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국 사이에 그런 사건이 있는 이후로 둘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정국이가 태형이가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단어를 외우다가 태형이가 버스에 타면 괜히 손에 쥔 형관펜을 쥐고 페이지 숫자가 적혀있는 곳에 하트를 끄적인다든가,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며 거기에 비친, 자신을 쳐다보는 태형이를 힐끗 쳐다봤으면 좋겠다. 물론 태형이는 그런 정국이를 알면서도 그쪽이 아니라 태형이의 시점에서 정국이의 오른쪽으로, 창가에서 한 칸을 띄어 앉은 채로 정국이를 바라보겠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태형이가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으며 항상 정국이가 앉아있던 자리 보는 습관 덕에 그 자리를 쳐다보는데 정국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버스 기사 님은 얼른 카드를 찍으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고민을 하던 태형이는 결국, 버스에서 내렸으면 좋겠다. 원래 학교를 일찍 가는 습관이 있던 태형이는 고작 이 버스를 못 탄다고 해서 지각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머릿속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고 있는 생각은 '왜 정국이가 없느냐'였으면 좋겠다. 왜 오지 않았나 싶어 태형이는 정국이에게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꺼냈지만, 번호 교환을 하지 않은 사이인 게 떠올라 "제기랄." 욕을 읊고는 오늘은 번호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덕에 마이밖에 입지 않은 차림은 추웠지만 정국이가 탄 버스가 올 때까지 버스에 올랐다가 다시 내리고, 몇 번은 버스가 가까이 올 때 아침이라 텅 빈 버스 뒷좌석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했으면 좋겠다. 꽤나 시간이 흐르고 이번 버스를 타지 않으면 지각이 아슬아슬한 시간에 손목 시계를 확인하고는 결국, 버스에 타려고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사람이 꽤나 많은 버스에 올랐는데 꽤나 익숙한 뒷통수가 보였으면 좋겠다. 머리를 감지도 못 했는지 뻗친 머리를 꾹꾹 누르며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는 정국이가 태형이한테 보였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정국이가 아팠던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과 같이 등교를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하고 학생이 아닌, 성인에 가까운 사람들이 꽤나 많아 앉지 못해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정국이의 뒤로 가 모르는 척 창가 밖을 바라보며 살짝 뒤에서 껴안은 자세를 하며 봉을 잡고, 반대 손으로는 정국이의 왼손의 왼쪽 손잡이를 잡았으면 좋겠다. 웬 모르는 사람이 뒤에 가까이 서 있는 게 어색한지 몸을 움찔거리는 정국이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해 태형이가 조그맣게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뷔국] 아카한 정국이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태형이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9/24/17/8cfd48d5ae0d33fe626d9471a8759afb.gif)
늦잠?
![[뷔국] 아카한 정국이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태형이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2/0/ca7a6a01dceb82f2744cdf97f33a3160.gif)
누구, 아. 네.
정국이는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건다고 생각을 했는지 잠시 움찔거렸다가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이 보여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도 자신이 놀랐으면 좋겠다. 정국이는 서로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상황에서 익숙하게 말을 걸어오자 괜히 어색해져 자신의 뒤에 있는 태형이를 보고 눈치를 보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원래 아침 일찍 자신이 버스를 탄 뒤에 꼭 보이던 태형이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의 뒤에서 나타나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섣불리 말을 걸지 못했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입술만 오물거리며 눈치를 보는 정국이가 훤히 보이자 고개를 숙이고 살짝 웃다가 뭔가 생각 났다는 듯 봉을 잡고 있던 손을 주머니에 넣어 휴대폰 하나를 꺼내서 정국이 앞에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걸 본 정국이는 이게 뭐냐는 듯 고개를 돌려 태형이를 쳐다보면, 태형이는 답답하단 듯 익숙하게 전화 어플을 열어 보여 줬으면 좋겠다.
번호, 찍으라고.
……제 번호요?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네.
태형이가 쌩뚱맞게 번호를 물어 보자 당황한 정국이는 단호한 태형이의 태도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번호를 꾹꾹 눌러서 저장을 하곤 이름을 적는 칸에 뭐라 적어야 할지 망설이다가 자신의 석자, '전정국'이라며 저장을 하곤 태형이에게 돌려줬으면 좋겠다. 휴대폰을 받은 태형이는 뭐라 저장했나 보려 확인을 하니 '전정국'이라 적힌 정직한 이름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으면서 정국이에게 전화를 걸었으면 좋겠다. 휴대폰을 확인한 정국이는 모르는 번호가 뜨자 태형이를 한 번 쳐다보고 눈만 껌뻑이니, 태형이가 전화를 끊고 정국이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으면 좋겠다.
김태형.
……?
내 이름이라고, 저장해.
아.
태형이의 태도에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태형의 이름을 적고 저장을 하지 않은 채 계속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정국이에 뭐냐는 표정으로 정국이를 쳐다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국이가 태형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살짝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조그맣게 말했으면 좋겠다. "몇, 몇 살이에요?" 생각 외인 질문이 나오는 정국이의 입에 허탈하단 듯 킥킥대며 태형이가 말했으면 좋겠다. "18살. 태형 선배라고 저장해." 태형이는 그제서야 자신만 정국이의 나이를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귀엽다는 듯 정국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정국이가 자신을 저장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 자신이 원하던 '태형 선배'가 아닌 '김태형 선배'였지만, 번호를 교환했다는 사실에 싱글벙글해진 상태로 서로가 내일 정류장이 될 때까지 기다렸으면 좋겠다. 물론 정국이는 태형이의 쓰다듬 덕분에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정류장에서 내리고 태형이가 "잘 가라, 정국아."라고 인사하는데도 어색하게 굳어서 90도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그게 또 귀여워서 킥킥대면서 빨리 안 오면 교문 닫힌다는 말을 남기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등교했으면 좋겠다. 정국이는 자신의 양볼을 쥔 채로 처음 겪어보는 감정에 어지러워 가만히 서 있는 상태로 고개를 휘젓다가 멀리서 학주 선생님께서 빨리 안 오면 교문 닫는다는 말에 얼른 뛰어서 학교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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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