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나라를 기울어 지게 할 만큼의 미인
04
"누님, 여긴 뭐 하는 곳이야?"
"누님, 여기 들어가 봐도 되?"
"누님은 언제까지 일해야 해?"
"누님, 이제 그만 쉬어야 할 거 같은데?"
내 생일 축하연을 며칠 남겨두고 온 정국이는 며칠동안 날 계속 귀찮게 해댔다.축하연때문에 할 일도 많아서 힘들어 죽겠구만, 계속 들러붙는 정국이다.
"누님, 방금 내가 귀찮다고 생각했지?"
"…아니?"
"대답이 늦잖아. 이거 봐, 애정이 식었어."
"……"
"난 황국에는 아는 사람도 없는데.. 지리도 몰라서 궁궐안에만 있을 수 있는데….누님 그냥 나 내 방에 들어가 있을게. 혼자. 일 열심히 하고, 귀찮게 해서 미안…."
동정심 유발 작전인 걸 알면서도 강아지마냥 쳐다보는 눈길에 마음이 약해지는 건 사실이다. 청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 남겨두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정국아."
"응? 왜?"
"놀러갈까?"
"…내가 먼저 놀러가자고 한 거 아니다. 누님이 그랬어, 그지?"
생각보다 좋아하는 정국이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진, 저잣거리에 나갈 테니 채비 좀 하자."
"황녀님, 지금 나가도 되겠습니까? 아직 축하연 마무리도 덜 되지 않았습니까."
됬어, 내가 나간다는데 누가 말려 짐짓 허세를 부리곤 진이 안 된다고 할까봐 빠르게 방으로 달려갔다. 또 그러다 넘어져! 정국이 말은 무시하고.
-
저잣거리에 놀러 온 것은 나도 오랜만이었기에 생각외로 재밌었다. 정국이는 어릴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라 신기해 이것저것 많이 보았고. 진은 그런 우리 둘을 그저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누님, 이리로 와봐!"
"또 무엇이야?"
"선물."
정국이가 선물이라며 내게 건낸 것은 빨간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이게 무슨 보석이야?"
"루비."
의미는, 평화. 그리고… 사랑.
몰래 궐내로 들어갔다. 혼낼 준비를 한 상궁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건만,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남준오라버니였다. 아마 바쁜 윤기오라버니를 대신해 온 모양이었다.
"어, 남준오라버니!"
"…날 기억해?"
"그럼요. 제가 남준 오라버니를 어떻게 잊겠습니까.어렸을 때는 황국에 자주 놀러 오시더니 섭섭합니다."
"말 낮추거라. 실은 내가 네게 경어를 써야 한단 걸너도 잘 알잖아."
그 말을 내뱉는 남준오라버니가 너무 슬퍼보여 괜스래 더 밝은 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남준오라버니는 안쓰러운 사람이었다. 윤기오라버니가 태양이라면, 남준오라버니는 달같은 사람. 충분히 밝지만 늘 윤기오라버니의 그늘에 가려진 분이었다.
"오라버니. 제가 오라버니께 달을 닮았다고 했던 것 기억나셔요?"
"…그래, 그랬지. 형님껜 태양을 닮았다고 했고 말이야."
"이것은 윤기오라버니껜 비밀인데요, 실은 전 달이 더 좋답니다!"
"…뭐?"
"전 햇빛에 나가면 그 뜨거운 기분이 싫어요. 달은 은은하니 얼마나 좋아요, 그렇죠?"
남준오라버니는 내 말을 듣더니 변하지 않았구나, 작게 읊조렸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오라버니."
"초대해줘서 고맙네요, 황녀마마."
눈이 마주치고 동시에 푸흐흐, 웃었다.
"이 것은 형님이 네게 전하라고 준 것이다. 안에 서신도 들어있다고 하니 나중에 읽어 보아라."
"꽃병…,입니까?"
"그래. 서쪽 아라비아 상인들에게 힘들게 구한 것이니 예쁜 꽃을 심거라."
내가 꽃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걸까. 꽃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품에 안았다. 내 방 볕이 잘 드는 곳에 가져다 놓거라, 시녀에게 일렀다.
-
드디어 준비한 축하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아바마마께서도 몸이 편치 않으시니 간소히 하라 그리 일렀건만, 축하연은 모든 것이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지민황자님께 돈을 너무 허투루 쓴다며 뭐라 그런 것이 부끄러워 질 만큼. 청국,적국에서는 제1황자들이 왔고, 백국에서는 황제인 윤기오라버니를 대신해 2황자이신 남준 오라버니가, 흑국에서는 사신만이 자리했다. 딱히 즐거운 자리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자리한 황자들끼리 이리도 신경전이 거셀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저 지민황자님과 정국황자님은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누님 없을 때만."
"네가 없을 때만."
…왜 내가 있을 땐 사이가 좋지 않은 거지. 혹시 내가 싸움을 몰고 다니는 기운이라도 있는 걸까?
"누님, 그렇게 진지한 표정 짓지마. 안 어울려."
응 그래….황자들 기싸움 틈바구니에 끼여 어울리지도 않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고 말았다.
"그새 친한 사람들이 많이 생겼네."
"남준오라버니, 저 원래 친한 사람들 많았어요!"
"많긴 무슨. 너 항상 형님과 나랑만 놀았잖아."
"저기, 저도 친했었거든요?"
"애송이님은 빠지는 게 좋을 거 같다만,"
정국이랑 남준오라버니 두 눈에 불꽃이 화르륵, 일었다. 원래 이런 사람들이 아닌데 왜 그러지.. 분위기라도 바꾸자 싶어 주최자인 내가 몸소 발버둥쳤다.
"음, 서로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자기소개라도 할까요?"
"싫어. 딱히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없고."
"피차일반."
…도대체 나보고 뭘 어떡하란 거지.
"황녀님께서 부러 말하신듯 싶은데, 모두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왠일로 태형이 먼저 그렇게 말해왔다. 조용히 있던 그가 말을 하자 놀랐는지 황자들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누구요."
"귀하신 황자님들에 비하면 비천한 신분이라, 말하기 부끄럽소만."
묘하게 비꼬는 어투에 황자들이 화를 내는 것 아닐까 걱정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가장 먼저 남준오라버니가 그에게 성을 내었다.
"네 말이 맞다면 더더욱 네 소개를 해야할 둣 싶구나."
"……"
"어서 말하라 하지 않느냐? 귀라도 먹은 게야?
늘 남의 위에 군림만 할 것 같은 그가 봉변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측은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왜일까.
"오라버니 이제 그,"
"황국 영의정의 아들,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기대를 하셨다면 죄송한 마음이군요."
"……"
"아, 참고로 말하자면 제 아버지께선 황녀님과 저와의 약혼을 추진 중 이십니다."
"…뭐라?"
"네 말이 참말이냐?"
"누님,아니지?"
약혼이라는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황자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약혼,이라. 그 자가 황국의 권자자리를 탐내고 있는 것은 알았으나 제 아들과 날 약혼 시킬 생각까지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안 그래도 정략결혼을 당해야 하는 입장이라 심란한데 왜들 이러시는 건지."
능글거리는 그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인 건지, 그의 본심인 건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 혹여 부러우신거라면 제가 아버지께 부탁드려 약혼을 취소해 달라고 해 보죠."
"누님을 모욕한다면 네 그 나불대는 입뿐만 아니라 목 위에 달린 것또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내 정국이 그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았다.
"네 아비가 아무리 황국의 영의정이라 한들, 적국에 오면 한낱 귀족일 뿐이다."
오고가는 날카로운 말들에 머리가 아파왔다. 어지러웠다. 머리가 핑-도는 느낌에 헛발을 내딭었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알게 된 것은 그의 여유로운 미소라 생각했던 것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 것이라는 것. 그 것이 그 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
"황녀님께서 쓰려지셨습니다. 신경전은 그만하시죠."
"누님이?"
"…혹시 몸이 안 좋은 게야?"
"간혹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으시면 이러십니다. 그럼 저는 황녀님을 궁안에 모시러,이만."
황녀를 가뿐히 안아 올리곤 걸어가는 진의 등 뒤에 각기 다른 4명의 불꽃 어린 시선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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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