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23.당신만이 아는 것(13)
/최승철은 아들래미를 잘 둔 덕에 무사히 집에왔다.사실 순영이 21세기에 걸맞게 스마트폰 어플로 바로 택시를 불렀고 20세기 태어난 아빠를 위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닌 아빠의 아날로그 지갑속에서 지폐를 꺼내서 계산했다.
"안 주무셨어요?"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가 아닌 사상이든 뭐든 몸뚱아리가 울퉁불퉁한 최승철을 부축해서 오는게 쉽지않아 현관에서 끙끙거리던 순영의 앞에 정한이 나타났다.
"아빠 왜 그래?"
"그게.."
지 혼자 자작해서 취한건데 솔직하게 얘기 하면 승철이 곤란할 것 같아 머리를 열심히 굴려본다.
"뭐 너가 알겠니,피곤할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
정한은 괜히 생일 10월 4일인게 아닌듯하다.아니면 지 남편이 분명 야근한다 해놓고 술에 떡이되어(사실 이 표현을 쓰기도 뭐한게 꼴랑 소주1병 깠다) 들어와도 되려 승철을 이해하려 하다니,자신의 엄마의 눈부신 은총에 눈이 멀어질까 싶어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순영이다.
"술도 못하는게"
최승철의 흑역사중에 최고 흑역사인 일지니 시절부터 최승철을 봐왔던 정한의 한마디에도 정신 못 차리는 최승철이다.사실 최승철만의 흑역사가 아니라 전국 모두의 흑역사다.일지니 시절은.대학만 가도 일지니였던 시절이 좋은 것은 단련된 간이 선배의 폭풍 맥주워시에도 끄덕 없는 것 그거 하나다.
"승철아"
톡톡 건드려도 눈만 꼬옥 감고있다.어쩌겠는가 취한 사람을 억지로 깨우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넥타이를 풀어주고 양말 벗겨주는 정한이다.
"정한아"
진작에 좀 일어나지 기껏 다 벗기고 다 입히고 했더니 그제서야 눈을 뜨는 최승철 되신다.
"정신 돌아왔어?"
"..."
아직 덜 깬 것 같다.
"그냥 자라"
그래,내가 봐도 그게 좋은 것 같다.
"불 끈다"
취하신 남편의 취중을 들으면 내일이 더 피곤해질 것 같아 얼른 재우려고 하는 그 와중에 성대에 소주를 발라 축 처진 목소리가 들린다.
"정한아"
"왜"
"자수 할까.."
정한이 순간 제가 잘못 들은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일어나 앉아있는 승철이다.
"뭐?"
"자수 할까"
의문형이 확신형으로 바꼈다.
"승철아"
"생각해봤는데"
"취했다,너"
"항상 너를 위한거라는 변명 아래 나를 위해 살아온 것 같다"
과연 이 글에서 누가 최승철을 죄인으로 볼까.
"이제 그만해야겠어"
"....."
"승관이가 우리 일 아는 것 같아"
"승철아"
"아니다 우리 일이 아니라 내가 저지른 일이지"
"최승철"
"나 때문에 너도 그동안 많이 잡혔잖아 모든게"
"승철아"
"그만 놓아줄께 정한아"
정한은 지금 최승철의 말을 누가 들을까 무섭다.
"애들이랑 많은 얘기 못해서 미안해"
"최승철"
"부모님께 내일 말씀드려야지"
"....."
너무 확고한 최승철의 반응과 갑작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는 정한이다.그저 이 모든 대화를 11형제들이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한은 시계를 본다.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다.
"..승관아"
승관이 방문을 열었다.
"....아들"
승철이 웃으면서 승관을 부른다.
"...."
자정을 조금 넘겼으니 아침까지 긴 시간이 남았다.새벽만큼 고요하면서도 누군가의 말소리가 크게 들리는 시간은 없다.
"..."
생각해보니 승철의 9년 전 일도 새벽에 일어났다.
"아빠랑 얘기 좀 하자"
이제 모든 것도 새벽에 끝내기로 한다.
--------------
오!타!수!정!
얼른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