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는 언제부터 랩슈를 파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생각을 해봤다.
고민을 해봤다.
내가 랩슈썰을 쓰면서 더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그래. 그냥 남준이가 너무 귀엽고, 멋있고, 예쁘고
윤기가 너무 예쁘고, 멋있고, 귀여워서 밀게 되었다.
예쁜 애 둘이 붙어있으면 보기만 해도 흐뭇하잖아요?
그렇게 나는 온 커플을 밀기 시작했다.
Livin' Out Loud-I Can't Stop
무더운 늦여름.
거실에는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책장에서 무언가 찾는 듯 뒤적이는 윤기의 인기척만이 울렸으면 좋겠다.
책장과 책의 모서리가 부딪치는 소리,
책이 펼쳐지고 얇은 종이가 사락거리는 소리,
책의 겉표지가 서로 스치는 소리.
윤기는 책장 앞에 서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으면.
그리고 낮잠에서 깨어 뜨겁지 않은 온기를 가득 품은 채 다가온 남준이가 윤기의 허리를 감싸 안았으면 좋겠다.
윤기의 어깨에 제 턱을 대어 멍한 얼굴로 윤기가 들고 있는 책을 내려봤으면.
윤기는 손을 올려 익숙하게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주인아, 뭐해?
찾고 있는 게 있어서.
같이 찾아줄까?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의 고개가 가볍게 한 번 끄덕여졌으면 좋겠다.
무슨 책을 찾냐는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가 노란색 노트를 찾는다고 말했으면.
네가 얼마전까지 글을 써내리던, 그 노트라고 말해줬으면.
남준이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책장을 차근차근 짚어내리며 노트를 찾았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조금 뒤에, 남준이가 모서리가 살짝 접힌 노란색 노트를 찾아내었으면.
한 장씩 펼쳐 그 안의 하얀 종이들을 잉크자욱으로 가득 새겨놓았던 것을,
남준이의 손길이,
마음이,
생각이
모두 담아냈던 것을 보이듯이 끝이 헤진 조금 낡은 노란색 노트.
윤기는 그 노트를 기쁘게 받아들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머리를 헝클이듯 부드럽게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칭찬의 쓰다듬은 여태 그러했듯이 눈썹, 뺨, 입술을 지나 마지막으로 목덜미까지 이어졌으면.
윤기의 손이 내려갈 즈음에는 남준이가 고개를 숙여
윤기의 웃느라 휘어진 눈꼬리에,
여름의 열기를 조금 담고 있는 볼에,
어느새 살짝 다물려진 가장 붉은 입술에
짧게 자신의 입술을 맞췄으면 좋겠다.
근데 그거는 왜 갑자기 찾은거야?
... 너도 하는 게 좋겠다. 이리와, 준아.
잠시 남준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윤기가 남준이를 데리고 작업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의자에 앉지도 않고 허리만 숙여 마우스를 잡고
남준이가 눈으로 보기만 했던 어지러운 프로그램 몇 개를 실행시켰으면 좋겠다.
얼마 안가서, 방 안에는 가사가 없는 멜로디가 울려퍼져 남준이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지금 쓰고 있는 곡인데, 가사가 잘 안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그 노트를 보면 좀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어.
아... 음이 엄청 풍부하네. 듣기 좋다.
그래? 그러면, 준아.
응.
네가 가사 써볼래?
윤기의 제안에 남준이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재밌겠다며 어느새 남준이의 눈에, 표정에 생기가 돌았으면.
그리고 어떻게 하면 되냐면서 바로 작업실에 있던 의자 하나를 끌어와 앉았으면 좋겠다.
윤기가 짧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제 자리에 앉아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어떤 주제여도 좋아. 쓰고 싶은 걸 써와. 그리고 나랑 같이 다듬자.
그냥 멜로디를 듣고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돼?
어. 우선은 듣고 생각나는 대로 다 써와.
음... 주인을 생각하고 써도 되는거지?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가 마우스를 연신 달깍이던 것을 멈추었으면.
작업실 안에는 오로지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여러 소리가 합주를 하며 울려퍼졌으면.
윤기의 고개가
느릿하게 끄덕여졌으면.
왜 꼭, 나를 생각하고 쓰려고?
이미 나도 모든 것이 주인이니까.
...
내가 생각하는 것도, 느끼는 것도 모두 주인으로부터 시작이 되는거잖아.
...
내 세상은 오로지 민윤기인데, 어떻게 다른 걸 생각하겠어.
남준이가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짧게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돌려 애꿎은 커서만 이리저리 옮기면서 달깍였으면.
잠시 뒤에 생각에 잠겼던 남준이가 그래도 한 곡을 다 쓰는 건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면, 윤기가 반은 자신이 쓰겠다고 했으면 좋겠다.
그럼 주인은 날 생각하면서 써줄거야?
... 이거 사랑 노래로 생각하고 만든 곡 아니였는데.
볼을 긁적인 윤기가 투덜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웃음이 한층 더 그 색이 짙어졌으면 좋겠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
주인과 내가 서로를 생각하는 게 사랑이라는 게 너무 행복해.
윤기는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가 금방 다시 시선을 내려버릴 수 밖에 없었으면 좋겠다.
잠시 헛기침을 한 뒤에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무릎에 올려놨었던 쿠션이 구겨질 정도로 쥐었으면 좋겠다.
당연한 거잖아. 애인, 사이니까.
윤기의 목소리에 남준이가 윤기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두 살결이 맞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한 번 울리고 나면
남준이가 윤기의 볼을 감싸쥐고
다시 한 번 깊게 입을 맞추었으면.
여전히
부드러운 멜로디가 작업실 안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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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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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