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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of 민윤기 

 

한참을 회의실에서 서성였다. 잠깐 졸리던 차에, 밖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안녕하세요.” 

“윤기! 많이컸네?” 

“하하 감사합니다…” 

“자 늦었으니까 빨리하고 식사나 하러 갑시다.” 

“네 관장님.” 

 

떨린다.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뵙는다. 뭐 옛날에도 썩 자주 보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 그림은. 제 교정의 모습을 담아낸 그림입니다. 앤디 워홀의 그림체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풍경화나 초상화에도 그런 특징을 살려보자고 생각해 그리게 되었습니다.” 

“다음” 

“아..네. 다음 그림의 제목은 ‘아지트’입니다. 평범하게 가족들과 식사하는 모습이지만…..” 

“다음” 

“다음그림은….” 

“딴 거 없나요?” 

“…..” 

“윤기, 지금 내가 이런 그림 보려고 온 줄 알어? 15살때랑 다를 게 뭐야?” 

“죄송합니다.” 

“관장님 제가 독일 같이 데려가겠다니깐. 왜 한국에 남아서, 실력 도태되는게 눈에 보여서 안타까워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미술관 윤기가 물려받아야 되는 거 아니었어요?” 

“4층에 이런 그림 전시 해 봐요. 누가 오나.” 

“자꾸 이러면 나 이번 프로젝트에 윤기 참여 못시켜줘. 나도 눈치가 보여서 원….” 

 

화방 안에서 1년간 그려온 내 그림. 오늘부로 쓰레기통에 들어가게 생겼다. 가족들 역시 예상치 못한 혹평에 잔뜩 당황한 기색이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내 그림을 가장 좋아해 주셨는데… 사진을 몇 장 보지도 않고 컴퓨터의 전원이 꺼졌다. 아마 캔버스가 아닌 사진으로 봐서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다. 내일 다시 모셔와 그림을 보여줄까? 

 

“윤기는 내일 따로 봐.” 

“네 선생님.” 

“근처 호텔에서 있을거니까 연락하고.” 

“안녕히가세요…” 

 

가족들이 나를 한번씩 측은하게 보더니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아버지의 표정은 너무나 무서워 쳐다 볼 수 없었다. 눈이 바닥에 붙어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속이 상하지만 가족들도 마음고생이 심할 것 같아 더 숨을 죽인 채 회의실 정리를 한다. 

 

 

 

 

 

 

 

“민윤기. 거실로 나와.” 

“…네” 

 

그렇게 거실로 나가면 소파에 자그마하게 앉아있는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는 아버지가 서 있다. 

 

“뭐하는 짓이야.” 

“..네?” 

“잘한다. 저녁약속도 다 망쳐놓고. 너를 기대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알아? 이제 어쩔거야.” 

“죄송합니다.” 

나는 목이 아플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아버지의 그림자를 쳐다볼 뿐이다. 

“왜…왜…그림이 그리기 싫어?” 

“아뇨.. 오늘은 그림이 조금…” 

 

내 발 앞에 놓여있던 그림자가 덥썩 내 멱살을 잡고는 사정없이 흔든다. 

 

“비싼 캔버스 사주고 하니까 그림을 이따위로 그려!? 환경이 부족해, 그렇다고 재료가 부족해? 너네 누나는 내가 도화지 한장 사 준 줄 알아?” 

“여보 그만해요.” 

“죄송합니다…아흑..” 

 

“쿵” 

 

“….내가 너하나 살리려고…” 

“그만하라고요!” 

 

내 등이 벽에 거칠게 밀렸다. 어머니의 호통에 내 멱살을 힘없이 놓아준다. 겁에 질려서 몸이 덜덜 떨렸다. 이토록 분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그랬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어머니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그 자리에서 내 다리에 힘이 풀렸다.  

오늘따라 거실 천장에 걸려있는 샹들리에가 너무 어지럽게 생겼다.  

답답하다. 한숨밖에 나오지가 않는다. 그상태로 내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하….” 

 

힘겹게 일어나 거실불을 끄고 그상태로 내 뺨을 수차례 어루만졌다. 젖은 손을 뒤로 한 채 방으로 들어간다. 너무 서럽다. 나를 이딴식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나를 이렇게 하찮은 인간으로 만든 사람들도… 

 

잠도 생각나지 않는 밤이다. 

** 

 

 

 

 

 

 

 

 

 

집에 돌아와 경주를 검색해 보았다. 아직 자습이 남았지만 미술선생님 특별권한이라나 뭐라나…썩 믿음이 가는 건 아니지만 일단 집에 왔다. 동아리 선배라는 민윤기는 좀 무심해 보여서 이런건 잘 해 올것 같지가 않아 바빠 죽겠지만 관심도 없지만, 꼼꼼한 내가 하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볼만한 문화재는 많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1박2일이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당일이어서 고민이 됐다. 

 

“왜 하필 경주야…아유…” 

 

첨성대만 보고 올까.. 

 

“지이이잉” 

“여보세요?” 

“여주…쌤이 다시 학교 오래…” 

“왜? 나 동아리 회의하고 집에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니..우리 무슨 단합대회 같은거 한다고 강당으로 오래…너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5분이잖아…빨리와ㅜㅜ 너 자리맡아놓을게” 

“아…아….씻었는데” 

“인원수 딱 맞아야 치킨준다고!!!!” 

“어…어…” 

 

역시 미술선생 믿을 사람이 못된다. 급하게 컴퓨터를 끄고 대충 후드티를 걸친 후 학교 체육복을 입었다. 그러자 영락없는 백수가 되었다. 아니, 백수도 이렇게는 안 입을거야…내팔자야…. 

 

마음은 급한데, 자꾸만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색이다. 무시하고 그냥 뛰어갈까 생각했지만, 오늘따라 덤프트럭이 참 많이 다닌다…사실 다시 집에 갈까 생각했지만 웬지 학교에 빨리 가야된다는 생각이 앞선다. 

 

“아…헉…헉헉..” 

 

빠른걸음으로 자꾸 걷다보니 숨이 찬다. 학교가 보이고, 더 빨리 강당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쪽으로 간다. 그리고 중앙현관 근처에 낯익은 사람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그렇다. 그사람이다.  

 

“네..지금 학교 도착했어요.” 

“아..하..하아..” 

“네. 감사합니다.” 

“하아…학…학” 

“뭐야…아 깜짝이야.” 

 

전화를 끝내고 내 거친 숨소리에 뒤를 돌아보다 깜짝 놀란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아…아니 멀리서 봤는데 선배님인것 같아서….요” 

“왜또. 화방 들어가려고? 너 이런식으로 내 화방들어왔던거야?” 

“아뇨 아니라구요..” 

“사생아니랄까봐 사람들 안보이는 뒷문으로…” 

“아 아니거든요!!!” 

“…알았어 알았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고 나를 쳐다본다. 통화할 때의 긴장된 표정은 없어지고 다시 온화해진다. 알고보면 마음이 참 따뜻하고 순수한 것 같다. 그리고 짖궂은 장난도 좋아하는 것 같다.. 

 

“편지…가지고 있으세요?” 

“아..그거ㅋㅋㅋ웃겨가지고…고맙다 스트레스 쌓일때마다 볼게.” 

 

아까처럼 입꼬리를 씩 올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갑작스러운 그와의 스킨쉽 때문인지 할 말이 없어진다. 조용해진 분위기에, 혹시나 그가 떠나갈까 머릿속을 짜내며 질문을 생각해낸다. 

 

“그..그런데 여기 왜 다시 오셨어요..” 

“아.. 화방…” 

“그림 그리시게요?” 

“아니 너 선물있나 보려고ㅋㅋㅋㅋㅋㅋ” 

“아 진짜…오늘은 없다고요..” 

“오늘은? 그럼 내일은 있나?” 

“아. 이제 절대 없어요!!!!!없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다시 웃는다. 차가운 줄만 알았는데, 잘 웃는 성격인가보다. 

 

“저..강당가야해요. 안녕히계세요.” 

“강당 가지마.” 

“안돼요. 1학년 모여있어서…” 

“강당 안가도 돼. 집에 가.” 

“아니 선배님. 저 안그래도 미술쌤이 집에 가랬다가 믿고 갔다가 다시 온거거든요…” 

“그쌤은 안믿어도 나는 믿어. 그냥 가. 어차피 가봤자 집에 가라고 할껄?” 

“아 네? 알겠어요. 일단 가보고…” 

“말 참 안듣네. 난 말안듣는 팬 사양.” 

“아 팬 이런말좀 하지마요….! 편지 뺏어버리기전에.” 

“싫어ㅋㅋㅋㅋ가라” 

“…아예” 

 

정말 짜증난다. 내가 저런사람을 걱정해서 경주를 찾아보고 있었다는게 헛수고같다. 사실 강당으로 가다가 아는척 했던것도 후회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강당에 입장하니 1학년 모두가 줄지어 서 있다. 그리고 우리반아이들이 보인다.  

 

“김여주 이제왔어.” 

“김여주 엎드려” 

“미안미안 어쩌다보니..” 

“야야 선생님..”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 단상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는 부장 선생님이 보이자 강당이 조용해진다. 

 

“자 여러분 오늘 예정에 있던 1학년 오리엔테이션은 내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교실로 돌아가 종례 후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일정이 취소됐다는 말 한마디에 강당이 술렁인다. 기대하고 있던 눈친데 실망감이 컸나보다. 

 

“아 뭐야..” 

“강당으로 불러서 30분동안 서있게 하고…뭐야 애들 다 들뜨게 하고” 

“여주야, 너 안와도 될 뻔 했다.” 

“…하하..” 

“그래도 우리끼리 치킨먹을래? 콜?” 

“그래 콜!!!여주도 먹짜!” 

“ㅋㅋㅋㅋ그래 기분도 꿀꿀한데 야식이나 먹으러 가자.” 

 

이렇게 나는 학교 체육복을 입고, 교복입은 친구들을 데리고 학교 근처 치킨집으로 향했다.  

 

 

 

 

 

 

 

 

 

**point of 민윤기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었고, 텅 빈 주차장을 서성거렸다. 쌀쌀한 바람이 내 볼을 감싼다. 얇게 입은 탓에 소름이 돋았지만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박선생님] 

 

핸드폰 주소록에 찍힌 박선생님 전화번호를 몇번이고 쳐다본다. 전화할 용기는 없지만 그래도 쳐다본다. 

 

‘처음에 전화걸면 뭐라고 해야하지…인사부터 하고…’ 

‘너무 늦은시간에 하는 거 아닌가…원래 밤에는 전화하면 안되잖아….’ 

 

이 자초지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본론만 말할까..? 

 

‘선생님, 학교로 나와주세요!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아 미치겠네.’ 

 

“지이이잉” 

[이사장님] 

 

때마침 필요한 사람이 전화가 왔다. 이사장님이 계셨는데 왜그렇게 돌아가려고 했을까?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나는 마음까지 고생했네. 

 

“여보세요” 

“그래, 윤기야. 어제 컨펌은 잘 받았니?” 

 

아예 거짓말을 할까 싶었지만 그냥 말을 돌리기로 했다. 어쩌면 오늘 다시 기회가 올 지 모르니… 

 

“아 그거때문에 전화하려고 했는데요…오늘 화실을 들리기로 했습니다.” 

“그래? 지금 말이니?” 

“네…애들이 자습중이긴 하지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영 안되겠으면 내가 어떻게든 해 볼테니.” 

“아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그래도 손님 오시는데 불편하게 해드리면…” 

“아….감사합니다.” 

“컨펌 잘 받고. 내 선택 이전에 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줬으면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항상 신경써주셔서….” 

“그래...열심히 하고. 끊는다.” 

“네 감사합니다!” 

 

내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다시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야 겠다. 

 

“헉…헉…허억…” 

‘뭐야.” 

“아 깜짝이야!” 

 

전화를 하려 돌아서는데 낯익은 여자애가 서 있다. 뛰었는지 뭔지 숨을 고르고 있었고 멍하니 내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 지 모르겠지만, 이친구가 자꾸 나를 따라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 화방을 가지고 있어서 신기함에 나를 쫓아다니는 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해졌다. 왜 나를 그렇게 알고싶어하는지… 

 

 

 

 

이사장님과의 통화가 불과 10분 전이었는데 학교에는 개미한마리도 남아있지 않다. 지금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을 꼽자면 수위 아저씨와 나일 것이다. 

 

“지이이잉” 

“어 누나.” 

“선생님 도착하셨다. 이번엔 실수하지 말고 해. 모시고 가는 중이야. 화방 문 열어놔.” 

“그래 알았어” 

 

누나의 명령에 따라 문을 활짝 열었고, 복도 창문에서 바라본 주차장에, 누나의 차 한대가 서 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 한번 보자.” 

“네. 어제 보여주지 못한 그림이 많아서 걱정했었어요.” 

 

그렇게 우리 셋은 한참동안 화방에서 그림얘기를 하다가, 누나가 사온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애매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 때문에 헷갈렸지만, 대체로 어제보단 좋은 평을 들어 기분이 한결 낫다. 오늘은 어제보다 밤이 더 긴 것 같다. 

** 

 

 

 

 

 

 

 

 

 

 

 

 

 

 

 

 

 

 

 

--------------------------------------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눈수술을 받고 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보여서....뭐 이건 제 사정이니까요..ㅋㅋ 

이번화 잘 보셨나요? 은근 여주와 남주가 진도가 안나가네요ㅡ.ㅡ 노력하겠습니다. 답답해하지 말아요ㅜㅜ 여주의 짝사랑과 윤기의 감정선도 이 글의 관전 포인트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쓸게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하구요, 안달아주시는 분들도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10화에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그냥 그렇다구요...ㅎㅋㅋㅋㅋ안물이죠? 입다물게요 

좋은 글 쓸 수 있게 연구하고 공부하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ㅎㅎ(꾸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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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어...옥수수수염차입니다
엄청 간만에 만나네요..
그림을 그리는 윤기에게 생각보다 많은 책임감과 압박감이 따르나봐요
그래도 여주에게 웃어주고 장난도 치는 걸 보니
귀얍기도 하구요ㅋㅋㅋㅋ
잘읽었습니다 작가님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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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
올만이네요 잘지내셨어요?ㅋㅋ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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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윤기가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했는데 자신감이 없을수밖에 없는 환경이였던것같아요ㅠㅠㅠㅠㅠ 그래도 윤기를 믿어요! 작가님은 더 믿구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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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
끝까지 읽어주셨네요ㅜㅜㅜ감덩...! 며칠동안 잊고 지내시다가 갑자기 올라오면 어? 하고 봐주세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당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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