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당신은 EXO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4-
아주 넓직한 사무실이다. 창가쪽엔 햇빛을 등진 채 책상이 배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여러종류의 책들이 빽빽하게 꽂아져있는 책장도 보인다.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제법 큼지막한 둥그런 유리탁자가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싼 검은색 푹신한 쇼파가 있다. 쇼파위에는 몇몇의 남자들이 다소곳이 앉아있거나 널부러져있거나 둘 중 하나, 제 편안한 자세를 잡고는 각자의 할일을 하고 있다. 다리를 쭉 뻗고 누운 채 두팔을 하늘 높이 뻗어 책을 쥐고는 한장한장 읽어나가는 종인. 그의 옆에 앉은 세훈은 자신에게 종인의 다리가 자꾸 닿는지 걸리적거려서 자꾸 그의 다리를 쇼파밑으로 떨군다. 하지만 바닥에 다리가 떨어지자마자 오뚜기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다리에 세훈은 포기 할만도 한데 종인을 바라보는 표정이 험악하다. 그 맞은 편으로 가보면 가만히 정자세로 앉아 서류 비슷한 것을 넘겨보는 경수가 있다. 큰 눈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담으며 꽤 소란스러움에도 집중을 한 채 읽고 있었다. 경수의 옆에서 심심한지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같이 서류를 읽어나가는 종대도 보인다.벽한면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되어 햇빛이 가득히 사무실안을 채웠다. 그런 따스한 햇빛을 등지고 루한은 책상 의자에 걸터앉아 멍하니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모은 사람들이지만 하나같이 다른 성격에 다른 관심사에. 사무실 안이 조용할 날이 없다. 책상이 있는 쪽 저 너머에는 크리스와 타오가 서로 파트너가 되어 몸을 풀고 있었다. 타오가 가볍게 팔을 쭉쭉 뻗어 주먹을 날리면 크리스가 손바닥으로 그 주먹을 맞받아 쳤다. 그 옆에서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그 둘을 쳐다보는 이들이 있었다. 입을 헤-하니 벌리고는 타오가 발을 휙 놀릴때면 우와-하고 손뼉을 짝짝 치기도 한다. 그는 민석이었다. 민석옆에 같이 앉은 백현은 자신도 그정도 쯤은 할 수 있다는 듯 큰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루한이 작게 웃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레이가 들어왔다."다들 이거 먹고 놀아."그의 손에는 큰 쟁반이 들려있고 그위엔 과자들이 잔뜩 담긴 여려개의 접시들과 음료수도 몇병보였다. 레이의 손에 들린것을 보고 다들 눈이 반짝 뜨여서는 탁자 주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들이 하는 일과는 다르게 이렇게 일 없이 모여있으면 그들은 어린아이들 같았다. 여러명이 한꺼번에 몰리니 아까보다 더욱더 시끄러워졌다. 바삭바삭 과자먹는 소리하며 과자를 잔뜩 입에 물고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들 하며 사무실 안은 그렇게 평화롭다면 평화롭게 흘러갔다. 루한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또 한번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찬열이었다. 다들 과자를 먹던 손과 얘기를 나누고 과자를 먹던 입들을 멈추고는 찬열을 바라보았다. 찬열은 무심히 그들을 바라보고는 다들 하나씩 손에 쥔 과자들을 보고는 저도 눈을 반짝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나도!"찬열이 긴팔을 뻗어 과자를 집어들으려 했지만 준면의 손에 막혔다. 왜 그러냐는 듯이 미간을 찌뿌린채 준면을 바라본 찬열은 심각한 얼굴을 하곤 자신을 쳐다보는 준면을 보았다. 준면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 루한. 차갑게 얼굴을 굳히고는 찬열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듯 그렇게 쳐다보았다. 결국 찬열은 작게 고개를 흔들고는 굽었던 허리를 쭈욱 폈다."갔다 왔어? 뭐래? 그 집에 진짜 있어?"흐르던 정적을 깬 것은 백현이었다. 자꾸 꾸물대는 찬열이 답답했는지 질문들을 주욱 늘어놨다. 모두들 같은 생각일 것이다. 찬열은 입맛을 쩝 다신 뒤 허리춤에 한 손을 올렸다. 자꾸 뜸을 들이는 찬열이 짜증이 났는지 민석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재촉했다. 작게 웃은 찬열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OO보고 왔어."다들 입을 작게 벌리고 찬열을 바라보았다. 더, 더 말해달란 눈빛을 잔뜩 찬열에게 보내었다. 루한은 다시 뒤를 돌아 책상에 앉았다. 눈을 내리깔고는 두 손을 모아 찬열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기를 기다렸다."잘 지내더라."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면서 김빠지는 얘기인듯 다들 찬열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거말고 더 없어요? 하는 세훈의 물음에 찬열은 다시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어 과자를 집어들었다. 이번엔 준면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OO에 대한 얘기를 더 원하는 듯 그렇게 찬열의 입이 움직이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없어- 하는 찬열의 말에 다들 툴툴대고는 찬열에게서 눈을 땠다. 아까의 소란스러움을 가신지 오래다. 다들 먹던 과자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 더이상 손을 뻗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 같던 그들이 갑자기 숙연해진채로 시무룩하게 있는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다. 따사로이 들어오는 햇빛이 루한의 등 뒤에서 퍼지고 루한의 머리칼만이 밝게 빛이 났다. 어둡게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은 그에 맞게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잘 지낸다는 OO의 소식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루한이 제일 잘 알것이다. 잠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있다가 눈을 떠보였다.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을 주욱 핀 뒤 그것을 바라보았다. 제 손에 보이지 않는 붉은 피들을 씻어낼 수만 있다면 목숨이라도 바치고 싶은 심정인 그이다.-할 일이 없다. 뭐, 늘 그렇지만 오늘은 새삼스럽게 다시 느껴진다. 반지하방에 홀로 이렇게 있노라니 오늘따라 더욱 심심하고 지루하였다. 이 지루함에 못이겨 나는 방한켠에 놓아둔 노트북 앞으로 갔다. 노트북을 키고는 이것저것 인터넷 웹서핑을 해보지만 흥미있는것들이라고는 없고 다들 재미없는 얘기들 뿐이다. 노트북을 켠지 한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노트북 전원을 껐다. 유일하게 할 꺼리였는데 이것마저 재미가 없다. 밖에 나가서 장이라도 봐올까- 하고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이사오고나서 한번도 열지도 열리지도 않은 문. 그렇다고 누가 열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건 아니다. 나는 몸을 일으키곤 겉옷과 지갑을 챙겨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다. 아, 모자. 뒤를 돌아 방안에 들어서 검은색 모자를 하나 집어들고는 다시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뒤에 검은 모자도 꾹꾹 눌러썼다. 오랜만에 세상밖으로 발을 내딛는다.장을 본다는 핑계로 밖에 나왔지만 난 이곳의 지리를 잘 모르겠다. 골목골목을 빠져나와 겨우 큰길로 들어섰지만 넓은 도로에 차들만이 쌩쌩 달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내 주위를 쌩하니 지나갔다. 내 코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지만 나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지나가는 꼴을 보니 내 존재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치 난 이 세상 사람들과 격리된 존재같았다. 난 이때까지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왔다. 괜히 드는 허무감에 나는 그냥 가까운 편의점에서 라면 몇개나 사가야지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영혼없는 말투였지만 오늘 나를 반겨주고 배웅해준 유일한 사람인 편의점 알바생이 고맙다. 나도 한동안 열지 않았던 입을 열어 작게 안녕히계세요. 하고 말해보았다. 입가에 작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거에도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것 보니 내가 사람이 고팠긴 어지간히 고팠나보다. 한 손에 묵직하게 라면더미가 담긴 봉지를 들고 편의점을 나왔다. 시계를 보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어느 새 하늘은 주황빛을 띄고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예쁘게 물든 하늘을 넋이 빠진 채 쳐다보고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비닐봉지를 고쳐 잡고는 집을 향해 걸었다. 아-.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홱 돌렸다. 방금 길 건너편에서 이리저리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종대를 보았다. 설마 나를 보지는 않았겠지? 길가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가려주기를 바라며 다시 뒤를 돌아 고개를 푹 숙인채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모자의 챙을 잡고는 더욱 눌러 썼다."OO...?"암호닉조화 님, 배쿵배쿵 님, 토끼 님, 루루 님, 됴덕 님.감사합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징어] 지금 당신은 EXO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4- 17
12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