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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놀이 08 

 

 

국어 영어 수학 경제 사회문화 지구과학 물리 국어 국어…..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을 듯했던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다. 오늘은 시간이 가도가도 안간다. 벌써 봤던 페이지를 보고 또 보고 있다. 

 

"(여주야!)” 

 

그때 뒤에서 내 등을 톡톡 두드리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기 앞문쪽에….)” 

“응? 어어!!!!? 아 깜짝이야” 

 

뒤에서 나를 부르던 친구의 손가락을 따라가 고개를 돌리니 앞문에 달라붙어 나를 응시하고 있는 미술 선생님이 보인다. 내가 크게 놀랄줄 몰랐었는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더니 나오라고 손을 까딱거린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있어 지루해진 난 재빨리 교실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복도에는 미술선생님이 서 계셨고 그 옆에는 미술부 선배님이신 그가 서 있었다. 

 

“어..안녕하세요.” 

“아 됐고 여주야 빨리 가자.” 

“어딜…” 

“준비실!” 

“네 지금요?” 

 

얼떨결에 따라간 미술 준비실. 미술 준비실이라기엔 물감 하나 없으면서 미술 준비실이라고 적혀 있다. 눈앞에 보이는 정사각형 탁자에 한명씩 앉았다. 선생님께서는 들고오신 파일을 펼쳐보더니 목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미술부 회의가 있겠습니다. 우선 출석을 부르겠어요. 2학년6반 민윤기?” 

“…..네” 

“1학년1반 김여주?” 

“네!” 

“다왔네. 미술부 회의를 할 건데요 여러분. 동아리는 말이죠 학생이 주인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회의 주제만 맡기고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는 식으로 올 해 미술부를 운영할까 해요.” 

“두명밖에 없는데 뭔회의….작년에는 선생님 혼자 다 하셨잖아요.” 

“아무튼… 이제 우리 동아리가 인기가 별로 없어요. 미술부를 홍보하려고 체험학습을 당일치기로 갈 계획인데 장소나 시간을 정해주셨으면 해요. 모집 대상은 전교생입니다. 그럼 선생님은 미술실에 있을테니까 문제있거나 물어볼게 생기면 바로 오세요.” 

“네 선생님.” 

“네..!” 

“드르륵” 

“탁” 

 

미술 준비실에 들어오기 전에도 얼굴에 표정이 없었지만 선생님이 가고 나니 팔짱까지 끼며 낯빛이 어두워진다. 내가 싫은건지 동아리 회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좀처럼 입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 선배님 회의…” 

“…….” 

 

말없이 핸드폰을 꺼낸다. 내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어 엄마. 나오늘 좀 늦어. 기다리지말고 먼저 집에 들어가있어. 문 확실히 잠그고.” 

“…….” 

“아니 알았다니까. 다음에 6월달에 다시 오신다고. 그얘기는 그때가서해. 끊어.” 

 

통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나 보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여성분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린다. 

 

“선배님 회의 하죠. 미술부 홍보니까…미술관같은델 가야하지 않겠어요?” 

“아는 미술관은 있고?” 

“….서울에 미술관이 얼마나 많은데요. 지금 핸드폰으로 검색해도 백개는 넘게 뜨겠다.” 

“……..”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채로 계속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 거린다. 

 

“선배…아까 저한테 미술하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아침에..” 

“어. 그랬나?” 

“…….아무튼 관심은 많아요. 리온미술관 좋아합니다!” 

 

누구와 문자를 그렇게 하는지 엄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다 리온 미술관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시 나에게 고개를 돌린다.  

 

“….리온 미술관도 아네.” 

“서울사는데 리온 미술관 모르면 안되죠~ 어떤 회사가 지은 미술관인데!” 

“지온.” 

“아시네요!! 와 신기하다 지온건설이 지은거 잘 모르던데. 거기 회장님이 지어서 관장님께 선물해드린거래요. 그래서 리온이고!"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그….그야 미술관에 전시돼있으니까….” 

“5층?” 

“아 네….!” 

“아….” 

 

내가 리온 미술관에 대해 알고 있는게 많아서 그런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신나서 다 말해버릴 뻔 했지만 꾹참고 본론으로 넘어갔다. 

 

“아 아무튼… 그러면 리온 미술관으로 갈까요?” 

“리온 미술관?” 

“네! 제가 예약해놓을게요~” 

“안돼 딴데가. 거기 사람많아 주말에.” 

“네? 거기 정말 좋은데…시설도 완전 호텔같고……” 

“안돼 비싸 딴데가 지금말고 나중에 가던지” 

“그럼 어디가요…” 

“불국사.” 

“네?” 

“석가탑있는데 가자고.” 

“저 선배님…..불국사가 어디있는지 알고 말하시는 거예요?” 

“경상북도 아닌가?” 

“……..” 

“왜?” 

“네 맞아요. 경북 경주에 있어요. 근데 여기 서울이잖아요. 하루만에 당일로 어떻게 갔다와요. 갔다 오기 바쁘겠네.” 

“가면되지. 갔다가 밤에 오면되잖아.” 

“시간 많이 들면 아무도 안올걸요…?” 

“불국사 보고싶어…경주빵도 먹고” 

“아 아무튼 안돼요! 미술분데 미술관을 가야지 불국사는…암튼 안돼요..” 

“뭐? 너 한국전통예술 무시해?” 

“아뇨 그게 아니라…서울에 좋은 미술관 많은데 왜 굳이…” 

“서울에 있는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 학교에서 가는건데 차 대절해서 갈 수 있는곳 가는게 낫지 않나? 리온 미술관은 지하철타면 금방가는데.” 

“듣고보니 그렇네요. 그럼 선배님 말대로 불국사 가요! 선생님께서 허락해 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돼. 내가 저쌤 이겨.” 

“네? 참 에이 미술쌤이 아무리 친근해도 그렇지…” 

“어 안믿네? 내가 진짜 저쌤 말로 져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내가.” 

“아 그러세요~ 꼭 한번 보고싶네요.” 

“진짜라니까?” 

“언제 제가 아니라고 했어요?” 

“참 내가 나중에 한번 보여줘야겠네.” 

“선생님 이겨먹는걸요? 와 선배 그렇게 안봤는데 되게 가오가 세네요.” 

“참나…근데 너 내가 정말 선생님하고 싸우면 누구편들꺼냐?” 

“네??” 

“당연히 내편 들겠지?” 

“무슨소리…” 

“너 나 좋아하잖아.” 

“………” 

“맞네. 말 못하는거 보니까 맞네.” 

“아니..하…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오는 건데요? 제가 왜 그쪽을 좋아해요..제가 할짓이 드럽게 없는 사람도 아니고…” 

“아니라고?” 

“네 아닌데요?” 

“어 그래ㅋㅋㅋㅋㅋ” 

“왜웃어요?” 

“아니 웃겨서.” 

“휴…회의 끝났으니까…이제 가요. 저 바빠요.” 

 

일어서려는 나를 방실방실 웃으며 쳐다본다. 솔직히 다시 앉으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런말은 하질 않는다. 그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볼 뿐. 표정이 없을 땐 몰라는데 웃을때 정말 순수하게 아기처럼 웃는 것 같다. 가만히 있을땐 세상 모든 중력이 자신을 짓누르는 듯 억지로 서있는 표정인데 말이다. 

 

밖으로 나오니 미술실이 불이 꺼져있다. 선생님께서 우릴 두고 퇴근하신 것 같았다. 말도없이 퇴근을 했다고 생각하니 또 열이 올랐다. 이 선생님은 정말 좋아지려고 하면 싫어지고 좋아지려고 하면 싫어진다.  

 

[선생님 저 여주예요… 그 체험학습 불국사로 가기로 했어요. 선생님 안계셔서 문자로 보냅니다. 안녕히 계세요.] 

 

불꺼진 복도에 한참동안 서있다 보니 웬지 소름이 돋아 다시 미술 준비실에 들어갔다. 문을 여니, 내 편지를 읽고 있는 민윤기가 보였다. 

 

“어어…아….!그거…” 

 

진지하게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편지 내용을 크게 읽기 시작한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김여주 라고 합니다.” 

“아!!! 주세요!!!” 

“미술부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미술에 대한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아 읽지 말라고요!!!” 

“읽으라고 편지준거 아냐?” 

“아…아! 맞는데…아씨..” 

“열심히 공부하여 미술쪽 지식을 쌓도록 하겠습니다.” 

“아 진짜! 달라고요!” 

 

필사적으로 편지를 뺏는 나와 그런 나를 놀리듯이 편지 내용을 더 크게 읽는 그. 그의 얼굴에 웃음이 함박 걸려있다.. 그래, 그렇게 웃으면 더 좋은 것을.. 내가 머릿속 민윤기의 얼굴에는 ‘미소는 어떻게 짓는거지?’ 가 기본 베이스로 써져 있었기 때문에 더 좋았다. 그가 웃고 즐거워 하는것이. 

 

“….잘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주 올림.” 

 

기어코 편지 내용을 입으로 다 읽고서야 나에게 편지를 뺏겼다. 

 

“아오…..” 

“너 엄청 충동적이다?” 

“왜요…” 

“나 이틀봤는데 내가 그렇게 좋디? 연애편지쓸만큼?” 

“아 아니라고요!!!” 

“푸하하하…얼굴빨개졌어.” 

“아 진짜…짜증나서 빨개진거라고요..” 

“그래 알았어. 아 피곤하다 인기가 많으니 사생팬도 생기고.” 

“아 진짜 스토커 아니라고….” 

“스토커라고 안했는데?” 

“아무튼요…” 

“왜그렇게 구겨.” 

“하…마음에 안들어.” 

“아 마음에 안들어? 다시 써주게?” 

“아 그만합시다 좀?”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얼굴근육을 다 활용해가며 웃고 있다. 당연히 진지하게 읽어줄 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이건 너무 장난식으로 읽었잖아! 나는 나름 진지하게…순전히…미술부의 발전을 위해서 건설적인 마인드로 썼는데….!.. 

 

“아하핳…하..후…” 

“이제 정신이 돌아와요?” 

“어…너덕에 많이 웃네. 기분좋아졌어.” 

“뭐 원래는 안좋았나봐요? 아무튼 좋아졌으면 좀 나가요. 회의 끝났잖아요.” 

“너또 나가서 내 화방에 몰래 숨어있으려고…” 

“아 빨리! 나가요!!! 문잠그기전에!!!!!” 

 

자꾸 나를 놀려먹는데 재미를 붙인 게 틀림없다. 그런데 아침부터 영 기운이 없어 보였는데 안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미술 준비실을 나서는 그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보인다. 한편으론 좀 뿌듯하기도 하다. 뭔진 모르겠지만 내가 그 걱정을 한결 덜어준 느낌이 들어서. 사뿐히 걷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걷다가 갑자기 목에 점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목만 집중적으로 쳐다보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멈춰선다. 

 

“야.” 

“아..네?” 

“줘.” 

“네?” 

“편지. 내꺼야.” 

“아 싫어요…!” 

“니가 나한테 줬잖아. 내꺼지.” 

“아 제가….아 제가 썼잖아요…!” 

“줬다 뺏는게 어딨어. 편지지도 마음에 들고. 빈티지한게.” 

“아..마음에 든다고요?” 

“응. 그러니까 줘. 다시 가져가면 버릴거 아냐. 쓴거 아깝게.” 

“가지고 있으시게요?” 

“편지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아~ 여자한테 편지 처음 받아보시는구나?” 

“진짜 아니다 그런거. 나 좋아하는 여자 많아.” 

“아 그러시구나~” 

“줘.” 

“여기요.” 

“……” 

‘색감이 이뻐서 가져간다.” 

“쓴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준다.” 

“…..한마디를 안져. 선배한테?” 

“죄송합니다 선배님 가던길 마저 가시죠?” 

 

내 꼬깃꼬깃 접어진 편지를 받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교복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간다. 밤이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와이셔츠 소매쪽에 하늘색 물감이 묻어있었다. 누가 미술하는 사람 아니랄까봐. 

 

 

 

 

 

 

 

 

 

 

 

 

 

 

 

 

 

 

 

-------------------------------------------------- 

안녕하세요 바오입니다. 이번편 잘 보셨나요?  

이때까지 제가 올린 편을 봤는데~벌서8화까지 왔더라구요...세상에나!! 저도 제가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랐네여ㅎㅎ제 분량조절실패가 가장 큰 몫ㅇㅡㄹ 한거 같지만.. 

아무튼ㅋㅋ 오늘 하루도 잘~보내시고 다음편에서 뵐게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p.s. "(여러분! 이렇게 말하면 소곤소곤 말하는거인거 알고 계시나요.....?는 제가 만들어낸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우와 둘이 드디어 장난도치고 거리가 가까워진것같아요!!! 분위기가 아주 소녀소녀합니다!
9년 전
대표 사진
바오
오늘 분위기는 완전 노랑노랑 핑크핑크 하죠...?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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