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통성명, 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나이와 이름을 알게 된 뷔국이들. 그리고 둘 사이에 달라진 게 생겼다면, 이제 정국이의 옆자리는 태형이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에 태형이가 기존에 앉던 자리에 앉지 않고 제 옆에서 몸을 틀자 당황한 정국이가 고개를 드니 씨익 웃으면서 앞 의자 손잡이랑 정국이가 앉아있는 의자 손잡이를 잡은 채로 몸만 숙여 정국이 보고 윙크 한 번 한 다음에 정국이 옆자리에 철부덕 앉았으면 좋겠다. 아침부터 싱글벙글한 태형이는 정국이가 단어를 외우는 페이지를 잡고 있는 손가락을 보면서도 실실 웃고, 가끔씩 하품을 하는 걸 보면서 눈에서 꿀 떨어지듯 앞으로 맨 가방에 얼굴을 기대고 쳐다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당연하게 얼굴이 붉어져서 눈만 꿈뻑이는 정국이가 귀여워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다시 쳐다보면 움찔하면서 손가락을 잘게 떨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정국이가 태형이는 귀여워 보였으면 좋겠다. 가끔은 어제와 같은 페이지 아니냐 놀리기도 하고, 그렇게 천천히 자신에게 스며드는 태형이가 더 좋아지는, 물론 자각을 하지 못하는 정국이와 그런 정국이가 뭘 해도 귀여워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태형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내에서는 아는 척을 안 했으면 좋겠다. 물론 뷔국이들이 마주친다면 아는 척을 안 하지 않겠지만, 층도 다를 뿐더러 급식을 먹을 때도 급식실 시간은 정해져 있어서 서로를 볼 수 없었으면 좋겠다. 반도 모르고, 아침에 등교만 같이 하는 인사하는 사이. 그러다가 정국이가 태형이의 소문을 들었으면 좋겠다. 사실은 태형이가 아침에 일찍 등교하는 거에서 보이듯이 굉장히 바른 학생의 표본이었으면 좋겠다. 똑똑한 아버지와 예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바른 교육을 받고 자란 엄친아 같은 학생, 친구들에게 두루두루 인기를 얻는 착한 학생의 표본이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얼굴까지 완벽하니 인기가 많은 게 당연했으면 좋겠다. 학기 초에서 어느 정도 친구들과 친해졌을 시기에 뷔국이들 사이에 사건이 하나 터졌으면 좋겠다. 정국이는 소문 같은 걸 잘 믿는 편도 아니고, 순수하고 조용한 이미지에 공부까지 열심히 하는 친구여서 웬만한 소문이 정국이 귀에 안 들어갈 정도였는데, 태형이가 공개 고백을 받았다는 소문이 정국이 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사실은 정국이만 몰랐을 뿐이지 작년에도 뷔국이들 학교에 잘생긴 학생, 즉 태형이가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원한 여자애들도 꽤 됐으면 좋겠다. 클리셰 돋게 정국이의 반에도 태형이를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난 후에 그 여자애가 울면서 들어왔으면 좋겠다. 물론 정국이는 힐끗 쳐다보다가 꽤나 서럽게 우는 탓에 왜 저러나 싶다가도 아침에 외우지 못한 단어에 집중하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정국이가 그 여자애 입에서 나온 태형이의 이름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호기심에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을 뒤지는 척 여자애의 말을 들었는데, 2학년 댄스부 선배가 자신이 좋아하는 태형 선배에게 고백을 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정국이는 스스로 티를 안 낸다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라 그 이야기를 듣고도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몰라 답답한 가슴만 두드리면서 자리로 돌아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단어장을 쳐다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뿌옇게 변하는 시야에 왜 이러나 싶어 손을 눈에 갖고 가니 뚝뚝 흐르는 눈물탓에 단어장에 젖어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정을 했으면 좋겠다. '아, 나 태형 선배 좋아하는 것 같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한다고 인정을 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는 탓에 아까 들은 말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면서 정국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댄스부 선배면 예쁠 거고, 예쁘니까 고백을 받아 줬겠지? 태형 선배가 잘생기긴 했지. 예쁜 커플이겠다. 나는 남자라 예쁘지도 않은데, 차라리 예쁘게 사귀면 태형 선배한테 좋은 거겠지?'라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정국이는 자신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막상 태형이는 그 댄스부가 공개 고백을 한 터라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 여자애의 손목을 잡고 교실 밖으로 나와서 미안하다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그 여자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살짝 눈물 고인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마음 약한 태형이는 그걸 보고 그냥 갈 수는 없어서 살짝 안아서 토닥여줬으면 좋겠다, 울지 말라고. 결국에는 눈물 터진 여자애를 달래주느라 몇 분을 그러고 있었는데, 눈물을 닦고 기분 전환을 하려고 운동장을 쳐다보던 정국이가 그 장면을 보고 태형이가 고백을 받아줬다 확신했으면 좋겠다. 결국 다시 눈물 터진 정국이는 고개를 숙이고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닦고 코를 킁킁거리면서 나가는데, 계단 근처에 있던 화장실 때문에 마침 여자애들 달래 주고 혼자 올라오던 태형이와 마주쳤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학교 내에서 처음 본 정국이에 인사를 하려고 손을 드려는데, 눈가와 코가 붉어진 탓에 왜 그러냐고 물으려고 정국이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정국이는 아니라는 듯 손을 뻗은 태형이의 손을 내치진 못하고 살짝 밀고 다시 눈물이 살짝 고여진 상태로 교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왜 그러나 싶어 교실 뒷쪽에서 바라보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엎드려 버리는 정국이에 아픈 건가, 괜히 건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교실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국이는 자신을 달래주지도 않는 태형이에 괜히 기분이 더 안 좋아져 눈물만 흘리면서 엎드린 채로 소매를 젖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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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