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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EXO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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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번호를 어디서 봤을까. 몇초간 휴대폰 액정화면에 뜬 번호를 바라보고 생각을 하다 끊어질 것 같기에 재빨리 엄지손가락을 화면에 갖다댔다. 굉장히 오랜만에 온 전화라서인지 가슴 속 깊숙이 어딘가에서 약간의 설렘도 느껴짐과 동시에 누군지 모를 불안함이 느껴졌다. 말 없이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다댔다. 받긴 받았는데 휴대폰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먼저 내 목소리를 꺼내기엔 불안한데.. 하고 고민하는 사이 반갑게도 먼저 수신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여보세요?"익숙한 듯 하면서도 어디서 들어봤지? 하고 의문이 드는 목소리다. 루한의 사람일수도 있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찬열까지 얼굴을 마주했는데 까짓거 목소리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느낌이 온다. 저번 날 열흘 만에 켰던 휴대폰에 온 수많은 문자들 중 어디냐는 내용으로 수두룩 온 문자의 번호가 어렴풋이 익숙하다."네. 누구세요?""어, 진짜 받았네?"전화를 받고 들은 첫마디는 목소리를 깔아서였나? 내 말을 이은 그 사람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올라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 목소리의 주인도 알 것 같았다. 장난끼 가득히 들떠있는 목소리 뒤로 깔깔대는 웃음소리들도 들린다. 뻔하다, 그들이지."OO아, 오빠들 기억나?""누구세요."이미 그들이 누구인것 쯤은 안다. 휴대폰 너머의 공간에 몇명이 있는지도 알겠고 누가 있는지도 안다. 항상 나를 놀려먹으려는 그들이 얄밉고 한심해 나도 쉽게 나가진 않을 것이다. 내가 싫어하고 피하는 존재들 중 한무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어서인가 조금은 반가움은 느껴지는데 이런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말이 끝나자 또 쿡쿡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왜? 기억안난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리고 아마 전화를 받고 있는 이가 대답한듯 응. 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하, 빨리 용건이나 말하지. 라면 다 불겠네."나 백현이. 기억 못하는거 아니지?""그럼요. 그쪽들이 저한테 무슨일들을 했는데.. 기억못하겠어요?"안하던 짓을 했다. 귓가에 들려오는 백현의 목소리가 우리사이에 아무 일 없는 듯이 말을 해오기에 속에 묵혀두었던 짜증이 치밀어 올라왔나보다. 한껏 그의 말을 비꼬아 틱틱 대답했다. 예상치 못했던 대답인지 더이상 그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옆에 같이 있는 이가 왜, 뭐래? 하는 물음만이 작게 들려온다. 물론 나도 더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더 팍팍 대들면 그들이 날 놓아줄까? 입을 떼려는 순간 백현의 목소리가 내 입을 다물게 했다. 아까와는 다른 낮게 깔린 진지한 목소리."ㅅ-, 아니. 이건 만나서 얘기해야 되는거야. OO아 우린 널 잡으려는게 아니야. 같이 얘기 좀 하자고."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말해왔다. 이렇게 또 한번 듣는구나, 이 얘기를. 저번 찬열이 우리 집에 왔을 때도 돌아가기 전 같은 내용의 얘기를 하고 갔다. '애들 다 모여있을 때 같이 만나서 얘기 좀 하자.' 무슨 얘기를 나와 그렇게 하고 싶은건지. 나는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없는데. 아, 하고 싶은 얘기라면 제발. 제발 나를 가만히 좀 두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루한형이 너 많이 보고싶어 해.' 듣기 거북한 말도 남겨두고 간 찬열이었다. 백현이 들으라는 듯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몇초간 짧게 흐르는 정적이었지만 우리 둘에게는 어떤 시간보다도 길고 답답한 시간이었다. 내가 꼭 그들을 봐야 하는걸까. 그래야 이 쫓고 쫓기는 관계가 마무리 지어지는 걸까. 하지만 난 단호히 결론을 내렸다. 그들과 어떠한 대화를 해도 그들이 빼앗아간 내 가장 소중한 것을 돌려놓을 수는 없다."별로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냉큼 알았다고, 만나자는 대답을 할거라고 예상했던건 아니죠?""...OO아, 제발. 루한이 형이-""끊을게요. 잘 지내세요."그들은 나에게 얘기할 때 왜 꼭 그사람의 이름을 빼먹지 않고 말하는 것인지, 날 더욱 괴롭히려는 건가. 망설임없이 휴대폰을 귀에서 떼고는 빨간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다. 짧은 통화인것 만큼 오간건 없었다. 양쪽 모두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 무의미한 통화였다. 나는 휴대폰의 전원을 끄곤 입고있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역시 한동안 켜지 않을 생각이다. 다시 뒤를 돌아 내 허기를 채워줄 라면쪽으로 갔다."씨이-. 다 불었어."국물을 잔뜩 먹었는지 퉁퉁 굵게 불은 면발들이 나를 반겼다. 안그래도 기분이 안 좋아졌는데.. 맨손으로 냄비를 집어들려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뜨거움에 재빨리 손을 땠다. 정말 되는게 없구나. 대충 옷소매를 손바닥까지 당기고 냄비를 집어들어 음식쓰레기통에 라면을 탈탈 털어넣었다. 잔뜩 불은 라면을 먹고싶지도 않고 식욕이 떨어졌다. 빨갛게 기름만 낀 빈 냄비를 싱크대에 놓기만 하고 굳이 설거지를 하지는 않았다. 방 안쪽으로 가 구석에 쌓아뒀던 이불들을 내 몸쪽으로 당겼다. 찬 바닥이 몸을 시렵게 하는게 몇개의 이불을 더 끌어모았다.'두꺼운 이불 덮어.''날이 점점 추워져.'찬열의 말이 떠올랐다. 역시 그의 말대로 날이 점점 추워져갔다.암호닉조화 님, 배쿵배쿵 님, 토끼 님, 루루 님, 됴덕 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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