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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부] 1센티의 자존심 

 

W. 김냥 

 

 

 

승관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마다 배달되는 영양만점 칼슘 잔뜩 쑥쑥 우유를 원샷하며 상쾌한 하루를 시작했다. 

캬하- 소리를 내며 우유수염을 손등으로 쓱 닦아내는 승관의 몸짓엔 왠지모를 결연함이 가득했다. 

 

현재 성수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승관에게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그러니까 속된 말로 하자면 불알친구라 불리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최한솔. 승관과 함께 성수고에 다니고 있으며 별명은 디카프리오. 여자 애들이 말하길 영화배우 디카프리오를 닮았대나 뭐래나 (승관의 다른 친구 지훈은 지랄 똥 싸고있다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어렸을때부터 눈에 박히도록 한솔을 보아온 터라 승관은 걔가 잘생겼나...싶었지만 가끔 햇살을 받으며 나른하게 눈을 감고있는 한솔을 볼때면 저 새끼가 존나게 잘생기긴 했구나...싶은 마음이 간혹가다 들때도 있었다. 그건 인정. 

 

...아니, 아무튼 이게 문제가 아니라. 최한솔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18년 인생을 함께 지내면서 한솔은 늘 언제나 승관보다 훨씬 왜소한 체격이었다. 키도 그렇고 전체적인 골격도 그렇고.  

물론 승관이 먹는것을 매우 사랑해서 늘 조금 통통한 체형을 유지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래도 중학교 후반까지는 승관은 늘 한솔보다 반뼘쯤 더 컸었다. 

그래. ‘컸었다’. 빌어먹게도 이게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질풍노도의 중학교 2학년을 지나 여전히 허세물이 빠지지않은 중학교 3학년 내내 한솔은 무릎이 아프다며 승관에게 찡찡댔고 아직 어린 티를 벗지못한 그 얼굴에게 승관은 무미건조하게 

 

‘키 크려나보다. 이제 최한솔 땅꼬마 졸업하는거?’ 

 

라며 지껄였을 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솔이 자신보다 크게 될 줄은, 그날의 부승관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승관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것은 함께 고등학교 교복을 맞추러 간 교복점에서였다. 

일 때문에 바쁜 한솔의 어머니 대신 승관의 어머니가 둘과 함께 동행했는데, 교복 치수를 재며 그녀는 승관의 자존심에 핵토파스칼 킥을 날려 그것을 처참히 깨뜨려버리는 발언을 하고야 말았다. 

 

‘어머, 우리 한솔이가 승관이보다 키가 더 컸네? 호호, 승관이 너 추월 당했네- 어쩜좋니?’ 

 

그때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시선의 차이가 예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져있었다. 

키 뿐만 아니라 어깨 넓이라던지, 덩치도 예전과는 다르게 한솔의 것이 조금 더 커져있었다. 

 

그날 제대로 충격받은 승관은 곧바로 마시면 키가 쑥쑥 큰다는 우유를 주문해 받아 마시기 시작했고 그 덕에 고등학교 1학년 동안 4센티미터가 더 크는 기적을 보여주었지만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이뤄내는 한솔의 유전자에는 처참히 패배하고 말았다. 

한솔은 지난 시간동안 자라지 못했던걸 보상받겠다는 듯 마구마구 자라기 시작했고 결국은 예전의 승관이 그랬듯 그보다 반뼘쯤 더 커져버렸다. 

늘 항상 내려다봤던 한솔을 올려다볼때의 그 굴욕감이란. 

승관은 손을 뿌들뿌들 떨며 들고있던 우유를 분노에 차 들이켤 뿐이었다. 

 

 

 

“나 가요-” 

“오냐, 오늘 한솔이네랑 같이 밥먹기로 했으니까 한솔이네로 곧장 와라-” 

“알았어요” 

 

운동화 앞코를 바닥에 콩콩 찧으며 대충 대답한 승관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한솔의 긴 다리에 뿌직 미간을 구겼다. 

 

“아 부승관. 존나 늦게 나와.” 

“그냥 나 놔두고 가지 뭘 기다리냐.” 

“그러면 또 삐질꺼잖아 이 삐돌아.”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쉼없이 깐족대는 한솔의 엉덩이를 발로 한대 까준 승관은 미련없이 학교로 걸음을 옮겼고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끙끙대던 한솔은 그를 놓칠새라 얼른 달려가 어깨를 끌어안았다. 

 

“아오 좀 떨어져라! 찰거머리같은 새끼” 

“좋으면서 튕기긴, 또 삐졌냐?” 

“삐지긴 누가 삐쳤다고.” 

“우리 뜽과니, 형이 나중에 니가 좋아하는 피자빵 쏜다. 삐친거 풀어” 

 

자신의 어깨에 매달리는 한솔을 떨궈내려 한참을 끙끙거리던 승관은 이내 체념한뒤 뒤뚱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솔은 해맑게 웃으며 승관의 머리를 부비적거렸고 그 와중에도 자신보다 조금 더 큰 한솔의 품에 승관은 그만 자존심이 조금 상해버렸다. 

 

 

 

 

 

“왠열. 오늘 너네 딱 붙어서 등교하는거 다 봄. 부승관 너 당분간 몸 사려야할껄? 여자애들이 질투가 아주 그냥-” 

“좀 닥쳐라 이석민.” 

“진짜야! 아까 순영이가 여자애들 이 가는 소리 들었댔음. 몬생긴게 왜 디카프리오 옆에 딱 붙어있냐고.” 

“이 시발? 안꺼져? 확 마-” 

 

한솔과 바로 옆반이라서 갈라질 필요도 없이 그대로 교실의 문을 여니 시끄럽기로 최고봉인 이석민이 승관이 교실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침에 교문을 한솔이 승관에게 붙어있던 그 해괴망측한 자세 고대로 통과했더니 벌써 여자애들 귀에 다 들어갔나보다. 

아까 그래서 계단 올라오는데 여자애들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던건가. 

옆에서 쫑알거리는 이석민에게 아직 문앞에 있던 한솔이 한마디 했지만 들은척도 안하길래 결국 승관이 주먹을 들며 위협했다. 

쪼르르 도망가면서도 입은 쉬지를 않는다. 

징하다 징해. 한솔이 혀를 쯧쯧 찼다. 

 

 

 

 

“야 뿌. 오늘 피씨방 콜?” 

“안돼. 오늘 한솔이네에서 밥먹음” 

“상견례인가요-” 

“그런가요-” 

“씨발, 안꺼져 이 새끼들아?!” 

 

말도 안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옆에서 깐족거리는 석민과 순영의 얼굴을 짜증스레 밀치며 승관은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왔다. 

투덜거리며 나오니 눈 앞에 보이는건 당연하다는 듯 기다리고 있던 한솔이라 승관은 톡 튀어나와있던 입술을 더 뿔퉁히 내밀었다. 

이러니 사귄다니 뭐하니 하는 소리가 나오지. 

가까이 다가가 종아리를 조금 힘을 실어 차니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지며 올라온다. 

 

“미친, 아프잖아 미친놈아!” 

“아프라고 찬거다 씹새야!” 

“생리하냐?! 존나 나한테 지랄이야!” 

 

세상의 모든 아가들을 다 찾으며 씨부렁 거리는 한솔을 놔두고 먼저 걸음을 옮기니 쪼르르 뒤따라온다. 

 

예전부터 한솔은 그랬다. 

승관이 아무리 이유없고 억지스러운 땡깡을 피우며 그를 괴롭혀도 욕만 할 뿐 절대 다시 반격하진 않았다.  

덩치의 차이 때문이라고 보기엔 승관은 사실 전투력이 하급 몬스터 급이었고 한솔은 나름 태권도를 3년이나 다녔으니 전투력으로 봤을땐 압도적으로 한솔이 우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솔은 절대 승관에게 손을 올리는 법이 없었다. 

 

“왜 또 삐친건데?” 

“안삐졌그등-” 

“이석민이랑 권순영이 또 괴롭혔냐?” 

 

옆에서 종알대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한솔을 귀찮은듯 떼어내다가 문득 그를 쳐다본 승관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황금빛 갈색 눈동자에 괜히 또 부아가 치밀었다. 

짜증나게 잘생긴 새끼. 잘생긴 놈이 키도 커졌어. 시발, 신은 역시 나 빼고 다 예뻐하는게 분명해! 

 

“...시발새끼. 꺼져, 더워.” 

“아오, 부승관!!” 

 

새침하고 도도하게 고개를 홱 돌리는 승관을 차마 때리진 못하겠던 한솔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몸부림쳤다. 

내가 어쩌다 저런 자식을…! 

 

“뭐해? 안가? 빨리와 최한솔” 

“...간다. 가.” 

 

그래도 아직 승관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상 한솔 자신은 어쩔수없는 병(丙) 이었다. 

갑인 승관에게 뭐라 반항도 못하는. 을도 아닌. 병. 

 

 

 

 

 

아직은 조금 많이 추운 바람과 따가운 햇볕아래 승관의 반 아이들은 힘겹게 축구 경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평소에는 학생들이 무엇을 하든지 별로 관심도 없던 체육 선생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반 대항 축구경기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당연히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체육은 이기는 반에겐 아이스크림을 쏘겠다는 말로 봉기를 손쉽게 잠재웠다. 

승관은 느릿느릿 운동화를 질질 끌고 나가며 대충 하다가 들어올 생각이었지만 석민과 순영은 괴성까지 지르며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휴...저 도른자들...존나 시끄러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체육복 주머니에 손을 꽂고 설레설레 뛰어다니자 저멀리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인상을 찡그리고선 운동화 끈을 묶는 사람은 분명 한솔이었다. 

최한솔네랑 붙는다니. 이미 진 게임이구만. 

혀를 가볍게 차며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승관의 눈에 한솔에게 쭈뼛쭈뼛 다가가는 여자애의 뒷모습이 보였다. 

뭐라고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신발끈을 다 묶고 상체를 편 한솔과 그 애의 키 차이가 매우 바람직했다. 

머리 하나가 차이 나는 두 사람을 보며 승관은 순간 속이 더부룩해지며 괜시리 짜증이 막 울컥울컥 올라오는 더러운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한손으로 가슴을 쿵쿵 치며 애써 고개를 돌린 승관은 한솔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도 불쾌한 기분에 입술을 깨문 승관은 인상을 한번 찌푸렸다가 폈다. 

 

“...최한솔이 키가 크더니 인기가 더 많아졌어… 존나 짜증나는 새끼.” 

 

최근들어 더 심해진 한솔을 향한 여자애들의 관심에 승관은 솔직히 화가 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허구한 날 들려오는 최한솔이 누구누구에게 고백을 받았더랜다, 옆 학교 누구가 최한솔한테 고백했다 까였댄다...하는 소리에 승관은 울컥울컥 짜증이 났다. 

그것을 그저 인기가 더 많아진 한솔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그런것이라 여긴 승관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소를 받아볼까.” 

 

 

 

 

 

4대 2로 진 승관의 반은 안타까운 비명을 내질렀고 이긴 한솔의 반은 환호성을 지르며 매점으로 달려갔다. 

어차피 승패는 관심 없었던 승관이 몸을 부르르 떨며 교실로 돌아가려 뒤를 도는데 갑자기 처음 보는 얼굴이 자신의 소매 자락을 약하게 잡아당겼다. 

 

“?” 

“저...승관아, 나 옆반 박유진이라고 하는데에…” 

“어? 어, 안녕.” 

“...너 이거 먹어. 너 주려고 산거야. 매점에서 이거 자주 사먹는거 같길래...그, 그럼 안녕!” 

 

자신을 박유진이라 소개한 여자애는 승관에게 바나나 우유를 쥐어주곤 얼굴이 빨개져 잽싸게 사라졌다. 

빨개진 얼굴과 부끄러워도 제대로 마주쳐오던 동그란 눈이 잔상처럼 기억에 남았다. 

손에 바나나 우유를 소중히 쥐고 승관은 유진이 사라진 방향을 잠시 쳐다봤다. 

왠지 이 우유는 쉽게 마시지 못할것만 같았다. 

 

 

 

 

“왠 바나나 우유? 너 먹으려고 샀냐?” 

“아니, 사줬어.” 

“누가?” 

“너네 반 여자애랬는데? 박유진 이라고.” 

“...그래?” 

“걔 되게 귀엽더라.” 

“...걔한테 관심있냐?” 

“글쎄...근데 그냥 계속 기억에 남네.” 

 

소중한듯 우유를 손에 꼬옥 쥐고 하교하는 승관을 복잡미묘한 눈으로 쳐다보던 한솔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가 정성껏 쳐내고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누가 승관에게 고백 비스꾸무리 한것을 하고 갔다니. 

한솔은 흐릿하게 생각나는 꽤 예쁘장하게 생긴 작은 여자애를 기억해냈다. 

아 큰일 났네. 부승관 쬐깐한 애들 좋아하는것 같던데. 

몽실몽실한 표정으로 손에 든 노란 우유만 빤히 바라보는 그 뒷통수를 한대 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 부승관이 무슨 죄야.  

결국 한솔은 힘있게 승관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 놓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물론 승관은 마구 짜증을 내며 한솔을 노려봤지만 애써 무시하며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다음날 학교에서 승관은 수줍은 표정의 유진에게 또다시 노란색 바나나 우유를 받았다. 

뒤돌아서 멀어지려는 유진을 다급하게 불러세운 승관은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 유진에게 건네주었다. 

 

“...미안. 지금 가진게 이것 뿐이라서…” 

“...아니야. 고마워.” 

 

베시시 웃은 유진은 손을 흔들며 팔랑팔랑 멀어졌고 승관의 마음은 방금 받은 우유처럼 따듯한 노란색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방금 이 모든것을 목격한 한솔의 마음은 마치 비 오는 날처럼 잿빛으로 자꾸만 물들어 그를 아프게 했다. 

 

“나 쟤 마음에 들어. 너무 귀여운것같아. 안그러냐?” 

“...” 

“최한솔?” 

“...안그래. 존나 못생겼어.” 

“뭐?” 

“꺼져. 미친. 존나 짜증나는게.” 

 

불퉁.  

고백하기도 전에 실연을 당한 한솔의 마음은 울퉁불퉁해졌다. 

황당해하는 그 동그란 얼굴을 보고있자니 마음 한켠이 씁쓸하고 쓰기만 해서 한솔은 눈물이 나올것만 같은 마음을 숨기려 일부러 정색한뒤 승관에게 모진 말들을 쏟아냈다. 

단 한번도 한솔이 저에게 정색을 하며 욕을 쏟아낸 적이 없어서 정말로 당황한 승관은 멀어지는 한솔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저래 최한솔…?” 

 

당황스러움에 눈만 깜빡이며 손에 들고있던 바나나 우유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는 마냥 예쁘기만했던 노란색이 이제는 마냥 고와 보이지만은 않았다. 

 

 

 

 

한솔은 일방적으로 승관에게 짜증을 낸 자신을 자책하며 책상에 엎어졌다. 

왜 그랬어 이 병신아… 

당황하던 승관의 얼굴이 다시 한번 리플레이 되며 한솔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부나 하자며 책을 폈지만 그 위로 오버랩 되는 승관의 얼굴에 한솔은 딱 미칠것만 같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린 곳에는 아까 자신을 짜증나게했던 그 얼굴이 환하게 웃고있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를 하고있는 유진에 순간 배알이 제대로 꼴린 한솔은 저가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채 어느새 유진에게 다가갔다. 

 

“저기.” 

“...?” 

“잠깐 복도에서 얘기 좀 할수 있을까.” 

“어? 아, 응!” 

 

여자애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둘에게 꽂혔고 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한솔을 따라 복도로 향했다. 

유진을 데리고 복도 구석으로 향한 한솔은 사실 조금 패닉 상태였다. 

어쩌자고 얘를 데리고 나온거지. 

자신을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유진을 마주한 순간 한숨을 작게 내쉰 한솔은 얇은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왜...불렀어?” 

“...요즘 네가 부승관한테 바나나 우유 주는거라며?” 

“어? 응...내가 준건데...왜?” 

 

당황스럽게 눈을 깜빡이며 되물어 오는 유진에 한솔이 짐짓 걱정스러운 척을 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실은…” 

“?” 

“...부승관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는것 같길래...난 혹시 네가 상처받을까봐. 미리 알려주려고.” 

“...뭐? 정말…?” 

 

점점 젖어가는 큰 눈을 죄책감에 마주보지 못하던 한솔은 한숨을 쉬며 거짓말을 이어 나갔다. 

 

“...응. 부승관도 너 상처 받을까봐 쉽게 말 못하는것 같더라. 그러니까 유진아. 승관이 너무 미워하지마.” 

 

작게 들썩이는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여준 한솔은 유진을 지나쳐 반으로 돌아가려했다. 

유진이 다급하게 한솔을 잡으며 눈물을 훔쳤다. 

 

“저, 저기 한솔아.” 

“응?” 

“정말 고마워...난 그런것도 모르고...그런 의미에서 내가 밥 살께…” 

 

난처한 얼굴로 거절하려던 한솔은 다시 차오르는 유진의 눈물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쩌다보니 폰 번호까지 교환하게 되고 말아서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한솔은 그저 한숨만 쉬며 핸드폰만 들여다 볼 뿐이었다. 

 

‘한솔아^^’ 

‘나 박유진!’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날래?’ 

 

집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 톡에 한솔은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승관이 옆에 있었다면 복 달아난다며 등짝을 팼을지도 모른다. 

 

‘ㅇㅇ’ 

‘그래! 그럼 2시쯤에 학교 앞 전철역에서 보자! 잘자’ 

‘너도’ 

 

얼결에 잡힌 약속에 한솔은 복잡한 머리를 붙잡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이 여자애도 부승관을 정말 좋아한건 아니였나보다. 

저에게 이렇게 쉽게 호감을 보이는걸 보면. 

근데도 바보같은 부승관은 좋다고 그 우유들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겠지. 

 

다시금 차오르는 짜증에 몸부림치던 한솔은 시끄럽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곧 시무룩하게 침대에 늘어졌다. 

부승관 너는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긴 할까. 

해맑은 승관의 미소를 떠올리며 한솔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한솔아! 여기!” 

 

전철역 앞에서 손을 흔드는 유진에게 다가가며 한솔은 울고싶어졌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나 왜 여기있지. 

 

“...안녕.” 

“안녕, 오늘 좀 춥지?” 

 

춥다며 짧은 치마를 입고 나온 유진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이었다. 

학교의 디카프리오와 밥을 먹게 될 줄이야. 

자신이 이미 알아본 맛집으로 한솔을 데려가며 유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여기 되게 맛있대. 한솔이 너 파스타 좋아해?” 

“...” 

“한솔아?” 

“어? 아니, 나 파스타 별로 안좋아해. 미안.” 

 

세상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 한솔은 유진을 떨궈내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파스타, 피자, 라자냐 등등에 환장하는 그를 아는 부모님이 들었다면 기함할 거짓말이었다. 

 

“...아...진짜? 미안. 내가 너무 내 맘대로 데리고 왔나? 지금이라도 나갈래?” 

“됐어. 그냥 먹어. 나 어차피 금방 가봐야해서.” 

 

시큰둥한 한솔에게 유진은 애써 말을 붙이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반면 한솔은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분간이 안갈만큼 급하게 밥을 먹으며 이 자리를 벗어나려 애썼다. 

얘는 밥을 왜 이렇게 천천히 먹어. 

인상을 찌푸리려다 애써 표정을 관리한 한솔은 아직 식사 중인 유진을 기다렸다. 

이 집 맛있네...다음엔 부승관이랑 같이 와야… 

 

“어? 유진아!” 

“헐, 최한솔이다.” 

 

한솔이 한창 딴 생각을 하던 도중 갑자기 박유진의 친구들이 나타나 그들에게 알은 체를 해왔다. 

 

“어머, 우리도 같이 앉아도 될까?” 

“한솔아. 우리 합석해도 돼?” 

“...나 금방 가봐야했는데. 그냥 이거 둘 다 내가 계산할께. 넌 친구들이랑 먹고 가. 먼저 가서 미안하다.” 

 

뒤에서 박유진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솔은 못들은척하며 계산을 마친 뒤 가계를 나왔다. 

 

가는 길에 부승관 좋아하는 메로나나 사갈까. 

 

 

 

 

 

“야! 부승관!! 너 알았어?!” 

“...뭘?” 

“아 옆반 박유진이랑 최한솔이랑 사귀는거!” 

“...뭐라고?” 

“와, 얘도 몰랐네. 최한솔 완전 대ㅂ…” 

“아니, 잠깐만. 누구랑 누가 사귄다고?” 

“최한솔이랑 박유진! 그 예쁘장한 애 있잖아!” 

 

승관은 방금 저가 들은게 잘 들은건지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한솔은 아무런 낌새도 없었고 유진은...유진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지 않았는가. 

 

“최한솔이랑 박유진이랑 토요일에 데이트하는거 박유진 친구들이 봤대. 그 성수역 앞에 있는 셉틴 파스타 집 있잖아, 거기서 밥먹는거 봤댄다.” 

“...” 

“...부승관 괜찮냐? 최한솔이 연애한다는게 그렇게 충격이야?” 

“...어. 충격이다. 씨발.” 

 

승관은 얼굴을 팔에다 묻으며 눈물을 삼켜냈다. 

나쁜 새끼 시발 새끼. 개새끼...지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내가 관심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승관은 그냥 이 바닥이 무너져 자신이 땅으로 꺼질 수 있길 바랬다. 

한솔이 너무나 미웠다. 

 

 

 

 

 

하루 종일 얼굴을 보려하지 않아 한솔은 결국 두번이나 승관의 반에 오고도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야자가 끝난 후 한솔이 톡으로 먼저 내려가 있겠다 보낸것을 보고도 승관은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나간 복도는 너무 추워서 승관은 괜시리 가슴팍을 문질렀다.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승관아!” 

 

유진이 도도도 계단을 내려와 볼을 붉히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 

“저기, 진짜 미안한데...이것좀. 한솔이한테 전해줄래…? 직접 주기엔 좀 쑥스러워서...고마워!” 

 

자기 할말만 하고 다시 올라가버리는 뒷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승관은 속에서 열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곧 발견한 기둥에 기대 서 있는 긴 뒷태에 그 열이 분노로 바뀌는것을 느꼈다. 

승관은 차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천천히 걸어가 한솔의 뒤에 섰다. 

 

“왔냐. 손에 그건 뭐냐?” 

“있잖아 최한솔. 내가 뭐 좀 물어보자.” 

“...물어봐.” 

“...너 유진이랑 사겨…?” 

“...아니.” 

“...너, 너 내가 유진이한테 관심있는거 알고있었지.” 

“...” 

“알고있었지.” 

“...응.” 

“...허, 근데. 근데도 박유진이랑 만나냐? 너는 내 생각은 하나도 안해? 야 이 씨발새끼야, 내가,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인데, 허…” 

 

입술을 꽉 깨문 승관이 한솔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짜증나게 잘생긴 얼굴이 무심하게 자신을 돌아본다. 

박유진도. 결국은 저 얼굴에 넘어간걸까. 

결국 폭발한 승관이 들고있던 선물들을 한솔을 향해 내팽겨치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급작스레 돌변한 승관의 태도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던 한솔은 곧 승관에게 다가갔지만 승관은 악을 쓰며 그를 밀쳐냈다. 

 

“난 너 싫어. 나 보다 잘생긴것도 싫고, 나 보다 키가 더 큰 것도 싫고, 니가 나 보다 공부 잘 하는것도 싫고 걍 니가 존나 싫어!! 알아?! 그냥 니가 싫다고, 싫다고 이 미친놈아…” 

 

얼굴이 빨개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결국은 엉엉 울기 시작하는 승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한솔은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 서럽게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안해. 미안해 부승관.” 

“흐엉...꺼져 이 새끼야아 흐어어…” 

“...미안해. 니가 날 싫어해도 난 니가 좋다. 좋아해서 미안.” 

 

한숨처럼 흘러나온 한솔의 고백에 승관은 놀라 쏟아내던 울음도 한순간 뚝 멈추고 말았다. 

잠깐. 방금 최한솔이 뭐라고 했지…? 

 

“...니가 좋으니까. 좋으니까 그 박유진 그 기집애도 너한테서 떼어냈어. 아니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해? 내가 좋아하는 애가 다른 사람이랑 잘되는걸 그냥 두고만 보라고? 너도 알겠지만 나 그렇게 안 착해.” 

“...” 

“그래서 니가 박유진이랑 가까워 지려던거 내가 중간에서 막았어. 관심없는 애한테 관심있는 척 까지 하면서 너한테서 멀어지게 했어. 그래, 그건 박유진한테 존나 잘못했다. 그리고 그래서 니가 상처받았고. 그건 미안한데 니가 박유진이랑 깨진건 전혀 안미안해. 하나도 안미안해. 나도 너 좋단말이야 이 시발놈아!” 

 

결국은 고함을 지르는 한솔에 승관은 뭔가에 맞은듯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홀린듯 씩씩거리는 그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맞대었다. 

충격받아 휘둥그래진 눈을 마주하다가 두 눈을 꾸욱 감았다. 

맞닿은 입술은 따듯했고 얼굴을 부여잡은 손은 마구 떨려왔다. 

주책맞게 심장은 폭주하듯 쿵쾅거렸고 방금까지 울어서 뜨거운 눈은 또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입술을 움직이는것도 아닌 그저 맞대고있던 둘은 곧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길지만 짧았던 입맞춤이 끝나고 둘 사이에는 매우 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리는 승관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싶었지만 머뭇머뭇 손을 가져가다가도 결국은 다시 손을 원위치시킨 한솔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울지마...응? 울지마 부승관.” 

“흐으...끄윽...흑…” 

“제발 울지마라...니가 울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던 승관은 주춤주춤 움직이다가 결국은 한솔에게 덥썩 안겨 또 엉엉 눈물을 퐁퐁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물이 이리 많아서 어째. 

입술을 깨문 한솔은 손을 들어 승관의 뒷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승관아.” 

 

미세하게 끄덕이는 고개를 조금 더 힘줘 안으며 한솔은 느리게 눈을 감았다. 

 

 

 

서로의 문 앞에 멈춰 한참을 머뭇거리는 둘 사이에는 낮은 침묵이 깔려있었다. 한참을 자리하던 침묵은 결국 먼저 입을 연 승관에 의해 깨졌다. 

 

“...난 아직, 음. 너랑 같은 마음이라고 말은 못하겠어.” 

“...응.” 

“미안해.” 

“...응.” 

“그러니까 시간을 좀 줘. 내가, 답을 찾을수 있도록.” 

 

더듬더듬 오랜 시간이 걸려 할 말을 마친 승관은 올곧은 시선으로 한솔을 바라봤다. 

승관 본인은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흔들림 없는 눈으로 한솔을 바라본다. 

그 눈을 마주하던 한솔은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의 기다림이 시작되던 저녁이었다. 

 

 

 

 

 

 

 

 

약 일주일간 한솔과 승관은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피함이 아닌 말하지 않아도 이해한 서로의 마음이었다. 

부모님은 싸웠냐며 걱정했지만 그런것 아니라며 둘은 부모님들을 안심시켰다. 

한솔은 승관을 꽤 참을성있게 기다렸고 승관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한솔이 내심 많이 고마웠다. 

 

오늘따라 쌀쌀한듯한 날씨에 잠시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고쳐신던 한솔은 코를 한번 훌쩍였다. 

여전히 열리지않는 승관네 집 대문을 흘끗 쳐다본 그는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을 떼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등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한솔은 그만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최한솔.” 

 

뒤를 돌아보니 두 볼이 추위 탓인지 조금 발갛게 상기되어있는 승관이 보였다. 

 

“...부승관.”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며 승관은 한솔에게 손을 뻗었다. 

한솔은 다시 지나왔던 발자국을 세며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알아차렸다. 

승관의 발그레한 볼은 추위가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란걸. 

한솔은 웃었고 승관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맞잡은 손이 예뻤다. 

서로를 향해 웃는 한솔과 승관도. 많이 예뻤다. 

 

 

 

 

 

 

 

++++++ 

 

인티 글잡도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모두 잘 지내셨다면 다행이예요. 

저는 아마도 이 글과 호그와트를 끝으로 인티에는 더이상 글을 쓰지 않을꺼같아요... 

그러기에는 호그와트나 먼저 끝내야겠지만...벌써 거의 한달....너무 죄송해요 독자님들.... 

뭐, 가끔 생각나면 다른 이름으로 글을 쓸수도 있겠지만 연재는 하지 않을꺼같네요...하... 

호그와트는 지금 쓰고 있는 중입니다. 왠지 글이 잘 써지지가 않아요. 

어떡하죠. 저에게 힘을 주세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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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ㅜㅜㅜ 너무 달달하고 딱 남고딩같은 솔부ㅠㅜㅠ 넘나 좋아요
8년 전
독자2
흐엉ㅇ 자까님 ㅜㅜ 넘 재미써오 ㅠ___ㅠ 자까님 글들 다 체고!!!
8년 전
독자3
자까님ㄴ힘을내세요쓔포파월 (귀여운척) ㅎ헤죄성해여잇던힘도다빠질듯 호그와트진짜넘니재밋어요 기다리구잇어용천천히하셔두되ㅣ여무리하지마시고건강관리잘하세요♡
8년 전
독자4
작가님 분량 진짜 짱짱합니당..... ㅠㅠㅠㅠㅠㅠ 아 솔부 진짜 풋풋해ㅠㅠㅠㅠㅠㅠㅜ 작가님 진짜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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