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 후로 집에 가서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태형이 형은 여자를 좋아할 텐데 어떡하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닌가?', '태형이 형은 남자를 좋아하는 내가 보기 싫겠지?' 혼자 생각을 하면서 엄청나게 자존감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태형이는 정국이를 좋아하게 됐다는 걸 한참 전에 빨리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정국이가 천천히 마음을 열기를, 나의 고백을 받아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정국이는 그걸 몰랐으면 좋겠다. 밤새 그런 생각을 한 탓에 쾡한 얼굴로 느릿느릿 걸어가 버스에 올랐으면 좋겠다. 짝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뭐만 하면 그 사람 생각에 빠져나오질 못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정국이는 뒤늦게 깨달아서 감정 폭탄이 날라왔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태형이가 탈 시간이 돼서 고개를 드니 제 자리 쪽으로 걸어오는 태형이와 눈을 마주치는 정국이였으면 좋겠다. 정국이는 누가 봐도 놀랐다는 게 티 날 정도로 화들짝 놀라서 눈이 커진 상태로 태형이를 쳐다보다가 제 옆자리에 익숙하게 앉는 태형이에 고개를 숙이고 잔뜩 기죽은 채로 고개를 숙였으면 좋겠다. 평소라면 인사라도 해 줬을 정국이가 제게 인사는커녕 얼굴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여버리니 당황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제 정국이가 아파 보였다는 걸 생각해내고 태형이는 정국이를 살짝 토닥이고 자신을 보게 했으면 좋겠다.
![[뷔국] 아카한 정국이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태형이 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1/20/2c0e46716dcd567a736ce567057a77a1.gif)
아파?
![[뷔국] 아카한 정국이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태형이 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30/0/2ba342c5f93e2a47894c6e44d32dc0ec.gif)
아니요……. 안 아파요.
말을 하면서도 표정이 아니란 걸 말해 주는 것 같아서 태형이는 걱정했으면 좋겠다. 괜히 말 시키면 정국이가 힘들어 할까 봐 알겠다며 정국이 등 토닥여 주면서 고개를 푹 숙인 탓에 드러나는 목뼈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잠을 못 자서 살짝 휘청이는 탓에 태형이가 잡아주는데 그걸 살짝 밀어내는 정국이에 살짝 기분이 이상해진 태형이는 버스 안에서 가만히 있다가 태형이가 내리고 버스 문이 닫히려고 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급하게 버스에서 내렸으면 좋겠다. 결국 정국이는 태형이한테 인사도 안 하고 교실로 들어가서 바로 책상에 엎드렸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어제 정국이가 들어가는 교실을 본 터라 자신의 교실로 가기 전 정국이의 교실에 들리는데, 엎드려있는 정국이의 뒷모습에 많이 아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교실로 들어가려는 학생을 붙잡고 정국이가 혹여나 깰까 봐 화장실 쪽으로 데려가 오늘 정국이 컨디션 안 좋아 보이니까, 선생님께 잘 말씀드리라고 말한 뒤 교실로 향했으면 좋겠다. 밤을 샌 정국이는 책상에 엎드리고 있다가 몰려오는 잠에 결국 잠들어버리는데, 일어나니까 거의 학교가 끝날 시간이 다 돼 있고 자신의 책상에는 몇 가지의 약과 빵, 우유가 놓여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약 봉투에는 '아프지 마.'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본 적은 없지만 태형이의 글씨라고 정국이는 생각했으면 좋겠다. 정국이는 이걸 보면서 '태형 선배는 나를 아끼는 후배로 생각해서 이렇게 챙겨 주는데, 미안하다. 마음 접어야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는 정국이가 쌀쌀맞고, 조용해졌으면 좋겠다. 처음엔 아픈 줄 알았는데, 며칠씩 지속되자 태형이가 물어 봤으면 좋겠다.
너 왜 이래, 요즘?
제가 왜요?
어디 아파?
아뇨.
그럼.
뭐가요?
왜 그러냐고.
그러니까 왜요.
……됐다.
정국이의 태도에 지친 태형이는 결국 물어보는 걸 포기하고 자신도 그냥 할 걸 하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실 정국이는 태형이랑 말을 하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꿋꿋이 얘기를 하고 다시 단어장만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용하게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다. 물론, 태형이는 정국이의 옆자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그러다가 정국이는 다시 상사병에 시달렸으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태형이가 옆에서 말도 걸지 않고 잔뜩 굳은 표정만 보여 줘서 자신이 원한 건 그냥 태형을 잊는 것 뿐이었는데, 태형이 쌀쌀맞게 나오자 잔뜩 슬퍼져서 괜히 침대에서 눈물만 주륵주륵 흘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잠도 못 자고 아침 버스에 올라서 단어장을 피려는데,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아 덮고 있다가 태형이가 오면 피려는 생각으로 단어장을 꽉 쥔 채로 창문에 기댄 채로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버스에 타자마자 보이는 게 정국이었는데,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잠깐 주춤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다시 익숙하게 정국이의 옆자리에 앉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옆에서 창문에 기댄 채로 자고 있는 정국이가 자꾸 부딪히니까 아픈지 얼굴이 잔뜩 구겨지는 게 보여서 정국이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까이 정국이의 숨결과 오르락 내리락하는 몸이 느껴져서 괜히 태형이도 긴장을 한 채로 버스에서 천천히 가는 시간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내릴 때가 되자 태형이가 정국이를 툭툭 치면서 일어나라고 했으면 좋겠다.
![[뷔국] 아카한 정국이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태형이 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1/23/7d4a1e78f7b604f9d504960bdec9e915.gif)
일어나야지, 정국아.
![[뷔국] 아카한 정국이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태형이 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1/21/4bd4222874d65d38de2605d0e5582848.gif)
……저 잤어요?
태형이의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정국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물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태형이가 피식 웃으면서 "응." 대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국이는 얼굴이 잔뜩 붉어져서 부끄러움 반, 설렘 반으로 심장이 두근대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태형이의 뒤를 쫓아 버스에서 내렸으면 좋겠다. 내리자마자 정국이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으면 좋겠다. "죄송해요, 선배." 말을 듣고 한참을 가만히 있는 태형이에 대답이 없어 불안해진 정국이가 고개를 살짝 드니 자신을 보면서 웃고 있는 태형이가 보였으면 좋겠다.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정국이가 다시 고개를 숙이려는데 태형이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
죄송하면 앞으로 나 피하지나 마.
나 간다, 라고 말을 한 태형이는 정국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다시 갈 길을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국이는, 태형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더이상 숨기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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