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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EXO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8-
결국 지쳐 잠들어버린 OO이다. 새근새근거리는 숨소리만이 방안에 퍼지고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옆에는 루한, 그가 혼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과 루한의 얼굴의 사이가 가까웠다. OO의 눈가에 눈물자국들이 안쓰럽고 신경쓰이는 루한이지만 차마 손을 뻗어 닦아줄 수 없었다. 이 손은, 내 두손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소중한 것을 없애버린 아주 더러운 손이다. 루한은 후회,자괴감,슬픔 등이 담긴 복잡한 눈빛으로 OO의 감은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머리가 지끈거리는게 느껴진다. 아마 내가 잠에서 깼나보다. 역시 눈물이 속눈썹과 눈가에 덕지덕지 말라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손으로 비벼가며 겨우 떴다. 달라지지 않은 것들. 난 여전히 어제와 같은 공간에 있고 나의 부모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서 죽임을 당했다. 변하는 것은 없다. 상체를 살짝 일으켜보다 침대에 살포시 엎으려있는 것을 보았다. 루한. 그의 갈색머리칼이 햇빛에 비쳐 밝게 빛났다. 다시 한번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이다. 어제 눈물을 쏟을대로 다 쏟았는지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손이 벌벌 떨리는게 두려움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도 날 죽이는 것이 아닐까. 침을 한번 꼴깍 삼켜가며 가느다란 두 다리를 침대 아래로 늘어뜨렸다. 차가운 바닥의 촉감이 맨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고 온 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그가 깨지않게 소리 없이 그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머릿속으로는 그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날 잡아챌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내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두렵고 무서운 그에게서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예상외로 문 앞까지 올때까지 그는 뒤척임 없이 아까의 그 자세로 곤히 엎드려있었다. 문 손잡이를 잡고는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새하얀 방에 새하얀 셔츠를 입은 루한이 있다. 하지만 왜 내 눈에는 모든 것이 붉어보이는 것일까. 고개를 돌리고 방 문을 열었다."깼어?"아, 역시 나는 병신인가보다. 왜 이 사람들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방 문을 열자마자 내 앞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레이였다. 그 목소리가 무엇보다도 달콤하고 다정한게 몸에 긴장을 풀뻔하였지만 뒤에 있는 루한이 혹여라도 나를 잡을까 하는 두려움에 고개를 홱 돌렸다. 다행이다. 아직 그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나는 다시 몸을 돌려 레이의 옆구리 틈을 파고들어 방문을 나섰다. 당황한 레이는 어-어? 하고 어리둥절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루한과 OO을 번갈에 쳐다보던 레이가 결국 뛰쳐나가는 OO를 쫓아가려했다."냅둬."방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아까의 자세에서 변함없이 침대에 엎드려있는 루한이 말한것이였다. 이해할 수 없는 레이였지만 루한의 말을 딱히 거역할 이유는 없었다. 일단 나는 그 숨막히던 새하얀 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 집의 구조는 모르겠다만 일단 본능이 이끄는 대로 허겁지겁 달렸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잡기 전에. 조금 헤매다가 찾은 현관문을 벌컥 열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밖으로 내달렸다. 그곳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서인지 눈에는 눈물이 조금씩 차올랐고 몸에 긴장이 풀리는게 잘못하다가 넘어질 것만 같았다.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닦아가며 나는 맨발로 길을 내달렸다. 집.. 집에 가야한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겨우 큰길로 나오니 대충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잡혔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길을 찾는 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한번씩 쳐다보고 간다. 얼굴은 펑펑 울고 잠든 탓에 퉁퉁 부어있고 신발은 어디다 두고 왔는지 맨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내가 신기할만도 하지. 나는 뒤에 누구라도 쫓아올세라 집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집이 보인다. 집이 보이는데.. 응급차도 있고 경찰차도 있다. 평소에는 우리집에 관심하나 안 가지던 말로는 이웃이라는 사람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들것에 흰천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덮여져 들려나오는 저 두 구의 시체는 엄마,아빠. 지금까지 잘 뛰어와줬던 내 두다리가 점점 터덜터덜 힘이 빠졌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인데. 발목이 제멋대로 꺾이면서 나는 주저 앉아버렸고 응급차에 실려 가는 나의 부모님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혹여나 아주 만약에 저게 우리 부모님이 아닐수도 있잖아. 확인을 하고 싶지만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확인할 것도 없었다."저기! 이 집에서 죽은 두 사람 딸이에요!"끔찍한 기억들을 짧은 순간 회상했다. 지금이라고 무덤덤해진 기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할때 마다 심장이 철렁할 만큼 최근의 기억도 아니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떠보니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는 종대가 보였다. 나보고 도대체 어쩌라는건지. 나의 용서를 바라는 것인가, 아님 나도 소리소문 없이 죽여버릴 속셈인가. 긴 세월이 지나도 그들에게서 받는 위협감은 지울수가 없다."난..무서워요."나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은 듯 종대는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웃기게도 내가 지금 이사람을 안쓰럽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나 아직 그때가 기억나고 몸서리 칠 만큼 싫어. 나 가끔 악몽도 꾼다?"내 입에서 악몽이라는 말이 나오자 더더욱 숙여지는 종대의 고개. 방안에 감도는 찬기운이 점점 몸을 으슬으슬 춥게 만든다. 잠깐의 정적끝에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막힘없이 말이 술술 나오는게 나도 내가 아닌 것 같았다."차라리 나 도망칠 때 잡아두지 그랬어요. 왜, 왜 이제와서 나보고 사과를 들어달래요."머릿속을 거치지 않고 입이 움직이는 대로 말을 뱉었다. 내 입으로 하는 말임에도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게 느껴져 속에서 울음이 올라왔다. 떨리는 목소리가 나 자신도 듣기가 싫어 말을 멈추었다. 숨을 한번 크게 내쉬었다. 안그래도 불쌍한 나, 그의 앞에서 대놓고 드러내기가 싫었다.
암호닉
조화 님, 배쿵배쿵 님, 토끼 님, 루루 님, 됴덕 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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