빠가 뭐가 그리 급한지 거의 뛰다시피 어디론가 갔다. 그런 아빠에 놀라며 아빠를 쳐다봤다.
‘어디가 아빠.’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한 말들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급하게 따라가 보지만 곧장 사라지는 아빠에 붙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되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영영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아빠가 마음을 열었다고 확신하고 마침내 기다림의 끝을 기다리며 오매불망 집에서 아빠를 기다렸다.
괜히 초조하게 온 집안을 걷기도 하고 시계를 매 분 마다 바라봤다.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시계바늘이 미웠다.
.
.
.
기어코 새벽이 찾아온다.
밤 12시까지 기다렸는데도 감감무소식인 아빠가 슬슬 걱정됐다. 뭔가 불길한 느낌에 용기 내어 아빠에게 전화를 걸려는 찰나.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세브란스 병원입니다. 김아미씨 되십니까?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어요. 수술중입니다만 마음 단단히 먹고 빨리 오세요.’
나는 끊임없이 바닥으로 추락하고만다.
소나기가 내리는 축축한 새벽에 오빠와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갔다.
어지러웠다. 어지러운 머리에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고 숨이 가빠졌다. 그 작은 숨소리의 떨림이 불규칙하다.
어디쯤 도착했는지 보기 위해 창가를 봤다.
택시 창문에 떨어진 소나기가 창문 밖을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그 무자비하게 흐트러진 세상 가운데에 내가 있다.
.
.
.
수술중이라고 써 져있는 초록색 글자는 꺼지지 않고 윙윙 소리 내며 여전히 켜져있다.
기다리기를 3시간 지났을까 문이 열리고 흰 천을 머리까지 쓴 아빠가 나왔다. 어느 때보다 무거운 다리였지만 한걸음에 아빠에게 달려갔다.
의사는 침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침대보를 조심히 걷었다.
온몸에 상처가 난 아빠는 차갑게 식은 지 오래였다.
“아니야, 이건 꿈이야”
모든 것은 거짓말이라고 되뇌었다.
“의사도 다 가짜야. 아빠도 가짜고, 제발 빨리 일어나! 일어나라고!”
이 괴로운 꿈에서 깨어나고 싶다.
고작 내 나이는 19 살이었다. 막 18살을 넘어간 19살.
아직 짐들을 짊어지기에는 부족했다. 슬픔 또한 감당하지도 못했고,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그저 다만, 아빠의 죽음이 진짜가 아니기를 바랐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아빠도 이런 감정 이였을까.
그렇게 혼자만 내 시계가 멈추었다.
.
.
.
아빠의 죽음이 무색하게 삶은 빠르게 흘러간다.
장례식도 준비해야 되고 할 것들이 많다. 그런 상황들이 아빠의 죽음을 더 각인시켰다.
결국 도착지는 집.
아무도 없어 고요한 집이다. 고요하다 못해 쓸쓸하다.
나는 당장 아빠의 방을 들어갔다.
아직까지 아빠의 냄새와 흔적이 남아있다.
금방이라도 아빠가 나타나서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불러줄것 같은데,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아빠 방과 는 어울리지 않은 이질적인 샛노랑색 포스트잇과 분홍색의 천으로 된 주먹보다도 자그마한 주머니였다.
나는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열었고 포스트잇에 써져있는 짧은 문장을 읽었다. 유서라면 유서였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주머니 안을 털었다.
새끼손톱보다도 못한 것이 내 발밑으로 떨어졌다.
'씨앗'이었다.
씨앗 하나와 할 수 있을 거라는 말. 그리고 본인은 죽음을 예견한듯이 말했다.
그 몇 개 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은 나를 굉장히 혼란스럽게 했고
도저히 이걸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몰랐다.
어떡하지? 동공은 갈 길을 잃고 허무한 곳에 닿는다.
'사랑해', '마안해'도 아닌 할 수 있어? 무엇을?
아빠. 마지막까지도 한다는 말이 이거야?
기다림이 클수록 실망도 컸다.
올가미처럼 얽혀버린 아빠의 내막보다는 아빠가 마지막 말이 나에겐 더 크게느껴졌다.
아빠의 죽음을 보고도 울지 않았던 나였는데,
울어버리게 되면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게 될까봐 울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매정한 애라고 속닥거릴 때도.
내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벽에 닿아 메아리처럼 울렸다.
아무도 없어서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다.
그제야 내 시계는 돌아간다.
어린 아이처럼 주저앉아 크게 엉엉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이건 완전한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
나는 눈을 떴다. 노을은 없어졌고 오직 어둠만 남았다. 차라리 어둠이 나았다.
나는 빛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기에-
아빠의 빈 유골함을 봤다.
아, 이제 결정해야한다.
‘아빠 미안해. 나는 못할 거야. 못하겠어.
더이상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 너무 지쳐버렸고 무서워.
이제 나를 놓아줘.
아빠, 차라리 나를 원망하고 증오해.’
씨앗을 움켜쥔 내 오른손은 바다 위에 위태하게 있다.
‘아빠 정말 미안해.’
오른손에 힘을 점차 풀었다.
☞ 꾸기 관찰일지(7일차, 8일차) |
7일차 관찰일지(1.9)
*시간 순서대로 정렬(왼쪽에서 오른쪽)
꾸기가 어제는 종잇장 같더니 (디스) 드이어 쌍덕잎 식물 처럼보인다. 꾸기는 토마토계의 존잘남이다. 저 잎좀 봐라, 완벽한 대칭이다. (다름없이 꾸기 찬양으로 시작) 저 3번째 사진에 꾸기 털이 보이는가? 솜털이다. 확대해서 봐라. 신기해서 만져봤다.(꾸기: 극혐) 꾸기는 나만 만질수 있다. 독자들은 모니터나 만져라. 공부하다가(덕질로 가장한) 뚫어질것같은 기분에 보면 꾸기가 날 쳐다보고있다. 아이참. 뿅 하고 화분 위로 쏟아오른게 넘나 귀여운 것. 꾸기는 진짜 빨리 자라난다. 어제도 말했듯이 볼때마다 달라져있다. 근데 밤 되니까 잎사귀를 v로 접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억지라도 폈지만 굳건히 접혀나갔다. 내새끼라 말을 안듣는다. 신념있다. 자려고 그러는건지 추워서 그런건지 급하게 LED조명(하나 장만했다.) 3으로 켜고 담요 덮어줬다.
유독 내 방이 추워서 (지금도 발가락에 살짝 감각이 없다.) 발개벗고 아파트 5층 높이에서 공중부양 하는거나 마찬가지인데 악조건에서도 잘아준 꾸기가 고맙다.
방울토마토는 새싹 때 부터 키우는게 어려워서 모종을 사서 키운다고 하는데 훗..야레야레..
두근
(심장을 졸인다)
8일차 관찰일지(1.10)
사진상으로는 티가 안나지만 잎이 커지고 길어졌다. 왜 사진이 어제보다 작아진 것 같냐 힝
말할 것이 있다.(중대 발표임)
사실 최초의 씨앗은 3개였다.. 3개였는데.. 여태까지 하나만 나왔다(현 꾸기)..
추워서 얼어버린게 아닐까. 이렇게 된 이상 하나라도 잘키워서 꼭 대대손손 나 죽을 때까지 키우겠따.. 2개의 방울토마토 씨앗이 무지개 다리 건넜다는 걸 확신하는게 아니니까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쓰리랑카산 배양토가 문제인가. 하필 우연과 필연 자칭 우필 2편 글 상황때문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 말도 글에서 들어본것 같은데.. 그냥 닥치겠다.
|
공지 겸 사담 + 비밀 | ||
그동안 인연과 필연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feat.인생극장)
이번 편은 좀 길지 않나요? 아닌가 쓰다보면 긴지 짧은지 분간이 안돼요 좀 알려주세요 홍홍
그럼 우연과 필연 1화로 돌아오겠습니다 1편이 절정이라능!!
다음편은 브금 꼭 들어야돼요!
. |
암호닉 독자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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